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65화 (65/116)

《65화》

1.

“역시, 팀장님...”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그렇지, 보스를 한 방에?!”

“저게 말이 됩니까?”

강한우, 송인아, 천명화 순으로 각자의 스타일대로 놀란 목소리를 내뱉은 5팀.

어이없는 상황에 꽤 긴 침묵이 이어졌고, 천명화는 조용한 틈을 타 바닥에 떨어진 아티펙트를 주워왔다.

“팀장님, 아티펙트 나왔습니다.”

천명화 건넨 아티펙트는 반짝반짝한 황금 갑옷 하나.

2층의 보스를 잡고 나온 아티펙트는 송인아의 말과는 다르게 그리 후하지 않았다.

“아티펙트를 주긴 줬는데, 이걸 쓸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는 것 같네.”

화려한 금빛을 내뿜는 아티펙트.

꽤 두껍지만 그렇게 무겁지 않고, 부위별로 붙여서 만든 갑옷인지 활동성 또한 꽤 좋아 보였다.

김신의 말에 천명화와 송인아가 차례대로 말했다.

“맞네요. 그걸 입을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죠.”

“맞아.”

두 사람의 말에 강한우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김신에게 답했다.

“저 말입니까?”

“네.”

“좋긴 합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너무 반짝거려서 부담스럽네요.”

“그러면 도색 해서 사용하세요.”

“그런 방법이!”

장난으로 말한 건데 진심으로 받아들일 줄이야.

김신은 좋은 의견이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강한우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사람이 참 순수해.’

***

2층의 등반을 빠르게 끝내고 다시 귀환한 5팀.

돌아온 김신은 한 가지 정보를 알아냈다는 한유성의 말을 듣기 위해 길드장실로 향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의 길드장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간 길드장실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한유성은 조용히 앉아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왔나.”

“오늘은 분위기가 조용하군요.”

“해야 할 일이 꽤 쌓여있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한 한유성은 곧바로 본론을 말했다.

“우선, 정보를 말하기에 앞서 한 가지 말해줄 것이 있네.”

“어떤 겁니까?”

“정보와 관련된 조사를 시키기 위해서 구원회에 관련된 정보를 설이에게 말해주었네.”

수호길드 내부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지만, 그의 딸인 한설은 믿을 수 있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괜찮습니다.”

“고맙구만.”

이어지는 한유성의 말은 예상했던 대로 구원회에 대한 정보.

그는 김신이 탑을 등반하느라 자리를 비웠던 이틀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네와 대화한 직후, 수호길드 내부에서 길드원들에 대한 자체적인 조사를 실행하자마자, 성태수가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네.”

“어떤 행동을 했었기에···”

보통 유명 길드의 헌터는 생각보다 많은 가십거리를 낳기에 굳이 쫓지 않더라도 사생활을 캐내기 쉽다.

물론, 어디까지나 드러내고 다닌다는 경우에 한해서이지만.

어쨌든 한유성의 이어지는 말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탑 등반계획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탑에 오른 것으로 보이네.”

“확인된 겁니까?”

“5층에서 그를 본 사람이 있다고 하더구만.”

탑 등반의 경우, 미리 알리지 않으면 넓은 미지의 탑이라는 공간에서 괴수를 만나 죽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기에 보통 길드 측에 미리 알리고 등반을 한다.

그러한 절차 없이 등반했다는 소리는 필시 탑에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

김신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설마 하는 가능성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탑의 거주지역에 구원회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 겁니까?”

“아무래도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하네.”

“거주지역이라···”

탑의 5층에 존재하는 거주지역.

듣기로는 던전을 클리어하는 조건조차 독특하다고 했다.

거주지역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5층의 어느 장소에도 괴수가 없었기에.

괴수가 없고, 사람이 살만한 환경에 비밀리에 모이기에도 편하다.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탑의 안전지대인 거주구역이라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선택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김신은 한유성에게 이어서 말했다.

“그렇다면 5층을 수색해야겠군요.”

“넓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확실한 단서를 얻었으니 찾아내는 수밖에.”

“제가 빠르게 5층까지 올라가야겠군요.”

등반하려면 조금 더 걸린다.

빠르게 잡아도 최소한 10일.

김신이 그 말을 할 줄 알았다는 듯, 한유성이 곧바로 답했다.

“너무 급하게 올라올 필요는 없네. 이미 5층의 수색은 설이가 하고 있으니 말이야.”

“아, 그렇다면 아까 한설 팀장님에게 말했다는 이야기가···”

한설 또한 수호길드의 팀장으로 8층까지 오른 헌터.

그녀가 김신이 거주지역인 5층까지 오를 때까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수색하면 시간의 낭비가 없다.

“맞네, 그 때문에 정보를 알려준 것이었네.”

“그럼 최대한 조심해서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2.

한유성의 배려로 탑 등반의 시간을 넉넉하게 얻었지만, 그 얻은 시간을 전부 사용하면서까지 느긋하게 오를 생각은 없었다.

“거주지역인 5층까지는 빠르게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무슨 일 있습니까?”

수호길드 내부의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대충 돌려 대답했다.

“길드 레이드가 머지않아서 말이야.”

“아, 그렇습니까?”

어쨌든 계획은 계획.

팀원들은 빠르게 준비를 끝냈고, 5팀은 다시 탑에 올랐다.

휘이잉-

3층의 배경은 사막.

탑 등반을 하는 헌터들에게 가장 최악의 층이라 평가받는 장소다.

찌는 듯한 온도, 피할 수 없는 햇빛, 발목까지 빠지는 뜨거운 모래까지 체력을 갉아먹는 요소가 많다.

그러한 환경 탓에 식량 대신 많은 양의 물을 준비해가야 하고, 중간중간 쉬어가야 하기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최대한 체력을 비축하면서 가자.”

강행군으로 빠르게 도착해봤자, 보스가 있는 던전에서 힘을 못 쓰면 그것 또한 낭패.

그러니, 체력을 아끼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신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시작으로 3층의 등반이 시작됐다.

***

풀도 물도 괴수도 없는 3일간의 여정.

별다른 전투 없이 던전에 도착할 때가 되자, 긴장이 풀릴 대로 풀린 송인아가 김신의 옆에서 나지막이 속마음을 내뱉었다.

“더워...”

내공의 도움 덕분인지 별로 덥지 않았던 김신은 송인아에게 마법으로 시원하게 만든 물을 볼에 대주었다.

“앗!”

찌는듯한 더위의 사막에서 한 줌에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송인아.

옆에 있는 천명화와 강한우의 표정이 안쓰러워 둘에게도 얼음물을 만들어 주자, 표정이 활짝 폈다.

그렇게 힘들게 도달한 3층의 던전.

2층에서도 그랬듯이 송인아는 김신에게 3층 보스의 특징을 설명했다.

“2층 보스보다는 강해. 근데 오빠면 또 한...방에 해결할 것 같기도 하고?”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 어떻게 매번 한 방에 끝내냐.”

우스갯소리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실 김신도 검강의 위력에 대해서 감을 잡기 힘들었다.

‘막았던 상대가 없으니,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의 강도인지를 알 방법이 없지.’

어쨌든 반신반의하는 마음과 함께 들어간 3층의 던전.

결과는 송인아의 우스갯소리처럼 한방은 아니었지만, 맥빠지는 수준의 결말이었다.

“던전 보스가 이렇게 잡기 쉬웠었나?”

김신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답하는 송인아.

“아니, 절대 아닌데.”

인원이 많을수록 강해지는 게 탑의 던전.

그 파훼법은 강한 한 명의 존재면 충분했다.

세 번의 합.

김신이 막은 보스의 공격에 보스의 무기인 검이 날아갔고, 두 번째 공격에 팔이 땅에 떨어졌으며, 세 번째 공격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렇게 5팀은 힘든 여정 끝에 아주 빠른 돌파로 가볍게 다음 층인 4층에 발을 들였다.

3.

3층을 지나 4층.

최단시간 등반을 계속해서 하지만, 4층만큼은 그런 방법을 쓰지 못했다.

폐허가 된 왕국.

1층과 비슷하게 사람은 없고, 건물만 남아있는 장소.

등반을 빠르게 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최단거리의 최대 속도로 가도 일주일이 걸릴 만큼 거대했기에.

성의 중심을 기준으로 왕성까지 깔린 도로.

4층의 던전인 왕국의 왕성까지 가야 하는 이 여정은 길고도 험하다.

“4층은 길을 따라 걸어도 괴수가 꽤 많이 나올 거야.”

“그래?”

너무나 넓기에 오히려 토벌하지 못한 층.

김신은 5팀과 함께 왕성으로 가는 길목의 시작부터 괴수가 있음을 알아챘다.

“잠깐 멈춰봐.”

김신의 말에 옆에 있는 송인아가 주변을 둘러보며 답했다.

“왜?”

“괴수가 꽤 많아.”

“정말?”

보이진 않지만, 주변에 숨어 있다.

전투준비를 하는 팀원들을 뒤로한 채, 기감을 넓혀 주변을 탐색하는 김신.

‘그럴싸한 위장이네.’

위장을 하고 있는 괴수들은 나무에 붙어서, 혹은 수풀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곤충형 괴수인가. 별로 좋진 않은데.’

예전에 있었던 개미와의 안 좋은 추억이 떠오른 김신은 천명화에게 주의사항을 말해줬다.

“명화야 가능하면 최대한 덜 태워봐.”

“예?”

“지금 숨어 있는 괴수들 곤충이라 태우면 냄새가 엄청나니까.”

“아, 그렇습니까?”

대화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몰려드는 곤충들.

김신은 결국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말했다.

“안 되겠다. 그냥 다 태워버리자.”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그랴.

어차피 빡빡 문질러 샤워하면 그만이다.

-시잇!

이제는 거리를 꽤 많이 좁혀,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하는 괴수들.

그 모습에 강한우가 가장 먼저 방패를 들어 스킬을 사용했다.

“철벽.”

키기기깅!

카엘의 방패가 좌우로 펼쳐지며 팀원들을 감싸는 성벽이 되었고, 그 안에서 요격을 하는 건 송인아의 염동력이었다.

“무형의 창.”

거대한 사마귀에게 직격하는 송인아의 스킬.

서걱!

체액을 흩뿌리며 일격에 쓰러지는 사마귀를 뒤로 한 채.

“파이어 버스트.”

“인페르노!”

김신과 천명화의 마법과 스킬이 날아갔다.

콰아아앙!

화려하게 폭발하는 김신의 마법.

그 뒤를 따라 주변을 불태워버리는 천명화의 스킬.

-키이이이잇!

불에 대한 내성이 전무한 괴수들답게 불을 이용한 공격은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화르르륵!

불타는 나무와 함께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곤충형 괴수들.

무너지지 않는 강한우의 방패를 앞세운 전투.

5팀과 괴수들과의 전투는 일방적이었지만, 김신은 뒤따라올 악취가 걱정이었다.

***

티딕! 티디딕!

곤충의 껍질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지고, 전투가 끝난 후 5팀은 모두 코를 움켜쥐었다.

“윽!”

“···내가 말했지. 냄새 엄청 심하다고.”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토악질하는 천명화와 송인아.

유일하게 강한우만이 얼굴을 찌푸린 채로 버티고 있었다.

“일단 이렇게 된 이상, 주변에 물 있는 곳 좀 찾아보자.”

김신은 대충 마무리한 팀원들을 이끌고, 숲속으로 향했다.

고저가 있는 산이었기에 할 수 있는 선택.

냄새나는 옷가지를 털며 주변을 수색하던 중, 천명화가 애타게 찾던 개울가를 찾았다.

“팀장님 저기!”

손짓하는 방향을 바라보니, 눈에 들어오는 개울의 모습.

씻고 싶은 마음이 컷기에 달려간 5팀을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다름 아닌, 무언가를 지키는 괴수였다.

마치, 가장 소중한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변을 떠나지 않는 괴수.

김신은 괴수보다는 그 괴수가 지키고 있는 물건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석판이잖아?’

한유성이 건네줬었던 석판.

다름 아닌, 탑의 비밀이 적힌 물건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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