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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으로 먼치킨-12화 (12/116)

《12화》

1.

힘을 실은 공격을 내지르면 흘려내고, 흘리려고 하면 매섭게 꺾여 들어가고, 약하게 받아치면 부술 듯이 강한 공격이 들어간다.

유검(柔劍)과 쾌검(快劍) 그리고 패검(覇劍)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김신의 검술.

매 공격마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김신의 검술에 빌런은 결국 승부수를 띄웠다.

피이잉! 쿠구구구구!

빌런이 손가락을 강하게 튕기자, 울리는 엄청난 파동.

“크윽!”

실드를 뚫고, 귀를 타고 들어와 뇌를 흔드는 빌런의 특성을 사용한 기습 공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김신은 머리를 붙잡고 비틀거렸다.

“넌, 정말 살려두면 안 되겠다.”

움직이지 못하는 김신을 향해 다시 한번 빠른 속도로 쇄도하는 빌런.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빌런의 모습에 아직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김신은 급한 대로 손가락을 움직여 수인을 맺었다.

화르륵.

순식간에 김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파이어 볼.

스태프 없이 쓴 마법이라 크기가 작았지만, 무시할 정도로 약하진 않았기에 빌런은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막아야만 했다.

휘익! 퍼엉!

빌런이 검을 휘두르며 생긴 약간의 시간을 이용해 내공으로 머리에 남아있는 충격을 흩어낸 김신은 날아오는 빌런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냈지만, 불안정했던 자세 탓에 도로 중앙에 놓인 분리대에 등을 강하게 부딪치고 말았다.

“커헉!”

실드가 단숨에 깨질 정도로 큰 충격에 숨이 막히고 순간적으로 시야가 암전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언제 다쳤는지, 머리에서 시작된 핏줄기가 왼쪽 눈을 타고 흘러내렸다.

“후우...너, 진짜 E급 맞아? 어떻게 C급보다 강한 거야? 아니, 애초에 두 가지 이상의 특성을 사용한다는 게 말이 되냐?”

“커헉, 나도. 모르겠다. 이새끼야.”

특성을 염두하고 있었지만, 그게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능력일 줄이야.

움직이기 힘든 김신의 상태를 아는 것인지, 여유롭게 걸어오는 상대를 바라보며 김신은 이를 갈았다.

‘곽명한...!’

아무리 운이 없다고 해도 하루 만에 두 번이나 빌런의 습격을 당하기도 힘들 거다.

터벅터벅.

코앞까지 다가온 빌런은 김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잘 가라. 원망하지는 말고. 근데, 너 왜 웃냐?”

죽음의 코앞에서 실성을 했는지 웃는 김신의 모습을 궁금해 하는 빌런에게 김신은 웃는 이유를 말해줬다.

“뒤를 봐.”

김신의 말에 빌런이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지만, 김신의 말과 다르게 아무것도 없는 모습에 화난 얼굴로 다시 김신을향해 고개를 돌렸다.

“끝까지 장난질이냐?”

“아니, 그건 그렇고. 일단,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해준 건 고맙다.”

“...?”

상황과 맞지 않는 김신의 태도에 빌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너한테 날아오는 이 마법 말이야. 그걸 못 느낀다는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김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등 뒤에서 느껴지는 맹렬한 바람의 움직임.

“...!”

놀란 빌런이 급하게 뒤를 향해 특성을 사용했지만, 그가 놓친 것이 하나 있었다.

“아, 고마운 게 하나 더 있었네. 신경 꺼준 거.”

바닥을 박차고 일어난 김신이 빌런의 등을 향해 내공이 가득 실린 주먹을 내질렀다.

‘발경(發勁)’

외부가 아닌 내부를 상하게 하는 무공.

엄청난 마나의 흐름에 빌런이 다시 몸을 돌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퍽!

한 박자 빠르게 빌런의 복부에 박힌 김신의 주먹.

“이런 시...쿨럭!”

김신의 공격을 직격으로 맞은 빌런은 말을 다 하지도 못한 채 자리에서 쓰러졌다.

2.

따뜻한 기운이 몸을 감싸자, 시퍼렇게 멍든 등과 이곳저곳에 생긴 상처들이 서서히 사라졌다.

“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건지...”

하루 만에 빌런의 습격이 두 번.

김신은 외상의 치료가 대충 끝나자, 빌런의 품을 뒤져 그의 핸드폰과 지갑을 꺼냈다.

“이름은 유차준. 나이는 31살. 곧 B급 빌런이 될 놈이었네.”

신분증에 적힌 이름과 나이로 명부 조회를 했고, 그렇게 알아낸 유차준의 기본적인 정보.

김신은 추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유차준을 깨웠다.

“야, 일어나봐.”

뺨을 가볍게 치자, 고통에 젖은 신음을 내뱉으며 눈을 뜨는 유차준.

그는 자신의 손발이 묶여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절망한 표정으로 한탄했다.

“내가 E급한테...”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본론만 묻자. 너 누가 시켰냐.”

핏발선 눈으로 김신을 노려보는 유차준.

김신은 그가 오기를 부리자, 가게에 오기 전에 만났던 빌런들에게 했던 것과 같이 분골착근을 시술해줬다.

“끄아아아악! 말할 게 말한다고!”

“좀 쉽게 가면 안 되겠니.”

유차준은 눈물과 콧물이 뒤섞인 얼굴로 고용인의 정보를 말하기 시작했다.

“곽, 곽명한이 시켰다...”

또다시 나온 듣기 싫은 이름, 곽명한.

김신은 그의 이름이 유차준의 입을 통해 나오자, 터져 나오는 분노를 막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진짜 이 뱀 같은 새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 두 빌런이 실패해서 그런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잠깐을 못 참고 사람을 죽여서 입을 막으려고 하다니.

‘안 되겠다. 그 새끼는 답이 없어.’

정확한 증거가 세 명.

이 정도면 곽명한도 쉽게 빠져나갈 순 없을 거다.

곽명한을 나락으로 빠트릴 계획을 생각한 김신은 한설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

힐을 사용하여 외상을 거의 다 치료할 쯤, 전화를 받고 온 한설이 도착했다.

“이게 대체 무슨...아니, 몸은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그나저나 이제 터트려야겠습니다.”

“네?”

큰 눈을 껌벅거리며 김신을 마주 보는 한설.

김신은 그녀의 순진한 모습에 작게 미소지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범인은 곽명한이에요.”

“하, 정말...”

한설의 눈에 담긴 건 극도의 혐오와 분노.

김신은 가장 터트리기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아무래도 이 사건은 곧 터트려야겠어요.”

“네? 어떻게요?”

대충 터트리면 안 된다.

확실한 방법을 구상해 놓은 김신은 한설을 마주 보고 조용히 말했다.

“마침, 좋은 날이 있습니다. 그때 연락 드릴게요.”

가장 확실하게 나락으로 보내는 방법.

김신은 그 방법으로 달마다 열리는 등급갱신의 날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네, 잘 부탁드려요.”

유차준의 인도와 계획설명이 끝난 후, 한설은 돌아갔다.

“일단 좀 쉬자...”

몸이 쑤시고, 근육통이 밀려온다.

김신은 우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기에 가게로 돌아가려 했지만, 처참해진 가게 주변의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하, 개판이네.”

3.

여러 가지 사건 사고에 갱신을 미룰 수밖에 없었던 김신은 쉬는 날을 맞춰, 테트라곤에 갱신을 하러 갔다.

헌터의 강함을 따지는 수단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헌터랭크다.

랭크를 나누는 기준은 각성자의 마나수치, 육체능력, 특성의 계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구분한다.

테트라곤에 도착한 김신은 접수처에서 접수를 끝낸 후에 대기열에 앉아 검사실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몇 랭크까지 오르려나.”

많이 강해졌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어느 정도로 강해진 건지는 모르겠다.

마법과 무공이라는 능력을 빼고 나서의 능력만 측정할 생각이었기에 과연 얼마나 오를지가 궁금해졌다.

한동안 검사실 위에 놓인 전광판을 멍하니 바라보던 김신은 어느새 찾아온 그의 차례에 검사실의 안으로 발을 옮겼다.

철컥.

문을 열고 들어간 검사실 내부에 놓인 체중계처럼 생긴 검사용 기계.

-안녕하세요.

유리창 너머에 있는 검사 담당 직원의 목소리에 김신은 가볍게 눈을 맞추며 마주 인사를 했다.

“후우...”

가볍게 숨을 고른 김신이 직원의 안내에 따라 검사용 기계에 발을 올렸다.

-시작하겠습니다.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우우웅-

기계에서 울리는 기계음과 함께 이질적인 마나가 몸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발끝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머리로.

기계에서 뿜어지는 이질적인 마나가 전신을 스캔하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기계의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수치가 변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마나수치 B

-신체능력 C+

-종합수치 C+

높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마 단전에 있던 내공 덕에 저 정도의 수치가 나온 것 같았다.

‘C+면 생각했던 것처럼 이단승급이 가능하겠어.’

***

검사실에서 결과지를 받고 다시 접수처로 돌아온 김신은 등급을 갱신하기에 앞서, 곽명한의 비밀을 폭로할 준비를 끝마쳤다.

‘이건 생각도 못 했을 거다.’

접수처를 중심으로 몰려있는 기자들과 스카우터.

김신은 이단승급이라는 이슈와 동시에 곽명한을 나락으로 보내버릴 계획을 짰다.

‘요즘 갱신하는 날마다 들린다고 했었지...’

미리 조사한 패턴 그대로 테트라곤에 등장한 곽명한.

김신은 그를 보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기자님들.”

“...?”

처음 보는 헌터인 김신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는 기자들.

“이슈 하나 드리겠습니다.”

“네?”

항상 이슈에 목말라 있는 그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김신의 말에 슬금슬금 다가왔다.

“저와 곽명한이 하는 대화를 잘 들어주세요.”

“곽명한? 그 불사길드 만년 C급 팀장?”

김신은 그 말만 하고는 곧장 곽명한이 있는 접수처로 갔다.

“...!”

김신과 눈을 마주친 곽명한은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어떻게 네가 여기에...”

“궁금하지? 내가 여기 어떻게 왔는지.”

곽명한이라 하면 조금 다른-나쁜-의미로 유명한 C급 헌터다.

그런데 그런 그가 별 볼 일 없는 의문의 헌터가 하는 말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기자들은 그 모습을 본 순간, 뭔가 서늘한 특종의 향기를 맡았다.

“유차준.”

“...!”

몸을 크게 떠는 곽명한.

손끝을 벌벌 떠는 그의 모습에 기자들은 의문을 가졌다.

‘유차준이 누구길래?’

기자들이 유차준이란 이름에 의문을 품는 사이, 곽명한의 머릿속은 혼란 그자체였다.

‘유차준을 어떻게...!’

곧 B급으로 올라갈 거라고 생각돼는 C급 최상위 청부업자.

지금 김신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그의 청부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김신은 덜덜 떠는 곽명한을 향해 사형선고와도 같은 말을 내뱉었다.

“지금 유차준이 여기 오고 있다. 근데 누구랑 오는 줄 알아?”

김신의 말에 곽명한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고, 시치미를 뗐다.

“그게 누군데. 난 그런 사람 몰라.”

“그래? 곧 알게 될 텐데.”

김신의 말과 동시에 열리는 테트라곤의 문.

그 앞을 마치 모세에 기적처럼 가르고 들어오는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있었다.

“불사길드 A랭커 총괄팀장, 성태수랑. 수호길드 최연소 팀장 한설이잖아? 그런데 중간에 저 남자는 누구지?”

기자들이 점점 더 몰려드는 사이.

김신의 옆으로 다가온 한설이 기자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곽명한의 더러운 행각을 밝혔다.

“불사길드 3팀장이 전 소속 팀원에게 청부업자를 보냈습니다.”

기자들은 김신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수첩을 꺼내 들었다.

“특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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