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아, 너, 너무…… 아!”
너무 빠르고, 너무 자극이 세다고 말하려던 그녀는 허리에 몰아치는 쾌감 때문에 헐떡이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자세도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쉴 새 없이 치대는 허릿짓 때문에 다리가 덜덜 떨려 왔다.
“자, 잠깐…… 하아!”
무슨 짐승이 교합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눈이 돌아가 급하게 할 건 아니라며 그를 멈추려고 해도 틈이 나지 않았다. 눈앞이 흐려지는 쾌락이, 방을 가득 채운 열락이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녀는 너무 오랫동안 본능을 누르고 살아온 남자가 눈이 돌아갔을 때 어떻게 사람을 몰아붙이는지 본의 아니게 알아 버린 기분이었다.
“아, 아항, 자, 잠시, 아흣…….”
방 가득 질척거리는 소리와 이베카의 흐느끼는 교성만이 울렸다. 그가 상체를 올려 세워 그녀의 다리를 잡아 어깨에 걸친 뒤, 더 깊게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헐떡이며 밭은 숨을 내뱉을 때마다 그는 그녀의 가슴을 쥐고 진득하게 애무했다.
“그, 그만……. 자, 잠시…….”
“못 멈추겠어.”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의 페니스가 버거우면서도 움직임 하나하나에 그녀의 안쪽이 전율하듯 조여들었다. 그녀는 그의 흐트러진 표정을 올려다보며 이상한 황홀감에 휩싸였다. 이 표정을, 이 얼굴을 아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어이없는 만족감…….
그녀가 헐떡이며 절정에 올랐을 때, 그 역시 낮은 신음을 내뱉으며 그녀의 안쪽에 사정했다. 꿈틀거리는 그의 페니스와 함께 허벅지 사이로 뜨거운 것이 주룩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하, 하아…….”
그는 그녀의 안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채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그, 그만 하라고 했는데…….”
“미안.”
별로 미안한 것 같지 않은 어조였다. 잠시 정적 속에서 두 사람의 헐떡이는 숨소리만 울렸다. 그녀의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을 핥아 주며 그가 속삭였다.
“제정신이 안 들어서.”
“……너무, 너무 거칠었는데…….”
그녀는 아직도 팽글팽글 도는 시야를 어쩌지 못하며 원망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귓가에 입을 맞추었다.
“다음번에는 정말로 네가 좋은지 계속 확인할게…….”
눈꺼풀이 무거웠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잘할게, 다음엔.”
그의 품에 기대어 잠이 드려는 찰나, 그가 그녀의 볼을 살짝 깨물었다.
“자지 마……. 이 순간이 아깝잖아.”
넓은 침실에서,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는 그녀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 이베카는 눈을 뜨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뭐라도 얘기해 주세요, 그럼.”
다시 정적이 찾아오면 사르르 눈이 감길 것 같아, 그녀는 칭얼거리듯 말했다. 다니엘은 난감한 듯 고민하면서도, 그녀를 깨워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뒤 다정하게 속삭였다.
“음……. 무슨 얘기?”
“아무거나.”
그녀는 무거운 눈을 깜빡거리며 대답했다.
“솔직한 얘기.”
“글쎄.”
그는 한참을 망설이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다가, 그녀의 눈꺼풀이 무겁게 떨어지자 낮게 말했다.
“선량하게 살고 싶어도 자꾸만 치밀어 오르는 계산을 멈출 수 없는 기분을 알아?”
“……피곤하겠네요.”
“환멸스럽지.”
다시 다정하게 돌아온 그의 목소리가 마치 자장가 같다는 말은 못하고, 이베카는 그의 품에 더 파고들었다.
“예상치 못한 실수로 조카가 죽었는데, 그래서 아셰에게 미안하고 내가 괴물 같은데 한편으로는 아메탄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럴 줄 알았다.
“네가 더 이상은 유능한 수사국 직원이 아니라며 슬퍼하는데, 네가 울고 기운 없어 하는 건 정말 싫은데 한편으로는 좋다는 계산이 그 즉시 돌아가.”
한 번 감긴 눈은 잘 떠지지 않았다.
“친한 동료들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어. 너를 필요로 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으면 좋겠어. 네 보랏빛 눈이 나만을 보고, 다른 곳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가 어떤 말을 해도 좋았다.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현실이었다.
“그 전쟁통에 너를 보낸 수사국 따위 버리고…… 네 웃음과 자유를 상징하는 네 동료들도 잊어버리고…… 여기서 나만 봤으면 좋겠어.”
잠이 달아나기는커녕, 온몸이 더 나른해졌다. 시야가 아득하게 캄캄해졌다.
마치 죽은 듯이 자던 그녀는 어깨에 느껴지는 숨결에 설핏 잠이 깼다. 다시 잠이 들려는데 가슴께에 간지러운 촉감이 스쳤다. 자신의 등 뒤에서 그녀를 안은 다니엘의 체온이 새삼 느껴져 그녀는 살짝 신음소리를 냈다.
한쪽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매만지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그녀의 여성을 문지르기 시작한 손길에 자신도 모르게 숨이 가빠졌다. 그리고 그녀의 척추를 따라 쏟아지는 입맞춤을 느꼈을 때에는 몸을 비틀며 잠이 완전히 깨고 말았다.
“……전하?”
“이름.”
“다니엘…….”
눈을 깜빡이자 창밖으로 새벽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잠들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는데 웃음기 섞인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림의 대가. 나 오래 기다렸어.”
그가 그녀의 몸을 누르다시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꼼짝할 수 없었다. 다리 사이에서 짜릿하게 열기가 퍼져 오르기 시작했다. 빌려 입었던 그의 옷은 이미 가슴 위까지 밀려 올라가 있었다.
그녀가 허리를 움찔할 때마다 그가 그녀의 이곳저곳을 조심스럽게 핥았다. 감질나게 유두를 얕게 건드리는 그의 느릿한 손길에 발이 저도 모르게 까딱거렸다.
“으읏…… 아. 흐윽.”
“조금만 더 벌려 봐.”
그가 속삭였다. 그녀가 정신이 없는지 그의 말을 듣지 않자, 그의 다리가 그녀의 발을 얽어 쉽게 틈을 만들어 냈다. 느릿하게 움직이던 그의 손가락이 단번에 빨라졌다. 정신없이 진동하는 손짓에 따라 그녀의 허리가 본능적으로 마구 움직였다.
“흐읏, 자, 잠깐만요.”
“음.”
순식간에 그녀를 둘러싼 체온과 손길이 사라지나 싶더니, 그대로 그녀의 몸을 돌려 두 발목을 잡고 침대 중앙까지 끌어냈다. 그녀는 그제야 몽롱한 눈을 떴다. 그는 그녀의 발목에 입을 맞추고 씩 웃었다. 이미 그의 푸른 눈이 욕망에 휩싸여 흐렸다.
“이제 다시.”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그의 혀가 그대로 그녀의 다리 사이로 다가와 깊게 핥기 시작했다. 이베카는 숨이 막혀서 교성을 지르지도 못했다.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좋은 감정이었다. 부끄러워서 그의 머리를 밀어내고 싶은데, 자꾸만 자신을 절정으로 몰아내는 쾌감이 짜릿해서 그녀는 침대 시트만 꼭 잡았다.
“하아, 아아……. 좋, 좋은 것 같아……. 조, 조금만 더…….”
“좋으면…….”
그의 양손에 잡힌 그녀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허리가 본능적으로 자꾸만 들썩거렸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목소리가 갈라져 신음 소리마저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왕비가 된다고 약속해 줘. 매일 밤 너와 이렇게 있을 수 있다면 이 빌어먹을 왕궁도 내겐 천국일 텐데.”
그녀가 한껏 몸을 꼬며 숨을 헐떡일 때, 그가 억지로 그녀의 손을 침대 시트에서 떼어 두 손목을 붙잡고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 그녀는 단단한 그의 나신을 마주하며 눈을 깜빡거렸다.
초점이 흐려진 푸른 눈도, 한껏 흐트러진 금빛 머리칼도, 애액 때문에 촉촉한 그의 입술도, 욕망을 가득 품은 표정도 모두 그녀를 다른 방식으로 흥분하게 하고 있었다.
그가 그대로 그녀의 안으로 자신의 성기를 밀어 넣었다. 자극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안쪽 속살이 새로운 쾌감을 온몸에 전달하기 시작했다. 움직임은 점차 더 거칠어지고, 자꾸만 더 깊이 들어오는 그 때문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골반을 들썩였다.
“너, 너무 좋아요……. 어떡해……. 잠시, 잠시만…….”
그 말에 그는 자신의 번들거리는 성기를 단숨에 빼더니, 그녀의 어깨를 들어 어렵지 않게 뒤집었다.
“엎드려 봐.”
“네?”
“네 등을 보고 싶어.”
그녀는 엉거주춤 팔을 들어 몸을 일으켰고, 그녀의 허리를 붙든 채 그가 단숨에 들어왔다. 또 다르게 느껴지는 감각에 그녀는 또 한번 헐떡이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더 자극은 깊었고, 그 역시 쾌감이 큰지 신음 소리를 흘렸다.
“왕비가 되어 줘.”
그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내가 명령하면, 충성심으로라도 따를 거야?”
낮은 목소리 사이로 그와 그녀의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애액이 질척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렸다.
“아무도 너를 사지로 몰지 않을 거야. 너는 여기서 안전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가 그녀의 가슴을 세게 쥐고, 목덜미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아래에서 오는 자극만으로도 머리가 하얘지는데, 상체에 뜨거운 숨결마저 느껴지니 온몸이 떨렸다.
“아무도 널 해칠 수 없고, 아무도 내 여자를 내게서 데려갈 수 없어.”
“아, 하아, 다니엘, 잠시…….”
“내가 모든 걸 다 해 줄게. 동료? 상사? 가족? 내가 다 되어 줄게. 그러니 나와 이렇게 지내자. 내가 항상, 이렇게, 계속, 언제나 기분 좋게 해 줄게. 응?”
“아읏, 자, 잠깐만요. 하읏…….”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았다. 온몸이 욱신거릴 정도로 좋았지만,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어 답답했다. 그녀의 귓바퀴를 핥고, 귀 뒤에 짧게 입 맞추며 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 침실이 지겨우면, 너를 처음 본 알현실에서 햇빛을 받으며. 알현실이 부끄러우면 내 서재에서 온갖 책들에 둘러싸여서. 서재마저 지겨워지면 아까의 끔찍했던 연무장 안에서라도. 네가 미치도록 예뻤던 아메니티의 길거리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 모든 것이 익숙해지면 왕궁을 바꿀게. 네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되는 센 자극에 번쩍하는 빛이 시야에 작열했다. 그녀가 참지 못하고 교성을 지르자, 그가 숨을 헐떡이며 사정하고 그녀의 몸 위로 쓰러졌다. 그에게 입 맞추고 싶었는데, 그는 그녀의 등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이베카는 그가 자신에게 표정을 보여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마도 그의 단정하지 못한 표정을, 대답하지 않는 상대를 향해 뿜어낼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소유욕을 들키면 섬뜩해 할까 봐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