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31화 (31/116)

《31화》

1.

엄청난 응용력과 파괴력으로 승급을 확정지은 송인아.

김신은 천명화와 함께 그녀를 데리고 다시 8강전이 펼쳐지는 대련 시험장으로 돌아왔다.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대련시험을 치루기에 붐비는 대련시험의 시험장.

두 번째 대련을 준비를 하러간 천명화를 뒤로 한 채, 김신은 송인아와 시험이 열리는 곳으로 가던 중 익숙한 무늬가 들어간 옷을 입은 사람의 모습이 보여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태극검술길드?”

태극무늬가 들어간 길드복장을 입고 장비를 정비하고 있는 헌터의 모습.

빠른 승급을 노리는 헌터라면 승급심사를 보는 것은 당연하기에 김신은 대수롭지 않게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명화가 3조였나?”

“아마?”

시험을 치루는 사람이 많은 대련은 조 별로 펼쳐지기에 시험장에 도착한 김신과 송인아는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천명화의 대련까지 남은 시간은 10분여.

김신은 송인아를 보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나저나, 인아야.”

“응?”

“마지막에 쓴 그 스킬은 언제 연습한 거야?”

“아, 그거...”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살짝 부끄러워하던 송인아는 볼을 가볍게 긁적이며 대답했다.

“오빠가 한우오빠랑 대련할 때 쓰던 공격을 보고 따라한 건데...”

“진짜?”

“응. 근데 왜?”

특별훈련 기간 동안 대련하던 중 파괴력을 죽인 개벽(開闢)을 몇 번 썼었는데 그걸 보고 따라했다니...

내가 이래저래 많은 부분에서 팀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한 김신은 하지 못했던 말을 송인아에게 해줬다.

“아니, 그 스킬을 보니까 되게 놀라서. 언제 연습했나 싶어가지고 물어본 거야.”

“헤헤. 사실 마지막에 스킬 쓸 때, 오빠가 놀랄 것 같다는 생각을 내심 했었는데, 정말 놀랐었나보네.”

방긋 웃는 송인아의 모습에 마주 웃어준 김신이 대화를 이어가려던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뒤편에서 들려왔다.

“김신 씨?”

“...?”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본 김신.

앉아 있는 자리의 2열 뒤에 앉아있는 익숙한 사람의 모습에 김신은 반사적으로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태하윤 씨?”

“잘 지내셨어요? 그런데 여기서 뵐 줄은 몰랐네요.”

“아, 예. 팀원 중 한 명이 지금 대련에 참가 중 이라서.”

“그래요? 저희 팀원도 여기에 대련시험 참가중인데.”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 김신의 옆자리로 다가온 태하윤.

그녀는 김신의 옆자리에 앉기 전, 김신에게 짧게 동의를 구했다.

“혼자라서 그런데 옆에 앉아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간단하게 소지품을 바닥에 내려놓은 태하윤은 김신을 보며 말했다.

“팀원이 B급으로 승급하는 거예요?”

“네, 태하윤 씨 팀원도 B급 승급인가요?”

김신의 말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은 태하윤은 고개를 살짝 꺾으며 되물었다.

“혹시, 몇 조에요?”

“3조요.”

“아···”

“설마?”

“...”

짧은 탄식을 내뱉는 태하윤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그녀의 팀원과 천명화가 같은 조에 걸렸다는 것을 깨달은 김신은 곤란한 표정으로 답했다.

“3조인가보네요.”

“네...”

토너먼트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1인만 통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태하윤의 탄식이 이해가 됐다.

“혹시 참가한 팀원의 이름이?”

“정두철이요.”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살펴본 김신은 천명화와 가장 멀리 떨어진 15번 자리에 적힌 정두철이란 이름에 묘한 느낌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반대네요.”

“그러면 가장 나중에 만나겠죠?”

“아마도요?”

마치 결승에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말을 하는 태하윤의 자신감이 가득한 모습.

‘팀원을 굉장히 믿는구나.’

김신이 말없이 천명화에 대한 생각을 하는 사이, 태하윤이 앞을 보며 말했다.

“이번이 저희 팀원차례네요.”

2.

태하윤의 팀에 팀원인 정두철이란 남자는 확실히 그녀가 우승할 것이라 믿고 있을 만큼 잘 싸웠다.

호흡, 검술, 마나의 사용까지.

그와 맞붙은 상대가 30합이 끝나기 전에 패배를 인정할 만큼, 압도적인 무력으로 대련을 이겼다.

“역시, 집중적으로 가르친 보람이 있네요.”

“...”

정두철의 검술을 보니, 실력 있는 상대와의 대련이 하고 싶어졌다.

태극검술길드의 간판 검술인 태극검법(太極劍法).

유(柔)의 묘리를 살리는 검술답게 상대방의 공격을 가볍게 흘려내며 반격하는 정두철의 모습.

김신은 계속해서 그의 검술이 띈 흐름을 파고들었다.

‘가로 베기를 검면으로 훑듯이...’

정두철의 검면으로 상대의 검이 타고 오르면서 빈틈이 만들어지자, 그는 망설임 없이 상대의 왼쪽 목에 검을 가져다 대었다.

“김신 씨?”

“...”

정두철의 검술을 멍하니 보고 있던 탓에 태하윤의 말을 듣지 못한 김신에게 태하윤은 다시금 그의 이름을 불렀다.

“김신 씨.”

“...아, 불렀어요?”

“뭔가 굉장히 집중하셨네요?”

“아, 태하윤 씨의 팀원이 검을 잘 다뤄서 멍하니 보고 있었네요.”

팀원을 칭찬하는 말에 태하윤은 싱긋 미소 지었다.

“성장이 빠른 팀원이라서 저희도 기대가 커요. 대련을 할 때마다 빠르게 치고 올라오거든요.”

“태극검술길드에선 대련을 매일하나요?”

“당연하죠. 검사에겐 실전 같은 대련이 성장의 발판이니까요.”

“흐음, 대련이라...”

한숨과 함께 나온 김신의 말에 고개를 갸웃한 태하윤.

김신이 고개를 돌려 계속해서 이어지는 대련을 바라보고 있자, 곰곰이 무언가를 고민하던 태하윤이 그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대가 없나요?”

“아뇨, 있긴 있죠. 그런데 순수하게 검술로 대련할만한 상대가 없어서...”

“그럼, 지금 김신 씨는 대련할 상대가 필요하신 거죠?”

상대가 있다는 듯이 말하는 태하윤의 말에 고개를 돌린 김신.

“대련 해주시게요?”

“아뇨.”

“그럼 왜 그런 말씀을...”

“방법이 있어서요.”

“방법이요?”

수준 높은 대련에 목말라있던 김신에게 태하윤은 방법을 말해줬다.

“다름이 아니고. 다음 주 주말에 3대 검술길드가 모여서 검술대회를 하거든요.”

“검술대회?”

생소한 단어를 듣는 사람의 반응을 내비치는 김신의 모습에 태하윤은 또 다시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모르는 게 당연할 거예요. 요즘 사람들은 검술길드 소속이 아닌 이상, 검술 자체에는 관심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별로 유명하지가 않은 거군요?”

“네, 길드 자체가 폐쇄적인 것도 유명해지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수준 높은 검사들이 모인다면 검술 자체의 실력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김신은 그녀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그런데 그거, 외부인이 참가해도 되는 거예요?”

“물론 안 되죠.”

“...?”

놀리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김신이 인상을 찌푸리자, 태하윤이 두 손을 다급히 흔들며 답했다.

“아, 아뇨. 그게 아니고. 김신 씨는 참가할 방법이 있어서 말씀 드린 거예요.”

“외부인은 안되고 저는 된다고요?”

모순적인 대화에 고개를 갸웃하는 김신에게 태하윤이 밝게 웃으며 답했다.

“검술을 배운 사람은 외부인이더라도 참가가 가능해요. 물론, 참가할 길드 관계자의 보증이 있어야 하지만요.”

“아...”

검술길드와 관계가 있으며, 보증을 받을 수 있고, 검술을 배운 외부인.

꽤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김신은 확실히 충족이 되었다.

좋은 기회가 생겼다면 참가를 안 할 수 없는 법.

김신은 대회에 초대해준 태하윤을 마주보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 대회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3.

김신이 검술대회에 참여하겠다는 말을 하고난 이후.

계속해서 이어진 대련에서 태하윤의 팀원인 정두철과 김신의 팀원인 천명화는 파죽지세의 실력으로 상대를 꺾으며 결승까지 도착했다.

“결국, 이렇게 됐네요.”

“그러게요.”

조용히 경기를 바라보는 김신과 다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는 태하윤.

그녀는 김신에게 물었다.

“이게 뭐라고 꽤 떨리네요?”

“떨려요?”

“그러는 김신 씨는 팀원이 결승에서 강자와 만났는데 안 떨려요?”

“안 떨리는데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흠...”

처음 정두철을 봤을 때부터 그가 강하긴 해도 천명화가 질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고 그렇게 생각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김신은 잠시 고민을 하며 말을 골랐고, 태하윤을 향해 부드럽게 순화시켜 답했다.

“생각보다 저 친구가 재능이 넘쳐서요.”

***

김신이 태하윤에게 천명화가 지지 않는 이유를 말하던 때.

대련준비를 하고 있던 천명화는 눈앞에 서있는 정두철이라는 참가자의 모습을 보며 검을 움켜쥐었다.

“시작.”

결승의 시작을 알리는 시험관의 목소리가 나오자, 천명화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정두철.

마나가 가득담긴 검을 내려치는 그의 모습에 천명화는 반사적으로 검을 비스듬하게 들어 공격을 흘려냈다.

쐐액! 치잉!

공격을 흘려내자마자 곧바로 반격을 하는 천명화.

처음 천명화가 막았을 때와는 다르게 정두철의 방어는 느낌이 달랐다.

마치, 기름을 발라놓은 바닥을 훑는 것 같은 느낌.

스으윽-

천명화의 공격이 빗나가자, 매섭게 반격을 해오는 정두철의 공세에 천명화는 당황했다.

‘강해!’

근접전투의 달인이라 불리는 검술길드답게 근거리에서 몰아치는 정두철의 공격.

빠른 속도로 합을 겨루던 천명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정두철의 공격이 눈에 익기 시작했다.

‘...어?’

특훈 기간 동안 김신과 대련을 반복적으로 하며 알게 모르게 검술의 실력이 월등히 올라간 천명화.

계속해서 변화하는 김신의 검술을 상대해왔었기에 검로가 일정한 정두철의 검술은 금방 그의 눈에 파악되고 말았다.

챙챙! 채앵!

B급에 달하는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정두철과 공격을 주고받던 천명화가 정두철을 밀어냈고, 약간의 틈을 이용해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인페르노.’

마나의 사용과 동시에 천명화를 중심으로 불길이 솟아오르며 정두철의 접근을 막는다.

“큿...”

천명화를 감싸고 있는 화염의 열기에 정두철은 쉬이 접근을 하지 못하고, 천명화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천명화는 대련이 더 쉬워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역시 육체강화 능력만 있는 만큼, 이능력 특성의 앞에서는 제대로 힘을 못 쓰는 구나.’

화끈한 불길을 뚫고 들어오는 김신이 이상하리만큼 강하다고 생각한 천명화는 정두철을 상대로 공격을 시작했다.

화르륵!

천명화를 감싼 불길이 한 줄기 새어나와 창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화염 때문에 거리를 두고 있는 정두철을 노리고 쏘아지는 천명화의 공격.

쇄애액!

날아오는 화염의 창을 막기 위해 멈춰선 정두철을 향해 천명화가 검을 들고 달려 나갔다.

쐐액! 파앙!

천명화가 날린 화염의 창을 막자, 검이 잇달아 날아든다.

채앵!

급하게 천명화의 공격을 막아낸 탓에 자세 살짝 무너진 정두철.

그 모습을 본 순간, 천명화의 공격이 더 빠른 속도로 몰아쳤다.

화염의 창의 공격과 그 뒤를 잇달아 날아드는 검격.

쉴 새 없이 막아내던 정두철이 어느덧 시험장의 경계선까지 몰려나갔다.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밀려나던 정두철이 한계에 다다랐을 쯤.

“장외!”

시험관이 승패를 알렸고, 천명화는 밝게 웃었다.

천명화의 대련이 끝난 직후.

김신은 팀원의 패배에 놀란 표정을 짓는 태하윤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제가 말했죠? 재능이 넘치는 친구라고.”

경기가 끝나고, 서로 인사를 한 후 경기장 밖으로 걸어 나오는 천명화.

김신은 그에게 가기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어떻게 검술을 배우지 않았는데,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죠?”

배우지 않았는데, 배운 것 같다.

천명화의 검술을 정확히 파악한 태하윤의 말에 김신은 짧게 웃으며 답했다.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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