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17화 (17/116)

《17화》

1.

공격을 적중 시킬 때의 느낌과는 다르게 김신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아낸 강한우는 [철벽]이라는 특성이 어울릴 만큼, 흔들림 없이 그 자리 그대로 서있었다.

“이게 진짜 디펜더지. 더럽게 단단하네.”

찌르르한 느낌에 검을 뒤로 빼는 김신.

강한우는 그런 김신의 모습을 보곤, 방패를 슬쩍 들어 올렸다.

느렸기에 쫓아가진 못하지만, 붙은 상황에서는 공격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쉴드 차징.”

강한우가 스킬을 사용하자, 다리에 힘줄이 불끈 솟아오르며 엄청난 속도로 앞을 향해 쏘아졌다.

“흡!”

성난 황소의 돌진과도 같은 공격.

김신은 황급히 몸을 돌리며 강한우의 공격을 피해냈다.

쳐내거나, 막고, 밀어서 공격한다.

방패를 무기로 삼았기에 단순할 수밖에 없는 공격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위력적이다.

‘공격을 막고, 그 충격에 상대가 멈칫하는 순간, 반격을 날린다.’

방어가 견고한 만큼 위력이 급증하는 스타일의 싸움법에 김신은 절로 흥이 솟아올랐다.

“뚫으려는 창과 뚫리지 않으려는 방패라. 의욕이 셈 솟게 만드네.”

“아마, 뚫기 힘들 겁니다.”

“그건 해봐야 아는 거죠.”

김신은 다시 검을 고쳐 쥐고, 움직이지 않는 강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

챙! 챙!

일방적인 김신의 공격.

강한우는 기계처럼 방패를 이용한 패링을 사용해 김신의 공격을 흘리거나, 막아냈다.

‘위력은 대단하지만, 버틸 만 해.’

단기간에 엄청나게 성장한 김신의 힘으로도 뚫기 힘들만큼 강한우의 방어는 견고했다.

공격을 하는 사람보다 방어를 하는 사람이 훨씬 체력 소모가 덜하다.

공격하는 상대는 힘을 실어야하고, 방어하는 상대는 그 힘을 흘리면 되니까.

10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그 말이 맞듯 김신이 뒤로 물러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

“쉽진 않죠?”

“인정합니다. 진짜 등 뒤는 믿고 맡길 만 하겠어요.”

강한우는 자신을 팀원으로서 인정하는 김신의 말에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전, 팀장이 되고 싶어서 여기에 지원한 겁니다.”

“의도는 알겠는데, 강한우씨는 저를 못 잡잖아요.”

“그건...맞는데, 김신씨도 절 못 이겼잖아요.”

소심한 강한우의 반격에 김신은 대견하다는 듯 웃으며, 조건을 걸었다.

“어차피 피차 싸움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조건을 하나 걸고 승부를 보는 게 어떨까요?”

귀가 솔깃해지는 김신의 제안.

강한우는 눈을 크게 뜨며 김신의 말에 답했다.

“뭔가요?”

“한우 씨는 방어에 자신이 있고, 전 공격에 자신이 있으니, 딱 한번. 전력을 다한 제 공격을 막고서도 한우 씨가 멀쩡하면 이긴 걸로 하죠.”

어찌 보면 체력이 많이 소모된 김신보다 강한우에게 유리한 조건.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자신의 승산이 더 높다고 생각한 강한우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뒤로 물러선 김신과 강한우.

방패를 꽉 붙잡고, 자세를 낮춘 강한우를 향해 김신이 검을 들어 올리며 묘한 느낌이 드는 말을 했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습니다?”

“물론이죠. 김신씨야말로 변명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렇게 시작된 마지막 일격.

자세를 잡은 김신의 몸에서 묵색의 마나가 솟구치며 순식간에 늘어나는 위압감에 강한우는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뭐지? 왜 아까 했던 말이 지금 다시 생각나는 거지?’

-나중에 딴말하기 없습니다?

처음엔 그저 자신감에 가득 찬 대사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의 모습을 보니 뭔가 놓친 게 있는 것만 같았다.

우우우웅!

김신이 묵색의 마나를 끌어올림에 따라, 더욱 거칠게 떨리는 대기.

그 모습을 본 강한우는 애써 불길한 마음을 털어내고, 마음을 다잡았다.

‘상관없어. 상대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으니까, 이런 무리한 조건을 걸어온 거야. 이번 한 번만 더 막으면 돼. A급 헌터의 공격도 막아냈는데, C급 헌터의 공격쯤이야, 문제없어.’

전력을 다한 공격엔 전력을 다한 방어로 맞선다.

뚫으려는 창과 뚫리지 않으려는 방패의 대결.

“철벽.”

보유한 특성이자, 가장 강한 스킬을 사용하자, 방패가 늘어나며 거대한 철벽으로 변했다.

키기기기깅!

방패사이로 난 작은 공간을 통해 너머를 바라보니, 준비가 끝난 김신이 방패를 향해 쇄도하는 것이 보였다.

‘내 방패는 누구에게도 뚫리지 않아!’

쐐애애액!

구멍을 통해 소리가 들어올 정도로 맹렬한 기세의 공격.

콰아아아아앙!

폭탄 터지는 것 같은 폭음이 울린 뒤에 일어난 변화에 강한우는 놀란 표정을 숨길수가 없었다.

“방패가...부서졌어?”

2.

시간을 되돌려 10분 전.

김신은 강한우의 방패를 두들기며 경이로운 방어력에 질렸다는 듯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와, 진짜 이름처럼 소같이 우직하게 막기만 하네.’

대련 초반엔 간간히 쉴드차징으로 성난 황소처럼 돌진도 했지만, 쉽게 피했던 탓에 이제는 그마저도 쓰지 않고 방어에만 전념했다.

‘방어력을 보니까, 팀원으로 꼭 데려오고 싶은데.’

디펜더는 팀의 성벽과도 같은 존재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부상을 입은 팀원이 디펜더의 뒤로 들어와 다시 부상을 치료하고 정비를 하도록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만큼, 팀원에게 믿음을 심어줘야 하는 포지션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한우의 실력은 발군.

하지만, 도통 끝나지 않는 싸움에 김신은 애가 탔다.

‘방어를 부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기계적으로 공격하며 강한우의 방어를 무너트릴 방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김신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생각.

‘공격을 한 점에 집중한다.’

수도꼭지 아래의 바닥이 파여 있는 것처럼, 한 곳에 공격을 집중하여 방패에 금이 가도록 하는 방법.

평소라면 시도조차 안하겠지만, 공격 과정에서 방패의 소리가 묘하게 이상했다는 것에 도박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 순간부터 김신은 공격패턴을 베는 것에서 찌르는 것으로 바꿨다.

캉! 캉!

마치, 곡괭이로 암석을 캐는 광부처럼, 한점에 힘을 집중하는 김신.

강한우가 그런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도록 베기도 곁들여서 눈을 속였다.

그렇게 10분이 흘러, 강한우의 방패에 미세한 금이 간 것을 확인한 순간, 김신은 승부수를 띄웠던 것이었다.

“한우 씨는 방어에 자신이 있고, 전 공격에 자신이 있으니, 딱 한번. 전력을 다한 제 공격을 막고서도 한우 씨가 멀쩡하면 이긴 걸로 하죠.”

“좋습니다.”

그 말에 웃으며 답한 강한우의 모습에 김신은 쐐기를 박는 말을 했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습니다?”

그렇게 딜이 끝나자마자, 김신은 한유성, 천명화를 거치며 많이 소모했던 내공을 한계까지 끌어올리고, 모든 버프를 사용하며 이를 악물었다.

‘끝나면 좀 쉬어야겠다.’

초식의 사용 뒤에 이어지는 반동이 엄청난 만큼, 더 이상의 대련은 무리였다.

‘그래도 완벽한 디펜더를 구했다. 강한우 넌 이제 내 팀이야!’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지막 일격으로 사용한 김신의 천마신공의 첫 번째 초식.

‘개벽(開闢).’

하늘을 꿰뚫어 열어젖힌다.

모든 힘을 한 곳에 모아 쏘아내는 공격에 미세하게 금이 갔던 강한우의 방패가 더 이상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방패가...부서졌어?”

그리고 경악에 찬 강한우의 표정에 김신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환영합니다.”

앞서 김신과 대련했던 천명화와 다르게, 이번 대련은 아무리 잘해도 비길 것이라 생각했던 한설은 강한우가 가진 [철벽]특성의 방어력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 일어난 상황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A급의 공격도 막아냈던 강한우 헌터의 방패를...”

B급, 그것도 방어에 올인 한 헌터의 방패를 꿰뚫고 만 김신.

한설의 말을 들은 다른 대기자들은 모두 충격에 빠진 얼굴로 김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또 한 번 침묵에 휩싸였고, 김신은 침묵하는 대기자들을 향해 말했다.

“다음 대련은 조금 미루도록 하죠. 짧은 시간동안 너무 많이 체력을 소모했네요.”

지쳐 보이는 김신의 모습.

한설은 여러 번 대련했던 김신의 안 좋은 상태를 알아보곤, 전투장의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아까 보신 것처럼 지금 김신 헌터는 마나를 너무 많이 사용했으니, 조금 있다가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아, 한창 재미있었는데.”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모두 내보낸 한설은 쉬지 않고 서있는 김신의 모습에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김신 씨.”

“...”

“김신 씨?”

“...”

“괜찮아요?”

대답이 없는 김신의 모습에 한설이 가볍게 어깨를 툭, 하고 친 순간.

털썩.

여러 번의 대련에서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한 김신이 선 상태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

수호길드에 있는 의무실에서 눈을 뜬 김신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송인아와 한설의 모습에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지, 꿈인가.”

“오빠, 꿈 아니야. 일어나.”

“일어나세요.”

송인아와 한설의 생생한 대답에 김신은 그제야 현실임을 깨닫고, 고개를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제가 왜 여기 있죠?”

기억 속 장면엔 강한우에게 날린 일격이 성공한 것을 확인하고, 웃으며 답해준 것까지였는데.

풀리지 않는 의문에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는 김신에 모습을 보다 못한 한설이 그에게 말했다.

“기절했어요. 한계이상으로 몸을 혹사해서.”

“아, 그렇구나.”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김신의 모습에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송인아가 김신의 팔을 때리며 화를 냈다.

“뭐? 그렇구나? 내가 한설 팀장님 전화 받고 얼마나 놀란 줄 알아!”

“아, 미안.”

“아, 미안? 난 오빠가 팀원 구하려고 팀장자리까지 걸었다는 이야기도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는데. 그게 ‘아, 미안.’으로 끝날 일이야?”

모든 자초지종을 다 알고 온 송인아의 뿔난 모습에 김신은 정신이 바짝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똑바로 사과했다.

“진짜, 미안해. 그런데 그 방법 아니었으면 아마 팀원을 영입하지 못 했을 거야. 진짜 방법이 없었어.”

“그놈에 팀장자리가 뭐가 중요한데. 자기 몸이나 챙기지...”

투덜거리면서도 생각해주는 송인아의 모습에 김신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난 오래돼서 괜찮지만, 넌 안 그래도 얼마 전까지 불사길드 소속이어서 눈치 보일게 뻔한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난 내 팀원이 다른 팀원들 눈치 보는 거 못 참아.”

김신의 행동아래에 깔려있는 깊은 생각에 송인아는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하...어쨌든 몸 잘 추스르고, 나와. 팀원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알았어, 금방 나갈게.”

송인아가 밖으로 나가고, 김신과 단둘이 남은 한설은 그의 행동에 담긴 생각에 가슴이 찡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김신씨의 행동에는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뭐, 따지고 보면 저도 미움 받는 오리새끼의 기분을 잘 아니까요. 저를 보고 와준 인아를 그냥 두고만 보기 힘들었어요.”

싱긋 웃으며 말하는 김신의 모습에 한설은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내뱉고 말았다.

“부럽네요. 송인아씨가.”

“네?”

“아, 아니에요. 어서 나가죠. 팀원들이 기다리니까요.”

허둥거리는 한설의 모습에 김신은 제대로 듣지 못한 그녀의 말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며 의무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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