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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클리어 공식-68화 (50/201)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68화 수색 (1)

시후는 전방에 창을 겨누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건 남궁천 또한 마찬가지였으나,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시후를 주변으로 원형을 그리며 걷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남궁천이 서서히 거리를 좁혀옴에 따라, 시후도 미끄러지듯 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손아귀에 힘을 꽉 쥐는 순간, 하늘에서 떨어지는 깃털이 둘을 말리듯 그 사이로 떨어졌다.

시후는 잠시 멈칫거렸고, 그건 남궁천 또한 마찬가지였다.

“또 전서구인가.”

남궁천은 검을 늘어트린 채 앞으로 다가와, 떨어지는 깃털을 낚아채며 뒤편을 돌아봤다.

이미 전서구는 불이각(佛耳閣)으로 들어간 지 오래였다.

“오늘은 좀 많네요. 벌써 세 마리라니.”

중원 각지에서 의심 가는 지역이 있다는 연락이 속속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야 다들 전서구가 날아들기 무섭게 허겁지겁 불이각(佛耳閣)으로 달려갔지만, 하루에도 대여섯 번은 날아들기에 다들 무관심해졌다.

시후는 다시 창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남궁천을 늘어트린 검을 검집 안으로 찔러 넣었다.

“그만하지. 차 아우는 아직 멀쩡할지 몰라도, 나는 이미 내공이 바닥이라네.”

엄살 섞인 그의 말에 시후는 창을 등 뒤로 매었다.

소림에 온 뒤로 그와 손을 섞는 게 일상이 되었다.

전적은 5전 5무.

단 한 번도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전심전력을 다 한다면 어찌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결과보단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걸 얻느냐가 중요했다.

“열 번째 합까지는 제가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비연창대였나? 그 초식 이후로 손해를 크게 봤죠?”

“비연창세(飛燕敞勢)네. 차 아우 말대로 그때 상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내가 안으로 파고들 기회를 붙잡을 수 있었지.”

“그때 교천영신(喬遷影迅)을 펼치는 선택이 잘못된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차라리 월령일주로 대응하는 게 나았을까요?”

“그 두 가지보다는 월선일도가 더 나았을 테지. 하지만, 그랬다면 난 다음 수에······.”

두 사람은 소림 삼십육 방을 나서며 방금 치렀던 비무를 복기했다.

실질적으로 이 시간이 시후에겐 가장 유익한 시간이었다.

남궁천은 힘 대 힘의 싸움이 아닌, 항상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가를 알려 주었다.

남궁천은 좋은 선생이었고, 시후 역시 좋은 학생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막 계지원(戒持院)을 지나는 찰나, 경내에 범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반적으로 종을 치는 시간이 아니었다.

시후는 혹시라도 남궁천이 아는지 싶어 바라봤지만, 그조차도 모르는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의미가 있어 주변을 살피는 사이,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소림사 내에서 경공을 펼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주 급한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극히 드문 경우인 듯했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동시에 달려나갔다.

익숙한 얼굴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그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도착한 정론각에는 이미 절반 이상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제갈려도 있었기에 슬쩍 옆으로 다가갔다.

“근처에 있었어?”

“아니,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어.”

“뭐 때문에?”

“곤륜의 태청검진과 공동의 삼절검진 중 어느 쪽이 원류에 가깝냐는 시비가 붙는 바람에, 상관관계에 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

초췌해 보이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의 좌우에는 곤륜과 공동의 인물이 눈에 불꽃을 튀기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쓸데없는 신경전도 잠깐이었다.

짧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모두 다 모였는지, 정진 대사가 손뼉을 가볍게 쳤다.

“사설이 길 필요는 없겠지요. 그들의 분타로 의심되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는 곧 좌측에 있는 비걸개와 추나행을 바라봤다.

개방에서 위치가 비슷한 두 사람이었지만, 대외적으로 나서서 입을 여는 건 언제나 비걸개였다.

“남창이오.”

* * *

남창은 시작에 불과했다.

감숙, 귀주, 복건, 산서······. 놈들이 없는 곳은 없었다.

개방과 하오문은 앞다투어 정보를 물어왔고, 놈들이 숨어 있지 않은 성을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었다.

“아직 발견 못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없는 것인지 모르겠군.”

남궁천이 멀리 서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배교의 흔적이 연이어 드러나는 가운데, 안휘는 놈들이 발견되지 않은 성 중 하나가 되었다.

그렇기에 불안할 것이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게 아닐까.

숨어 있다면 어디에 숨어 있을까.

남궁천은 자기 자신에게 계속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민보다 좀 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할 때였다.

“곧 막간산(莫干山)입니다.”

길 안내를 맡은 개방의 일결 제자 궁혁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간장과 막야.

전설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두 보검이 만들어진 곳.

그 막간산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절강에는 중소 문파는 많았음에도 아직 거대 문파라 부를 만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중소 문파에 이번 일을 맡기기엔 다소 꺼려졌기에, 그나마 여유가 있는 남궁세가에서 절강까지 맡기로 했다.

“설명해 드렸다시피, 배교의 사자(使者)가 접촉했지만 실제로 배교에 몸을 담고 있는지는 아직 확신이 없습니다. 다만, 그 후로 걸리는 게 너무 없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말이죠.”

과거를 뒤쫓는 건 어렵다.

그 신분이 비천하다면 더욱.

하지만, 광서 남가장에서 눈맞아 도망친 두 노비의 행적이 이리도 명확하게 남아 있다면?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을 말없이 산을 오르던 시후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거렸다.

“누가 내 욕을 하는 건가? 왜 이리 귀가 간지럽지?”

“하하, 얼굴도 안 보고 지나쳤으니, 미아가 차 아우의 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

“그것도 아니면, 제갈려 고 계집애겠죠.”

시후는 허리춤에 자리 잡은 절세의 보검, 청홍검을 팡팡 두들기며 말했다.

제갈려에게 협박과 억지를 부리며 강탈하다시피 한 검이었다.

어차피 제갈려는 불이각에서 소림을 돕고 있을 테니, 밖을 나돌아다니는 시후가 사용하는 게 옳은 판단일 것이었다.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사이, 일행은 막간산 기슭에 다다랐다.

산에선 쇠 두들기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덕분에 잠시 무강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길을 안내하는 개방의 제자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인도했다.

개방 제자와 창의검대 다섯을 아래에 둔 채, 시후는 남궁천과 함께 소리가 나는 곳으로 올라갔다.

시야가 트인 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쇠를 식히는 남편과 그 옆에서 땀을 닦아 주는 부인의 모습이 보였다.

남궁천은 한참이나 지켜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금실 좋은 부부처럼 보이는군.”

남궁천이 잠시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시후는 속으로 혀를 차며 무음필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남궁천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느껴졌지만, 그는 곧 부부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바닥에 놓인 검을 주워 들곤, 부인과 함께 허겁지겁 위로 달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남궁천은 영문도 모른 채, 복면을 뒤집어쓰는 시후를 흘겨보곤 따라서 복면을 뒤집어썼다.

그리곤 달려오는 부부를 막기 위해 그들의 앞으로 달려갔다.

남자는 갑자기 튀어나온 남궁천의 등장에 깜짝 놀라 검을 휘둘렀지만, 휘두르는 모양새는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남궁천은 단 일수에 검을 튕겨 내며 남자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남자는 벌벌 떨면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가진 거라곤 쇠붙이밖에 없습니다!”

남자는 얼음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몸을 벌벌 떨었다.

연기라면 길거리 경극 배우들은 모조리 혀를 깨물고 죽어야 할 정도로 뛰어났다.

찰나지만, 남궁천의 시선이 얕게 흔들릴 정도로 말이다.

그 낌새를 눈치챈 남자는 곧바로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처박고 손을 파리처럼 비벼 댔다.

남궁천이 긴가민가한 사이, 저 아래서 창의검대가 다가왔다.

악역이 준비되었으니, 저들이 나설 때였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시후가 판을 뒤엎었다.

남궁천은 갑작스러운 시후의 돌발 행동에 눈을 좌우로 굴렸다.

시후는 그런 바닥에 엎드려 있는 부부를 바라보며 무음필대를 다시금 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움찔거렸다.

남궁천이 그 반응을 놓칠 리 만무했다.

그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시후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시선을 보냈다.

“이 녀석의 소리를 들었겠죠.”

시후는 손에 들린 무음필대를 툭툭 건드렸다.

두 부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남궁천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황궁에서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했나 싶었지만, 그때의 남궁세가는 제정신이 아니었을 테니 모르는 게 맞을 것이다.

곧 창의검대와 개방의 제자가 도착했다.

“이놈들! 이 무슨······.”

창의검대가 검을 뽑으며 소리쳤지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함을 파악했는지 말끝을 흐렸다.

시후는 복면을 벗었고, 남궁천도 한숨을 내쉬며 뒤따라 벗었다.

“설명해 주겠나?”

“간략히 말하면 이 소리를 들은 이상 놈들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거죠.”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나으리, 제발 믿어 주십시오!”

부부는 땅에 머리를 박으며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했다.

시후는 그 모습에도 콧방귀조차 뀌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억지로 무기를 휘둘러 가면을 벗기자니, 오해를 받거나 제지당하기에 십상이었다.

시후는 그들을 조금 더 떠보기로 했다.

“그럼 왜 이 위로 올라왔는데? 내가 이걸로 도망치라고 한 걸 듣고 도망친 거 아냐?”

시후의 질문에 남자는 눈알을 굴리더니 창의검대를 가리켰다.

“저, 저기 저분들이 다가오는 발소리를 멧돼지 소리로 착각해서 그렇습니다! 게다가 저희 부부는 사실 노비 출신인지라, 사람들을 피해 숨어 살아야 하는 처지인지라 그렇습니다. 제발, 가엽게 여기셔서······.”

“준묵.”

남궁천의 부름에 창의검대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섰다.

“예, 도련님.”

“내가 움직이기도 전에 발을 뗐던가?”

“그럴 리 있겠습니까. 결코,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그 순간, 엎드려 있던 두 사람은 거짓말이 들통나자마자 주먹을 휘둘렀다.

남궁천은 검기를 덧씌운 채로 검을 휘둘렀지만, 남자는 오히려 검을 맨손으로 잡았다.

남궁천은 깜짝 놀라 왼손으로 폭렬신장을 펼쳤다.

남자는 검을 놓고 손바닥으로 장법을 막아 내며 뒤로 물러났다.

“아쉽군. 조금만 늦었어도 검을 부러트렸을 텐데 말이야.”

검기가 덧씌워진 검을 맨손으로 잡고도 멀쩡한 무공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저렇게 손이 시꺼멓게 변하는 무공이라면 더더욱.

“고고흑수(枯固黑手)?”

“정답이다.”

남자의 대답에 남궁천은 낭패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지 않다.

세상을 흑과 백으로 나눌 순 없지만, 무공은 그것을 가능케 했다.

고고흑수는 그중 흑에 극한으로 치우쳐 있는 무공이었다.

세간에선 그것을 마공(魔功)이라 불렀다.

“재밌는 걸 알려줄까? 희매가 익힌 무공은 조령안(操靈眼)이야.”

남궁천은 앞에 남자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듯 놀라서 시후를 바라봤다.

희매라 불린 여인은 눈을 새하얗게 물들인 채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껄껄, 이미 심령이 제압된 모양이군. 희매, 어서 이들을······.”

남자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몸을 돌린 시후의 입가에는 명백한 비웃음이 맺혀 있었다.

“눈싸움은 내가 이긴 것 같은데?”

- 69화에 계속 -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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