< -- 13 회: 쪽박 or 대박? -- >
13
계속된 놀이가 금란에게는 너무 너무 좋았다.
생전 처음 당해보는 생경한 놀이에 자신이 망설일라치면 주인은 사납게 호통 치며, 자신을 그의 의도대로 끌고 갔다.
이럴 때의 사나움은 싫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자답다고 느낀 금란이었다. 아무튼 금란으로서는 더 할 수 없는 황홀한 밤을 지내고 난 후로는 그에 대한 충성심이 더욱 깊어졌다.
* * *
선조 이연의 명이 떨어졌으나 이발은 이 명을 사양했다. 임해의 사부가 되는 것이 자신의 명성에 누가 된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나, 사양하는 구차한 일신상의 사유였다. 그러나 선조 또한 고집이 있는 사람인지라 재차 명이 떨어진 가운데 허 부인이 병마를 떨치고 일어섰다.
그러나 조정의 환우는 그치지 않았으니 광해와 신성군이 이번에는 역질에 걸려, 아연 조정을 긴장시켰다. 실제적으로 광해는 두 해 뒤에 두창에 걸리나, 이진과의 내왕으로 인해 보균 되었는지, 두 사람이 동시에 두창에 걸리는 조정으로서는 좋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조정에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광해의 집에는 통행을 엄금하는 금줄이 쳐지고, 신성군은 궁내의 전파를 염려해 급히 집 한 채를 마련해 궐 밖으로 이거하게 했다. 이런 가운데 하루는 이진이 광해의 집을 방문했다.
물론 집안 전체가 반대했으나 믿음이 있는 이진으로서는 전혀 이에 구애받지 않고 광해 이혼의 집으로 병문안을 간 것이다. 그러나 혹시 다른 사람은 전염이 될까 봐, 시종 하나 거느리지 않은 혼자만의 행동이었다.
이진이 광해의 병상에 들어서니 한참 열꽃이 올라 온몸에 붉은 반점 투성이 인 상태에 의식마저 온전치 못한 상태였다. 억지로 혼을 일으켜 세우려는 비복을 제지한 이진은 그날은 그냥 그의 상태만 살피고 돌아갔다.
이어 신성군의 집을 찾았으나 그 역시 상태가 좋지 못해 대화 한 마디 나누지 못하고 돌아온 이진이었다. 그로부터 5일이 지나 이들이 사경에서 안정 단계로 접어들자 이진은 다시 이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형님! 아니 되옵니다. 어서 돌아가십시오. 큰일 납니다.”
이제 농이 잦아들고 거뭇거뭇 딱지가 안는 광해의 얼굴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은 이진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내 어찌 다시 병마에 시달릴 손, 형제의 정보다 중한가? 차라리 내 다시 앓아누울지언정 수족과 같은 형제의 정을 차마 저버릴 순 없었음이야!”
“저는 겁쟁이라서 형님이 환우중이라도 찾아뵙지 못했는데..........”
말끝을 흐리며 울먹울먹하는 광해의 손을 거침없이 잡으며 이진이 말했다.
“하하하........! 그런 생각할 것 없다. 어서 병마나 떨치고 일어나면 되느니라. 해서 우리 형제가 다시 손잡고 문후 여쭈러 가자.”
“형님! 흑흑흑........!”
끝내 울음을 터트리는 광해 이혼을 넌지시 바라보던 이진이 비감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 근친이라야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시고 부왕과 너밖에 더 있느냐? 속히 쾌차하여 웃는 낯으로 만나자.”
“네, 형님! 흑흑흑.........!”
여전히 흐느끼는 광해의 눈물에 전염이 되었는지 한쪽에서 병상을 지키던 허준도 슬며시 눈가를 눌러갔다.
이어 이진은 광해에게 몇 마디 당부의 말을 남기고 순화군에게로 갔다. 그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하고 나오는 이진의 눈은 삼엄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곳의 어의로는 어의 중에서도 직급이 가장 높은 양예수가 그의 병간을 하고 있었다.
이는 선조 이연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행위로, 이대로 간다면 결코 자신과 광해에게 세자 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그의 눈이 더욱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내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진의 행위가 소문이 나자 선조 이연이 기꺼워했음은 물론, 순화군 후의 친모 인빈 김 씨 또한 이진 형제에 대한 중상도 한결 덜 해졌다.
또 이로 인해 망외의 소득 두 가지가 있었으니, 그 하나는 선조의 형제간에 우애가 있다는 칭찬과 함께 포상을 논하니, 송익필의 죄를 사함 받은 것이 그 하나이고, 또 하나는 이발이 정식으로 이진의 스승 되는 것을 허락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건 때문인지 어쩐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발의 이진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져 그의 사부 노릇을 허락한 일이었다. 이로써 이발은 이진의 사부가 되어 하루 두 차례씩 이진의 사저를 드나들었다. 곧 조강과 석강을 하기 위해서였다. 조강은 오전 5시부터 7시까지 열렸고, 석강은 오후 5~7시 사이에 열렸다.
이진이 더욱 공부에 매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송상의 대방 송비인이 인삼 씨앗을 상당량 가져와, 이진은 이를 용인 그의 개인 땅에 파종하도록 했다. 물론 송비인에게 알려준 것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을 모두 전한 다음이었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재물조사도 송익필에 의해 취해졌다. 사대부도 손에 돈을 만지는 일을 꺼리거늘(?) 어찌 왕자가 시시콜콜 재물을 논하느냐는 송익필의 건의를 받아들여 대신 그가 수행한 것이다.
아무튼 이로 인해 이진은 자신의 전 재산이 5만량 정도임을 알았다. 당시 돈이 통용되었다는 말은 아니고, 당시의 쌀 시세로 치환하고 이를 다시 훗날의 화폐가치로 환산했을 때 그런 계산이 들어섰다는 이야기였다.
아무튼 당시 5만 냥의 재산이라면 거부 중의 거부라 할 수 있었다. 17세기 후반 조선의 1년 예산이 80만 냥인 점을 생각하면 그의 재산이 얼마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이진으로서는 자신의 사유지를 돌아보기 위해 한 번 길을 나서고 싶었으나, 이발의 닦달에 쉽게 기회를 얻지 못하는 가운데 세월은 자꾸 흘러 어느덧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었다.
그 동안에도 김 개똥과는 눈치를 보며 수시로 내왕이 오가고 있었고, 선조 이연과 왕비 박 씨에게도 효심을 보이기 위해 애쓰는 가운데, 검계를 통해 주요 사대부들에 대한 정보도 착실히 모으고 있는 이진이었다.
이때에 이르러 명으로 구황작물을 구하러 갔던 허봉이 돌아왔고, 동시에 왜국으로 구황작물과 광산기술자를 구하러 갔던 충삼이 부산진에 상륙했다는 보고를 해왔다. 그런데 구해온 광산기술자가 양이라는데 문제가 있었다.
사전에 지침을 주어 양이라면 여장을 시켜 가마에 태워 처갓집이 있는 충주로 일단 돌아오라 했으나, 이진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양 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훗날 하멜이 제주도에 표류해왔을 때, 조선 조정에서 벌인 행태를 보면, 지금 이 시점에서 양이의 출현이 발각된다는 것은, 조선 조정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모르는 일이므로, 이진은 사부 이발에게 핑계를 대고 충주를 가기로 결심했다.
핑계는 곧 장인인 허명이 환후가 깊어 병문안을 간다는 것이었다. 이발로서는 실제인지 어떤지 몰랐지만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당시로서는 확인해 볼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요즈음 이진의 행동으로 보면 믿을 만했기 때문에 이를 허락했다.
또 다음 날은 문안을 여쭈며 선조 이연에게도 허락을 받아냈다. 어찌 되었던 사돈되는 사람이니 허투루 대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 이연은 어의 허준까지 이진 편에 딸려 보냈다.
부왕과 사부로부터 허락을 받은 이진은 그날 밤 부인 허 씨의 침소를 찾아갔다. 미리 통보를 받은 부인 허 씨가 단정한 차림으로 이진을 맞아들였다.
“어서 오세요. 군 마마님!”
“점점 더 활짝 피는 것 같소. 보기가 아주 좋소.”
이진의 칭찬에 비록 얼굴이 붉어졌으나 미소가 번지는 것은 금할 수 없는 허 부인이었다. 이진의 말은 괜한 칭찬이 아니라 사실에 바탕을 둔 칭찬이었다. 속을 썩이던 임해가 아닌 이진의 달라진 모습에 속앓이를 않는 일이 없는 데다, 밤일마다 즐겁고 부군이 자꾸 영양식을 권하니 허약했던 몸도 많이 좋아졌던 것이다.
미리 차려진 주안상에 다가앉은 이진이 새삼 부인을 자세히 보며 빙글거렸다. 그의 시선에 무안함을 느낀 허 부인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내 부인에게 선물을 하나 하려는데.........?”
“무엇이옵니까? 군 마마님!”
허 부인이 살짝 고개를 들어 기대에 찬 눈망울로 물었다.
“부인이 내게 시집을 온 이래로 친정에는 한 번도 못 가보지 않았소?”
‘친정’이라는 소리만 들은 상태에서도 벌써 눈물이 핑 도는 허 부인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차던 이진이 말했다.
“내 근일 처갓집을 방문하려 하는 것은 부인도 알 것이오. 해서 말 이오만........”
함께 선조에게 문안을 갔으므로 부인도 선조에게 승낙을 받는 광경을 보았다. 그러나 부인을 동행하고 안 하고는 별개 문제였다. 한 번 시집을 온 여인이 죽을 때까지 친정에 한 번 못 가보는 것이 조선 사회에서는 다반사였다. 그러므로 이진의 말에 점점 기대감이 상승하는 허 부인이었다.
“부인이 내 요구조건을 하나 들어주면 함께 동행을 하겠소.”
“군 마마님! 어떤 것이 온지요?”
더욱 증폭된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이며 한 무릎 부군 곁으로 다가앉는 허 부인이었다.
“험, 험........”
아무리 이진이라지만 말을 꺼내기가 거북한지 한참을 헛기침만 토해내던 이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조건은 잠자리에서 이야기 하는 것으로 하고 어떻소? 친정에 한 번 가보고 싶질 않소?”
“그야 이를 말이옵니까? 꿈에서라도 가보고 싶습니다.”
“그럼 승낙하는 것이오?”
“그야.........”
주저하는 부인에게 이진이 냉엄하게 말했다.
“아니면 말고.”
이진의 말에 울상이 된 허 부인이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했다.
“하, 하겠사옵니다.”
“좋소! 이로써 당신의 동행이 결정되었고, 물리기 없기요.”
“소첩이 할 소리 옵니다.”
토라진 표정으로 말하는 부인이 귀여워 이진은 슬며시 웃음을 베어 물고 말했다.
“일단 술 한 잔씩을 들고 이야기 나눕시다.”
“네.”
술 한 잔 마시는 것이 대수인가? 평소 같았으면 술 한 잔 마시려면 몇 번을 뺏을 것이나 오늘은 즐겁게 먼저 술을 치는 허 부인이었다. 이에 급히 잔을 비운 이진이 그녀에게도 한 잔을 따라주고 안주를 집었다.
이렇게 시작된 술자리에서 똑같이 다섯 잔을 비우자 이진은 술상을 물리고 부인을 가까이 불렀다. 그리고 살포시 끌어안았다. 이내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조건을 말하자면........”
여기서 이진이 말을 끊었으므로 궁금증으로 침을 꼴깍 삼키며 감히 정면으로 이진을 바라보는 허 부인이었다.
“당신이 내 하물을 빨아주는 것이오.”
“네?”
소스라치게 놀라 엉겁결에 이진의 품에서 벗어난 허 부인이 땡감에서 급 홍시가 되어 치마끈만 만지작거렸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표정은 수시로 바뀌고 있었다.
사실 이진의 반강제와 겁박에 허 부인도 그가 요구하는 웬만한 자세는 다 취하고 있는 요즈음 그녀였다. 그러나 그 요구만은 절대 할 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이진이 헛물만 들이킨 지가 꽤 오래 지난 시점에 이 요구를 이진이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아무튼 허 부인만이 펠라치오를 거부했지 금란과 개똥이는 아주 익숙하게 요즘 행하고 있는 행위의 하나였다. 이런 허 부인을 향해 능글맞게 초까지 치는 이진이었다.
“장인어른이 요즘 많이 편찮으시다던데.........”
그래도 수없이 안색이 변하던 그가 고개를 외로 꼬고 작약이 되어 더듬거렸다.
“하, 하....... 하겠사옵니다.”
“잘 결정했소. 이리 오시오.”
주저주저 부인이 가까이 오자 그녀를 끌어안고 갑자기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는 이진이었다. 다시 한 번 허 부인의 얼굴이 빨개지고 이진은 부인부터 옷을 벗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도 스스로 옷을 벗어나갔다.
이윽고 부인이 고의만 남자 이진은 그녀를 불러 자신의 앞에 앉혔다.
“헉.........!”
벌써 성을 내어 까딱거리고 있는 이진의 하물을 보고 헛바람 빠지는 소리부터 내지른 그녀가 뒤로 나자빠졌다.
“너무, 너무 크옵니다. 도저히 못 하겠사옵니다.”
“이걸 밑으로 다 받아들인 사람이 당신인데 새삼스럽게 무슨 소리요?”
“그래도 소첩의 입으로는 다 ........”
“수용 가능하니 어서 해봅시다.”
몇 번이고 이진의 종용에 할 수 없이 자세를 취하고 물러나길 반복하던 그녀도 끝내는 ‘친정’을 들먹이는 이진의 말에 그의 대물을 입에 물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번째 한 번이 어렵지 한 번 난 길은 가기 쉬운 법이었다.
서투른 몸짓으로 어찌되었든 그녀가 그의 요구대로 어느 정도 만족을 시키자 이진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이 행위만으로도 밑이 축축이 젖지 않았소?”
“어머, 망측해라!”
이진의 말이 사실이라 더 펄쩍 뛰었는지도 모르는 허 부인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또 슬슬 발동을 걸어 아직 단 하나 시도해 보지 못한 체위의 실현을 위해 농간을 부리기 시작하는 이진이었다.
“이제 내 요구 사항 중 단 하나만 남았소.”
“다 들어드린 것이 아니옵니까?”
“딱 하나만 남았을 뿐이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이리와 보오. 몸으로 시현해 봅시다.”
“우선 말로........”
어쩌고 하는 그녀를 끌어다 또 다시 펠라치오를 시키는 이진이었다. 흥분감인지 사대부가의 딸로서의 수치심인지 아무튼 다시 한 번 빨개진 그녀의 남은 속옷가지 하나를 마저 벗긴 이진이 말했다.
“당신이 위에서 하는 것이오.”
“아이고, 망측스러워라!”
다시 한 번 펄쩍 뛰는 그녀를 누누이 설득시키고 ‘친정’이라는 말로 겁박해 기어이 자신의 의도대로 욕심을 채우고 마는 이진이었다.
친정을 가는 대가로 개방적인 여인이 다 된 허 부인마저 새벽부터 단장을 하는 새벽 인시 말. 수행원으로 지정받은 사람들 또한 모두 일어나 새벽부터 부산을 떨고 있었다. 이진 또한 마찬가지여서 금란의 시중을 받으며 머리를 감고, 수부수(양치질)와 소세를 마친 다음, 먼 길 떠날 옷차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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