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27화 (27/116)

《27화》

1.

“저는 못합니다!”

“...네?!”

성준의 당황스러운 말에 김신이 되물었고, 곧바로 그가 이유를 말했다.

“이능력자는 범위공격에 특화 되어있어서 그런 정밀타격은 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남은 건 근접전투인데, 그건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김신 씨가 직접 해결해야 해요!”

이런 제길.

김신은 5팀과 2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랭크의 성준이 저렇게 말하는 걸 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나보다 높은 등급의 전위가 없구나.’

아마, 2팀의 전투 스타일은 B급의 디펜더의 뒤에서 A급인 성준이 이능력을 난사하는 스타일의 전투법일 거다.

전후 상황에 대한 판단을 끝낸 김신은 달려오는 미노타우르스를 보며, 깊게 심호흡을 했다.

“후우...”

무공, 마법, 특성.

세 가지의 전투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지금 이 전투를 끝내야 한다.

‘다행인건, 키클롭스와 다르게 약점이 있다는 것 정도인가.’

쿵쿵!

대처방법을 고민하는 김신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달려드는 미노타우르스.

김신에게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미노타우르스는 분노에 가득 차 뿔을 앞세우고 돌진했다.

‘그나마 키클롭스에 비해 덩치가 작아서 그 방법을 써먹을 수 있겠어.’

고민을 끝마친 김신은 돌진하는 미노타우르스를 보며 칼을 역수로 쥐었다.

“한 방에 끝내주마.”

끝까지 움직임을 노려보던 김신은 미노타우르스가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땅을 움푹 파이게 하는 1서클 마법인 디그를 사용했다.

움푹!

키클롭스에 비해 확실히 작은 발의 크기였기에 아슬아슬하게나마 움푹 파인 땅에 발을 헛디딘 미노타우르스.

-크헝!

중심을 잃은 미노타우르스는 곧바로 땅바닥을 향해 앞으로 넘어졌고, 김신은 그 타이밍에 맞춰 역수로 쥔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지금 뿐이야!’

괴수도 학습을 하기에 또다시 이런 기회를 얻기 힘들 거다.

“뒤져 이새끼야!”

김신은 들고 있는 검을 쓰러진 미노타우르스의 숨구멍을 향해 내리찍었다.

***

시민들의 대피를 도우며 김신과 미노타우르스의 전투를 계속해서 지켜보던 성준은 자신의 말을 들은 김신이 갑자기 멈춰 서는 것을 보고는 시선을 고정했다.

‘대체 뭘 하는 거지?’

미노타우르스의 정석적인 공략방식은 함정을 설치해두고, 유인을 해서 잡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 김신이 취하는 자세는 마치 역습을 노리는 듯한 자세.

‘어떻게...?’

탑에서 공략하는 방법인 함정도 없었고, 공간조차 크지 않다.

쿵쿵쿵!

성준이 김신의 행동에 의문을 가진 순간, 돌진을 시작하는 미노타우르스.

상상이상의 강도를 지닌 미노타우르스의 뿔을 정면으로 막는 것은 자살과도 같은 행위다.

“피해야합니다! 정면에선 방법이 없어요!”

성준의 말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않고 돌진하는 미노타우르스를 노려보기만 하는 김신.

“당신 미쳤어?! 피하라고!”

보다 못한 성준이 스킬을 사용하려고 입을 연 순간.

-크헝!

갑작스럽게 넘어진 미노타우르스의 모습에 놀라 눈을 부릅떴고.

푸욱!

그런 성준이 놀라기 무섭게 김신의 검이 미노타우르스의 숨구멍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2.

김신의 손에 A급 괴수인 미노타우르스가 무사히 토벌되고, 인근 대피소에 대피해 있었던 시민들이 귀가를 하고 있는 강남의 현장.

상황이 종료된 후, 뒤늦게 지원을 나온 인접한 길드인 매화(梅花)검술길드와 태풍길드에 상황 정리를 부탁한 김신은 잠시 쉬기 위해 근처에 있는 벤치로 돌아와 등을 기대고 앉았다.

“후, 힘들었다.”

약점을 몰랐다면 상당히 위험했을 전투.

그나마 전투 중반에 달려온 성준의 조언덕분에 미노타우르스에게 더 상처를 입히지 않아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다.

바로 그 때.

쉬고 있는 김신의 옆으로 다가온 성준.

“김신 씨.”

“아, 2팀장님...”

김신은 고개를 돌려 성준을 바라봤고, 성준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그에게 말을 걸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부담만 드려서 죄송합니다.”

김신은 성준의 모습에 벤치에서 등을 떼며 답했다.

“어쩔 수 없죠. 해결할 사람이 저뿐이었잖습니까. 그리고 저야말로 2팀장님의 조언이 없었으면 잡기 힘들었을 거예요.”

“사실 조언만 드리고 어떻게든 해결하라고 하면 안됐는데...”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말을 할 듯 말 듯 입술을 달싹거리는 성준.

‘A급 괴수와 비등하게 싸우는 걸 보고, C급이란 걸 깜빡했었다고 하면 욕먹겠지...아니, 애초에 C급이 A급이랑 비등하게 싸우는 게 말이 되나? 힘을 숨긴 거 아니야?’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성준은 고개를 돌려 김신을 바라봤고, 그의 표정을 본 순간 의심을 굳혔다.

‘역시, 일부러 안한 건가?’

힘을 숨겼다고 해도 책임을 떠넘긴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어쨌든 내가 무책임 했던 건 사실이니까...’

성준은 입을 열어 김신에게 아까의 행동에 대해서 사과했다.

“책임을 떠넘겨서 죄송합니다.”

김신은 성준의 사과에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태연한 목소리로 성준에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김신의 답변에 조금은 화색이 도는 성준의 얼굴.

김신은 그의 반응을 보고는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서 시내에 게이트가 열리는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보통 한 달에 두, 세건 정도였던 과거와 다르게 최근에 확연히 늘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성준은 김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그리고 오늘처럼 탑에서 나오는 괴수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게 문제죠.”

“탑에서 나오는 괴수요?”

“이상하게도 지금까지는 탑에 있는 괴수가 나온 적이 없는데 근래에 들어서는 자주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성준의 말을 듣고 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또 이런 상황이 터질 것에 대비해서 탑에 있는 괴수들의 특징을 좀 알아놔야겠네요. 오늘 미노타우르스 같은 사건이 또 나올 수 있으니까요.”

김신의 말에 성준은 눈을 빛내며 답했다.

“아, 그거 모르십니까?”

“네?”

자칫하면 큰 책임을 질 수 있었던 상황을 김신 덕에 해결할 수 있었던 성준은 그에게 중요한 정보를 알려줬다.

“길드 내부에 팀장 이상만 볼 수 있는 탑에 관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정말요?”

“제가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죠.”

3.

중앙에 있는 조명만 불이 켜진 넓은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의 중간에 놓여있는 타원형의 회의용 테이블과 그 테이블을 중심으로 둘러앉아있는 사람들 중 가장 중간에 앉아있는 남자의 입이 열렸다.

“지부장, 물건은?”

남자의 질문에 오른 편에 있던 지부장이라 불린 사내가 답했다.

“회장님, 그것이...죄송합니다.”

“왜지?”

회장이라 불린 남자의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는 기분이 언짢다는 것을 표현하듯 옆자리에 앉은 지부장을 압박했다.

“···그, 그것이 현장에 있던 정체불명의 헌터가 너무 빠르게 토벌했다고 해서...”

“뭐, 정체불명의 헌터?”

회장이라 불린 사내는 지부장의 답변에 마나를 거두고, 턱을 만지며 생각했다.

‘강남 인근길드에 있던 길드원들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진행했는데, 정체불명의 헌터가? 대체 누구지?’

목표로 했던 아티펙트의 탈취하기위해 가장 거리가 멀면서도 시민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정했고, 그 시간대에 다른 길드의 뛰어난 전위들이 모두 파견을 나간 것을 확인했었다.

‘분명 보고에 의하면 가장 가까웠던 수호길드의 2팀장 성준은 미노타우르스와 상성이 극악이었을 텐데?’

새로 부임했다는 5팀장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C급이었기에 회장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생각을 끝마친 회장은 고개를 틀어 옆자리의 지부장에게 물었다.

“괴수를 토벌한 사람은 누군지 알아봤나?”

회장의 말에 지부장이란 사내는 또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게, 게이트를 열었던 집행관의 보고로는 도로가 워낙 강하게 통제되고 있어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부장의 답변을 듣자, 가볍게 한숨을 내쉬는 회장.

지부장은 그런 회장의 모습에 다급하게 변명했다.

“그, 그래도 하나 확실했던 건 있습니다!”

“...”

“멀리서 밖에 못 보긴 했지만, 검술길드의 검사처럼 독특한 검술을 썼다고 합니다.”

“···검술길드?”

“예, 분명히 그랬습니다.”

확실히 인근 지역에 매화(梅花)검술길드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게 빨리 갔을 리가 없을 텐데?

회장은 뭔가 께름칙한 기분이 느껴져 지부장에게 확실히 알아낼 것을 명령했다.

“매화(梅花)검술길드를 뒤져서 누군지 알아오도록.”

“네! 빠른 시일 내에 알아내겠습니다.”

지부장의 말을 들어보니, 그저 운이 없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회장은 지부장의 모습에 가볍게 혀를 차며 앞으로의 상황을 물었다.

“쯧, 그러면 이번 목표는 기다려야하는 건가?”

“기다리긴 해야겠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실패할 것을 대비해서 세워 놓은 계획이 있으니, 조만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기다린다고 해도 아티펙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차선책이 있지 않은가.

회장은 이번 계획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지부장에게 다음 계획을 물었다.

“다음은 미국이었나?”

“예,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것이라 아무래도 이번이 적기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놓치면 또 얼마나 기다리게 될지...”

회장의 질문에 답하는 손을 비비며 답하는 지부장.

회장은 그런 지부장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무리를 해도 좋으니, S급 괴수를 풀어서 확실하게 가지고 오도록. 이번과 같은 실수를 하면 쉽게 지나가지 않을 거야.”

“예. 무조건 가지고 오겠습니다.”

***

성준과의 대화이후.

상황이 완전히 끝나고서야 김신은 5팀과 함께 길드로 복귀해 대기실로 들어갔다.

입구를 넘어감과 동시에 등 뒤에서 송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어, 왜?”

“일주일 전에 나한테 문자 보낸 거 뭐야?”

“아, 그거? 급하게 뭘 좀 해야 해서 그랬어.”

김신의 답에 송인아는 입술을 앙 다물고,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걱정했잖아. 문자만 보내고 일주일동안 연락이 안돼서.”

“걱정했었어?”

“당연히 걱정하지. 팀의 팀장님인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가 있겠어.”

“다음에는 전화라도 해줄게.”

전화라도 해주겠다는 김신의 말에 송인아는 표정을 풀고, 김신에게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아까, 전투 때는 멀리 있어서 말 못했는데. 몸은 괜찮아?”

“응, 다행히 어딜 다친 곳은 없어.”

“다행이다.”

그렇게 말한 송인아는 잠시 고민에 잠긴 채로 가만히 있다가 벌떡 일어서서 천명화와 강한우를 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김신이 잠시 목을 돌리며 가볍게 몸을 푸는 도중,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지잉-

‘문자?’

가볍게 품속에 핸드폰을 빼 온 문자를 확인한 김신.

‘길드장님?’

거기엔 한유성이 보낸 문자가 적혀있었다.

-길드장실로 올라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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