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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클리어 공식-43화 (25/201)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43화 외성 (2)

옥에 갇혀 있던 자들은 지독할 만큼 입이 무거웠고, 이미 숨어든 자들을 수면 아래로 숨어들어 올라올 기미가 없었다.

외성 이곳저곳을 다니며 내시와 나인들, 그리고 벼슬아치들까지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놈들이 얼굴에 ‘나 수상한 놈이요’라고 적고 다니겠는가.

“결국, 아무것도 알아낸 게 없다?”

결과적으로 지난 사흘간의 소득은 전혀 없었다.

덕분에 병부상서의 얼굴은 잔뜩 구겨진 채로 펴질 줄을 몰랐다.

그는 곧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기 시작했는데, 일정한 박자가 묘하게 시후의 신경을 긁었다.

“쯧쯧,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혼잣말을 중얼거린다기에는 다소 목소리가 컸고, 그의 시선에 담긴 감정을 받아낸 시후는 속이 들끓었다.

특히, 제갈려는 별다른 도움도 없이 팽충정과 갈등만을 일으켰기에 더욱 짜증이 났다.

“이틀을 더 주겠네. 그때까지 아무런 성과도 없다면, 패를 반납하고 나가 주게.”

[‘숨어 있는 연꽃을 찾아라’ 임무에 제한 시간이 주어집니다. 48시간 내 아무런 소득이 없을 시, 임무 실패로 간주하며, 향후 30일간은 황궁 출입이 제한됩니다.]

결국, 최후통첩이 내려왔다.

지나간 사흘과 남은 이틀은 다소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병부상서도 귀가 있으니 제갈려와 충정의 갈등을 알고 있을 것이다.

힘겹게 어검대를 데려와 붙여 놨더니, 쓸데없는 다툼을 하고 있다면 얼마나 한심하겠는가.

시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사전에서 빠져나온 시후는 여전히 쫑알대는 제갈려와 웬 개가 짖냐는 듯 무시하는 충정의 모습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야, 너······. 후, 잠시 자리 좀 비켜 주시죠.”

양 눈썹이 하늘 끝까지 솟구친 시후의 모습에 제갈려의 눈빛이 살짝 떨렸다.

그와 반대로 자리를 비켜 주는 팽충정은 웃으며 저 멀리까지 물러났다.

그가 멀찍이 떨어진 걸 확인한 시후는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후······. 이틀이야. 그사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면 그냥 나가란다.”

“고작 닷새 만에 어떻게 찾으라는······.”

투덜거리는 제갈려의 태도에 시후는 황궁 내부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버럭 소리를 지를 뻔했다.

잠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시후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제갈려를 노려보았다.

“시간이 촉박하니깐, 최소한 지금처럼 신경 딴 데 쏟는 일은 하지 마.”

“주위를 둘러본다고 수상한 녀석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이렇게 둘러본다고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방법을 말해 봐. 투덕거릴 때는 시어머니처럼 쫑알대면서 이럴 때는 왜 입을 꾹 닫고 있어?”

“조그만 단서라도 있으면 모를까, 아는 게 전혀 없잖아?”

제갈려의 말마따나,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이긴 했다.

단서, 그놈의 단서가 문제였다.

절대 해결하지 못할 임무는 아닐 텐데, 그 단서가 어디에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으니 시후는 점차 미칠 지경이었다.

우두커니 서서 생각에 빠진 시후의 주변으로 제갈려가 자박자박 걸으며 그의 고민을 덜어 주려 했다.

다만, 일정하게 울려 퍼지는 발소리는 시후의 고민을 덜긴커녕 짜증만 증폭시켰다.

“정신 사나우니깐 가만히 좀 있어.”

“원래 정적인 침묵보다는 이런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있는 편이 머리 굴리기에 좋다던데.”

“아, 그럼 너만 들을 수 있도록 작게 소리 내던······.”

짜증을 부리던 시후가 표정을 굳혔다.

뭔가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지나간 듯했지만,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았다.

시후가 낯빛을 굳히자 제갈려가 슬쩍 걸음을 멈추었다.

소리.

귓가를 간지럽히던 소리가 멎자, 시후의 머릿속에선 번개가 튀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시후는 생각이 정리되자마자 곧장 무영전에서 빠져나왔다.

제갈려도 그런 시후의 돌발 행동에 황급히 뒤따라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들를 곳이 있어.”

“지금? 어디를?”

제갈려의 물음에 시후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북경반점.”

* * *

자금성의 입궐은 진시(07시~09시)부터 가능했지만, 퇴궐은 유시(17시~19시)부터 해시(21시~23시)까지 자율적이었다.

다음 순번 초를 위해 출입 명부를 확인하던 선임 금의위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오늘따라 다들 유달리 퇴궐을 늦게 하는군.”

“조장님, 몇 명이나 안 나왔길래 그러십니까?”

그는 옆에서 물어오는 자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이자, 이 조의 부사수였다.

자신에게 바로 질문하는 게 건방져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 모르는 게 오죽 많겠냐는 생각에 그는 출입 명부를 확인해 보았다.

“어디 보자······. 다섯, 여덟······. 총 열 명이군.”

“다른 문으로 나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신입의 말에 선임 금의위의 송충이 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가 곧 옆에 있던 신입의 사수를 노려봤고, 사수는 곧바로 신입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갈겼다.

“야, 이놈아. 출입 규칙 2조 3항이 뭐야?”

“어······ 그게······.”

“바로바로 안 튀어나와? 이걸 확!”

“아, 아닙니다! 기억났습니다. 그, 뭐냐면······ 드, 들어온 문으로 나가야 한다······. 아닙니까?”

신입 부사수는 말을 더듬거리면서도 정답을 내뱉었고, 하늘 높이 팔을 들어 올렸던 그의 사수는 한숨을 내쉬며 신입 부사수의 어깨에 손을 얻었다.

“오냐오냐하니깐 선임 말이 말 같지가 않냐?”

“아닙니다!”

“아니긴 뭘 아니야. 이주가 지났는데도 다 안 외운 건, 내 말이 우습다는 거 아냐?”

“그런 사실 없습니다!”

“목소리 안 낮춰? 나 물 먹이려는 거 맞지? 그리고 누가 그딴 식으로 외우래? 2조 3항, 입궐과 퇴궐은 반드시 들어온 문을 통하도록 한다. 이렇게 대답해야 할 거 아냐? 나중에 다른 사람이 물어볼 때도 그따위로 대답할 거야? 어?”

사수에게 끝없는 잔소리를 듣는 부사수는 자신의 부족함보다, 아직 퇴궐하지 않은 관료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동화문(東華門)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신무문(神武門)과 서화문에도 아직 퇴청하지 않은 자들이 수두룩했다.

그들 가운데는 업무에 여념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일 테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적잖이 있었다.

지금 무영전 뒤편을 어슬렁거리는 이 자가 그러하였다.

주변을 살핀 그는 자신에게 쏠린 시선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 무영전 뒤편에 마련된 연무장으로 들어섰다.

그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몇 명째야?”

“이제 열여덟.”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그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에는 사람의 흔적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건만, 어둠을 찢어발기며 두 사람이 나타나고 있었다.

“누, 누구냐!”

“그러는 댁은 누구실까?”

“본인은 조마청의······.”

“아냐, 아냐. 그걸 묻는 게 아니란 걸 모를 만큼 당신이 멍청하다곤 생각되지 않아.”

남자의 앞으로 다가온 인영은 다름 아닌 시후였다.

조그마한 달빛에도 번뜩이는 창날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막 연무장에 들어왔던 남자는 들어온 길로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의 몸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소용없어 이곳은 단별견청진과······.”

“단견별청진.”

뒤에 있던 제갈려가 이름을 정정해 주었다.

‘친절하기도 해라.’

그런 제갈려의 배려에 시후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노려봐 주곤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 아무튼, 여러 진법이 펼쳐진 곳이라 도망은 못 친다, 이 말이야.”

“도망이라니. 본인은 오늘따라 이곳이 유독 조용하길래 잠시 들려본 것뿐이거늘.”

그의 대답에 시후는 뒤돌아 제갈려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제갈려는 손가락을 하나씩 피더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다섯.”

“그쪽이랑 같은 변명을 한 사람만 다섯 명이래. 같은 소속이라 그런가 둘러대는 것도 다 비슷비슷하네.”

“대관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게다가 자금성에서 무기를 소지하다니! 당장 무기를 내려놓고······.”

“저러다가 꼭 뒤늦게 무기 꺼내더라.”

시후는 열변을 토하던 남자에게 곧바로 창을 들이밀었다.

빛을 한없이 빨아들이는 듯한 묵빛의 창대 덕분에, 그 끝에 매달린 창날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듯했다.

당장에라도 발목을 잘라 버릴 듯 휘두르는 시후의 공격에 그는 땅에 주저앉았다.

얼핏 겁에 질린 거로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주저앉았던 그의 손에는 번뜩이는 소도가 들려 있었다.

“뒤꿈치? 칭찬해 주지. 그곳에 무기를 숨긴 사람은 처음이야.”

문제는 몸에 숨길 수 있는 무기라고 해 봤자 조그마한 소도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공의 경지도 높지 않았다.

관자놀이에 창대를 얻어맞은 그가 기절하자, 그때까지도 어둠 속에 숨어 있던 팽충정이 나타나 그 남자를 포박했다.

팽충정이 포박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제갈려는 시후의 곁으로 다가왔다.

“얼마나 더 남았을까?”

“끝이야.”

“끝? 어떻게 알아?”

제갈려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하던 시후는 눈알을 재빨리 굴렸다.

“어? 내가 끝이라고 했나? ‘끝인가’라고 하지 않았어?”

“정확히 끝이라고 했어.”

“그럼 내가 피곤해서 헛소리라도 했나 보네.”

[황실 곳곳에 숨어서 암약하고 있는 자들을 모조리 색출하십시오. 20/20]

[연계 임무 ‘숨어 있는 연꽃을 찾아라’를 완벽하게 완료하였습니다. 병부상서 최태원을 찾아가십시오.]

시후는 임무 창을 통해 스무 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제갈려를 비롯한 나머지 NPC들이 이 사실을 알 리 없지 않은가.

태연함을 가장해 얼렁뚱땅 둘러대긴 했지만, 시후의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뭐, 찾아오는 속도가 영 떨어져서 마지막일 거 같기는 했어.”

“그렇지? 일단 기다리면서 더 오는지 지켜보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포박을 끝낸 팽충정에게 다가갔다.

하나둘 깨어난 자들이 있었지만, 아혈과 마혈을 동시에 점했기에 별다른 소란은 없었다.

한 식경에 달하는 시간 동안 연무장을 찾는 자는 아무도 없자, 팽충정이 진 밖으로 나간 뒤 사람을 데리고 왔다.

그의 소속인 어검대와 더불어, 동창 쪽 인원까지 같이 찾아왔다.

약간의 신경전은 있었지만, 팽충정이 동창에 넘기기로 이야기를 해 놔서 그런지 동창 인원들은 희희낙락하는 눈치였다.

떠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제갈려는 천로수변을 갈무리하여 품에 넣었다.

“우리도 가자.”

“어디로?”

“경사전으로 가서 병부상서를 봐야지.”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고, 이번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병부상서는 이미 보고를 들은 뒤였다.

그는 시후의 손을 붙잡아 위아래로 마구 흔들어 재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어둡지 않지. 자네가 큰일을 해 줄 거라는 걸 처음부터 예감했네!”

‘그런 사람이 이틀 뒤에 쫓아내겠다고 협박을 했나?’

시후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바라봤지만, 그 정도 위치에 오르면서 얼굴에 철판 몇 장을 안 깔았겠는가.

병부상서는 시후의 시선을 뻔뻔하게 흘려넘겼다.

다소 얄미웠지만 어쩌겠는가.

시후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수준에서 그의 손아귀에서 손을 빼냈다.

“이번 일로 명진제 전하께서 크게 기뻐하셨네.”

“저도 기쁘네요.”

“자, 내일 이 패를 가지고 내궁으로 가면, 양심전(養心殿)에 머무르고 계신 명진제 전하께 안내해 줄 걸세.”

병부상서는 말과 함께 홍옥으로 만들어진 대단히 정교한 패 하나를 건네주었다.

[‘홍옥사자(紅玉獅子) 패’를 얻었습니다.]

[명진제 알현 시, 연계 임무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가 발동됩니다.]

‘좋다.’

명진제에게 직접 임무를 받는다면, 보상은 몇 곱절로 올라갈 것이다.

완료만 한다면 측천파흑선을 복구하는데 엄청난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기분이 좋아진 시후는 품에 홍옥사자 패를 품에 넣으며 일어났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응? 아, 자네는 그 소식 못 들었겠군.”

병부상서가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후는 살짝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지금 황족이 아니고서야 궁을 나설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네. 자네 덕분에 궁이 발칵 뒤집혔거든.”

그의 말에 시후는 검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저희도 못 나간다고요?”

“예외는 없는 법이지.”

이번 문제를 해결한 사람까지 묶어 둔다니, 그런 법이 어딨어.

시후는 가슴속에서 솟아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잠은 어디서 잡니까?”

“나야 여기 집무실에서 자면 될 테지만······. 자네들은 저기 옆에 응도전(凝道殿)에 가면 몸을 뉠 자리는 있을 걸세.”

그의 말에 따라, 두 사람은 하는 수 없이 응도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응도전은 넓었다.

두 사람이 아니라 열 명이 누워도 자리가 널찍할 만큼.

다만, 몸을 뉠 만한 곳은 나무 바닥밖에 없었고, 몸을 덮을 거적때기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썅, 얼어 뒤지겠네.”

- 44화에 계속 -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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