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16화 (16/116)

《16화》

1.

김신이 방송을 끝마치자, 어렵게 얻은 팀장자리를 덜컥 거는 김신의 행동에 놀란 한설이 소리쳤다.

“김신 씨 미쳤어요?”

“아뇨.”

“어떻게 얻은 자리인데 그걸 그렇게 걸 수 있어요?”

김신과 한유성의 대련을 옆에서 지켜본 한설이었기에 더욱 걱정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김신은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한설의 모습에 장난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지원자를 받기위한 방법이었어요.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는 데는 실력행사만큼 확실한 게 없으니까.”

“흠, 그래도 그렇지...그건 됐고. 그럼, 왜 지원자는 C급이 아니라 B급까지인 건데요?”

“하고 안하고는 제 맘 아닙니까? 일단 질러보는 거죠.”

사실, B급까진 해볼만하다는 속내가 담기긴 했지만. 굳이 입에 담진 않았다.

할 말을 다한 김신은 말이 끝나자, 태연하게 대련장소인 전투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한설은 졌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지기만 해봐요.”

***

길드에서 팀원을 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지원제다.

그 말은 즉, 지원자가 없다면 팀은 만들어 질수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지원하는 지원자가 없다면 강제로 지원하게 만든다.

고민했던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팀장의 직위라는 도발을 걸었고, 그 효과는 확실했다.

웅성웅성.

전투장으로 내려가자 모여 있는 꽤 많은 수의 사람들.

김신은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지원자들의 모습에 짧게 감탄을 내뱉었다.

“하나, 둘...열다섯 명? 많네요?”

“많겠죠. 방송으로 광역도발을 걸었는데, 나 같아도 콧대를 뭉개주겠다고 왔을 거예요.”

한설의 말처럼 김신은 지원자들 사이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약한 살기를 느꼈다.

‘어휴, 살벌하네.’

어쨌든 방송으로 공지를 했으니, 약속을 이행할 차례다.

김신은 기다리고 있는 길드원의 앞으로 가서 이목을 집중 시키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계신 분들 중 제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대련자로 뽑을 것이고, 그중 제가 원하는 특성과 포지션의 분들과 대련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원자들 중 팀원은 뽑는 것은 팀장의 마음이자, 권한이다.

‘대련은 하겠지만, 굳이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과 할 필요는 없지.’

약간의 꼼수가 숨어있는 김신의 행동.

“하긴. 굳이 필요없는 포지션의 사람들과는 싸울 필요 없지. 머리 잘 썼네.”

모여 있는 길드원들 사이에 있는 천명화의 말처럼, 김신의 불필요한 대련은 하지 않겠다는 행동을 비꼬는 사람은 없었다.

김신은 꼼수가 통했다는 사실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당장 시작하도록 하죠.”

2.

팀을 구성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팀원들 간의 케미도 있지만 특성의 조합이 가장 크다.

서로가 서로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조합.

그리고 그 특성은 직접 보고 경험해서 뽑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만큼, 김신은 미리 봐둔 지원자 중 5명을 전투장으로 불러들였다.

“강한우, 천명화, 유진성, 박준환, 장현수. 호명되신 분들은 앞으로 나와 주세요.”

B급 디펜더 한 명과 C급 전위 두 명, 그리고 C급 스트라이커 두 명.

그 외에 나머지는 모두 기준점보다 낮은 D급 이하였기에 김신은 그들을 모두 대련에서 제외했다.

김신의 호명이 끝나자, 모여 있던 길드원들 사이에서 호명된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방송을 들었다시피, 저는 팀원이 필요하고, 여기 계신 분들은 팀장의 자리가 필요한 거겠죠.”

김신의 말에 앞에 나온 다섯 명은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대련하실 분 있습니까?”

처음의 당당한 모습과는 다르게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만 보는 호명자들.

특성을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람의 대련이다.

그런 불리한 핸디캡을 지고 대련을 하기 싫어 망설이는 지원자들의 모습에 호명되지 못한 사람들이 야유를 보냈다.

“눈치만 볼 거면 그냥 내가 할 테니까, 들어가!”

다른 이들의 야유에 효과가 있었는지, 짧은 투블럭의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수호길드 C급 전위 천명화입니다. 제가 먼저 하죠.”

***

전투장의 한 가운데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천명화와 김신.

김신은 대련을 시작하기 전, 천명화에게 말했다.

“전 당신의 프로필을 봤기에 특성을 압니다. 그러니, 저도 형평성에 맞게 특성을 알려드릴게요.”

김신의 말을 도발로 이해한 천명화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김신은 그런 그의 모습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제 특성은 [가속]. 단순하게 빨라지는 겁니다. 아, 그리고 화내지 마세요. 나중에 졌을 때, 딴 말나오는 거 듣기 싫어서 그런 거니까.”

“딴말? 나올게 뭐가 있어? 내가 이길 건데. 곱게 팀장자리나 내놓고 내려가쇼.”

천명화의 도발에 김신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챙그렁.

갑작스레 무기를 집어 던진 김신이 가볍게 자세를 잡고, 천명화를 향해 왼손으로 들어오라는 재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선공은 양보할게요.”

“하, 선공? 두드려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렇게 말한 천명화는 이를 꽉 깨물고, 김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B급에 달하는 신체능력치를 가진 천명화.

마나보유량이 낮았던 탓에 C급에 머물러 있지만, 높은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강하고 빠른 공격을 퍼부었다.

쐐액! 휙휙!

“와, 뭐가 저렇게 빨라?”

옆에서 대련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천명화의 움직임에 감탄을 내뱉을 만큼 천명화의 공격은 빠르고 매서웠다.

하지만, 이미 그 이상의 움직임을 보이는 한유성과 대련을 했던 김신.

‘확실히 짬밥차이가 크긴 하네.’

김신에게는 천명화의 공격이 별로 매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단조로운 검술.

강하고, 빠르게만 휘두르는 검술을 김신이 맞을 리가 없었고, 그렇게 공격을 전부 회피하는 김신의 모습에 화가 난 천명화는 특성을 사용했다.

“인챈트 플레임.”

천명화의 특성인 [화염]

특성을 이용한 스킬이 사용되자, 천명화의 검에서 살이 익을 것 같은 뜨거운 화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때문에 거리를 벌린 김신.

“뜨뜻하네.”

천명화의 특성에 짧은 감상을 남긴 김신은 곧바로 방법을 바꿔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뭔가 불길한 느낌을 느낀 천명화는 김신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늦었어.”

김신의 손길을 따라 산재되어 있는 마나가 변환되어 허공에 기적을 일으킨다.

꿀렁-

“물?”

“정답.”

“어떻게? 이능력을?”

“그건 비밀. 팀원 되면 알려는 드릴게.”

허공에 갑작스럽게 생긴 머리통만한 물방울, 1서클 마법인 워터를 보고 놀란 천명화에게 답을 해준 김신은 화염으로 뒤덮인 천명화의 검을 향해 옆에 떠있는 물방울을 집어 날렸다.

후웅!

날아오는 거대한 물방울을 반사적 베어버린 천명화.

촤악! 치익!

그 탓에 검에 붙은 화염이 꺼졌고, 평범해진 검으로 바뀐 천명화를 향해 김신은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마영각(魔影脚)’

상대의 눈을 속이는 각법.

순식간에 세 갈래로 나뉘어져 천명화의 몸을 향해 날아가는 김신의 발차기에 천명화는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머리를 막았다.

후웅!

천명화의 머리, 옆구리, 다리를 노리고 들어간 공격 중, 진짜 김신의 공격은 옆구리.

뻐억!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날정도로 김신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천명화는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옆구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끄으윽...”

바닥을 뒹굴며 연신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는 천명화와 무기를 버리고서도 압도적인 무력으로 천명화를 이기고 서있는 김신.

“미친...진짜 C급 맞아?”

“천명화 신체능력은 B급인데...”

누군가 그런 말을 해버릴 정도로 강한 김신의 무력에 좌중이 침묵에 휩싸였다.

“자, 일단 팀원 한 명 모집했고.”

부상을 입은 천명화를 의무실로 보낸 김신은 다시 돌아와 남은 대련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 분?”

3.

디펜더.

팀에서 원거리 공격을 담당하는 스트라이커, 이능력자를 지켜주는 포지션.

전위가 부상을 입으면 홀로 몰려오는 괴수를 막아야하는 팀의 성벽이자, 울타리.

김신이 뽑은 지원자 중 유일한 B급 헌터이자, 디펜더인 강한우는 B급임에도 불구하고 팀장을 달지 못했다.

‘소심한 걸 나보고 어쩌라고...내 성격인데.’

우직하지만, 새가슴인 탓에 강한우는 팀장이라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항상 팀장을 달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소처럼 우직하게 수련을 하던 어느날.

-저와 대련을 해서 이기면 5팀의 팀장을 달고, 지면 팀원이 되는 겁니다.

방송을 듣고, 팀장이 될 것이라는 열망을 불태우며 전투장으로 내려온 강한우는 천명화를 압살한 김신의 모습을 본 순간, 깨달았다.

‘채찍질 당하다가 끝날 것 같은데...아, 돌아가고 싶다.’

***

“다음 분 없어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작보다 더 눈치만 보는 지원자들.

‘아, 이러면 곤란한데.’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운 실력을 보여줬던 천명화를 팀원으로 데리고 온 것까진 좋았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이겼던 탓인지 아무도 나서지를 않았다.

“없으면 제가 뽑습니다?”

“...”

또 다시 말이 없는 지원자들.

김신은 답답한 상황에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누굴 뽑을지 생각했다.

‘아무래도 송인아를 지켜줘야 할 사람이 필요할 테니까.’

김신은 지원자 중 유일한 B급 디펜더인 강한우의 실력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철벽]. 과연 어떤 특성인지 궁금하긴 했어.’

마음속으로 결정이 끝나자, 곧바로 김신은 강한우를 콕 집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강한우 씨. 나오세요.”

“에휴...”

“웬 한숨?”

“아니에요.”

천명화의 전투 이전에 반짝이던 눈망울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울상을 짓고 있는 강한우의 모습에 김신은 고개를 갸웃했다.

쿵!

하지만 강한우가 소리만 들어도 무거울 것 같은 방패를 내려놓자, 김신도 의문을 내려놓고 자세를 잡았다.

“난 느리니까. 먼저 오세요.”

대련에서 선공을 양보한다는 건 분명한 도발이다.

하지만, 강한우의 소심한 표정 때문인지, 김신은 또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아, 뭐지? 이거 도발인가?’

짧은 고민 때문에 받아칠 타이밍조차 놓친 김신은 찝찝한 기분으로 검을 쥐며 답했다.

“양보를 해주셨으니, 진심으로 갑니다.”

말한 것처럼 방패 뒤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강한우의 모습에 김신은 첫 공격부터 화끈하게 질러보기로 했다.

우우우웅!

약하고 무딘 철검이 울릴 정도로 내공을 가득 담고.

“후우...”

가볍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검을 쥔 오른팔을 힘껏 당긴 김신은 짧은 기합과 함께 검을 내질렀다.

쐐애액!

한 점에 힘을 모아 가격하는 찌르기.

김신의 검이 강한우의 방패와 부딪치는 순간.

콰앙!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바닥이 들썩일 정도로 엄청난 충격에 뿌옇게 올라온 먼지.

휘잉-

시야를 가리는 먼지가 내려앉은 후, 김신은 방패 너머로 보이는 강한우의 모습에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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