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 회: 쪽박 or 대박? -- >
12
“황송한 일이오나 확증을 위해서는 군마마님의 혀를 보아야겠사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오.”
허준의 말에 이진이 허락하자 곧 두 시비가 바빠졌다.
금란과 옥란이 함께 달려들어 허 부인을 일으켜 앉혔다. 그런데 괴상한 일은 부인의 혀를 본다는 사람이 장지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허준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두 시비는 억지로 부인을 일으켜 문가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옥란이 품에서 은장도를 꺼내 장지문의 창호지에 작은 구멍을 내는 것이었다. 이어 부인이 그 앞으로 다가가 그 사이로 혀를 내미는 것이었다. 보나 안보나 밖에서는 허준이 부인의 혀를 창호지 하나 사이로 살펴보고 있을 것이다.
“허허........!”
기가 막혀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 이진이었다. 뜻밖의 웃음이었던지 ‘됐습니다!’ 소리를 들은 허 부인은 물론 두 시비조차 의아한 낯빛으로 이진을 돌아보았다.
여기서 이진이 더 무어라 말 하겠는가. 계속 이진이 헛웃음만 짓고 있자, 허 부인이 물었다.
“무엇이 잘못 되었사옵니까?”
“아니오. 좀 답답해서.”
“네?”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인데 무엇이 답답할 게 있겠는가. 더 길게 말해봐야 이해시킬 수도 없는 일인지라, 이진은 다시 방안으로 들어온 허준에게 물었다.
“병명이 뭐요?”
“예상한 대로 고뿔이옵니다. 곧 제가 탕제를 처방해 올리겠사오니 너무 근심치 마옵소서. 이를 드시고 사나흘 후면 쾌차하실 것이옵니다.”
현대에서도 감기 몸살에는 특효약이 없다. 다만 완화시킬 수 있을 뿐이지. 헌데도 첩재 몇 재로 고칠 수 있다니 편안한 사고들이었다. 그러나 이를 가지고 이들과 다툴 수도 없는 일. 이진은 곧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만 처방하면 ‘의약효과’라도 있을 것이니, 그나마 정신적인 위안이라도 받으라고, 그냥 내버려두기로 한 이진이었다. 곧 허준이 물러가고 이진도 부인에게 ‘조섭을 잘 하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자신의 거소로 돌아왔다.
그날 밤이었다.
보름달은 밝은데 혼자 불을 밝히고 있자니 많이 외로운 이진이었다. 현세에 두고 온 가족들이 보고픈 밤이기도 했다. 이에 이를 잊고자 이진이 밖을 향해 소리쳤다.
“금란이 계 있느냐?”
“네, 군마마님!”
“가서 주안상 하나 봐와라.”
“네~! 군 마마님!”
왠지 금란의 대답하는 목소리에는 신명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진이 잠시 더 서책을 읽고 있노라니 문이 사르르 열리며 붉게 상기된 금란이 주안상을 들고 들어왔다. 이를 못 본 척 하며 이진이 말했다.
“가까이 다가와 앉아라.”
“네, 군 마마님!”
살포시 고개를 떨군 금란이 가까이 다가앉자 이진이 명했다.
“한 잔 쳐봐라!”
“네, 군 마마님!”
이진의 명에 곧 금란의 파뿌리 같이 희고 가느다란 손이 옥병에 닿고 이진은 하얀 자기 잔을 들어 그녀가 따르는 술을 받았다. 곧 찰랑찰랑 넘실대는 다홍빛 홍주가 붉은 홍초 불빛을 받아 더욱 고와 보였다.
곧 한 입에 잔을 털어 넣은 이진이 잔을 금란에게 주며 말했다.
“너도 한 잔 받거라!”
“이런 법도는 없사옵니다. 군 마마님!”
“법도고 뭐고 상관 말고 오늘밤은 내 명에 철저히 따라야 할 게야.”
갑자기 사나워진 이진의 말투에 찔끔한 금란이 주저주저 잔을 받아들었다. 그런 금란을 보고 기꺼워진 이진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그러다 놓치겠다.”
이진의 말에 새삼 잔을 고쳐 잡은 금란이 고개를 푹 숙여 이진이 따르는 술잔을 받았다.
“단숨에 잔을 비우고 내라!”
“네~!”
돌아서서 마시긴 마시나 찔끔찔끔, 그러나 쉬지 않고 간신히 한 잔을 비우고는 얼른 면포로 잔을 훔쳐 다시 이진에게 내미는 금란이었다.
“아~! 해라!”
산적을 집어 들고 하는 이진의 말에 깜짝 놀란 금란의 동공이 커지거나 말거나 이진은 그녀의 입으로 막무가내로 안주를 접근시켰다.
어쩔 수 없이 황망히 받아 먹은 금란이 다시 한 잔을 술을 쳤다. 역시 가볍게 비운 이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안주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네, 네!”
급히 수저를 들어 잘게 찢은 계육 한 점을 집어, 한 손으로는 소매를 감싸고 잘게 떨리는 손끝으로 이진의 입에 넣어주는 금란이었다. 이 모양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가학적인 충동이 일며 그녀를 괴롭혀주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드는 이진이었다.
이것이 평소 숨겨두었던 내 성품인지 몸의 주인인 임해의 평소 성품인지는 몰라도 이진은 충동에 맡겨보기로 하고 음흉한 웃음으로 손수 술 한 잔을 따라 금란에게 권하며 말했다.
“부끄러움을 잊으라고 주는 술이다. 마시고 철저히 내 명에 따라야 할 것이야!”
“네, 마마님!”
두려운 눈길로 받아 돌아서서 찔끔찔끔 그녀가 술을 마시는 동안 이진은 대추 하나를 집어 들어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술잔을 내밀자 받아 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은 이진이 짓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안주다. 아~ 해라!”
“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려운 표정으로 두 눈을 질끈 감고 조그맣게 입을 벌리고 있는 금란이었다.
아무 말 없이 일찍이 손에 넣은 대추를 입에 문 이진이 그녀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접근시켰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툭툭 쳤다. 무슨 뜻인가 하여 살며시 눈을 뜬 금란이 깜짝 놀라 엉겁결에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귀여우면서도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진이었다. 곧 음충맞게 웃은 이진이 말했다.
“내가 물고 있는 대추를 안주로 반씩 나눠먹는 거야. 할 수 있지?”
“마마님, 그 그건.........”
오히려 엉겁결에 한 걸음 더 물러나 앉는 금란이었다.
“살면서 때로 이런 재미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너무 점잔만 떠니 아주 돌아버리겠다.”
평소와는 완전 다른 폭급한 이진의 말투에 아무래도 심상치 않음을 느낀 금란이 살며시 이를 사려 물고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진의 명대로 서서히 옥 같은 얼굴을 평소 사모하던 님의 곁으로 접근시켜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관계로 방향이 어긋나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는 줄은 자신도 몰랐다.
그때 무엇인가가 자신의 얼굴을 잡는다 싶은 순간, 깜짝 놀라 절로 벌어진 자신의 입술로 무엇인가가 불쑥 쳐들어왔다. 엉겁결에 이를 받아 문 그녀에게 뜨거운 입김과 콧김이 쏟아졌다.
황망 중에도 대추를 잘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긴 하나 차마 힘이 주어지지 않는 금란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대추가 통째로 자신의 입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성난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뭐 하는 게냐?”
“마마님........!”
금방 겁먹은 얼굴로 울상이 되는 금란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엄한명이 떨어졌다.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말고 당장 다 벗어라!”
“마마님........!”
정녕 겁먹은 얼굴로 울먹여보나 주인의 얼굴은 냉엄하기만 했다. 마치 절의 일주문을 들어서면 보게 되는 사천왕상의 악귀 같은 표정이라고 느끼는 금란이었다.
표정 변화 없이 여전히 노려보기만 하는 주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뒤돌아서서 천천히 자신의 옷가지를 벗어 가지런히 놓는 그녀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윽고 전라가 되어 한 손으로는 비부를, 한손으로는 전혀 다 가길 수 없는 가슴을 쓸어안았으나, 차마 뒤돌아설 용기가 나지 않는 금란이었다.
잘룩한 허리에 갑자기 팽창한 둔부에 살마저 오른 금란의 뒤태를 감상하던 이진은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키며 말했다.
“뒤돌아 봐라!”
한결 부드러운 말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쏟아질 것 같았으나 금란은 이를 악물고 천천히 돌아섰다.
“좋고, 좋도다!”
흥에 겨워 감탄을 터트린 이진의 명이 또 다시 급박하게 떨어졌다.
“가슴 위의 손을 떼어 보거라!”
주춤주춤 망설이던 손이 어느 순간 힘없이 떨어져나가니, 출렁 쏟아지듯이 드러나는 금란의 육봉이었다.
“아주 멋지다!”
찬탄을 거듭한 이진이 아주 흡족한 웃음으로 그녀를 불렀다.
“가까이 다가오너라.”
이미 각오가 섰지만 주춤주춤 다가서는 금란의 태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생각하며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출렁이는 그녀의 육봉을 가늘게 뜬 눈으로 감상하고 있는 이진이었다. 기어이 이진의 곁 술상 옆으로 가자 어느 순간 따라진 술잔이 불쑥 쪼그려 앉은 그녀의 앞으로 쳐들어왔다.
“아름다운 네 몸에 대한 상이다. 받아라!”
말이라도 이렇게 해주니 새삼 용기가 나, 비부를 가리고 있던 한 손마저 뗄까, 순간적인 충동이 드는 그녀였다.
차라리 서 있는 것보다 더 요염한 자태에 잠시 넋을 잃고 감상하던 자신의 주인이 다시 안주를 짚으러 간 사이 얼른 단숨에 입에 한 잔을 털어 넣고는 시침을 뚝 떼는 금란이었다. 이제 주인의 상찬을 받은 이상, 함께 즐겨보기로 작심을 한 금란의 태도는 더 할 수 없이 대담해졌다.
이번에는 조청을 바른 가래떡이 주인의 입에 물려져 있었다. 금란은 서슴없이 다가가 떡을 한 입에 물었다. ‘요것 봐라!’ 하는 주인의 눈이 아주 재미있게 보이는 금란이었다. 주인이 어떻게 하려는지 보려는지 성큼 한 입을 베어 물고 입술이 점점 자신의 입술과 가까워졌다.
금란도 망설이지 않고 성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그만큼 입술을 접근시켰다. 이렇게 한 입 한입 베어 먹다보니 어느덧 둘의 입술이 부딪칠 듯 가까워져 있었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 금란이 차마 마지막 것은 삼키지 못하고 있는데, 주인의 목울대가 아래 위로 움직였다 싶은 순간 떡과 함께 무엇이 밀고 들어왔다.
자신도 모르게 떡을 삼키고 주인의 혀를 맞았다 싶은 순간 주인은 자신의 뒷 머리채를 잡고 앞으로 끌어당겼다. 얼결에 주인의 품에 안긴 금란은 시종 그의 뜨거운 숨결과 안에서 노니는 설육의 희롱을 당해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육체도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금란은 자신도 모르게 비음을 흘리며 아랫도리마저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붕 떠 들려졌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자신은 한옆의 요 위에 단정히 누여 있는 것을 알았다.
주인의 뜨거운 숨결과 혀가 빠져나간다고 느낀 순간 살며시 눈을 뜨고 보니 주인은 악동 같은 미소를 짓고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두려운 마음에 두 눈을 꼭 감는 금란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기대감 또한 부풀었다.
“지금부터 눈 뜨기 없기.”
그가 깨어난 후로 처음으로 들어본다고 느끼는 철없는 소년의 말투가 자신만의 착각일까 생각하며 금란은 감았던 눈을 더욱 꼭 감았다.
“윽.......!”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란 신음을 뱉고 마는 금란이었다. 그것도 잠깐 ‘억......!’
금란은 더욱 억눌린 둔중한 신음을 뱉고 말았다.
무엇인가가 자신의 비소로 계속해서 파고들었던 것이다. 창피하면서도 야릇한 마음에 금란의 눈꺼풀이 들리려는 순간 때마침 주인의 명이 떨어졌다.
“눈을 떠도 좋다!”
주인의 명에 살며시 눈을 떠보니 주인은 옥병을 든 채 짓궂은 웃음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너와 내가 술을 마시며 함께 즐기는 것이다. 자, 시작하자. 이 옥병을 받아들고 네 스스로 네 가슴골에 천천히 붓는 거야. 그것도 내가 마시는 속도를 감안해 천천히 부어야 해. 알았지?”
주인의 황당한 제안에 금란의 얼굴이 모닥불을 뒤집어 쓴 양 붉어지며 화끈거렸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주인은 마치 시범을 보이기라도 하듯 자신의 가슴골에 조금을 부었다. 그리고 황급히 자신의 가슴에 엎드려 그것을 게걸스럽게 빨아먹기 시작했다.
“아..........!”
자신도 모르게 새된 비명을 지르며 몸이 움츠러드나 잠시 후에는 주인의 혀가 핥고 지나간 자리마다 묘한 흥분감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자, 시작하자!”
주인의 명이 떨어졌지만 차마 손만 뻗으며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놓인 옥병으로 손이 가지 않는 금란이었다.
“그래?”
그 모양에 주인의 눈이 희번뜩이는가 싶더니 불쑥 자신의 아랫도리 비소로 그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억!”
자신도 모르게 엉치를 빼며 두 다리를 오무려 보지만 주인의 손가락은 막무가내로 자신의 비소 안에서 노닐더니 무엇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그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더, 더러워요!”
자신도 모르게 새된 비명을 질러보지만 주인은 맛있다는 듯이 질겅질겅 씹으며 자신에게 물어왔다.
“너도 한 번 먹어 볼래?”
“어머! 정말 더럽다니까요?”
마치 벌레를 먹고 있는 주인이라도 본 양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주인은 막무가내였다. 여전히 맛이 있다고 쩝쩝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또 생각이 바뀌는 금란이었다.
‘정말, 저 사람이 내 주인일까?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자신의 내부에 넣었던 냄새나는 대추를 무슨 귀한 음식처럼 먹고 있지 않은가! 어머,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내 이 목숨이 날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저 주인은 무슨 수를 써도 보호해주어야지!’
알 수 없는 요상한 여심으로 물든 금란은 용기를 내어 천천히 자신의 골짜기에 옥루를 천천히 부어나갔다. 이를 한 방울이라고 놓칠세라 허겁지겁 들여 마시고 빠는 주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만!’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안주도 먹어야지!’라고 들었다 싶은 순간 자신의 유두가 덥석 주인의 입에 물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머!”
자신도 모르게 화들짝 놀아 새된 비명을 지르지만 주인의 달콤한 설육은 어느새 조청이 칠해진 유륜 주위를 맴돌며 자신을 어느덧 황홀경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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