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조금 더, 조금 더. 그는 혀를 더 밀어 넣어 휘저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의 악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이미 닫힌 문에 등을 맞대게 되었다.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그녀의 혀가 귀엽고 또 흥분되었다. 온몸이 끓어오를 듯 좋은데, 좋은 것 이상의 더 커다란 욕망이 그를 덮쳐 왔다.
그녀의 입술을 한참이나 탐하다가,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옷자락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부드러운 살결이 그대로 그의 손에 감기자 그는 참을 수 없어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의 단추를 푸르기 시작했다. 툭, 하고 그의 셔츠가 바닥에 떨어지고, 그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의 옷을 벗겼다.
그는 그대로 그녀를 안아서 침대에 쓰러트린 뒤 가슴을 입에 물었다. 그녀의 유두를 혀로 물고, 다른 쪽 가슴을 부드럽게 매만지자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으읏…… 자, 잠시만.”
이베카가 몸을 비틀기 시작하자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다가, 어깻죽지를 꽉 잡았다. 그녀의 몸을 단단히 잡은 그가 다시 그녀의 입술에 소리 내어 입을 맞추고, 귀를 물며 속삭였다.
“이번에도 솔직하게, 좋으면 좋다고.”
“네…… 아…….”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
“저, 전하는요?”
그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동그란 귓불을 핥다가 쇄골에 입 맞추고 다시 가슴을 손에 쥐었다. 이렇게 좋은 감촉이라니. 단단하게 선 유두를 두 손가락으로 매만지는 그의 손길이 다급했다.
“아, 아으…… 아…… 근데, 근데 부끄러워요.”
이베카는 헐떡이며 속삭였다. 다니엘은 그녀의 가슴골에 깊숙하게 입을 맞췄다. 하시면 된다고 담담하게 말하며 다리를 벌리던 호기로운 모습과는 반대로, 부끄러워서 온몸을 비틀고 있다. 그 움직임이 사랑스러워 그는 살짝 웃었다.
그러나 그녀가 귀여운 건 귀여운 것이고, 단단하게 선 그의 남성은 한참 전부터 다른 것을 욕망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엉덩이를 손에 쥔 채 그녀의 유두를 입에 물었다. 입술로 잘근잘근 자극할 때마다 그녀의 신음 소리가 더 커졌다. 이미 축축해진 그녀의 다리 사이로 그의 손이 천천히 미끄러졌다.
“아, 자, 잠시…… 아…… 아읏…….”
“좋잖아. 응?”
그는 그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데에 능숙했지만, 정작 그녀의 숨겨진 속마음을 이미 눈치챘다는 것을 숨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칭얼거리듯 숨을 헐떡이는 그녀를 달래 가며 그가 엄지손가락으로 작은 돌기를 살짝 쓸었다. 그녀가 흠칫하며 몸을 떨었고, 그는 그 몸짓이 사랑스러워 한 번 더 유두를 꽉 물었다.
그녀의 잇새로 비명소리가 흘러나오기 전에, 그는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음핵을 세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허리가 제멋대로 튕겨 오르기 시작했다. 자꾸만 그녀가 다리를 오므려서, 그는 한쪽 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고정해야만 했다.
“아흑, 이, 이상해요, 응? 아, 그만…… 아, 흐읏…….”
“좋다고 말해 줘요. 이렇게 젖었는데.”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젖은 입구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녀가 또 한 번 경기하듯 몸을 뒤틀었다. 좁고 축축한 안의 근육이 그의 손가락을 집어 삼킬 듯 수축했다. 애액과 손가락이 마찰하며 질척거리는 소리를 냈고, 이베카의 신음 소리가 더 거칠어졌다. 그녀가 다리를 다시 오므리려고 하자, 그가 아예 허벅지 사이에 입을 맞추었다.
“아앗! 흐으읏…….”
허벅지 깊은 안쪽에서 뜨거운 혀가 원을 그리고, 음핵은 계속 자극되고, 몸 깊숙이 왕복하는 두 개의 손가락은 점점 더 거칠어져서 이베카는 결국 몸을 들썩이다가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다니엘은 쉬어 버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빨리. 이 모든 쾌락은 내 것이라고, 좋아 죽겠다고 말해 줘요.”
“……흐읏, 아아. 조, 좋아…… 요. 그, 근데 왜…….”
“그, 게…… 내게 가장 중요한 거라서.”
이베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단숨에 그녀의 안에 자신의 남성을 밀어 넣었다. 그녀가 비명을 참는 것이 느껴졌다. 두 체온이 그대로 맞닿았다. 그는 그녀의 입술에 간신히 입을 맞췄다.
그의 침대에서, 그의 아내가 달뜬 눈으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입에서 욕설이 비어져 나올 만큼 미치도록 좋았다. 그녀는 침대 시트를 꼭 붙잡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조이고 있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속살이 짜릿해서 그녀의 아픔을 배려해 줄 여유조차 잃을 뻔했다. 그의 남성은 이미 날뛰고 싶어서 화끈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고,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붙든 뒤 조심스럽게 왕복 운동을 시작했다. 그녀가 얕은 숨을 뱉어내며 신음 소리를 흘렸다. 그의 쇄골에 느껴지는 그 따스한 숨이 그를 더 미치게 했다.
벗어났다가 다시 밀어붙이는 순간마다 아찔한 쾌감이 쌓이고, 움직임은 거칠어져 점차 그들의 몸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도, 입술에서 비어져 나오는 신음도, 왈칵왈칵 쏟아져 나오는 애액도 사랑스러웠다.
“하앗, 으으응…….”
그녀를 안고 있다. 그 정신적 쾌락만 해도 그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드디어 이 침실에서 그녀를 ‘또 다시’ 안았다.
자신의 것이 된 왕궁, 호위무사조차도 들어오지 않는 은밀한 침실에서 그녀를 유인하듯 가둔 채로 그는 거칠게 그녀와 교접하고 있었다. 그녀가 없는 동안, 아니 그녀가 없기 때문에 몇 번이나 상상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본능적인 욕구였다. 오늘 그녀를 본 순간부터 온몸에 화끈거리며 돌던 그의 욕망 그 자체였다.
그녀의 따뜻한 속살이 왕복하는 성기를 부드럽게 감싸며 붙을 때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을 멈추는 마법은 없을까, 사람의 정신을 미혹하는 마법은 없을까, 아메탄이고 뭐고 다 멈추고 이대로 그녀를 안은 채 세상을 끝낼 수 있는 마법은 없을까.
그때, 그녀의 입술 사이로 속삭임이 비어져 나왔다.
“하아, 하아…… 너, 너무, 조, 좋은 것 같아요…….”
그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의 두 발목을 끌어올려 한 손으로 잡았다. 질척이는 소리 사이로 그의 성기가 끝까지 빠져나왔다가, 그대로 그녀 안에 느릿하게 들어갔다. 이전보다 더 깊이 들어간 움직임에 그녀가 할딱거렸다. 이렇게 미칠 듯이 사람을 조이면서, 저렇게 칭얼거리는 표정이라니.
왕비궁에서는 그렇게 세상의 쾌락엔 무심한 얼굴로 자신의 할 일에 골몰해 있는 느낌이었던 그녀가 지금은 그의 아래에서 지나치게 색정적인 얼굴으로 신음을 흘리고 있다. 그 괴리감에 그는 참을 수 없어 빠르게 그녀를 몰아붙였다.
그녀의 얇은 두 발목을 아무렇게나 그의 어깨에 걸치고, 허리를 두 손으로 잡아 그대로 이성을 잃은 채 그의 성기에 달라붙는 그녀의 속살을 본능대로 짓이겼다.
“아, 아앗…… 아아앗!”
그는 한 번 크게 숨을 몰아쉬고,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희열을 느끼며 그대로 그녀의 작은 몸 위로 쓰러졌다. 끌어안은 몸이 함께 떨렸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에 정신없이 입을 맞췄다.
정사가 끝난 뒤 울컥거리며 쏟아지는 그의 정액을 받아내고도 그를 감싸고 있는 그녀의 안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은 그녀의 벌게진 뺨을 살짝 물고, 코에 입을 맞추고, 마지막으로 눈가에 고여 있는 눈물을 핥아 주었다.
“아, 아으읏…….”
덜덜 떨리는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고, 그는 속삭였다.
“자고 가요.”
이베카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눈꺼풀이 무거워 시야가 흐릿했다.
“절대로 나 혼자 두고 가지 말고, 여기서 계속. 응?”
이상하게 간절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의 체온이 그녀를 다시 덮치고, 밤이 내려앉았다.
목이 말라서 깬 그녀는 허리를 감싸고 있는 다니엘의 팔을 걷어내고, 그에 절반쯤 뜨인 다니엘의 눈을 보며 ‘물 좀 마실게요.’라고 속삭인 뒤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흐린 눈으로 책상에 놓인 물병에서 물을 따라 마신 그녀는 문득 느껴지는 이질감에 눈을 번쩍 떴다.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상에서 미묘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이베카는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다니엘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물컵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책들 사이에 꼽힌 카드 하나를 뽑아냈다.
무엇이든 각을 맞춰 정렬되어 있는 이곳에 기묘한 사선으로 꽂힌 카드. 분명 자주 꺼내어 보는 것이 틀림없었다. 망설임 없이 펼쳐든 카드에 동글동글한 글씨가 박혀 있었다. 낯선 필체의 메시지는 짧았다.
[생일 축하해요, 다니엘. 오늘 행복했기를. ? E. J.]
이베카는 숨을 멈추고 다시 카드를 접어 정확한 각도로 본디 있던 자리에 다시 꽂아 두었다.
‘과거에 아끼던 여자가 계셔.’
거짓말같이 안리크의 말이 떠올랐다.
‘심지어는 예전에 사라진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녀를 찾고 계시지.’
그녀는 생각에 잠긴 눈으로 걸어 다시 그의 침대에 누웠다. 그녀의 체온을 눈치챈 다니엘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의 평온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면서도 잠은 오지 않았다.
‘넌 그저 이용당하기 위해 허울뿐인 왕비가 되는 거야.’
늘 품에 안고 다니는 펜을 선물한 사람. 생일을 축하한다며 그의 이름을 직접 부른 사람. 안리크의 말대로 사라졌으나 그녀의 흔적을 간직할 만큼 여전히 잊지 못하는 사람. 어쩌면…… 어쩌면 그가 예전에 이렇게 꼭 안고 잠들었을지도 모르는 사람.
그녀를 끌어안는 그의 손길에도 그녀는 뻣뻣하게 누워 등을 돌렸다. 전혀 상관없다고 말한 건 그녀인데, 어차피 정략혼이고 서로 원하는 것이 있어 얽힌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안아 주고 몸을 섞는 것도 결국엔 후계를 빠르게 잇기 위해서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