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20화 (20/116)

《20화》

1.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끝마친 김신은 팀원들과 함께 테트라곤에 들러 미리 봐둔 의뢰를 받고, 곧바로 강변북로를 통해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장암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 중간중간에 도로를 순찰하는 헌터들.

대로변이 뚫리면 시내까지 바로 괴수들이 들이닥칠 수 있기에 그들은 지나다니는 헌터들의 차량과 소속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그 모습을 본 송인아가 김신에게 물었다.

“오늘따라 좀 더 빡빡한 거 같은데요?”

“그래?”

퇴촌으로 토벌을 나갔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느낌에 고개를 끄덕이던 김신은 도봉구의 끝자락에 있는 마지막 검문소를 지나가며 물었다.

“수호길드 5팀의 팀장 김신입니다.”

“아, 예. 확인되었습니다.”

“가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오늘 무슨 일 있습니까?”

검문소의 직원은 김신의 말에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답했다.

“양주시 인근에 처음 보는 형태의 괴수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예, 그런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지금 태극검술길드의 부길드장님이 있는 1팀이 그 괴수를 쫓고 있다 그러니까요.”

위험부담을 질 필요는 없었기에 돌아갈까 했었지만, 검술길드에서 쫓고 있다는 말에 안심했다.

고민을 끝낸 김신은 좋은 정보를 알려준 검문소의 직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다들 고생하시는 거 아는데요.”

그렇게 5팀이 탄 차가 마지막 검문소를 지나쳤고, 김신은 팀원들에게 바로 정보를 알려주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양주시 인근에 처음 보는 형태의 괴수가 나왔다니까, 답사를 할 때 좀 더 조심하자.”

““예.””

***

양주역을 지나 덕제역까지.

지상에 건설된 1호선 철도의 철길을 따라 걷던 김신은 받은 의뢰에 나오는 괴수의 목격지인 도락산 인근에 도착하자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부터는 다들 전투대형으로.”

전부 토벌경험이 있는 헌터들이었기에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포지션에 맞추어 자리를 잡았다.

김신과 천명화가 선두에 송인아는 중간에 그리고 가장 후미에는 강한우가.

괴수의 외피로 만든 방어구나, 방어용 아티펙트를 착용한 팀원들을 이끌던 김신은 도락산 초입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소형괴수를 토벌하기 시작했다.

“송인아. 전방 70m D급 괴수 프록 두 마리.”

“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이후 송인아가 스킬을 사용하자, 옆에 있던 두 대의 폐차가 공중으로 떠올라 빠른 속도로 개구리를 닮은 괴수에게 날아갔다.

쾅쾅!

일격에 즉사한 괴수 두 마리.

그렇게 먼 거리에 있는 괴수는 송인아가.

“천명화. 전방 20m 건물 옆에 C급 괴수 렛맨 세 마리. 왼쪽에 두 마리는 내가 잡는다.”

“알겠습니다.”

김신은 말을 끝내자마자, 가볍게 발을 차서 돌진한 속도 그대로 1m 크기의 이족보행 쥐 두 마리를 양단했다.

슥! 서걱!

자유자재로 다루게 된 검기 덕에 피한방울 묻히지 않고, 깔끔하게 토벌한 김신.

내공을 거두자, 다시 목검의 형태로 돌아온 아티펙트를 다시 등에 매달고, 천명화를 돌아봤다.

“역시 빠르시네요.”

“너도 만만찮은데?”

“...”

비슷한 타이밍에 토벌을 끝낸 천명화가 하는 말에 답하며 다시 자리로 돌아가 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괴수는 김신과 천명화가 번갈아가며 토벌한 끝에 5팀은 의뢰에 적힌 괴수의 목격지에 빠르게 도착 할 수 있었다.

2.

게이트가 열리며 사람들은 가장 두려워하는 장소로 산을 꼽게 됐다.

이유는 단순했다.

수풀로 우거진 자연 속에는 말로는 다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종류의 괴수들이 몸을 숨기고 있었으니까.

소형개체는 1m에서 2m.

중형개체는 2m에서 4m.

대형개체는 4m에서 10m까지.

그중 풀 한포기 없는 삭막한 폐허가 된 도심지에서의 소형, 중형괴수는 토벌하기 좋은 괴수였지만, 산 속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무서운 괴수가 되었다.

“모두 한우 씨 옆으로 모여!”

어느 순간부터 보이기 시작한 C급 수준의 중형괴수.

한 마리가 두 마리가 되며 점차 늘어난 괴수들이 어느새 5팀을 둘러쌓았고, 그 때문에 5팀은 서로 등을 맞대고 모여야만 했다.

“딱, 한 번만 설명할게. 일단 명화는 한우 씨가 철벽을 쓰면 뒤를 지키고, 인아는 그 안에 서서 명화를 지원해줘. 나는 정면을 뚫고나간다. 아무래도 근처에 우리가 찾던 목표가 있는 거 같아.”

“예!”

키기기기깅!

곧장 철벽을 사용해 거대한 벽을 만들어 낸 강한우의 뒤로 송인아가 붙었고, 그 모습을 본 김신은 팀원 모두에게 버프와 실드를 걸어주었다.

“메모라이즈, 스트랭스, 헤이스트, 실드.”

버프의 사용직후 소스라치게 놀라는 강한우와 천명화.

“헉?! 이게 무슨...”

“뭡니까. 팀장님!”

“좋은 거야 그냥 받아들여!”

김신은 둘과 다르게 한 번 경험을 했던 송인아의 덤덤한 반응에 피식 웃으며,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아 앞으로 뛰쳐나가며 천명화에게 말했다.

“명화야. 도저히 안 되면 말해. 네가 무너지면 다 큰일 난다.”

김신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천명화는 팀원을 생각하라는 김신의 말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게 시작된 전투.

김신은 아티펙트에 내공을 불어넣으며, 가볍게 괴수들을 베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슥슥!

검기로 인해 아주 약간의 절삭음만 울려 퍼진다.

괴기한 생김새를 가진 이 한국판 몬스터랜드에서 김신은 무아지경의 검술을 펼쳤다.

-샤아아아악!

목을 베어오는 사마귀의 거대한 다리를 고개를 뒤로 젖히며 베어내고, 곧바로 날카로운 이빨로 물려드는 이족보행 두꺼비를 내공이 가득담긴 발차기로 걷어찬다.

서걱! 빠각!

거칠게 날아간 두꺼비와 부딪친 다른 괴수들을 향해 스태프를 뽑아들고 마법을 영창했다.

“불타오르는 화염의 구. 파이어 볼.”

스태프의 효과로 증폭된 마나가 거대한 크기의 파이어 볼로 재탄생됐고.

화르르륵!

김신은 곧바로 뭉쳐있는 괴수들을 향해 마법을 쏘아냈다.

***

김신이 대부분의 괴수들을 홀로 토벌하고 있을 무렵.

그 모습을 보던 천명화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같은 C급인데...’

마음속에 불타오르는 승부욕이라는 욕망.

김신 앞에서는 숨기고 있었지만, 천명화는 자신도 그만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라고 못할 것은 없어. 그때는 단지 당황해서 졌을 뿐이야. 스킬도 다 사용하지 못했잖아.’

고민이 끝난 천명화는 대충 마무리된 송인아와 강한우의 근처에서 뛰쳐나와 김신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천명화 씨!”

“명화야!”

자신을 부르는 팀원의 목소리마저 무시하고 달려간 천명화.

그는 달려가던 힘 그대로 마나를 가득실어 C급 괴수 랫맨을 두 동강 내었다.

서걱!

피가 튀는 것을 특성을 사용한 화염으로 막아낸 천명화는 다시 김신이 간 방향의 반대로 괴수를 몰고 가며 특성을 사용했다.

‘인페르노.’

특성의 불길이 점차 커지며, 천명화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남김없이 불태우는 스킬.

마나를 소모함에 따라 점차 솟구치는 엄청난 불길에 주변에 있던 C급 괴수들이 모조리 불타올랐다.

-키이이이익!

-츠츠츠츠츳!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불탄 시체 때문에 매캐한 연기가 가득한 그 곳에서 천명화는 모조리 죽어있는 C급 괴수를 보며 희열에 찬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가 약한 게 아니었어. 난 강해.”

미소를 짓던 천명화가 다시 팀원이 있는 곳으로 가려던 순간.

-크르르르···

천명화의 귓가에 짐승의 낮은 울음소리가 꽂혔다.

본능이 외치는 불길함.

다급하게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토벌의 목표인 B급 괴수, 샤벨타이거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굳어버린 천명화와는 다르게 샤벨타이거는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그의 앞까지 다가갔다.

C급과 B급.

헌터와 괴수.

같은 C급 헌터임에도 B급 헌터를 이겼던 김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천명화는 주먹을 꽉 쥐었다.

‘···떨지 마. 할 수 있어.’

억지로 몸의 떨림을 죽인 천명화가 점점 다가오는 샤벨타이거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크헝!

바람처럼 날아든 샤벨타이거의 맞받아치는 발톱 공격에 충격을 이기지 못한 천명화는 검을 놓치고 말았다.

캉! 채앵!

멀리 날아가 바위에 부딪쳐 땅에 꽂힌 검.

순식간에 무기를 잃어버린 천명화는 다급하게 마나를 끌어올려 스킬을 사용했다.

“버닝 익스플로젼!”

허공에 생긴 작은 화염이 폭발하며 샤벨타이거를 집어삼켰지만, 가죽이 워낙 두터웠기에 약간 그슬린 수준에서 끝나고 말았다.

-크허어어엉!

공격을 받은 탓에 더욱 흉포해진 샤벨타이거.

천명화와의 거리를 고작 5m남짓 남긴 샤벨타이거가 그를 덮치기 위해 점프를 한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명화! 엎드려!”

쐐애애액! 콰앙!

공간을 격하고 날아온 공격에 맞은 샤벨타이거가 튕겨나가고.

“괜찮냐?”

천명화가 숙였던 머리를 들자 5팀의 팀장인 김신의 얼굴이 보였다.

3.

김신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천명화에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왜 말도 없이 뛰쳐나간 거야?”

“...죄송합니다.”

염치는 있는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사과를 하는 천명화.

김신은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는 승부욕이 강한 천명화의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짚고 갈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저놈부터 잡고, 마저 이야기하자. 저기 떨어진 검부터 주워와.”

“네.”

빠릿빠릿한 발걸음으로 달려가는 천명화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김신은 다시 돌아온 샤벨타이거의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크르르르.

상대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쉬이 다가오지 않는 샤벨타이거.

김신은 그런 샤벨타이거를 향해 망설임 없이 검기를 쏟아 부었다.

쐐액! 콰앙! 쐐애액! 쾅!

-크헝! 크허엉!

공간을 격하고 날아드는 검기세례에 고통에 찬 울음을 연신 내뱉던 샤벨타이거는 기습을 포기하고, 김신에게 달려들었다.

“살벌한데?”

날카로운 샤벨타이거의 발톱을 부드럽게 휘감아 흘리며 동시에 복부를 베고 지나간다.

휘이익, 서걱.

힘의 역이용을 이용한 김신의 카운터를 맞은 샤벨타이거의 뱃가죽이 깊게 베였다.

-크허엉!

‘목, 가슴, 옆구리.’

김신은 고통으로 울부짖으면서도 계속해서 달려드는 샤벨타이거를 일방적으로 베고, 또 베어냈다.

‘가죽이 너무 질겨. 베는 것보단 꿰뚫는 게...’

고통과 분노.

괴수의 흉성을 자극하는 요소에 샤벨타이거는 피 흘리는 몸으로 또 다시 김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숨을 깊게 들이쉬는 김신.

“후우...”

지이이잉-

팔을 뒤로 빼며 검에 내공을 가득 담아, 한 점을 노리고 내지른다.

콰가가각!

완숙에 이른 천마신공의 첫 번째 초식. 개벽(開闢).

샤벨타이거의 마지막은 묵색의 검기에 휩싸이는 모습이었다.

***

김신의 지시로 검을 주워온 천명화는 샤벨타이거와 대치중인 그의 모습에 서둘러 전투에 합류하려했지만, 너무나도 압도적인 모습에 다가가지 못했다.

‘어떻게 저런 검술을...’

공격 거리를 늘리고, 파괴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검을 쓰는 것이 아닌, 공방의 묘리가 모두 담겨있는 김신의 검술.

‘내가 질 수밖에 없었구나.’

천명화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콰가가각!

마지막에 내지른 김신의 어마어마한 공격에 샤벨타이거는 너덜너덜하게 변한 채로 죽음을 맞이했다.

“명화야, 저거 마석 좀 챙겨줘.”

“네, 네!”

김신의 말에 천명화가 샤벨타이거의 마석을 한참 챙기고 있을 때, 그의 발에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쿵···쿵···

미약하게 느껴지는 진동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던 천명화에 시선에 빼곡한 나무의 너머로 거대한 무언가의 ‘눈’이 보였다.

8m에 달하는 크기.

외눈달린 거인.

“···미친.”

천명화는 아름드리나무를 뽑아드는 괴수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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