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1.
[유니크등급 아티펙트의 감정을 성공하였습니다.]
김신의 손에 들린 검은 등급은 확인됐지만, 그 기능을 찾지 못한 케이스.
생각이상의 수확에 김신은 만년한철로 만든 검을 아주 싼 값에 구매했다.
‘무기는 완성됐고.’
무기를 구했다는 기쁨에 방어구 또한 있지 않을까 싶어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검처럼 큰 기능이 숨어있는 골동품을 찾지 못했다.
‘방어구는 그나마 제일 가성비 좋았던 걸로 하자.’
그렇게 김신이 장비를 다 장만했을 쯤, 한설에게서 기다리던 전화가 걸려왔다.
“예, 한설 씨.”
-제 전화를 기다리셨나 봐요?
“당연하죠. 아무래도 제 길드생활이 달린 문제니까요.”
기대하던 답과 다른 김신의 감정 없는 답변에 한설은 가볍게 혀를 차고는 말을 이었다.
-김신 씨 말처럼 아무래도 건의를 올린 안건에 김신 씨의 길드생활이 달린 거 같아요.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전에 제가 팀장의 자격은 충분하지만, 만약 된다면 파격적이라는 말 했던 거 기억나요?
“기억 하죠.”
-그 말처럼 상부에서도 김신 씨를 좋게 봐서 가능성을 열어주긴 했는데, 증명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증명이요?”
-네, 수호길드의 팀장이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은 C급 이상에 팀원이 두 명이상 있어야 한다는 것.
“한 명만 구하면 되겠네요.”
-맞아요. 어차피 송인아씨는 검증이 된 재원이기도 하고, 김신 씨와 합을 맞춰본 경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팀원을 구하는 것도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거라서 가능성이 있을지조차 의문인데, 그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고?
골치 아픈 상황에 김신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물었다.
“팀원 구하는 것도 솔직히 힘들 텐데...”
-그건 알지만, 갱신을 해서 C급이 되고난 후로 실적을 낸 게 없잖아요? 물론, 그럴 시간이 없긴 했지만요.
“그건 뭐, 그렇긴 하죠.”
-그래서 그 랭크에 대한 증명과정으로 길드원과 대련해서 이기거나, 괴수를 잡으라는 게 상부의 조건이에요.
***
수호길드의 길드마스터이자, 한설의 아버지인 S랭크 헌터 한유성.
평소와 다르게 자신을 찾아와 떼를 쓰는 한설의 모습과 김신이라는 남자가 해결한 사건을 이용해 이득을 본 덕에 마지못해 길드에 영입시키긴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가 못미더웠다.
“그 순진한 우리 설이를 어떻게 했기에 평소 화 한번 내지 않던 내게 큰소리까지 치게 한 거야!”
아내가 죽고 한유성에겐 남은 가족이라고는 한설밖에 없었다.
그 탓에 한유성은 지독한 딸바보가 되었고, 그런 그의 눈에 김신은 그저 딸을 노리는 늑대정도로 밖에 안 보였다.
김신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있는 한유성에게 바로 오늘 딸이 했던 부탁.
-아빠, 이번에 영입한 김신 헌터 있잖아.
-응, 그렇지. 우리 딸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며. 그 덕에 길드에서 많은 이득을 보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데, 그 사람 능력을 팀원으로 부리기는 아깝잖아. 그러니까 아빠가 들어줬으면 하는 부탁이 있어서...
한설의 말에 한유성은 헤실헤실 웃으며 답했다.
-어떤 부탁? 우리 딸이 부탁하는 건 어지간하면 다 들어줘야지.
-그래? 정말? 그럼 그 사람 팀장 만들어줘. 어차피 이제 곧 B급이기도 하고, 우리 길드 내부 규율이 B급은 팀장을 달아야 하니까. 들어줄 거지? 아빠?
아무리 사랑스러운 딸이어도 지켜야할 선이 있다.
그 선을 훌쩍 넘는 조건을 말하는 한설의 부탁에 한유성은 최대한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아, 아무리 그래도 팀원 생활 없이 바로 팀장을 달면 주변에서 어떻게 보겠니. 그 문제는 우선 그 사람의 능력을 보고서 결정하자. 알겠지?
-그럼 능력을 증명하면 되는 거잖아?
-아니, 능력을 증명해도. 다른 사람의 이목이...
-어차피 팀장 되면 뭐라 할 사람도 없을 거 아니야? 오히려 팀에 들어가고 싶은 헌터들은 팀원으로 뽑아달라고 아우성칠 걸? 뭐 하러 그런 걸 신경 써. 괜찮아.
-그래도 너무 파격적이지 않을...
-아! 진짜! 그래서 안 들어줄 거야? 그 사람 덕에 그렇게 많은 걸 얻었는데?!
결국, 한유성은 그 한마디에 조건을 거는 것을 끝으로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설아, 알겠어. 대신에 그 김신이란 헌터가 팀장의 조건에 부합하는 실력을 가져야한다는 것은 인정하지?
-응, 당연하지.
그렇게 나온 조건인 대련 혹은 토벌.
한유성은 곧 도착할 김신을 생각하며 이를 꽉 깨물었다.
“결코 쉽게 우리 딸. 아니, 팀장 자리를 내줄 수는 없지.”
공평하되 최대한 어렵도록.
한유성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장 어려운 대련을 준비했다.
2.
장지역 인근에 위치한 수호길드의 본부.
엄청나게 넓은 부지에 거대하게 지어진 길드건물은 주변에 있는 다른 건물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정말 대련으로 하시는 건가요?”
“네.”
가장 빠르고, 증명하기 쉽다.
눈앞에서 무력을 증명해 보인다면 뒷말이 나올 수도 없기에 김신은 대련을 택했다.
그리고 그런 김신의 선택에 한설은 약간의 우려를 담아 말했다.
“제안 자체가 파격적인 만큼, 대련하는 상대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단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이상한 눈초리로 보지 않을까 싶을 뿐이에요.”
아직까지 김신은 그 누구에게도 마법과 무공이라는 힘에 대해서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
이 말은 즉, 김신을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의 특성이 [가속]이라는 것만 안다는 것이다.
‘대련을 하던, 괴수를 잡던, 언젠가는 다른 힘이 있다는 건 걸릴게 뻔한데, 대체 뭐라고 설명을 해야 좋을지를 모르겠네.’
곰곰이 생각하던 김신은 불쑥 드는 좋은 생각에 손가락을 튕겼다.
‘재각성을 했다고 하자.’
극히 희귀한 경우이자, 현재 김신의 상태인 또 다른 특성의 발현이라는 부분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게 재각성이다.
‘아, 몰라! 내가 그렇다는데 지들이 뭐라고 할 거야. 들키면 그냥 우긴다.’
변명용 토끼 굴을 파놓은 김신이 한설과 함께 수호길드로 들어갔다.
***
수호길드 지하에 지어진 거대한 규모의 모의 전투장.
전투장에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있었다.
시가전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도심지와 야전의 느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야지까지.
“이런 환경을 어떻게 실내에...”
전투장을 보고 놀란 김신의 모습에 한설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불사길드에도 전투장은 있었을 텐데요? 못 봤어요?”
“아뇨, 보긴 봤는데. 거긴 본부가 아니어서 그렇게 크진 않았어요. 유망주라고 했어도 떡잎일 뿐이라서 본부를 가보진 못했거든요.”
“김신 씨에게 불사길드 본부보다 수호길드 본부를 먼저 보여드렸다는 게 묘하게 기쁜데요?”
“그게 기뻐할만 한 일인-”
김신은 한설과 대화를 하던 중, 중앙에 우뚝 서있는 나무 한 그루에서 갑작스레 느껴지는 엄청난 존재감에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저만한 마나를...사람 맞아?”
김신의 반응과 다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린 한설은 질렸다는 말투로 김신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아,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로 사람을 놀라게 해주시는 저분은 저희 길드의 길드마스터입니다.”
“진짜 저분이 한유성 헌터님이에요?”
“네. 하지만, 놀라실 필요 없어요. 의외로 단순하신 분이거든요. 지금 저 등장도 김신 씨 기죽이려고 하는 보여주기 식 등장이에요.”
“그래도 제 눈엔 진짜 거대하게 보이는 걸요. 1세대 헌터이자, 수많은 토벌을 성공적으로 이끈 맹장이니까요.”
바보 같은 아빠를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김신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 한설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던 한유성은 그런 한설의 모습에 탐탁치 않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김신에게 다가갔다.
“반갑네. 나는 수호길드의 길드마스터이자, 한설헌터의 애비 되는 사람인 한유성이라고 하네.”
“...네? 누구 애비? 아니, 아버지요?”
놀라운 사실에 충격 받은 김신의 모습과는 다르게 자신의 아버지가 한유성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했던 한설은 한유성에게 화를 냈다.
“아! 아빠! 그걸 왜 말해! 부담될까봐 일부로 말 안하고 있었는데.”
“설아, 미안하다. 그래도 알만한 사실은 알아야지. 그래야 너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 아니야.”
화를 내는 한설의 모습과 그런 그녀의 태도에 쩔쩔매는 한유성.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설의 화를 풀고는 김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자네가 팀장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한다는 안건을 받았네.”
“아, 예. 맞습니다. 독자적인 팀을 꾸려 활동해보고 싶어서요.”
“그런데 자네의 능력이나, 근래 해결한 실적으로만 보자면 충분히 가능한 말이긴 하네만. 우리도 엄연히 관례라는 게 있네. 그리고 자네는 팀원부터 시작한다는 그 관례를 뒤엎고 최초로 팀장자리에 곧바로 도전하는 사람이지. 오늘 이 자리에 온 것도 그 안건에 대한 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이지 않나?”
“네, 맞습니다.”
대련, 혹은 토벌.
여기서 김신은 이미 대련이라는 선택지를 택했기에 지금 서있는 이 장소에서 그 대련이 펼쳐지리라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구시대적인 사람이라, 파격이 싫네.”
“그 말은 즉, 저는 팀장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네, 어디까지나 헌터사회의 기준은 능력중심이니 자네에게 기회는 줄 거야. 단, 그 기회를 붙잡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네. 그러니 지금이라도 그만 둘 기회를 줌세. 그만두고 팀원부터 시작하겠나?”
이미 김신은 이 곳에 들어오며, 그간 숨겨왔던 능력을 모두 들어내리라 마음먹었기에 한유성의 질문에 자신 있는 모습으로 답했다.
“아뇨, 저는 그 기회를 붙잡을 겁니다.”
3.
한유성의 질문에 대한 김신의 답변이후, 대련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실, 준비할 것도 없이 현재 그들이 서있는 모의 전투장에서 벌어지기 때문이었지만.
김신과 마주보고 있는 한유성은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대련의 조건은 들었나?”
“예, 길드원과의 대련 아닙니까?”
“맞네. 그래서 내가 긴히 자네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을 한 명 준비했다네.”
한유성에 말에 김신은 기감을 풀어 주위를 살펴봤지만, 현재 서있는 모의전투장에는 한설과 한유성을 제외한 사람의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흐음...?”
그 때문에 김신이 고개를 갸웃하자, 그 모습을 본 한유성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지금 눈앞에 있지 않나.”
“네?!”
“아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한유성의 충격적인 말에 놀란 한설이 끼어들려했으나, 그런 한설의 반응을 예상한 한유성은 곧바로 조건을 한 가지 달았다.
“걱정마라. 마나사용을 C급 헌터 수준으로 제한할거니까.”
“그래도...”
어차피 넘겨야할 고비다.
한유성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걱정스러워하는 한설의 모습에 김신은 주먹을 움켜쥐며 앞으로 나섰다.
“예, 지금 바로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