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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으로 먼치킨-103화 (103/116)

《103화》

1.

갑작스럽게 발생한 비정상적인 난이도의 게이트.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헌터들의 침착한 대응과 김신의 빠른 합류로 큰 피해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상황이 끝난 후 한설에게로 돌아간 김신.

붕대를 감은 다리로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안내하는 그녀의 모습에 괜히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한설 씨.”

이름을 부르자, 살짝 몸을 떨며 고개를 돌리는 한설.

그녀는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

“다행이에요. 부서진 건물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부상을 입은 사람은 있어도 사망한 사람은 없어요.”

“그중 하나가 한설 씨인데 이렇게 돌아다니면 안 되죠. 제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움직여달라고 말씀드렸는데.”

가볍게 한숨을 내뱉자, 한설이 붕대를 감은 다리를 내밀었다.

“괜찮아요. 멀쩡한-아얏!”

한설은 태연하게 말하려 했지만 쓰라렸는지 결국 얼굴을 찌푸렸다.

“전혀 안 멀쩡한데요?”

“...”

주변을 둘러보니, 구석에 보이는 작은 벤치 하나.

김신은 한설과 함께 벤치에 앉아 그녀에게 말했다.

“다리 줘봐요.”

“네?”

“부상 치료하게 제 다리 위에 다리 좀 올려봐요.”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니, 주춤거리면서도 천천히 다리를 위로 올려놨다.

깊진 않지만, 길게 찢어진 상처.

흉이 남지 않도록 빠르게 치료하는 게 맞았기에 김신은 수인을 맺어 치료마법을 사용했다.

‘힐.’

녹빛으로 물든 손바닥을 상처에 가져다 대자, 서서히 아물어갔다.

“아티펙트가 아니네요? 이능인가요?”

“네.”

다친 상처가 전부 아물고 난 후에야 한설의 다리를 내려준 김신.

한설은 치료가 끝나자 말하려 했던 것이 있었는지 입술을 달싹였다.

“김신 씨. 오, 오늘...”

“...?”

“···정말 고마웠어요. 김신 씨 아니었으면 위험했을 거예요.”

“사실 저보다 한설 씨가 한 일이 더 크죠. 그 무식한 괴수의 공격을 막아냈으니까요.”

사실이다.

헌터가 큰돈을 벌 수 있는 이유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때문인데, 그걸 생각해보면 오늘 김신이 한 일보다 한설이 한 일이 더 값졌다.

기분 좋은지 약간 붉어진 얼굴로 배시시 미소짓는 한설.

김신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한설 씨.”

“네?”

“오늘 나왔던 괴수 말이에요.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았어요?”

잠시 생각하던 한설은 무언가 이상한 게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A급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어요.”

“그렇죠?”

일전에 잡았던 미노타우르스도 A급이다.

하지만, 그런 미노타우르스도 드레이크는 쉽게 잡지 못할 거다.

그런데 그런 드레이크가 한 번에 세 마리.

A급을 가뿐하게 뛰어넘은 게이트의 등장에 한설은 확실히 이상하다는 듯이 김신을 보며 말했다.

“이것도 그 탑을 오르는 것 때문에 일어난 일일까요?”

“그 정보...길드장님한테 들으셨어요?”

“당연하죠. 제가 누구 딸인데요.”

알고 있다면 굳이 숨길 필요 없겠지.

“이제 앞으로도 제가 탑을 오르면 더욱 강한 괴수들이 나올 텐데, 몸조심해요.”

“지금 걱정해주는 거예요?”

“당연하죠. 한설 씨는 제 은인이나 다름없는데.”

“은인...기분 좋네요.”

***

상황이 마무리된 후, 김신은 가게로 돌아가 흰둥이와 똘망이에게 밥을 주며 생각했다.

탑을 오를수록 더욱 강해지는 괴수.

이것은 탑에 등장하는 괴수도 게이트를 넘어 지구에 나타나는 괴수도 포함된 사실이다.

탑을 등반하는 쪽에서도 앞으로 헌터들이 더 많이 필요할지 모르는데 심지어 지구에서 게이트를 막아야 하는 헌터들도 더 많아져야 한다.

어디까지나 마나의 선택을 받아 각성한 헌터의 수는 한정적이기에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었다.

그래도 먼저 탑을 등반하고 등장하는 괴수의 특성을 전달하는 김신 덕분에 탑의 정보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죽는 헌터들이 없어진 것을 생각해보면 상황 자체는 사실 엄청나게 힘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여정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흐음...”

공의 존재와 공의 영역.

김신은 차원에 파편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생각했다.

석판을 모아 정보를 얻는 것만이 아닌, 공의 존재의 파편 또한 모아야 한다.

탑의 26층까지는 앞으로 남은 층은 열다섯 개의 층.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고, 또한 탑은 전부 오를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겠지.

“방법이 없을까.”

-삐익?

더 빠르게 층을 오를 방법.

더 확실하게 이 재앙을 끝내는 방법.

아티펙트의 기억을 읽는 감정을 포함해서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김신은 똘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고민했다.

2.

탑에서 복귀한 뒤로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푹 쉬었지만, 어쨌든 지금 김신의 5팀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출발하자.”

“예.”

등반.

앞서 있었던 10층과는 다르게 11층의 환경은 평범했다.

적당히 다져진 길과 그 옆으로 거리를 두고 자라난 나무들.

-삐익!

하늘에서 그 모든 장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는 똘망이가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다.

환경에 대한 조사와 괴수에 대한 정보.

지금도 그 정보는 그 값을 확실하게 치르고 있었다.

“어제 이야기 들어보니까, 저희가 알아낸 정보를 이용해서 탑 등반을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빠르네. 좀 더 늦게 출발할 줄 알았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신 겁니까?”

“등반엔 시간이 걸리니까.”

“이번엔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한 팀씩 지원을 받아서 함께 등반한다고 합니다.”

“오, 그래? 그런 건 또 어디서 알아온 거냐?”

“하하, 제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요. 어쩌다 보니까 들었습니다.”

천명화가 말한 것처럼 후발주자는 각 길드에서 한 팀씩 지원을 받아 탑의 도로정비와 괴수의 토벌을 동시에 진행하며 뒤따라오고 있고 했다.

선발대에 지원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즉시 돕고, 뒤따라올 다른 후발대를 이끌어주기 위해서라나.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5팀은 사실 10층처럼 특수한 층이 아닌 이상 거의 붙어 다니기에 위험한 일이 생길 수가 없다.

“뭐, 다치는 사람이 없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오히려 게이트 터질 걸 생각해보면 그게 현명한 방법이 맞긴 해. 물론 손발이 얼마나 잘 맞느냐가 문제겠지만.”

“그렇네요. 길드레이드랑은 조금 다르니까요.”

소소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나무 사이로 나 있는 길을 걸어가던 중, 왼쪽에서 기감에 걸리는 무언가가 감지됐다.

“잠깐만. 멈춰봐.”

“괴숩니까?”

“응.”

조용히 무기를 꺼내 드는 팀원들.

김신은 거리가 멀어 확인되지 않았기에 즉시 똘망이에게 의념을 보냈다.

‘내 기준으로 대각선 왼쪽을 좀 확인해줘.’

-삐익.

즉시 알려준 위치로 날아간 똘망이.

스쳐 지나가는 화면에 무언가 포착이 되자, 김신은 즉시 의념을 보내 그 주변을 살펴보라 했다.

-삐익.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나무 사이로 내려간 똘망이.

천천히 드러나는 화면 너머로 보인 것은 몸의 곳곳이 새파랗게 물든 괴수 한 마리였다.

-크르르르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쓰러진 자리에서 꿈틀거리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는 괴수의 모습.

‘뭐지?’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니 새파랗게 물든 부분의 중간에 무언가가 박혔던 상처가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주변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소리.

-우우우우웅!

공기와 날개의 마찰에서 나오는 그 특유의 소리.

날벌레의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5팀의 머리 위로 그 불쾌한 소리를 만들어 낸 당사자가 나타났다.

“벌?!”

***

하늘을 가득 뒤덮은 노란빛의 벌레.

꽁무니에 달린 손가락만 한 침의 끝에는 겉보기에도 위험한 보랏빛의 독이 맺혀있었다.

“전투준비!”

빠르게 자리를 잡고 전투를 준비하는 팀원들.

가장 먼저 강한우의 뒤에 자리를 잡은 송인아가 빠르게 특성을 사용해 벌떼를 향해 주변에 있는 물체를 집어 던졌다.

후우웅!

커다란 돌덩어리와 나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날아간 송인아의 공격은 생각보다 벌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부웅!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바람에 대부분의 공격이 빗나갔기 때문에.

“인아야! 그냥 염동력 그 자체로 때려잡아!”

“알았어!”

즉시 공격방식을 바꿔 염동력을 넓게 펴서 휘두른 송인아.

후웅! 퍽퍽!

공격방식을 바꾸자 눈에 띄게 터져나가는 벌들.

김신은 마법의 사정거리가 닿는 곳까지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옆에 있는 천명화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명화 네가 한우 씨 옆에 붙어서 벌들을 쫓아줘야 할 것 같다.”

“옙!”

오른손에서 피어나는 엄청난 고열의 불꽃.

이제는 아군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고서도 능력 활용이 가능해진 천명화가 온몸에 불길을 휘감은 채, 스킬을 난사하며 강한우의 곁으로 붙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신은 어느새 거의 다 다가온 벌떼를 향해 준비한 마법을 사용했다.

날벌레 특유의 약점은 하늘을 날지 못하면 전투력이 급감한다는 점이다.

우웅!

지팡이를 통해 한층 증폭된 마나.

대기를 울리는 마나를 원하는 속성으로 변환시킨다.

그 속성은 화염.

수인을 맺음과 동시에 주변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존재감을 흩뿌린다.

-후웅!

마나에 민감한 괴수답게 즉각 떨어져 있는 김신에게도 다가오는 벌떼.

김신은 일렬로 줄지어 날아오는 괴수들의 모습을 보며 빙긋 웃었다.

날지 못하게 날개만 태운다.

허공에 모인 마나는 엄청난 고열을 뿜어내는 하나의 불덩어리로 화했다.

불이라는 약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벌떼.

김신이 사용한 마법을 빙 돌아오려는 모습이 보였지만, 김신은 이미 하늘에 떠 있는 불덩어리를 던진 이후였다.

화르르륵!

팀원들이 모여 있는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불덩어리, 파이어 버스트.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미처 피하지 못한 벌들이 그 안으로 빨려들었고, 불덩어리가 지난 자리에 남은 것은 날개가 사라진 벌이었다.

후두둑.

땅바닥에 추락하는 벌들을 뒤로한 채, 계속해서 날아가는 불덩어리를 바라보는 김신.

후우웅!

이내 팀원들이 모여 있는 머리 위에 도착한 불덩어리의 모습에 김신은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폭발을 알리는 트리거.

급격하게 팽창한 불덩어리는 팀원들의 머리 위를 맴도는 벌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콰아아앙!

중간에 있는 벌들은 산산 조각난 채로 멀리 떨어져 있는 벌들은 폭발의 충격 때문에 여기저기로 튕겨 나갔다.

적당한 거리에서 폭발시켰고, 폭발과 동시에 강한우가 들어 올린 방패 덕에 아무런 피해도 없었지만, 팀원들은 어째서인지 울상을 짓고 있었다.

“다들 표정이 왜 그래?”

혹시나 부상자가 있나 싶었지만, 이내 송인아가 하는 말을 들은 김신은 팀원들이 왜 표정을 찌푸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벌들...”

“응?”

“징그러운데, 잘 죽지도 않아.”

자세히 보니, 대부분 날개만 뜯겨나갔을 뿐 멀쩡하다.

“어쩔 수 없어.”

“으...발로 밟는 건 싫은데...”

싫어도 뭐 할 수 있나.

지금부터는 두더지 잡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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