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30화 (30/116)

《30화》

1.

승급심사가 악명 높은 이유.

그것은 바로 처음 각성을 한 각성자가 검사를 받으러 왔을 때에 하는 검사 때문이다.

첫 각성 때 진행하는 신체검사와 특성의 종류 검사.

그에 따른 헌터의 정보가 고스란히 적혀있는 프로필을 승급심사의 시험관이 보고, 시험을 치루는 헌터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찾아서 시험을 배정해준다.

한마디로 대인전이 약하다면 대련을.

괴수를 토벌하기 힘든 특성이라면 괴수 토벌을.

특성 자체의 응용을 못 하고, 파괴력이 약하다고 생각 하면 응용력과 파괴력을 측정하는 시험을.

괴수 토벌과 응용력을 측정하는 시험과는 다르게 일대 일로 싸워 승리하는 대련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치러졌다.

“아, 토너먼트...”

대련시험을 보는 사람이 전체 승급시험을 치루는 사람들 중 40%에 달할 정도로 많고, 승급자의 대련 인원 부족과 효율적인 진행 그리고 승급자 자체의 인원을 조율하기 위한 토너먼트방식의 대련.

천명화는 16명으로 시작하는 토너먼트에서 최후의 1인이 되어야했다.

그런 의미에서 일까.

약간 맥 빠진 목소리로 말하는 천명화와 다르게 송인아는 별거 아닌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응용력, 파괴력 시험이네?”

“명화랑 인아. 둘 다, 특별훈련을 한 그대로만 하면 통과는 문제없을 것 같은데?”

특별훈련의 성과를 보여주자.

그렇게 생각한 두 사람은 김신의 말에 주먹을 쥐며 답했다.

“넵! 확실합니다.”

“당연하지!”

잠깐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시간이 오전 10시를 향해 가까워졌을 무렵.

-대련 토너먼트가 오전 10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오니, 모두 시험장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명화야 가자.”

“네.”

가장 첫 번째로 천명화의 16강전이 시작됐다.

***

정사각형의 경기장.

그리 넓지 않은 범위의 경기장 위에는 천명화와 대련의 상대방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확실히 팀장님에 비하면...’

수 없이 했던 특별훈련에서 김신의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아득했던 기량을 떠올린 천명화는 눈앞에 있는 상대를 바라보며 웃었다.

‘약해.’

김신의 비하면 위압감이 거의 없다싶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의 능력도 B급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그 사실을 인지한 천명화가 대련용 검을 움켜쥐는 순간.

“준비.”

대련의 준비를 알린 감독관이 곧바로 시작을 알렸다.

“시작!”

팟!

천명화는 시작과 동시에 상대를 향해 달려 나가며 스킬을 사용했다.

‘버닝 익스플로전.’

근거리에서는 사용이 힘든 원거리 대인공격스킬인 버닝 익스플로전.

손끝을 타고 생성된 불길이 빠르게 상대를 향해 쏘아졌고, 상대의 앞에 도달하자 폭음을 퍼트리며 폭발했다.

퍼엉!

주변의 먼지가 일어나며 뿌옇게 가려진 시야.

보이지 않는 먼지의 사이로 상대의 공격이 날아왔다.

치지직!

‘전기?’

푸르고, 번쩍이는 전력의 구체가 스파크를 튀기며 빠르게 날아왔다.

‘...!’

카각! 티딕!

반사적으로 검에 마나를 둘러 막아냄과 동시에 검을 타고 흘러드는 전기의 짜릿함.

“읏!”

마나를 검에 둘렀지만, 전기의 특성까지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기에 찌릿한 감각에 몸을 움찔하는 사이, 상대는 다시 거리를 벌려 천명화의 반대편으로 도망쳤다.

‘거리를 벌린 걸로 봐서, 적은 원거리 공격을 주로 하는 타입. 아직 어떤 스킬이 있는지 모르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해.’

천명화는 주변에 연신 스파크를 흩뿌리는 상대를 바라보며 전략을 수정했다.

‘우선, 직접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틈을 만든다.’

승급시험이 악명 높은 이유는 천명화도 익히 들어왔다.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은 승급할 수 없다.

헌터로서 B급이 가진 위치가 상당한 만큼, 상대도 승급을 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를 해온 것이 눈에 보였다.

화륵!

검에 불길을 피워 올린 천명화.

처음 날린 공격에 왼쪽 머리가 약간 타들어간 상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천명화는 미소 지었다.

‘충분히 먹힌다.’

김신과 대련을 할 때마다 피해를 입힐 수 없었기에 화력에 문제가 있나 했지만, 지금 상대의 모습을 보니 전혀 아니었다.

‘상대는 팀장님이 아니야.’

분명한 사실을 깨닫자 자신감이 다시 솟아오른다.

탓!

천명화가 상대를 향해 달려 나가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동시에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특성의 속성인 화염으로 바뀌며, 상대를 향해 쏘아진다.

‘블레이저!’

날아가는 천명화의 공격.

그 후끈한 열기에 상대도 천명화의 공격을 방어하기위해서 마나를 끌어올렸다.

파지지직!

몸을 중심으로 둥글게 생성된 전기의 막.

천명화의 화염과 부딪친 막은 출렁되긴 했지만,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천명화는 그 모습을 보며 승리를 직감했다.

화르르륵!

천명화의 몸으로 부터 날아가는 화염의 창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커지는 상대의 눈동자.

화르륵! 파직!

출렁거리는 전기의 장막이 화염의 창에 집중공격에 구멍이 뚫릴 쯤.

스윽.

반응하기 힘들 정도의 빠른 속도로 목젖 앞에 검을 가져다 댄 천명화의 모습에 상대의 입에서 승패를 알리는 말이 새어나왔다.

“졌습니다.”

2.

가볍게 16강전을 승리한 천명화가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김신을 향해 다가가며 물었다.

“보셨습니까?”

“어, 이제 원거리, 근거리모두 쉽게 상대 하겠는데?”

확실히 약점을 개선한 천명화의 모습에 김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천명화는 웃으며 대답했다.

“팀장님의 특훈 덕분입니다.”

“뭘, 네가 노력한 덕분이지.”

스스로 얻어낸 결과라는 말해주는 김신의 모습에 천명화는 가슴이 찡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팀장님...”

“표정이 왜 그래, 이상하게.”

“감사해서요.”

“그렇게 고마우면 빨리 나 따라잡아서 내 몫까지 커버해.”

김신의 말에 천명화는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그건 좀...팀장님은 B급이지만, B급 수준이 아니잖아요.”

“그런가?”

“네, 솔직히 특훈 때도 제가 전력으로 쏟아 부은 공격을 쉽게 막으셨으면서.”

“티 났어?”

“엄청요.”

김신과 천명화는 소소한 잡담을 나누며, 시간이 겹쳐 먼저 간 송인아가 있는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입구부터 두 사람을 반기는 진한 물의 냄새.

대련 시험장과는 다르게 돔으로 덮여있는 응용력, 파괴력 시험장에는 온갖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거리가 족히 10미터는 넘어 보이는 물웅덩이, 높이가 5미터는 되 보이는 장벽,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있는 덩굴, 거대한 바위까지.

활용도가 높은 특성을 가진 헌터를 위한 시험장의 모습에 천명화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이걸 특성을 사용해서 어떻게든 해쳐나가라는 건가요?”

“어, 그런 것 같다. 일단, 나도 처음 보는 건데 이건 좀 놀랍네...”

김신과 천명화가 높은 난이도의 시험장을 보며 놀라는 사이.

험악하게 생긴 헌터가 거대한 바위 앞에서 절규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으로 어떻게 바위를 부수라는 거야!”

특성의 속성이 바람으로 추정되는 헌터의 절규에 천명화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김신에게 말했다.

“팀장님은 가능하지 않아요?”

“아마?”

“그런데 왜 저 사람은 못하는 걸까요?”

마법과 특성은 다른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기에 김신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러게...그 쉬운 걸 왜 못할까.”

시험장에 대한 짧은 감상을 마친 김신과 천명화가 시험을 보는 참가자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자리를 잡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송인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

“다음, 송인아 참가자.”

“예.”

자신을 부르는 시험관의 목소리에 시험장으로 향하는 송인아.

그녀가 바로 앞의 참가자가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울부짖는 것을 들으며 긴장을 한 사이, 시험장의 앞에 서있던 시험관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며 송인아에게 말했다.

“시간제한은 10분. 그 안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장애물을 해치고 목표지점에 도달하시면 됩니다.”

음성의 고저 없는 사무적인 목소리 톤의 시험관.

송인아는 그런 시험관에게 짧게 답했다.

“네.”

스윽-

부드럽게 열린 문사이로 펼쳐진 시험장의 첫 번째 장애물은 바로.

모래로 덮인 30미터거리의 코스.

송인아가 가볍게 모래위에 발을 내딛은 순간, 장애물이 작동을 시작했다.

우웅-

모래 위에 내딛은 송인아의 발이 급격하게 빨려 들어간다.

“...!”

급하게 특성을 사용해 시험장의 시멘트바닥으로 돌아온 송인아.

발을 디딘 자리의 모래가 마치, 개미지옥의 모래처럼 흘러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유사(流砂)?”

흔히들 말하는 수렁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유사.

수렁과 다른 점은 한번 빠지게 되면 해당 신체 부위의 주변에 있던 모래가 급격하게 결합하여 단단해지기에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30미터에 달하는 거리에 펼쳐져있는 유사 장애물.

송인아는 그 모습을 본 순간, 당황하기보다 특별훈련에서 김신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저 앞에 있는 물웅덩이에서 물을 띄워 원하는 모양으로 계속 바꾸는 거야.

‘모래도 물처럼...’

무궁무진한 활용법을 가진 특성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 김신의 특별훈련.

송인아는 김신이 했던 조언을 떠올리며 특성으로 모래를 조형했다.

‘단단한 발판.’

염동력으로 모래를 고정시켜 단단하게 만든다.

굳이 이러한 방법을 쓴 이유는 효율적인 마나사용을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면 훨씬 적은양의 마나로도...’

송인아의 전투방법이 주변의 사물을 던지는 방식으로 굳혀진 것도 이미지 트레이닝의 부족과 마나사용의 효율 때문이었다.

탓-탓-탓.

마치 땅따먹기 놀이를 하듯 만든 발판 위로 한 걸음씩 전진하는 송인아.

각성자 특유의 뛰어난 신체능력과 효율적인 특성 사용으로 가볍게 첫 번째 장애물을 통과한 송인아는 기다리고 있는 두 번째 장애물을 바라봤다.

“후우...”

10미터 거리의 물웅덩이와 곧바로 이어지는 5미터 높이의 시멘트 벽.

두 가지의 장애물을 동시에 넘어야하는 만큼 난이도가 높았지만, 송인아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발걸음을 내딛었다.

‘특훈 때, 질릴 정도로 가지고 논게 물이야!’

송인아가 내딛는 걸음걸이마다 생기는 물의 계단.

거침없이 밟고 올라간 송인아는 마지막 발판을 밟으며 위로 뛰어 시멘트벽의 꼭대기에 손을 짚고 가볍게 넘어섰다.

슈욱-

담을 넘어가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또 다른 장애물.

‘산 넘어 산이네!’

순발력까지 테스트하는 높은 난이도에 헛웃음을 지은 송인아는 공중에서 마나를 끌어올려 눈앞에 펼쳐진 가시덩굴을 향해 특성을 사용했다.

우우웅-

보이지 않는 염동력을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날카롭게 벼린 칼날로 만든다.

‘사이킥 블레이드.’

망치처럼 뭉툭한 방법으로만 사용했던 송인아의 특성이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는 방법으로 재탄생 되었다.

슈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염동력의 칼날.

서걱! 탁-

여러 헌터를 좌절에 빠트린 질긴 가시덩굴이 예리한 염동력의 칼날 앞에 파헤쳐짐과 동시에 송인아는 깔끔하게 착지하며 앞을 바라봤다.

‘드디어 마지막 장애물!’

눈앞에 보이는 골인지점.

그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바위였다.

‘응용력 다음엔 파괴력이라...’

힘을 집중시키려면 칼날처럼 날카로운 선이 아닌, 뾰족한 점이 좋다.

송인아는 장애물에 대한 판단이 끝나자, 곧바로 마나를 끌어올리며 홀로 연습했던 스킬을 사용했다.

우웅-

마나를 조형하여 원하는 형태로 바꾼다.

막대한 양의 마나가 사용되며 염동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형의 창.’

스킬의 사용이 끝나자, 곧바로 바위의 정중앙을 노리고 날아가는 무형의 창.

슈우우욱-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날아간 송인아의 공격은 바위의 중앙을 꿰뚫으며 부서뜨려버렸다.

쿠우우웅-

먼지로 가득 찰 정도로 확실하게 바위를 부셔버린 송인아의 스킬.

김신은 강하고 효과적인 공격에 감탄을 내뱉었다.

“언제 저런 스킬을 배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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