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그의 숨결이 아랫배에서 멈추었을 때, 이베카는 헐떡이며 그의 어깨를 짚었다.
“잠시, 잠시만요…… 으…… 기분이, 기분이…….”
그녀의 밑에서,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간신히 마주한 푸른 눈이 깊게 잠겨 있었다.
그의 악력이라면 충분히 그녀의 허벅지를 벌리고도 남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부드럽게 허벅지를 쓸어오는 손길을 멈추지 않고만 있었다. 그가 그녀의 아랫배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
“기분이 나빠요?”
“이, 이상해서…….”
“그럼 안 멈춰요.”
그의 손이 그대로 다리 사이에 미끄러졌다. 잔뜩 젖어 있는 것을 확인한 그의 얼굴에 이제는 숨길 수 없는 선연한 욕망이 드러났다. 빠듯한 그녀의 다리 사이로 가볍게 진입한 손가락 하나가 부드럽게 그녀의 음핵을 쓸었다.
“아!”
쨍 하고 울리는 감각에 그녀가 살짝 다리를 벌리자 허벅지의 여린 살을 입술로 물어 올라가던 그의 혀가 다리 사이로 집요하게 들어왔다.
“아읏, 아…… 아아…….”
숨이 턱 하고 막혀, 이베카는 자신도 모르게 도리질을 했다. 뜨겁고 부드러운 혀가 쾌락의 중심을 아득하게 애무했다. 허리를 타고 올라오는 감각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짚었다.
“아, 안 돼…… 아, 흑! 안 돼요!”
“좋잖아……. 왜 그래요.”
그가 그녀를 달래듯이 속삭였다. 그녀는 허리를 들썩이면서 절정에 오르기 전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좋으면…… 좋으면 안 돼요.”
어느새 눈가가 젖어 있었다. 이베카는 책에 서술되어 있지 않은 이 일련의 과정이 ‘그렇게 좋다는 그 짓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헐떡이며 반쯤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좋으면…… 나중에 어머니…… 어머니 같아질……지도…….”
“……좋은 거예요.”
그가 부드럽게 그녀의 둔덕에 입을 맞추며 어린애를 대하듯이 인내심 있게 달랬다.
“좋아야 하는 거고.”
“아, 아이…… 아이만 낳으면 되잖아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그가 다시 그녀의 안쪽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허벅지 깊은 곳을 쓸고 혀끝은 깊게 갈라진 곳의 중심을 원을 그리며 핥았다. 이베카는 자신이 최후로 반항했던 그 선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았다.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속수무책인 쾌감이었다.
뜨거운 혀가 그녀의 다리 사이를 부드럽지만 적나라하게 헤집고, 그녀가 헐떡이며 허리를 비틀었다. 결국 눈앞이 하얘질 정도로 절정에 오른 그녀가 비명이 새어져 나오는 제 입을 틀어막았다.
“으…… 흡!”
그새 그의 두 손은 활짝 벌어진 그녀의 허벅지를 붙들고 있었다. 어느새 잠겨 버린 낮은 목소리로 그가 보채듯 물었다.
“열어 줄 거잖아……. 그렇지?”
“아, 흐으…….”
차분하던 왕비의 침실에 어느새 그녀의 신음 소리와 혀가 내는 마찰음이 가득 찼다. 상체를 들썩이다가 결국 녹초가 되어 축 늘어진 그녀의 질 안으로 부드럽게 손가락이 들어왔다. 이제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자극은 더 세졌고, 그녀는 끔찍할 정도의 황홀경에 결국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말았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반짝이는 금발에 땀이 배어 있었다.
“약속했잖아……. 좋으면 좋다고 말하기로.”
“아으으…….”
“좋아요?”
“……제, 제발…… 으흐응…….”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그녀의 몸이 더 큰 자극을 찾아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베카는 자신의 움직임에 위화감을 느꼈다. 모든 것이 처음 느껴보는 쾌락 같은데, 마치 몸은 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듯이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좋은데…… 좋다고 말해 봐요. 응?”
시트가 푹 젖을 만큼 애액이 흘러넘치는 것도, 그의 손길에 허리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도 부끄러웠다. 손가락이 그녀의 안쪽에서 강하게 움직이며 빠듯한 길을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손가락은 점차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어 그녀의 시야를 캄캄하게 만들었다.
“아으…… 으읏!”
“말해 줘.”
“아…….”
“솔직하게…….”
온몸이 덜덜 떨리는 쾌감이었다. 눈을 떠도 사물이 선명하게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벌을 준다는 듯이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고 나서 단숨에 그녀의 위에 다시 올라탔다.
낮게 갈라진 목소리가 다시 귀에 속삭였다.
“이베카, 얼른.”
단정하고 신사적이던 낮의 국왕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내 눈 좀 봐.”
그녀는 간신히 젖은 눈을 떠서 그의 웃음기 없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꾹 다문 붉은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나, 참기 힘들어. 제발.”
“……조, 조, 좋아…… 아아아!”
그녀의 목 깊숙이 입술을 묻은 그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리 사이로 그의 성기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손가락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거대한 선단이 들어서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아으, 흑, 아, 아파, 아픈 것 가…… 같아……. 아흑! 아, 아파요! 아, 아흐…….”
“미안해요.”
그가 그녀의 쇄골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아파도 이제…… 못 멈출 것 같아.”
“아아!”
“괜찮아…… 힘 빼요…….”
단숨에 그녀의 안쪽으로 끝까지 밀어 넣은 그가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신음을 삼키며 그의 움직임을 따라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였다. 교성을 참고 온몸을 휘어 감는 쾌감을 꾹꾹 눌러봐도 애액을 왈칵왈칵 쏟고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쾌락이 넘실거렸다. 이 모든 것이 낯설지 않다는 이상한 위화감을 생각할 정신도 없었다.
“아흐! 으…….”
“하.”
살짝 한숨을 뱉어 낸 그가 허릿짓을 시작했다. 단단하게 물려 서로가 빠듯한 성기가 적나라하게 왕복했다. 움직임 사이로 질척이는 애액이 야릇한 소리를 냈다.
“봐, 응? 눈 좀 뜨고 봐…….”
그가 정신없이 허리를 움직이며, 그녀의 귓불과 흰 목덜미, 팔 안쪽의 여린 살에 연달아 입을 맞추었다.
“우리가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이베카는 눈앞이 점멸할 정도로 아찔한 쾌락 속에서 입술만 달싹거렸다. 온몸을 감싸는 열락에 빠져 정신을 놓아 버릴 것 같았다.
그의 속삭임이 질척이는 교합의 소리에 섞여 들었다.
“절대로 잊으면 안 돼…….”
그녀는 절정에 올라 그의 팔을 붙들고 결국엔 교성을 질렀다. 그는 그녀의 입이라도 마를까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을 핥아 주었다.
이런 것이 정사일 줄 알았더라면 이베카는 그토록 쉽게 ‘하시면 돼요’라며 침대에 누워 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연달아 두 번이나 일을 치른 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며 그에게 안겨 있었다. 그래도 수사국 출신이라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녹초가 되어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
다정한 눈을 한 다니엘은 그녀를 안은 채 머리카락을 넘겨 주고 있었다. 이베카는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이토록 이 남자가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끊임없이 좋으냐고 속삭이는 질문들이, 끝까지 그녀를 배려하는 따뜻한 손길이 내심 좋았다. 그녀의 기분을 계속해서 누군가가 배려해 준다는 일이 그녀에게는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
“또 하고 싶을 만큼 좋았어야 하는데…….”
“……좋았어요. 이러면 안 된다 싶을 만큼.”
“어머니 때문에 그래요?”
“…….”
“그건 옛날 가족 일이고.”
다니엘이 그녀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새로운 가족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야지.”
이베카는 가만히 그의 가슴에 기대어 쿵쿵 뛰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 ‘새로운 가족’이라는 말에 이상하게 설레는 마음이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가족들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아무도 그녀에게 가족이라고 말해 주지 않았다. 그 집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았던 안리크마저도 그녀가 가족이 되어 달라고 했을 때 차갑게 돌아서 버렸는데.
어쩌면 그녀는 안리크가 좋았던 것이 아니라, 그렇게라도 매달릴 사람이 그뿐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우리, 이제 가족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그녀에게 놀랄 만큼 황홀한 쾌락을 주고 원하던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멍하니 청아할 정도로 곱상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까 욕정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애걸하면서 달려들던 묘한 분위기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조화가 완벽한 아름다운 얼굴에 어울리는 금발은 마치 해처럼 빛났다.
몇 번이고 저주했던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과는 전혀 다른 찬란함에 그녀는 마치 홀릴 것 같았다. 그 자체로만도 유일한 왕족임을 증명하는, 아메탄에서 가장 귀한 핏줄의 상징.
그와 가족이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결혼을 했다는 아주 간단한 계기만으로.
“그래서, 제가 법무국에서 할 일은 무엇인가요?”
이베카는 속삭이듯 결혼의 이유를 물었다.
가족, 가족이라는 말. 그녀는 이상하게 가슴이 울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진짜 피가 섞인 자매들이나 어머니에게도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붕 뜰 정도로 설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도 이렇게 좋았을까? 아이가 생길 때까지, 이제 이런 걸 거의 매일 밤 하면 되는 건가? 그러다 아이가 생기면…… 정말로 떳떳한 가족이 되는 것일까.
정말로 이렇게 가만히만 있어도 반짝이는 멋진 남자와 가족으로 엮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정말로 그와 가족이 되려면, 얼른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할 것 같아 초조했다.
“아까 말했는데요. 여행은 가지 못하더라도 특별 휴가 기간이지 않습니까. 휴가를 내놓고 출근할 생각은 아니겠지요?”
“어…… 그럼…….”
“낮에는 궁의 생활을 익히셔야 할 겁니다. 아무리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 해도 궁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녁 즈음에는 우리 둘 다 시간이 날 테니까.”
다니엘은 다정하게 결혼의 일상을 말했다.
“보러 올게요.”
처음 들어보는 상냥한 약속의 말에 그녀의 가슴이 이상하게 죄어들었다. 오랫동안 가져왔던 결핍에 딱 맞는 달콤한 말들이 너무 멋진 남자에게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기억에 있어 이렇게 외롭지 않은 밤은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식상하지만 정말로 마법과도 같은 첫날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