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79화 (79/116)

《79화》

1.

사람이 숨어 있다.

이 말을 들은 김신은 가장 먼저 똘망이에게 캠을 달아주고 다시 정찰을 부탁했다.

-삐익.

가슴에 작은 캠을 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른 똘망이.

왼팔에 전송되는 캠의 화면을 보던 김신은 던전 앞에 숨어 있는 사람의 수를 보고 가장 먼저 물음표를 띄웠다.

‘두 명?’

보통 탑을 오르는 것은 파티 단위나 길드 단위로 움직이기에 저 인원수는 너무나도 적다.

게다가 옷 또한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걸 반증하듯 어디 하나 찢어진 곳 없이 멀쩡했다.

두 가지의 정보로 알 수 있는 사실은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7층의 괴수는 상대하기 힘든 수준으로 강할 것이라는 점.

그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김신은 확실한 검증을 하기 위해 똘망이에게 의념을 보냈다.

‘얼굴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겠어?’

-삐익.

알겠다는 대답을 한 후로 자리를 이동해 울창한 나무 위에서 두 사람을 감시하는 똘망이.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앞을 보며 조용히 숨어 있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드러냈다.

“성태수?!”

불사길드의 총괄팀장이자, 구원회의 간부였던 첩자.

구원회의 정보가 발각되자, 어딘가로 숨었던 그가 7층의 던전 앞에 몸을 숨기고 있다니.

성태수의 모습을 본 송인아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성, 성태수? 그 불사길드의 성태수?”

“응. 맞아.”

“왜 여기 있는 거지?”

“등반은 이미 했을 것이 분명하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거겠지.”

“누군가가 우리...?”

“아마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한우가 김신에게 넌지시 말했다.

“매복이 분명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적이 숨어 있는 걸 알지만, 상대가 성태수인 만큼 무작정 공격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강한우의 말처럼 성태수는 S급 승급이 될 예정이었던 A랭커.

게다가 특성 강화 시술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옆자리에 있는 다른 한 명 또한 익숙한 인물이었다.

‘확실하네.’

손에 보랏빛 아티펙트를 들고 주위를 살피는 집행관.

김신은 두 사람의 모습에 5팀과 저 두 사람의 전력 격차를 생각하며 고민했다.

‘나 말고는 상대하기 힘든 만큼 정면에서 싸우는 건 위험해.’

김신은 강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 적이 노리고 있는 것을 알아챈 이상 굳이 상대해 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먼 거리에서 기습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데 공격당하면 분명 뭔가 다른 반응을 보이겠지.’

물러서든, 쫓아오든.

김신은 두 가지의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생각한 후에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기습하고 난 후에 저 두 사람이 나를 쫓아 오면···”

어떤 방법을 택하더라도 위험하지 않게.

김신은 철저하게 저 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

찌는 듯이 더운 날씨.

높은 습도로 인해 가만히 있어도 땀이 계속해서 흐른다.

“불쾌하군, 왜 하필 7층인 건지.”

한때 불사길드에 몸담았던 성태수는 옷 소매로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불만을 내뱉었다.

던전 앞에서 기다린 지 꼬박 하루.

집행관의 말로는 무조건 오늘 중으로 올 것이라는 말에 참았지만,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인내심도 점점 깎여나갔다.

‘근처까지 왔으면 이제 슬슬 싸우는 소리가 들려야 하지 않나?’

7층의 던전 앞에서 기다린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와야 하는 곳이라는 이유와 7층의 특성상 전투가 많이 일어나는 만큼, 소리를 듣고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급하게 오느라 챙겨온 물도 다 떨어졌다.

성태수는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집행관을 향해 말했다.

“대체 언제쯤 온다는...!”

말하기 무섭게 느껴지는 오싹한 감각.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습공격에 성태수는 말을 하다 말고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탁!

“기습!”

정확히 자신의 눈을 노리고 날아온 암기.

손에 잡힌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날카로운 마름모꼴 암기의 모습에 성태수는 옆에 있던 집행관을 향해 조심하라 하려 했지만, 한발 늦고 말았다.

푹!

성태수보다 무력적으로 한 수 아래인 집행관은 차마 반응하지 못하고, 눈에 명중 당한 것.

“끄아아아아악!”

매복이 발각되었고, 기습을 당했다.

옆에 있던 집행관은 눈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울부짖고 있다.

‘어째서 들킨 거지?’

한순간에 벌어진 일에 성태수는 우선 집행관을 엄폐물 뒤로 끌어당기며 공격의 시작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생각했다.

‘어디냐.’

위에서 아래로 쏘아진 암기의 방향.

미간이나 심장등 즉사를 노릴만한 부위가 아닌, 굳이 약한 눈을 노린 이유.

‘거리가 멀다.’

암기의 위력이 제대로 실리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진 나무 위.

순식간에 판단을 끝낸 성태수는 나무 사이를 유심히 훑어봤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떨어지는 나뭇잎.

그리고 그 사이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한 사람의 모습.

‘찾았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멀리서 저격을 노리기 위해 방향을 바꾸는 김신의 모습.

성태수는 조금씩 방향을 틀어 김신의 사선에서 벗어나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집행관을 내려봤다.

‘집행관만 다치지 않았더라도!’

저 정도의 거리쯤은 단숨에 게이트로 좁힐 수 있다.

문제는 집행관이 기습 때문에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

고민하던 성태수는 집행관에게 말했다.

“김신의 위치를 발견했다. 네 능력이 필요한데, 가능하겠어?”

성태수의 말에 피가 흐르는 왼쪽 눈에 치료용 아티펙트를 가져다 대며 답하는 집행관.

“크윽...가능해.”

“그럼 딱 한 번만 부탁하지.”

위치를 지정해준 성태수의 말을 들은 집행관이 아티펙트를 활성화하자, 보라색의 빛을 뿜어내며 눈앞에 열리는 게이트.

성태수는 집행관이 열어준 게이트 너머로 보이는 김신을 향해 달려나갔다.

2.

예상 이상의 결과.

김신에게 변화의 구슬이 없었기에 무형의 암기로 바뀌지 않아 성태수에게 피해를 주진 못했다.

“끄아아아아악!”

그렇지만, 오히려 당연히 피할 것이 생각했던 집행관이 기습을 피하지 못하고 치명상을 입었다.

‘더 귀찮은 상대였는데, 이러면 쉽게 풀리겠어.’

기습 이후 나뭇가지를 통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티 나게 존재를 과시한 김신.

‘어차피 오기 싫어도 오게 되어있어.’

7층에서 저 둘이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간단했다.

턱 끝까지 추격한 헌터들과 아티펙트를 가지고 있는 자신.

저 두 사람은 부상을 당한 상태로도 싸워야 할 것이다.

‘이제 슬슬 날 찾아줘야 할 텐데.’

의도가 다분한 행동이지만, 이쯤 됐음에도 찾지 못한다면 A랭커 박탈이다.

‘나이스.’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눈이 마주친 김신과 성태수.

김신은 자연스럽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발각당한 것을 연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밖으로 나오지 않는 성태수.

김신은 그의 그런 미적지근한 반응에 직감적으로 노리는 것을 알아챘다.

‘부상 당한 집행관이 회복하길 기다리는구나!’

게이트를 열면 단숨에 거리를 좁힐 수 있기에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준비를 해줘야겠지.’

어디서 튀어나오든 대처할 수 있게 기감을 넓게 퍼트리며 수인을 맺는 김신.

그가 기감을 퍼트린 상태로 두 그루의 나무를 뛰어넘었을 때 오른쪽에서 공간이 일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김신은 즉시 왼쪽으로 물러서며 마법을 사용했다.

추격을 늦출 수 있는 속성과 파괴력의 조화.

파지지직!

김신은 맹렬한 스파크를 튀기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전격의 창을 곧장 성태수에게 날린 후 팀원이 있는 장소로 달렸다.

“크윽!”

공격이 적중했는지, 꽤 큰소리로 신음을 내뱉는 성태수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쉽게 발이 안 떨어지나 보네.’

전격의 속성이 가득 담긴 공격을 막은 후폭풍 때문인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성태수.

김신은 적당히 거리가 벌어지자 힘든 척 속도를 조금 늦췄다.

그 모습에 욕설을 내뱉으며 억지로 따라붙는 성태수.

김신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계속해서 함정이 있는 장소로 끌어들였다.

***

김신이 말한 장소에서 모든 준비를 끝낸 채로 그가 오길 기다리고 있는 5팀.

풀숲에 몸을 숨긴 송인아는 던전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며 초조한 마음을 억지로 다스렸다.

‘괜찮을 거야.’

어떤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꿋꿋이 헤쳐나가는 김신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성태수라는 사실에 송인아는 애써 진정시킨 마음이 계속해서 떨리는 것을 느꼈다.

불사신.

그 어떤 공격을 당해도 수초 안에 회복해버린다는 사기적인 특성의 소유자.

전투의 방식 자체가 워낙 와일드한 탓에 항상 피칠갑을 하는 성태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전투가 끝남과 동시에 상처가 회복되어 있었기에 항상 멀쩡했다.

그런 그가 김신과 싸운다면...

분명 쉽지는 않겠지만, 김신 또한 엄청난 무력의 소유자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를 가늠하던 도중, 멀리서 보이기 시작한 김신과 그의 뒤를 따라 쫓아오는 성태수의 모습이 보였다.

‘한 명?’

분명 매복은 두 명이라고 했는데?

의문을 가지고 김신을 유심히 바라보자, 그가 입을 벌려 뭐라고 말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한 명은 기습 성공.

입 모양을 알아챈 송인아는 팀원들에게 신호를 준 다음 천천히 때를 기다렸다.

-기습하고 난 후에 저 두 사람이 나를 쫓아 오면, 가장 먼저 성태수를 땅에 파놓은 함정으로 끌어들인다. 함정에 성태수가 빠지면 다른 한 명은 세 사람이 묶어놓고, 나는 함정에 빠진 성태수에게 공격을 쏟아부을 거야.

바닥에 날카로운 나무들이 솟아있는 함정.

본래라면 성태수를 묶어놓은 후 다른 한 명을 잡고 나서 화력을 몰아넣을 생각이었지만, 오히려 기습이 성공한 지금은 더 좋은 상황이다.

‘회복도 무적은 아니니까 가능하겠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두 사람을 보던 송인아는 김신이 표시되어있는 지점을 지나치자, 눈앞에 묶여있는 줄을 염동력으로 끊어냈다.

핑!

팽팽하게 당겨진 줄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통나무가 성태수의 앞으로 떨어진다.

“겨우 이런 걸 함정이라고.”

가볍게 주먹에 낀 너클로 큰 통나무를 박살 낸 성태수.

하지만, 통나무는 어디까지나 눈속임이었을 뿐, 진짜는 따로 있었다.

“무형의 창!”

통나무의 뒤를 이어 성태수의 머리 위로 내리꽂히는 송인아의 스킬.

함정으로 빠트리기 위한 진짜 공격은 통나무가 아닌 송인아의 공격이었다.

쐐액!

보이지 않는 염동력의 공격.

그것을 두 팔을 들어 막아낸 성태수는 중심을 잃고 땅으로 추락했다.

3.

성태수는 강력한 송인아의 공격에 침음을 내뱉으며 함정이 있는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제길! 통나무가 눈속임이었다니!’

땅으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착지자세를 잡으며 이후의 대처에 대해 생각하는 성태수였지만, 그의 생각은 땅바닥에 손을 대는 순간 끊기고 말았다.

콰직!

땅의 딱딱한 감촉이 아닌, 엉성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렸기 때문에.

‘땅에도 함정을?’

너무나도 공교로운 상황.

마치 모든 것을 예상하고, 계획한 듯한 움직임 아닌가.

함정의 연속에 속수무책으로 땅으로 빨려들어 간 성태수.

푸욱!

그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다름 아닌 몸을 꿰뚫은 나무 창들이었다.

“크윽!”

고통을 참고 일어서자, 강화된 특성에 의해 상처는 빠르게 아물었다.

‘내 능력을 알면서도 이따위 함정을 파?’

얄팍한 함정 따위로 자신을 죽이려 한 김신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민다.

성태수가 함정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점프한 순간.

“어딜 올라와.”

김신의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불덩어리가 성태수의 앞으로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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