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중식당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33화 (33/200)

제33화.

시청자 심사위원단은 놀란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듯이 입과 눈이 다 벌어져 있었다.

“지금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시청자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그대로 방송에 나가고 있을 텐데요...제가 인터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민규가 시청자 심사위원단 맨 앞줄에 있는 다섯 명 중에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여자에게 질문했다.

“지금 두 참가자의 요리를 다 맛봤는데요, 솔직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저도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이 프로그램 본방 사수했던 일인입니다. 이렇게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맛을 보면서도 믿기지 않습니다.”

“뭐가 말이죠?”

“조금 전 맛본 서인우 참가자의 요리가 연두부로 만든 걸 분명히 봤거든요.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더 믿을 수 없고 기가 막힙니다.”

“네, 정말 요리과정을 보지 못했더라면 도저히 재료를 알아내기 어려울 것 같긴 합니다.”

여자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맞아요. 시청자 여러분 이게 연두부라는 게 믿어지십니까?”

흥분한 어조로 서인우의 원쓰도우푸를 카메라에 잘 보이게 들어 보였다.

-저 여성 미각, 미모 모두 아주 뛰어나군.

‘미각은 알겠는데, 미모는 좀? 사부 스타일인가보네.’

-내 스타일 이라기보다 내 실력을 인정해주니까 이뻐 보인다고 해야 할까?

‘사부 스타일 맞나보네. 생각보다 눈은 낮구나.’

-어허. 난 세상 모든 사람을 다 착하고 예쁘게 보자는 주의로...

‘알았어. 내가 나중에 가게 열면 저런 스타일의 직원을 꼭 채용하도록 할게. 사부를 위해서.’

-아니, 나는 ...저기...

인우는 중식도의 당황하는 반응에 웃음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고 있었다.

“김원상 참가자의 요리는 어땠습니까?”

“칼칼하고 너무 시원합니다. 매콤하고 맛이 아주 강해요. 두 분의 요리 스타일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심사평 감사합니다. 그럼, 뒷줄 다른 분하고 또 인터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민규가 뒷줄 끝에 앉은 젊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두 참가자의 요리를 다 맛보셨나요?”

“네, 감사히 먹었습니다.”

“심사평 부탁드립니다.”

“김원상 참가자의 요리는 제가 지금껏 먹어 본 요리 중에 단연 최고였습니다. 해물이 주는 시원함에 자극적으로 벌겋지 않은 맑은 탕, 게다가 육즙이 터져 나오는 만두까지 완벽한 맛이었습니다.”

젊은 남자는 과하게 리액션을 해가며 말을 이었다.

“시원한 탕도 먹고 싶고, 든든하게 만두도 먹고 싶을 때 같이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됩니다.”

“감사합...”

“정말 김원상 씨는 타고난 능력자인 것 같습니다. 진정한 고수는 김원상 참가자입니다. 맛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전민규의 말을 자르며 젊은 남자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두 명의 참가자 중 한 사람에게 계속해서 너무 과한 평가를 하고 있었다.

조금 전부터 젊은 남자를 눈여겨보고 있던 박정원 심사위원이 질문했다.

“그럼 서인우 참가자의 요리는 어땠나요?”

젊은 남자는 또다시 앞줄에 서 있던 남자를 흘낏 쳐다보고는 헛기침을 두 번 하고 말을 이었다.

“서인우 참가자의 요리는 뛰어난 칼솜씨로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맛은 그냥 평범했습니다.”

-뭐래? 전 인간 이 뛰어난 칼솜씨로 칼침 한 번 맞고 싶은 거지?

인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의 변화 없이 이어지는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래요?”

박정원 심사위원을 비롯해 다른 시청자 심사위원 모두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말도 안 돼.”

시청자 심사위원단 쪽에서 누군가 혼잣말을 하는 게 들렸다.

“제가 워낙 자극적인 맛을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이건 다른 질문인데요, 시청자 심사위원단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습니까?”

젊은 남자가 순간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앞줄의 남자를 쳐다봤지만, 그 남자는 일부러 정면만 보고 있었다.

“당연히 사이트에 신청해서 뽑힌 거죠.”

“그렇죠? 그럼 신청 조건이 이 프로그램 모든 회차를 다 보는 거였으니까, 준준결승전에는 누가 탈락했었죠? 그리고 준결승전에서는 또 누가 탈락했었나요?”

“그건...보긴 봤는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매번 술을 마시면서 봐서.”

젊은 남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담당 피디 이명훈과 사회자 전민규도 무슨 일인지 당황한 듯 보였다.

시청자 심사위원단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이번에는 전문 심사위원단의 평가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전민규가 재치 있게 화제를 바꿨다.

“먼저 나영희 심사위원의 평가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맛을 느끼는 건 개인적인 차이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차이가 크네요. 우선 김원상 참가자의 요리는 사천탕 만둣국 정도 부르면 될까요?”

“그렇네요. 사천탕면에 면 대신 만두가 들어갔으까요.”

“중국 사람들이 아침에 많이 먹는 훈툰(馄饨) 이라는 얇은 피 만둣국이 있는데요, 김원상 참가자의 요리는 한국식 만둣국 같은 퓨전요리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카메라가 김원상의 요리를 가까이 비춰준 후 다시 나영희에게로 넘어갔다.

“서인우 참가자는 오늘 결승전 주제처럼 정말 필살기를 선보인 것 같습니다. 중식도를 얼마나 단련했는지 조금 전 보여준 요리로 확실히 알게 해주었으니까요. 맛 또한 아주 약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밸런스를 잘 맞춰 주었습니다.”

카메라가 서인우의 요리를 가까이 비췄다.

-내가 처음에 저 여자 무섭다고 했던 말 취소. 아주 똑똑해.

전민규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한 분만 더 심사평을 들어보고 전광판에 점수를 입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정원 심사위원의 평가를 들어보겠습니다.”

평상시와 달리 방송 내내 인상을 쓰고 있던 박정원이 한참 입술을 꾹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저, 박정원 심사위원님?”

“오늘 서인우 참가자는 짧은 시간에 손이 많이 가는 두 가지 요리를 완벽하게 해 보였습니다. 김원상 참가자 또한 사천탕과 만두, 이렇게 두 가지를 성공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두 참가자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말씀이시죠?”

“하지만...”

박정원이 고개를 살짝 가로 저었다.

“김원상 참가자의 요리는 차라리 따로 냈으면 완벽했을 것을 두 요리가 합해져 시원한 국물과 고기 육즙이 섞여 서로 맛이 치이는듯해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어떤 아쉬움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한마디로 과유불급(過猶不及), 아무래도 자신 있는 두 요리를 다 선보일 욕심에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어정쩡한 맛이 됐습니다.”

“아, 그렇군요. 보기에는 아주 맛있어 보이는데요. 두 가지 요리로 준비했으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김원상의 이마에 선명한 세로줄이 그어졌다.

살짝 아래로 떨군 눈동자 또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 있는 두 요리를 한 데 섞으면 우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잠시 기뻐했던 순간을 들켜버린 것 같았다.

‘오늘따라 화난 사람처럼 표정도 그렇고 나한테 뭐 기분 상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김원상은 조금 전 시청자 심사위원이 자신의 음식을 칭찬하자 박정원이 그의 자격을 의심하며 몰아세우던 게 떠올랐다.

‘분명 서인우 저놈하고 커넥션이 있는 거야. 사업에 눈이 멀어서... 이런 비양심적인 인간 같으니라고.’

점점 화가 올라온 김원상의 볼이 불그스레 변해갔다.

“이제 1분 후에 시청자 문자 투표를 마감하도록 하겠습니다. 1번 김원상 참가자와 2번 서인우 참가자, 둘 중 과연 누가 중화요리 최고의 고수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전민규가 말하는 사이에도 두 참가자의 전광판 숫자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시청자 문자 투표가 끝났습니다. 각 참가자의 이름 옆에 바로 숫자가 보이는데요.”

“우와.”

“아니, 이게….”

시청자 심사위원단의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역시 결승전이라 그런지 시청자 참여율 또한 엄청난데요. 우선 1위를 차지한 참가자의 시청자 득표수는 거의 백만에 육박합니다.”

화려한 조명이 김원상과 서인우를 감쌌다.

카메라 또한 두 명의 얼굴을 번갈아 비추며 긴장감을 형성했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최종 득표수 97만 5736표를 획득해 시청자 문자 투표 1위를 차지한 사람은 바로 김원상 참가자입니다. 축하합니다.”

음악 소리와 함께 조명이 김원상을 환하게 비췄다.

“서인우 참가자의 득표수는 또한 96만 4826표로 근소한 차이입니다. 시청자분들도 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김원상을 비추던 카메라가 그대로 옮겨가 서인우를 가까이 비췄다.

“지금부터 총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심사워원 점수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청자 심사위원단부터 순서대로 점수를 눌러 주시길 바랍니다.”

카메라가 전광판을 다시 한번 비춘 후, 시청자 심사위원의 얼굴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지금 전광판에 1번 김원상 참가자의 이름이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이제 바로 열 명의 시청자 심사위원이 각자 평가한 점수를 누를 것입니다.”

전광판에 1번 김원상 이름이 반짝거리더니 10개의 숫자가 주르륵 올라왔다.

9.8.10.7,8,9,7,10,8,10

“네, 김원상 참가자의 시청자 심사위원단 총점은 86점입니다. 그럼 바로 이어서 서인우 참가자의 점수를 공개하겠습니다. 방식은 같습니다.”

10,10,5,10,9,10,5,10,9,7

“네, 서인우 참가자의 시청자 심사위원단 총점은 85점입니다. 정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박정원이 전광판을 노려보고 있었다.

담당 피디 이명훈의 얼굴 또한 같이 어둡게 변해 있었다.

급기야 이명훈 담당 피디가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서인우의 점수가 너무 양극으로 나뉜 까닭인듯했다.

전민규가 서둘러 진행을 이어갔다.

“그럼 마지막으로 전문 심사위원의 점수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번과 똑같이 순서는 유경동 심사위원, 마영준 심사위원, 나영희 심사위원, 박정원 심사위원 순서입니다.”

전민규의 멘트가 끝나자 전광판에 1번 김원상이라는 이름이 반짝거리더니 그 옆으로 숫자가 떠올랐다.

9,10,9,7

“김원상 참가자의 총점은 35점입니다. 마영준 심사위원이 10점 만점을 줬네요, 반면에 박정원 심사위원이 제일 낮은 점수를 줬습니다.”

전민규가 김원상의 안색을 살짝 살피더니 심사위원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최고점을 준 마영준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먼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영준이 계속 인상을 쓰고 있던 박정원을 힐끗 쳐다보고는 바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오늘 김원상 참가자가 선보인 요리는 해물이 주는 시원함과 백탕의 깔끔함이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거기에 육즙 풍부한 만두 또한 간도 적당해 일품이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최저점을 준 박정원 심사위원의 평도 한번 청해서 듣겠습니다.”

박정원이 김원상을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더니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에 말했듯이 오늘 김원상 참가자의 요리는 해물과 배추에서 나오는 시원한 맛과 다진고기 속으로 만든 만두에서 나오는 육즙이 겉도는 요리였습니다.”

“아, 그렇군요.”

김원상이 조리대 밑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눈을 부릅떴다.

“그럼 마지막으로 서인우 참가자의 점수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유경동, 마영준, 나영희, 박정원 심사위원 순서입니다.”

전광판에 2번 서인우의 이름이 깜빡거렸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네 명 심사위원의 점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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