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77화 (77/116)

《77화》

1.

6층의 보스를 잡고 나온 아티펙트는 김신을 포함한 5팀의 팀원들이 쓰기 애매한 것들만 나왔다.

“아무래도 이번에 나온 아티펙트는 모두 팔아야 할 것 같네. 혹시 필요한 아티펙트 있어?”

“아뇨, 괜찮습니다.”

강한우의 답에 송인아와 천명화도 차례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일단 아티펙트는 챙기자.”

말과 함께 리치였던 해리엇을 잡고 나온 가방에 아티펙트를 집어넣으니, 그 모습을 신기하게 본 천명화가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팀장님 그거 뭡니까?”

“이거?”

“예, 그것도 아티펙트입니까?”

“어, 맞아.”

“어떤 아티펙트입니까?”

“보다시피 가방이지.”

가죽으로 만들어진 그리 크지 않은 크로스백.

A4용지 크기보다 약간 큰 크로스백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아티펙트가 계속 들어가는 것을 본 천명화가 김신의 가방 안을 슬쩍 살펴봤고, 이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어, 어떻게 가방 내부가 방 하나만큼 큰 겁니까?”

마법의 존재를 설명하기 힘들었기에 김신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나도 몰라. 아티펙트잖아. 그냥 그런 거지 뭐.”

말도 안 되는 변명이지만, 아티펙트의 존재 자체가 아직도 미스터리이기에 천명화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정말 신기한 아티펙트군요. 엄청 비쌀 거 같습니다.”

“비싸겠지. 이런 아티펙트는 시중에 나온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팔 생각은 없었다.

탑을 오르는데 요긴하게 써먹어야 하기에.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주변을 정리하니, 금세 정리가 끝났다.

“그럼 이제 올라가 볼까?”

김신이 짐을 챙기며 일어서자, 천명화가 답했다.

“이제 미지의 공간인 7층으로 가는 겁니까?”

“그렇지.”

“어째 좀 걱정됩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까?”

“예.”

이제부터 올라가야 하는 7층은 송인아가 모르는 공간.

원래대로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테지만, 지금은 딱히 걸리는 것이 없었다.

“괜찮아.”

“예?”

“아마 7층까지는 큰 문제 없이 등반할 수 있을 거니까.”

“정보를 사신 겁니까?”

“아니.”

“그럼 어떤 방법으로...”

김신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팀원들.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팀원들의 모습에 피식 웃은 김신은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나한테만 정보를 알려주는 도우미가 있거든.”

***

7층에 올라간 뒤, 5팀은 정비를 위해 다시 길드로 복귀했다.

김신이 말한 도우미는 다른 게 아니고, 한유성에게 받은 정보 접근 권한이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등반계획을 짠다.

정보가 있으면 등반 자체는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다들 준비하고 있어.”

“예.”

김신은 데이터를 조회하는 것과 별개로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었기에 그것을 같이 해결하기 위해서 길드장실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자 엘리베이터는 머지않아 길드장실이 있는 최상층에 멈춰섰다.

띵─

접견신청은 이미 대기실에서 한 상태.

길드장실 앞에 도착하자, 김신을 알아본 비서가 곧장 길드장실에 연락을 넣었고 곧장 길드장실의 문이 열렸다.

“어서 오게.”

“오랜만에 뵙습니다.”

“언제쯤 오나 기다리고 있었네.”

길드장실의 푹신한 소파에 앉자,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차 한 잔이 김신의 앞에 놓였다.

“향기가 좋군요.”

수증기를 타고 퍼지는 달콤한 과일의 향.

익숙한 향기의 정체는 모과였다.

“과일차가 끌려서 이번에는 달달한 모과차를 사봤네.”

“잘 마시겠습니다.”

과일은 평소에도 좋아하기에 기분 좋게 차를 마신 김신.

입안을 타고 도는 모과의 향을 한껏 즐기고 난 후, 찻잔을 내려놓자 기다리고 있던 한유성이 말을 꺼냈다.

“등반은 순조롭나?”

“예, 현재 7층의 입구에 있습니다. 몇일 내로 8층에 오를 것 같습니다.”

김신이 구원회의 증거를 찾고 난 후 탑에 오른지 고작 4일.

짧은 시간 만에 난이도가 꽤 있는 보스인 6층의 보스를 처리하다니.

“벌써 그렇게 올라갔나?”

보급을 하러 복귀한 것도 아니고, 등반을 끝냈다.

그 압도적인 등반속도에 놀란 한유성이 눈을 크게 뜨며 묻자, 김신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정보가 있으니, 빠른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정보가 있다고 해도 그렇지,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6층 보스인데 말이야.”

“하하...그렇습니까?”

한유성에 말에 잠시 생각해본 김신은 그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았다.

‘이능이 없는 육체 강화 특성이라 많이 애먹으셨나 보구나.’

등반에 대한 약간의 해프닝이 지나가고, 한유성은 다시 돌아와 원래 하려던 말을 꺼냈다.

“오늘은 어떤 용건인가?”

“흘려주셨으면 하는 정보가 있습니다.”

“정보를 흘려?”

“예. 꽤 중요한 정보이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흘려주셨으면 합니다.”

“설명해 줄 수 있겠나?”

“예.”

김신은 이야기에 앞서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부터 한유성에게 하려는 말은 김신이 똘똘이에게 아티펙트를 얻은 순간부터 생각했던 계획.

꽤 큰 도박의 시작인 밑밥을 던진다는 계획을 한유성에게 말했다.

“···이런 상황입니다.”

“흐음...”

이야기를 모두 들은 한유성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얻은 아티펙트를 바탕으로 구원회의 이목을 끈다라······’

이미 8층을 등반하기 시작한 다른 길드를 따라 곧 등반을 시작할 계획인 수호길드.

구원회와의 전면전이 코앞이기에 그 핵심이 되는 김신을 기다리고 있었었다.

그런 김신이 제시한 계획인 일명 ‘미끼작전’.

9층에 오르기 전 구원회에 아티펙트의 행방을 조용히 알리고, 그걸 미끼로 모여든 구원회를 함정에 빠트려 일거에 소탕한다는 계획.

솔직히 말해 급하게 준비한 계획인 만큼 엉성한 부분이 있었지만, 착실히 준비만 한다면 확실히 전면전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계획이었다.

대략적인 판단이 서자, 한유성은 눈을 떠 김신을 마주 보며 말했다.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네가 빠르게 8층에 오르는 것이 우선이네.”

한유성의 말에 김신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7층의 크기를 생각해보자면, 대충 삼일 정도 걸리겠군. 가능하겠나?”

7층의 넓이는 경기도 수준.

대략적인 경로를 머릿속에서 그려본 김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김신의 답에 한유성은 별다른 질문 없이 말했다.

“그럼 그렇게 알고 믿을 수 있는 길드의 길드장들과 구원회 쪽에 미리 정보를 풀겠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전면전의 시작을 알리는 정보가 한유성의 입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2.

서울에 있는 모 건물의 지하 깊은 장소.

벽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는 서울의 CCTV화면을 빠짐없이 보여주었고, 구원회의 회장은 그 화면들을 권태로운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군.”

바로 그때.

손에 쥔 붉은 보석과 녹색의 보석을 차례로 쓰다듬던 회장의 곁에 일렁이는 공간.

회장은 조용히 곁에서 나타난 사내의 이름을 말했다.

“집행관.”

“예, 회장님.”

“부르지도 않았는데 무슨 일이지?”

회장의 말에 공손히 허리를 숙인 집행관은 갑작스러운 방문의 이유를 알렸다.

“급보가 들어왔습니다.”

“급보? 찾고 있던 마지막 아티펙트의 행방인가?”

“예. 그런데 그것이...”

말하다 말고 말꼬리를 흘리는 집행관.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그의 모습에 회장은 그를 향해 눈길을 주며 물었다.

“말해.”

변화의 구슬이라는 아티펙트를 탈취하지 못한 이후로 꽤 소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집행관은 나지막한 회장의 압박에 식은땀을 흘리며 답했다.

“마지막 아티펙트가 김신의 손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

계획을 사사건건 막다 못해 찾고 있던 마지막 아티펙트마저 먼저 선점한 수호길드의 김신.

회장은 좋지 않은 소식에 심기가 불편해졌고, 심경의 변화는 곧 주변에 영향을 끼쳤다.

────!

낮게 떨리는 사물들과 마나에 영향을 받아 지직거리는 모니터들.

“···크윽.”

회장의 요동치는 마나는 곁에 있던 집행관의 신음이 터져 나온 후에야 가라앉았다.

“불편하군.”

“죄, 죄송합니다.”

“어떻게 먼저 아티펙트를 챙긴 거지?”

한참을 찾았다.

아티펙트를 탐지하는 능력이 다른 아티펙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부터 계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고 있던 아티펙트를 선점한 것이 김신이라니.

회장의 질문에 곁에 있던 집행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마, 김신이 아티펙트를 얻은 건 탑의 내부로 추정됩니다.”

“탑? 탑은 이미 우리도 충분히 살폈을 텐데.”

“숨겨진 장소가 한, 두 곳이 아닌터라...”

퍼니셔와 신의 모두 특수한 힘을 가진 아티펙트를 던전이 아닌, 탑의 깊은 곳에서 우연히 얻었다고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신이 정보가 퍼지기 전, 운 좋게 그가 가진 아티펙트를 이용해서 구원회가 찾고 있던 아티펙트를 선점했다고 보는 게 옳을 터.

“거슬려.”

“죄송합니다.”

집행관의 말을 들은 회장은 인상은 찌푸렸지만, 이내 고민을 털어냈다.

아티펙트를 선점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미 저들의 손에 들어갔으니 어쩔 수 없다.

회장은 이미 지나간 일에 미련을 버리고 집행관을 향해 대책을 물었다.

“정보가 새어 나온 건 저들이 흘린 건가?”

“예. 그렇게 보입니다.”

“계획은?”

“저들이 흘린 정보가 너무 노골적이라, 지금 당장은 피하시는 것이 좋을 듯-”

집행관이 거기까지 말한 순간, 회장은 언짢았던 기분이 다시금 폭발했다.

우웅!

마나에 반응한 공기가 요란하게 떨린다.

강하게 가라앉은 대기.

그에 따라 곁에 서 있는 집행관의 얼굴도 천천히 굳어갔다.

“탑의 9층을 오르고, 대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아티펙트를 모으는 것은 필수다. 그런데 지금까지 계획을 모두 실패하고서 또다시 내게 하는 말이 ‘지금 당장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죄, 죄송합니다.”

“나는 아티펙트를 회수할 계획을 물었지, 꽁무니를 내빼는 방법을 물은 것이 아닐 텐데?”

이대로는 죽는다.

서슬 퍼런 회장의 말에 집행관은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얻어낸 정보를 취합했다.

아티펙트를 찾았다는 김신의 정보와 8층에서 움직이지 않는 수호길드.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 짜낸 집행관은 김신이 아직 수호길드가 있는 8층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신의 위치가 아직 7층인 것 같으니, 더, 던전의 앞에서 기다리다···기회를 노려 아티펙트를 회수해 보겠습니다.”

집행관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그를 압도하던 마나를 흩트린 회장.

회장은 앉아있는 의자의 팔걸이를 톡톡 두들기며 집행관을 향해 말했다.

“성태수를 데려가도록.”

“특, 특수부장을 말입니까?”

정체가 노출된 탓에 따로 마련된 아지트에서 숨어 있는 성태수.

특성을 강화시키는 시술을 받은 그는 S급에 준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집행관은 당황한 목소리로 답했고, 회장은 확실하게 답했다.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회장의 말에 고개를 숙인 집행관은 곧 일렁이는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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