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67화 (67/116)

《67화》

1.

-캬아아악!

이빨을 딱딱거리며 살점을 물어뜯기 위해 쉴새 없이 달려드는 구울.

아이러니하게도 왕성의 내부 구조는 큰 도로를 중심으로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5팀과 김신은 전투하기 편했다.

가장 먼저, 맨 뒤에 달려오는 구울들의 경우.

쾅! 콰아앙!

헤르탈의 팔찌로 마나가 넉넉해진 송인아가 던지는 부서진 건물들에 맞아 피떡이 됐으며, 중간에 있는 구울들의 경우에는 천명화의 화염에 불탔다.

그리고 가장 앞은 김신의 독무대.

서걱! 서걱!

김신은 도로를 따라 달려드는 구울들을 전부 일격에 베어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구울들의 숫자.

“팀장님! 끝이 안 보입니다!”

질린 듯이 고개를 가로젓는 천명화의 모습에 김신은 지팡이를 꺼냄과 동시에 마나를 끌어모으며 말했다.

“뒤로 빠져.”

“넵!”

앞을 가득 메운다면 뚫어버린다.

김신은 끌어모은 마나를 지팡이를 통해 변화시켰다.

화르르륵!

허공에서 생성되는 거대한 화염.

잔뜩 끌어모았던 마나가 화염의 크기를 계속해서 불렸다.

통제 가능한 마나의 총량까지 가득 담은 4서클 마법 파이어 버스트.

김신은 달려오는 구울들을 향해 거대한 화염의 구체를 날려보냈다.

화르르륵-

마주한 구울들을 몇 마리 쓰러트리며 힘없이 흩어지는 화염.

김신은 구울들의 사이로 넓게 퍼진 마나를 폭발시켰다.

콰앙────!

그을린 흔적만을 남긴채 모조리 사라져 버린 왕성의 도로.

“허...”

마법의 어마어마한 위력에 놀란 팀원들의 나지막한 탄식이 김신의 뒤에서 들려왔다.

김빠진 소리에 고개를 돌린 김신은 입을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는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뭐해? 안 갈 거야?”

***

처음의 구울떼 이후로 왕성 내부에서는 더 이상 구울이 나오지 않았다.

그 뒤로 약 10분.

길을 따라 꽤 긴 거리를 걸어 들어간 5팀을 맞이하는 거대한 내성(內城).

김신은 잠시 멈춰 내성을 한 번 훑어보고, 송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던전 자체가 엄청 넓구나?”

“맞아. 4층이 엄청 넓은 것처럼 6층도 엄청 넓어. 내가 듣기로는 8층까지는 대부분 넓다고 하더라고.”

“그래?”

말을 마친 김신은 다시 앞을 보고 걸어갔다.

마찬가지로 입구가 뚫려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걸어간 김신을 반기는 건, 왕좌에 앉아있는 검을 든 인간형 괴수.

4층의 보스는 2층의 보스와 비슷하게 온몸이 갑옷 차림이었다.

‘꽤 강해.’

기감으로 느껴지는 수준은 2층의 보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수준.

느낌으론 무윤과 엇비슷하게 느껴졌다.

팀원들이 상대하기엔 확실히 무리가 있는 수준이다.

김신은 뒤에 서 있는 팀원들을 향해 지시했다.

“1층에서 했던 것처럼 모두 스킬을 쏟아부어.”

그 지시 하나만으로 포지션을 잡고, 스킬을 준비하는 팀원들.

거대한 마나의 흐름에 몸을 비척거리며 자리에 일어선 갑옷을 입은 보스는 천천히 검을 빼 들며 말했다.

-이제 내가 왕이다.

말로만 들어서는 왕좌의 앉은 것이 왕이 아닌 반역자의 말로 들린다.

‘왕이 보스가 아니었나?’

이유야 어쨌든 전투는 시작됐다.

잠시 상념에 빠진 김신을 향해 양손으로 잡은 거대한 검을 끌며 달려오는 보스.

그런 보스를 가장 먼저 반긴 건 김신의 검이 아닌, 팀원들의 스킬이었다.

“플레임 웨이브!”

“무형의 창!”

넓은 범위를 불태우며 달려드는 천명화의 스킬과 단일 개체에게 강력한 피해를 주는 송인아의 스킬.

화르르륵!

콰앙!

화염에 뒤덮이고 염동력의 창에 직격당한 보스의 주위로 피어오른 먼지가 가라앉으며 드러나는 보스의 모습에 김신은 작게 감탄했다.

‘멀쩡하네?’

갑옷에 드러나는 기스도 없고, 달려오던 발걸음에도 주저함이 없다.

미묘하게 거슬리는 모습이었지만, 김신은 간단하게 상념을 털어내고 보스를 향해 마주 달려갔다.

후웅!

김신의 머리를 부숴버릴 작정으로 내려 찍히는 거대한 힘이 담긴 보스의 검.

동작이 너무 크다.

강하기만 하고 느리다면 그 또한 매섭지 못하다.

탓!

달리던 자세 그대로 오른발을 축으로 반 바퀴 몸을 트는 김신.

콰앙!

간발의 차이로 바닥을 부수고 박혀버린 보스의 검.

김신은 예상한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보스의 모습에 오히려 의아했다.

‘최소한 무술을 아는 자라면 이럴 리가 없다.’

무기를 땅에 처박아서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무인은 없다.

물론 보스의 겉모습이 사람답게 보일 뿐, 내부는 어떨지 모르지만 어쨌든 인간형 괴수다.

검을 들고 있기에 어떤 검술을 쓰나 궁금했었는데, 그 시작부터가 상당히 이상하다.

‘뭐지?’

이상한 느낌에 회피한 그대로 뒤로 한 걸음을 물러서자, 아까까지 밟고 있던 자리를 베고 지나가는 보스의 검이 보인다.

‘오호.’

아까와는 다르게 굉장히 빨라진 보스의 검격.

김신의 얼굴 앞으로 지나가는 보스의 검을 본 순간, 아까부터 미묘하게 느껴졌던 불편한 감각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마법을 쓰는 기사라?’

마검사.

마법과 검술을 같이 쓰는 김신과 같은 존재.

그게 바로 4층 보스의 정체였다.

2.

훙! 훙! 후웅!

거대한 검이 위협적일 정도로 빠르게 허공을 점하고 휘둘러진다.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허(虛)가 담기지 않은 정직한 검로.

김신의 방심을 유도했던 기괴한 보스의 검술은 다름 아닌, 경량화였다.

무거운 무기를 가볍게 해서 빠르게 휘두른다.

‘차라리 가벼운 검을 빠르게 휘두르면 그만 아닌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을 만큼 비효율적인 보스의 검술.

거대한 거검은 경량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그렇게 빠르진 않았다.

보법을 밟으며 가볍게 몸을 트는 것만으로도 회피가 가능할 정도였으니까.

몇 차례의 회피를 거치며 든 생각은 보스가 왜 방심을 유도했는지를 알 것 같았다.

‘검로가 단순하다.’

기사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보스의 단순한 검로.

김신은 몇 차례의 회피를 거치며 확인한 검로를 바탕으로 보스의 검술을 파악했다.

‘검술보다는 오히려 마법이 주력이구나.’

검술을 기준으로 판단되는 대략적인 수준은 초절정의 끝자락.

이 세계의 기준으로 하자면 대략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이랄까.

김신의 화경보다는 확실히 한 단계 아래의 경지.

파악이 끝난 김신이 반격을 시작하려 하자, 기습이 먹히지 않았던 그를 견제하듯 뒤로 크게 물러선 보스가 본격적으로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파이어 볼.

화르르륵!

찰나의 시간 만에 완성된 마법.

보스는 망설임 없이 핸드볼만 한 파이어볼을 김신을 향해 날렸다.

‘검술은 확실히 별 볼 일 없는 건가.’

날아오는 불덩어리를 베어낸 김신.

파앙!

“...?!”

분명 3서클 파이어 볼이 분명한데, 뭔가 이상하다.

‘어떻게 사용한 거지?’

독특한 마법의 사용방식.

김신은 묘한 흥미가 솟아올랐다.

***

가까이 다가오면 가벼워진 검을 크게 휘둘러 견제하고, 조금의 틈이라도 벌어진다면 그 사이로 마법이 날아온다.

비교적 약한 검술을 마법이라는 힘으로 상쇄시킨 현명한 방법.

마법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보스의 모습에 김신은 계속해서 고민했다.

‘검강을 써야 하나?’

계속해서 날아드는 팀원들의 스킬까지 모조리 마법으로 막아내며 김신과 싸우는 보스.

분명 사용하는 것이 마법임을 알고 있지만, 그 수준의 차이가 확실했다.

‘5서클.’

전투 중 깨달음을 얻을 기회.

김신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사고방식과 응용의 차이.

-에어 밤.

4서클 마법 에어 밤.

보스는 김신을 떨어뜨리는 용도로만 쓰는 것이 아닌, 견제와 동시에 자신을 뒤로 날려 보내는 용도로 사용하는 저 방식들.

“오호.”

갑옷의 무게까지 생각해 마법을 사용하는 상당히 정교한 마나 컨트롤.

절로 감탄이 나오는 모습에 김신은 고민했다.

‘서로가 정타를 허용하지 못하니까 오히려 이걸 기회로 이용해야겠어.’

좀처럼 막혀있던 마법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

김신은 넣어놨던 지팡이를 다시 꺼내 들며 보스를 바라봤다.

‘연습해야겠다.’

3.

사방에서 터지는 폭발과 화염의 돌풍.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한 대지의 방벽.

김신의 공격하지 말라는 외침이 들린 후부터 시작된 보스와 김신의 이능력 싸움.

그 모습을 방패 뒤에서 지켜보는 송인아는 평소와 다른 김신의 모습에 놀랐다.

‘어려워하고 있어.’

말도 안 될 정도로 손쉽게 보스를 격살하며 올라온 김신이 처음으로 고전하는 기색을 보이는 것.

김신의 공격은 번번이 보스의 이능력에 가로막혔고, 반대로 보스의 공격은 계속해서 김신을 움직이게 했다.

제자리에서 공격을 퍼붓는 보스와 회피하며 반격하는 김신의 싸움.

방패 뒤에서 그 모습을 같이 지켜보던 천명화가 송인아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인아야. 도와드려야 하지 않을까?”

분명 위태로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김신의 얼굴은 전혀 굳어있지 않았다.

‘미소 짓고 있어.’

송인아는 김신의 그 모습을 보고 나서 천명화에게 답했다.

“아뇨, 도와달라고 하면 그때 도와주면 될 것 같아요.”

전투를 즐기는 것 같은 김신의 모습.

송인아는 그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오빠가 강해져서 다행이야.’

언제나 송인아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김신의 부상.

그 무거웠던 짐들이 그가 강해지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가벼워졌기에.

***

쾅! 쾅!

날아오는 화염의 구체를 얼음의 장벽으로 막아 세운다.

김신의 얼굴 옆으로 튀는 얼음알갱이들.

가볍게 고개를 털어 털어낸 김신은 반격으로 3서클 마법 윈드커터를 날리며, 보스를 노려봤다.

‘지팡이가 없었으면 상대 불가능했겠어.’

모든 버프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의 시전속도는 보스가 김신을 웃돌았다.

다만 지팡이의 효과인 증폭 덕분에 위력적인 면에서는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확실히 느껴진다.’

보스가 닿아 있는 마법의 경지가.

기억 속의 블라이어와 비교를 해봤을 때, 대략적인 보스의 마법 경지는 5서클.

3서클 마법을 간단한 수인으로도 날릴 수 있는 경지다.

김신은 계속해서 보스와 마법을 주고 받으며 느꼈다.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직접 부딪치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마법이란 찰나의 학문.

자그마한 깨달음이 불러오는 성장은 생각보다 더 컸다.

-크아아아!

그나마 우세한 마법마저 통하지 않자 답답한 듯 분노를 터트리는 보스.

김신은 그 모습을 보며 싱긋 웃었다.

‘일일 스승을 너무 괴롭히는 건가?’

스파링의 상대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한다.

심지어 접근전으로 무엇인가를 하려 해도 통하지 않기에 김신은 꽤 편한 마음가짐으로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했다.

그렇게 시간이 10분 정도 흘렀을 무렵.

보스의 마법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싸우던 김신은 자신과 다른 점을 하나 깨달을 수 있었다.

‘변화의 폭이 넓어.’

수(水), 풍(風), 지(地), 화(火).

4가지 속성에 틀에 얽매여 색다른 응용방법을 몰랐던 김신과는 다르게, 보스는 전혀 색다른 방식의 마법을 사용해왔다.

슈욱!

올곧게 날아오는 얼음의 창.

날카로운 부분이 김신에게 닿을 때쯤, 날아오던 창이 폭발하며 날카로운 파편을 흩뿌린다.

‘5서클의 단초는 변화인가?’

에어 밤으로 날아오는 파편을 튕겨내며 고민하는 김신.

전투의 와중에도 생각은 멈추지 않고, 손은 바쁘게 움직이며 마법을 사용한다.

‘충분히 배웠어.’

더 하고자 하면 할 순 있지만, 팀원들이 기다린다.

“이제 끝내자.”

검을 빼든 김신은 천천히 집중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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