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69화 (69/116)

《69화》

1.

회복의 녹옥.

변화의 구슬.

두 가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김신은 나머지 두 개의 보석 중 하나는 대충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파괴의 홍옥.

‘속초 웨이브 때 봤던 그 뉴스 속보.’

뉴욕 브루클린에서 발생했다는 S급 괴수 베히모스의 출현 사건.

갑자기 나타난 S급 게이트와 사라진 파괴의 홍옥을 두고 이야기가 많았었다.

‘그것도 아마 구원회의 짓이겠지.’

마지막 하나의 보석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상대가 노리는 물건이 무엇인지 몰랐을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안다.

적이 노리는 물건을 가지고 거래를 해야 한다면 이것을 이용하여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터.

김신은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가 끊어진 핸드폰을 바라보는 한유성에게 말했다.

“가겠습니다.”

“···안되네.”

가족이 걸린 일.

충분히 흔들릴 만함에도 불구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한유성의 모습에 김신은 더욱 가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가야 합니다.”

“아니야. 방법이 있을 거야.”

찾으면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가장 빠른 방법은 김신이 직접 가는 것이다.

계속해서 고개를 흔들고, 머리를 감싸 쥐며 다른 길을 찾는 한유성에게 김신은 적들이 노리는 것을 말했다.

“적은 저를 노리는 게 아니라. 아마 제가 가진 아티펙트를 노리는 것일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티펙트에 담긴 이야기를 말할 순 없지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있었다.

“구원회가 신의를 납치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회복의 녹옥 때문 아닌가?”

“예. 맞습니다.”

인천항 사건 때 취조를 통해 들었던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김신은 오히려 한유성을 설득하기 편했다.

“그게 왜?”

“그걸 말하기에 앞서 우선, 구원회 쪽은 지금 비밀을 아는 사람을 죽여서 제거한다고 해도 별달리 얻을 만한 메리트가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 이미 대부분의 길드장들은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저만 콕 집어서 노린다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고요.”

김신의 말을 거기까지 들은 한유성은 뭔가 이상하긴 하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확실히 이상하긴 하긴 해.”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던 중 문뜩 떠오른 저만의 특별한 점이 있었습니다.”

“뭔가?”

김신은 그 말과 함께 품에서 여러 가지의 아티펙트를 꺼냈다.

“바로 근래에 얻은 고등급 아티펙트입니다.”

거기까지 말하자,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놀란 표정을 짓는 한유성.

“그럼 자네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이 노리는 아티펙트가 자네의 손에 들어갔다는 말인가?”

“예, 그것 말고는 굳이 저를 콕 집을 만한 이유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김신의 말을 전부 들은 한유성은 잠시 입을 닫고 생각했다.

‘확실히 돈이나 다른 아티펙트, 하다 못해서 가진 힘까지 생각해봐도 저들은 김신보다 나를 부르는 게 맞는 선택이긴 하다.’

창고에 쌓여있는 아티펙트와 셀 수 없이 많은 돈. 그리고 S급 헌터라는 힘.

여러 가지 조건에서 비교가 되는 김신만을 굳이 원한다면 지금 김신이 말한 가능성이 확실히 타당성이 있었다.

‘운 좋게 얻은 아티펙트 중 하나가 그들이 노리는 아티펙트라.’

생각을 마친 한유성은 김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제가 가더라도 빈손으로 가야겠지요.”

어차피 말이 빈손이지, 사실은 그들이 찾는 변화의 구슬 외에는 거의 다 착용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모르는 한유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무 위험하네.”

“절 믿어 주십쇼.”

단호한 어조와 굳은 의지.

항상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는 김신의 타는 듯한 눈빛을 본 한유성에게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

한유성은 길드의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질 것을 우려하여 확실하게 검증된 팀장들과 몇몇 길드원들에게만 넌지시 상황을 알리고 동행을 요청했다.

김신 또한 눈에 띄는 검과 변화의 구슬을 조용히 숨겨놓고 탑의 5층으로 향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나타나는 한유성과 길드원들.

굳은 표정으로 다가온 그들과 함께 김신은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여기입니까?”

“그렇네.”

제주도의 풍경과 비슷한 5층.

중심에는 거대한 휴화산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주변으로 숲이 조성되어 있다.

그중 김신과 한유성이 있는 곳은 5층의 입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외딴 숲속.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난 숲의 입구에서 기다리자, 머지않아 붙잡힌 한설과 구원회의 남자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의 뒤로 서 있는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조직원들이 보이고.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의 옆에는 손목에 마나를 억제하는 수갑이 채워진 한설이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눈을 마주치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는 한설.

“···왜 왔어요. 오지 말라니까.”

그런 한설의 모습에 김신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답했다.

“당연히 구하러 와야죠.”

두 사람의 대화 이후, 구원회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교환의 방식은 대표로 두 사람이 인질을 데리고 앞으로 나와서 중간에서 만나 확인을 거쳐 교환하는 것으로 하지.”

수호길드에서는 한유성과 1팀장이 김신과 함께 앞으로 나섰고, 구원회에서는 대표로 말했던 남자 한설을 붙잡은 채로 다른 조직원과 함께 걸어 나왔다.

서로가 떨어진 거리는 대략 10미터.

같이 나온 사내의 거리가 한유성과 김신에게 가까워지자, 남자는 한설의 목에 칼을 슬쩍 갔다가 댔다.

그리고 그 모습에 한유성은 몸을 움찔거렸다.

“우리도 안전장치는 해놔야지. 이 이상으로 가져다 대진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는 마시고.”

그의 말에 입술을 꾹 깨문 한유성은 짓씹듯 말을 내뱉었다.

“상처 하나라도 있다간 무사하지 못할 줄 알게.”

“우리도 김신만 받으면 딱히 상관이 없다고.”

아티펙트를 노린다는 점을 숨기려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선 훨씬 유리하다.

애초에 그것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변화의 구슬을 놓고 온 것이지만.

어쨌든 김신은 한유성과 함께 걸어 나와 거리를 두고 섰고, 구원회의 남자와 함께 걸어 나온 조직원은 서 있는 김신에게 다가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무언가를 탐색하듯 김신의 몸을 훑었다.

이윽고 확인이 끝났는지, 표정이 굳어가는 조직원.

김신의 몸을 수색한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한설을 붙잡고 있는 남자를 향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

당황한 남자의 모습에 가볍게 미소 짓는 김신.

그런 김신을 향해 남자는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없으니 곤란하겠지?’

거래에 앞서 아티펙트가 없으니 곤란한 것은 사실.

자세한 확인을 위해서인지, 한설을 붙잡은 구원회의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김신은 눈을 빛냈다.

‘기회다.’

거리가 멀었을 때는 방법이 없었지만, 가깝다면 충분히 통할 만한 방법과 그것을 도와주는 아티펙트가 그에게는 있었다.

‘좀만 더 다가오라고.’

김신은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으로 노려봤다.

3.

구원회의 집행관.

A급 각성자인 그는 거래를 위해 숨긴 정보가 오히려 김신에게 간파되어 난처해진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두 번, 세 번 확인했다고 했었거늘.’

구원회가 노리는 아티펙트, 변화의 구슬.

존재를 드러내며 거래를 할 정도로 중요한 아티펙트이기에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확인을 거친 뒤부터는 말을 아꼈건만, 어째서인지 김신은 변화의 구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떡해야 하지?’

곤란한 상황이다.

회의 존재가 알려진 상황에 점차 좁혀오는 헌터들의 압박.

아티펙트를 얻는 것에 사활을 건 이 거래가 모조리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을 줄이야.

생각과 함께 김신을 살펴보니, 그가 이상하게도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설마...’

만약 이것을 알고 숨긴 것이라면.

‘정말 거래를 해야 하나.’

처음부터 집행관은 거래할 생각이 없었다.

아지트를 아는 한설을 죽인 후, 마나 억제 수갑을 채운 김신을 붙잡아서 게이트를 타고 아지트로 넘어가는 것.

하지만, 김신이 미리 알고 선수를 쳐버린 이상 정말로 거래를 하는 방법밖에는 달리 수단이 없어 보였다.

‘제길. 하나도 쉽게 풀리는 일이 없군.’

태연하게 양손을 든 채로 서 있는 김신을 향해 한설을 붙잡은 채 다가간 집행관은 옆에 선 조직원에게 말했다.

“우선 수갑 채워.”

“예.”

마나를 억제하는 수갑.

수갑을 착용한 김신을 향해 집행관은 말했다.

“알고 있었구나.”

뜬금없는 집행관의 말의 의미를 확실히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김신.

“당연하지.”

“어떻게 아는 거지? 그 물건의 존재를?”

“그건 알 거 없고, 애초에 너희들은 그녀를 살릴 생각이 없었던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든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

집행관은 허탈한 마음에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 원하는 대로 거래를 하지.”

***

수갑을 착용한 김신은 순순히 한설을 향해 갔다.

김신이 조직원의 손에 이끌려 집행관에게 도착할 쯤, 한설을 풀어주는 집행관.

한설은 차마 김신을 두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집행관은 그런 그녀를 밀쳐내며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할 이야기가 있으니 이제 꺼져주시지.”

“미안해요...김신 씨.”

힘없이 걸어가는 한설의 모습에 김신은 입술만 달싹거려서 그녀에게 전음을 했다.

-셋 세면 전속력으로 도망치세요.

“...!”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눈을 크게 뜨는 한설.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에 김신은 천천히 숫자를 세었다.

‘실패하면 죽을 수도 있다.’

테일론의 팔찌로 김신을 붙잡은 조직원을 쓰러트리고, 동시에 수갑을 깨부순다는 계획.

최악의 경우에도 한설은 구할 수 있을 것이고, 설령 김신이 도망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티펙트의 행방을 두고 거래를 진행하면 된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는 김신.

내공이 돌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지만, 아티펙트를 사용하는 것엔 지장이 없다.

‘네놈들이 몸수색을 제대로 안 한 대가다.’

방심을 유도하려면 거래가 거의 성사되었을 순간을 노려야 한다.

예상대로 김신이라는 차선책을 얻은 집행관이 어떤 방법을 통해 아티펙트의 위치를 알아낼지 생각하기 위해 잠시 긴장을 푼 순간.

퓻! 파삭!

테일론의 팔찌를 이용해 뒤로 묶인 수갑을 잘라내고, 곧바로 억제된 내공을 빠르게 돌리며 앞에 선 집행관의 배를 발로 찼다.

빠악!

“이런 미친놈이!”

동시에 김신을 데려가던 구원회의 조직원이 김신을 향해 검을 빼서 내질렀고, 김신은 옆구리에 옅은 자상을 입으며 공격을 회피했다.

“큭!”

찰나의 순간 일어난 상황.

김신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을 참아내며, 돌아가는 한설을 향해 말했다.

“지금이에요!”

구원회는 아티펙트에 목숨을 건 이상 자신을 꼭 납치해야 한다.

예상대로 기습을 당해 바닥에 쓰러졌던 집행관이 빠르게 일어서며, 조직원과 싸우는 김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달려오는 집행관과 연이어 검을 내지르는 조직원.

‘협공은 좀 위험한데.’

무기 없이도 꽤 유리하지만, 엄청 빠르게 승부를 내진 못한다.

달려오는 집행관을 살펴보며, 협공에 대비하던 김신은 달려오던 집행관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드는 것을 봤다.

보랏빛의 주먹만 한 돌덩어리.

집행관이 든 돌덩어리가 빛을 발하자, 그의 앞으로 생기는 자그마한 게이트.

‘게이트?!’

인위적으로 열린 게이트에 놀란 김신은 기습에 대비해 주변을 살펴봤고, 이내 한설의 뒤에 공간이 일렁거리는 것을 봤다.

‘목적은 내가 아니었나!’

목표는 김신이 아니라 한설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김신.

“늦었어!”

집행관의 말처럼 한설을 향해 달려가려면 늦는다.

하지만, 게이트를 연 집행관과의 거리는 오히려 훨씬 가깝다.

넘어가는 것을 막는다.

생각과 동시에 김신은 게이트 너머로 발을 옮기려는 집행관을 향해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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