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110화 (110/116)

《110화》

1.

최후의 결전을 앞둔 지금.

한유성은 김신과의 대화 이후, 또다시 별동대를 구성하기 위해 연합장에게 부탁하여 다른 나라의 S급 헌터와 대한민국의 길드장들을 모아 회담을 가졌다.

장소는 대한민국 연합의 회의실.

강당형식으로 된 회의실의 500석에 절반 이상이 찰 정도로 모인 S급 헌터들.

오기 전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그들 중 다른 나라의 S급 헌터를 제외한 대한민국의 S급 헌터 대다수는 이미 구원회의 회장을 잡기 위해 파견되었던 별동대의 경험이 있었기에 회의실 내부에서는 새롭게 나타난 적의 힘을 물어보는 대화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웅성웅성.

조금은 부산스러운 회의실.

길드장들과 S급 헌터들의 대화는 회담을 진행하는 연합장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멈췄다.

끼익-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온 연합장은 미리 와 앉아있는 길드장들과 눈을 마주치며 회의가 열리는 테이블의 중앙에 놓인 의자 뒤에 서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우선, 바쁘신 와중에 부름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중한 인사 이후, 고개를 든 연합장은 의자에 앉으며 한유성에게 전달받은 정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말씀드릴 점은 이미 여기 계신 분들이 알고 계신 것과 같이 오늘 모인 회담의 안건이 구원회의 회장과 같은 힘을 가진 다른 존재들을 상대하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는 것일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길드장들.

그들도 대략적인 내용은 이미 한유성이 뿌린 정보를 통해 알고 있었다.

“힘을 모아달라는 이유는 단 하나. 그 존재들을 잡으면 얻을 수 있는 아티펙트가 재앙을 종식 시킬 마지막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연합장의 말에 앉아있는 길드장들이 또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지만, 아까처럼 큰 반응은 아니었다.

미리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재앙을 조금이라도 빠르고 안전하게 끝낼 수 있다면 좋지 않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전과는 다르게 준비할 시간이 있기에 지원하기 위해 대한민국에 온 다른 국가의 S급 헌터들.

많은 S급 헌터들의 숫자는 충분히 불안한 감정을 없애는 것에 도움이 됐다.

그렇게 잠시 웅성거리던 회의실의 분위기가 가라앉자, 주변을 한차례 훑어본 연합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전과 동일하게 별동대에 지원해주실 분은 거수해주시겠습니까.”

연합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올라가는 헌터들의 손.

회의실에 모인 모두가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며 한유성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길드장으로서 해야 할 일은 끝냈군.’

***

연합에서 길드장들이 회담을 가졌던 그때.

김신은 책상 위에 놓아둔 차원의 파편과 공허를 꿰뚫어보는 눈 그리고 프란에게서 얻은 파편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져있었다.

‘진짜 길드장님을 보내는 게 맞는 선택일까.’

유인이라는 방법을 쓴다는 것 자체가 먹힐지도 의문이기에.

하지만, 다른 헌터들이 26층에서 공의 영역의 잠식을 막아내며 싸우기란 불가능에 가깝기에 성공할 방법을 만들어야 했다.

‘프란이 남긴 파편에 담긴 기억으로 보자면 엘렌이라는 마족은 프란보다 훨씬 강하다.’

변이됐음에도 불구하고, 엘렌은 그들이 인간이었을 때 배운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어 보였다.

마지막까지 남은 유일한 동료인 프란을 꽤 끔찍이도 생각하던 엘렌.

“...”

기억을 다시 한번 살펴보던 김신은 곧 그들이 게이트를 넘어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프란의 생사를 모르니, 그걸 이용하는 수밖에.”

어차피 상대는 김신과 5팀원들을 죽이려고 한 마족.

그들끼리의 숭고한 동료애를 이용하는 것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생존이라는 문제 앞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노리는 적일 뿐이니까.

모든 방법을 총동원한다.

김신의 머릿속에서 대략적인 계획이 그려졌을 무렵, 김신의 핸드폰이 울렸다.

[한유성]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 회담에 갔다는 것을 알고 있던 김신은 곧바로 한유성의 전화를 받았다.

“예. 전화 받았습니다.”

-방금 회담이 끝났네.

“결과는 어떻습니까.”

-다행히 만장일치로 모든 길드장들이 계획에 동참하기로 했네.

“다행이군요.”

구원회 회장과 직접적으로 맞붙은 사람이 김신뿐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때 9층에 도달한 모든 헌터들은 변이된 구원회 회장의 힘을 느꼈었다.

게다가 이번 계획에는 그런 힘을 가진 마족이 4명.

충분히 두려워할 만한 상황임에도 모두가 주저 없이 손을 들어 찬성의 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생각보다 신선한 충격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자네가 해야 할 일이 조금 많아졌어.

“어떤 겁니까?”

-10층의 환경이 가혹하다고 했잖는가.

“예, 한시도 끊임없이 눈보라가 휘날리는 장소니.”

-지원한 S급 헌터들의 대부분이 아직 10층의 환경 때문에 올라가지 못하고 있네.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맞네. 그리고 그것 말고도 이번 계획은 타국의 S급 헌터들 다수가 같이 등반할 예정일세.

“순순히 지원해 줬습니까?”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네, 그래도 생각보다 순순히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더구만.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발등에도 게이트라는 불똥이 떨어지지 않았었나. 한번 데여보니까 그들도 위험하다는 것을 자각 한 거지.

마족들을 상대하기 위한 트랩의 설치와 그에 따른 준비.

원래대로라면 10층에 내려가 도와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겠지만, 12층에 있는 지금은 그렇게 도와주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 있다.

“그 문제에 대해서라면 제가 직접 가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김신의 말을 들은 한유성은 잠시 고민한 끝에 무언가 짐작 가는 것이 있는지 꽤 놀란 목소리로 답했다.

-···설마, 게이트를 이용할 건가?

“예.”

-괜찮나? 그 파편이란 것을 이용하지 않아도?

“사용자가 아는 공간과 공간을 잇는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알고 있는 공간과 공간을 잇는다는 조건에 한정해서는 별다른 위험이 없는 차원의 파편.

이미 구원회 회장의 기억을 읽었었기에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일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 헌터들을 10층의 입구에 모아두는 것은 내가 하겠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나고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김신은 한유성에게 생각했던 계획을 말했다.

“길드장님.”

-뭐 더 말할 것이 있나?

“전에 말씀하셨던 유인책 있잖습니까.”

-그건 이미 대화가 끝난 것 아닌가?

“맞습니다만.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도 확실히 유인할 방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그건 준비가 끝나고 들어도 되겠나?

“예. 그러면 계획이 끝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

전화를 끊은 김신은 계획에 동참하는 헌터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다시 탑으로 향했다.

2.

주변이 온통 하얗게 물든 10층의 풍경.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모인 300명에 달하는 S급 헌터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했다.

허공에 떠서 주변을 따뜻하게 덥히는 커다란 화염 덩어리와 날아드는 칼바람을 막아내는 마나의 막.

각자의 방식으로 환경에 저항하며 기다리는 그들의 앞에 김신이 눈보라를 뚫고 걸어왔다.

확연히 느껴지는 존재감과 이질적인 모습.

10층에 있는 헌터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김신이 걸어오는 것을 바라봤다.

눈보라가 휘몰아침에도 불구하고, 그의 옷에는 눈이 하나도 묻어있지 않다.

여유롭게 걸어온 김신은 모여 있는 헌터들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수호길드의 S급 헌터 김신입니다.”

이미 한차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구원회 사태를 끝낸 장본인이자, 최연소 S급 헌터.

김신의 명성을 알고 있는 헌터들은 조용히 그를 쳐다봤다.

“날씨가 차니, 일단 먼저 이동을 하도록 하죠.”

뜬금없는 김신의 말에 모두가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 여기 계신 분들은 따로 등반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등반하지 않고, 다른 층으로 넘어간다고?

의문에 가득 찬 그들의 눈빛을 본 김신이 가볍게 손짓하자, 그의 뒤로 거대한 게이트가 나타났다.

“여기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

게이트를 만드는 헌터.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김신은 태연했다.

“그럼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말과 함께 게이트 너머로 사라진 김신의 모습.

10층에 있는 헌터들은 그런 그를 뒤쫓아 게이트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잉────

순식간에 300명의 헌터들을 삼킨 게이트가 닫혔고, 그들은 10층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

차원의 파편을 이용해 모든 헌터들을 12층으로 이동시킨 김신은 모여 있는 헌터들 중 한유성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왔구만.”

“생각보다 빨리 모아주셔서 놀랐습니다.”

“뭘, 이 정도는 일도 아니지.”

전투가 벌어질 장소에 도착하자, 꽤 무겁게 가라앉은 12층의 분위기.

김신은 그 분위기를 느끼며 계획의 유인책인 한유성과 대화하기 위해 잠시 헌터들의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전화로 말씀드리려고 했었던 유인에 대한 방법 있잖습니까.”

“자네가 위험을 최소화할 유인책이 있다고 했었지.”

“예.”

계획을 설명하기에 앞서 김신은 품에서 두 개의 아티펙트를 꺼내 들었다.

“그게 뭔가?”

“일전에 말씀드린 마족에게서 얻은 파편입니다.”

“아, 그 경계를 넘어가기 위한 아티펙트 말인가?”

“예.”

“그러면 다른 하나는?”

프란에게서 얻은 파편과 함께 한유성에게 준 다른 아티펙트.

은은한 보랏빛을 내뿜는 아티펙트를 잠시 내려보던 김신은 한유성의 물음에 답했다.

“그들이 찾던 아티펙트 중 하나입니다.”

“뭐?”

아티펙트를 모으지 못하게 하려는 계획에 오히려 적에게 아티펙트를 준다니.

이해할 수 없는 김신의 행동에 얼굴을 찌푸리는 한유성의 모습을 보며 김신은 곧바로 계획을 설명했다.

“모두 다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가장 핵심인 이 아티펙트는 제가 가지고 있을 겁니다.”

김신이 세운 계획은 이랬다.

총 6개의 조각으로 나뉜 공의 존재의 파편.

그중 미지의 공간으로 가기 위한 반동을 견딜 프란의 파편을 손에 쥔 한유성이 게이트의 너머로 가서 공허를 꿰뚫어보는 눈을 미끼로 엘렌을 데리고 오는 것.

만약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즉시 손에 쥔 공허를 꿰뚫어보는 눈을 던져 시선을 돌리고 귀환하는 것이었다.

“먹히겠나?”

“이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핵심이 되는 차원의 파편을 지키면 된다.

물론, 파편들을 흩어놓아 위험 부담을 줄인다는 선택을 하지는 못하지만 한유성의 생존이라는 문제를 보면 충분히 시도할만한 일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아티펙트를 받아든 한유성을 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잠식 자체가 상당히 위험하니, 최대한 빠르게 돌아오셔야 합니다.”

“알겠네.”

타이밍에 맞추어 주변에서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작하겠습니다.”

차원의 파편을 든 김신이 천천히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

거대한 마나의 흐름과 함께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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