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13화 (13/116)

《13화》

1.

빌런을 고용한 헌터.

게다가 그 대상은 거대길드의 팀장이다.

충분히 이슈가 될 김신의 발언에 기자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아니야! 내가 그러지 않았다고! 다 저새끼가 지어낸 말이야! 잘 봐. 나는 불사길드의 팀장이고, 쟤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곽명한.

하지만, 그의 발악도 얼마 못 가 끝났다.

“총괄팀장님···.”

인파를 가르며 등장하는 성태수와 한설.

얼굴조차 못 들고 있는 곽명한과 다르게 김신은 한설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바쁘실 텐데, 이런 일로 불러서 죄송해요.”

“괜찮아요. 저도 끝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김신의 계획대로 미리 사전에 합의를 끝마친 후, 불사길드에 연락을 넣고 곧바로 길드원을 대동해 테트라곤에 유차준을 끌고 온 한설.

그리고, 그 사태가 커질 것을 염두해 불사길드의 성태수가 곧바로 따라 나온 것이었다.

김신과의 대화가 끝난 한설은 바로 곽명한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곽명한에게 말했다.

“불사길드 3팀장, 곽명한. 당신이 한 짓 다 알고 왔으니, 부정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곽명한을 한설은 본채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수호길드의 길드원을 빌런을 고용하여 살인 청부한 것. 그에 대한 사실이 확인되어 길드로 연행하겠습니다.”

혐의는 있다고 하나, 어디까지나 길드와 길드간의 일이다.

한설이 말을 하며 불사길드의 팀장 성태수를 바라보자, 가만히 있던 그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현 시간부로 부여받은 불사길드의 길드장 권한을 대리사용 해서 3팀장 곽명한의 모든 자격을 박탈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그가 저지른 모든 행동은 불사길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공표합니다.”

성태수의 말은 곽명한에겐 사실상의 사형선고다.

더이상 길드 간에 문제가 아니라, 길드와 개인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에.

충격적인 발언에 모두가 입을 닫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한설은 곽명한을 끌고 가며 또 다른 충격적인 소식을 모두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여기 있는 김신 헌터는 오늘부로 저희 길드의 정식 길드원입니다.”

뜻밖의 영입 소식.

김신이 낳은 이슈는 생각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2.

몇몇 기자들은 성태수와 한설에게 갔고, 몇몇 기자들은 김신에게 다가와 방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열렬하게 질문을 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청부를 당한 것이 맞는 건가요?”

김신은 그들의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원래하려 했던 일인 등급갱신 절차를 끝마치기로 했다.

접수처로 향하는 김신과 그를 쫓아가는 기자들.

마치, 어미오리를 따라다니는 새끼오리마냥 김신을 졸졸 쫓아다니는 그들은 접수처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김신 헌터님, C급으로 이단승급 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이단승급이라고?”

흔치 않은 이단승급.

기자들은 김신이 터트린 수많은 사건에 오히려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지경이었다.

***

길드에 소속된 김신은 그간 일어났었던 모든 일을 한순간에 터트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거의 원한을 청산함과 동시에 불사길드에 큰 이미지 타격을 입히는 것은 부가적으로 따라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신이 유명인이 되면서 사람들은 그의 뒤를 캤고, 그 덕에 불사길드는 유망주 시절의 김신의 사건에 대한 질타를 또 한 번 받았다.

-다리를 다친 유망주를 방치하고, 보상 없이 방출시킨 불사길드. 사람을 구하는 헌터는 오늘도 쓸쓸하게 죽어간다.

자극적인 기사들이 연이어 쏟아졌고, 그렇게 꽤 큰 격차였던 불사길드와 수호길드의 차이가 비등비등할 정도로 좁혀졌다.

게다가 불사길드는 사태가 커짐에 따라 길드원이 대거 탈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송인아 또한 그 사태에 편승해서 수호길드로 조용히 환승할 수 있었다.

사태가 끝난 후 일주일.

그간의 문제를 정리한 김신은 한설의 사무실에서 그녀와 마주보고 앉았다.

“송인아 헌터를 영입한다는 조건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저야 김신 씨에게 감사해야죠.”

김신은 한설과의 대화를 하던 중, 가장 궁금한 질문을 한 가지 말했다.

“그나저나, 이제 저도 정식 길드원이니 길드 레이드나 토벌에 참가해야겠죠?”

“당연하지만,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그게, 좀 알아보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그동안 생겼던 사건사고들 덕에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아티펙트의 기억들로 알아낸 한 가지 단서.

바로, 탑과 게이트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었다.

“원하신다면 상부에 말해서 따로 팀을 꾸려보도록 도와드릴 순 있어요. 그동안 빌런을 잡아왔던 실적이나, 곧 B급으로 승급될 정도의 실력이 있으니까 팀장의 자격은 충분하거든요. 좀 파격적이긴 하지만.”

“그럼 한번 건의를 해볼 수 있을까요?”

괴수를 토벌하거나, 빌런을 잡는 것으로 실적을 내는 것이 헌터의 주 임무이자, 일이다.

김신은 그러한 일을 하며 탑에서 아티펙트를 구하여 강해지는 것과 남들은 모르는 비밀을 알아낸다는 목적이 있었다.

“건의에 대한 답은 얼마 걸리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 쓸 장비를 먼저 맞춰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장비에 대한 한설의 말에 김신은 착용하고 있는 장비를 훑어보고는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아챘다.

“아, 너무 낡긴 했네요.”

각성 초기에 샀던 낡은 방어구와 무기.

높은 등급의 괴수를 상대하기에는 너무 나도 열악한 장비였다.

“제가 잘 아는 상점이 있는데, 알려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직접 구매하시면 좀 비쌀 텐데...”

사정을 생각해서 신경써주는 한설의 마음은 잘 알고 있지만, 김신은 이미 골동품을 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감정이 된 아티펙트를 사는 이유는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려주기 때문이잖아?’

감정스킬이 있는 이상 그 값을 치루고 사는 것보다 직접 골동품을 감정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일 것이라는 건 당연할 터.

그렇게 결론지은 김신은 한설의 말에 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배려는 감사합니다만. 제가 살 건 감정이 끝난 아티펙트가 아니라, 아직 감정이 되지 않은 미감정 아티펙트입니다.”

“미감정 아티펙트요?”

“네.”

굳이 골동품이 아닌 미감정 아티펙트라고 말한 이유는 간단했다.

골동품은 감정이 되었어도 그 값어치가 등급에 비해서 현저히 낮거나, 혹은 아예 감정조차 되지 않는 아티펙트였고, 미감정 아티펙트는 말 그대로 아직 감정조차 하지 않은 미개봉 상품이라는 이야기다.

골동품을 감정한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둘러댄다는 의미로 말한 것을 한설은 ‘로또를 사겠다.’ 라는 식으로 해석했다.

“발품 팔아서 좋은 물건 사는 경우도 종종 있죠. 만약 없으면 전화하세요. 알려드릴 테니까요.”

“네, 일단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3.

아티펙트는 보유한 능력이 많을수록 등급이 높아지고, 등급이 높아질수록 감정하기가 어려우며 만약 감정을 했다 하더라도 그 가격이 비싸다.

이 말은 골동품처럼 등급이 높지만, 그에 비해 가진 능력이 많지 않다면 두 가지의 경우를 의심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나, 감정을 제대로 못해서 등급은 알아냈지만, 그 능력을 전부 못 밝혀냈거나.

둘, 능력 이외에 부분에서 등급만큼의 값어치를 한다던가.

천마의 피 묻은 무복 같은 경우에는 후자에 속했다.

가진 바의 능력은 아티펙트의 손상 정도가 심해서 사용이 불가능 했지만, 김신처럼 물건에 담긴 기억을 읽을 수 있는 특성이나, 스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값진 물건을 찾아내기도 힘들 정도로 등급에 대한 값을 충분히 했다.

그리고 김신이 다시 타워 엔티크에 온 이유도 분명했다.

‘풀 세트로 맞춘다.’

무기부터 방어구까지.

빌런을 보낸 진윤성과의 문제는 끝났지만, 그 감정까지 끝난 건 아니다.

이전에 왔었을 때는 기억이 담긴 아티펙트를 찾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이번 방문의 목적은 숨겨진 기능이 있는 아티펙트를 찾으러 온 것이다.

“몇 층으로 가시겠습니까?”

“6층이요.”

안내를 받아 6층에 도착한 김신은 주저 없이 감정스킬을 사용해 기능이 전부 밝혀지지 않은 아티펙트를 찾아다녔다.

‘지금 필요한 건, 천마신공을 사용할 만큼 강도가 단단하고, 내공이 쉬이 담기는 검.’

방어구의 경우는 실드로 대체가 가능했기에 가벼운 것을 사기로 했다.

6층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김신의 눈에 여러 가지의 골동품이 들어왔다.

식칼 모양의 검이나, 3단 봉처럼 아래로 펴서 쓰는 검.

모두 생김새가 다양했지만, 원하는 기능을 가진 골동품은 없었다.

‘그냥 아까 본 걸 살까?’

그나마 가장 쓸 만한 골동품이었던 반지의 생김새를 가진 검.

적당히 단단하고, 소지하기가 편하다는 장점에 마음이 기울 무렵.

손끝을 스친 또 다른 골동품에서 기묘한 느낌이 느껴졌다.

‘마나도 아니고, 내공에 반응을 해?’

마나와 다르게 정제된 힘인 내공에 반응하는 목검의 외형을 가진 골동품.

그 안에 담긴 기억은 없었지만, 김신은 목검을 손에 쥐고 내공을 불어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키기기깅-

나무 부분이 눈 녹듯이 사라지며, 시리도록 날카로운 예기를 내뿜는 검으로 바뀐 아티펙트.

그리고 그 아티펙트의 재질과 용도가 더 없이 무공을 사용하는 데에 걸맞다는 것을.

‘만년한철?’

더 없이 단단하고, 내공을 잘 전달하는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아티펙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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