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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으로 먼치킨-11화 (11/116)

《11화》

1.

빌런은 할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 죽여도 괜찮다. 아니, 죽이는 게 좋다.

도의적인 문제를 넘어 당사자의 목숨이 달려있는 일이기도 했고, 빌런에 의해 목숨을 잃는 헌터들이 괴수 때문에 죽는 헌터들만큼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김신은 차 앞에서 쓰러져있는 빌런과 방금 잡은 빌런을 데리고 좀 더 안쪽 골목으로 향했다.

“인아야, 넌 여기서 저놈이 깨나 안깨나 좀 감시해줘.”

“응? 응.”

뭔가 생각에 빠졌는지 뒤늦게 대답하는 송인아를 잠시 두고, 김신은 방금 잡은 빌런과 함께 조용한 장소로 이동했다.

“야, 누가 시켰냐고.”

“...”

“말 안 해?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김신은 팔과 다리가 포박당한 상태로 쓰러져 있는 빌런의 눈앞에서 손을 들었다.

그제야 빌런의 입이 열렸다.

“죽일 거냐?”

“아니, 중요한 증인을 어떻게 죽이냐. 다른 방법을 써야지.”

“고문이라도 하려고?”

“말하기에 따라 고문이 될 수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거야.”

“해 보던가. 절대 말할 일 없으니까.”

단호하게 답했지만, 의미모를 말을 하며 웃는 김신의 모습에 빌런은 뒷목이 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빌런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김신은 눈을 감고 허공을 손가락으로 푹푹 찌르는 행동을 한 후 다시 눈을 떴다.

“대충, 이렇게 하는 건가.”

지금 하려는 것은 고문과 무공의 중간에 있다는 분근착골(分筋錯骨).

무윤이 교주의 위에 올라가기 전까지 꽤 자주 이용하던 수법이었다.

김신은 기억에서 본 것과 같은 방법으로 빌런의 혈도를 내공을 담아 차례차례 찔렀다.

투둑!

빌런의 혈도 이곳저곳을 점하자, 곧바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크음...죽어도 말 안한다.”

“하지마,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말하게 되어있으니까.”

처음은 그리 아프지 않다.

빌런의 표정에서도 보이는 것과 같이 일정 이상의 수준에 도달해야 지옥과도 고통을 준다는 게 분근착골이다.

근골이 서서히 제자리를 이탈해 결국 병신이 되도록 만든다는 악마의 무공.

분골착근을 빌런에게 사용한지 10분이 지나자, 드디어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끄으으윽...너 이새끼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고통 섞인 침음과 함께 입가에 침을 흘리며 노려보던 빌런은 그로부터 정확히 5분 뒤에 완벽하게 태도를 바꿨다.

“끄아아아악! 살려줘 제발! 다 말할게!”

너무나도 큰 소리에 3서클 마법, 사일런스를 사용해 소리를 죽여야만 할 정도로 분근착골의 효과는 확실했다.

투둑!

다시 점했던 혈도를 역으로 풀어주자, 고통으로 물들었던 표정이 펴지는 빌런의 모습에 김신은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

“누구냐. 시킨 놈.”

“허억...곽, 곽명한...”

“설마 했는데...”

며칠 내에 무언가 행동을 취할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토록 이를 줄이야.

‘어떻게 써먹어야 좋을까.’

이미 빌런을 보냈다는 것 자체로도 나락으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곽명한의 그 교활한 성격을 생각해보면 부족한 부분이 있어.’

확실하게 보내버리고 싶었기에 김신은 우선 이번 사건에 대한 것은 잠시 뒤로 미뤄놓기로 했다.

“일단 넌 따라와라.”

“대체 왜...”

가볍게 손가락을 들자, 조용히 따라오는 빌런.

김신은 빌런을 끌고 가며 한설에게 전화를 걸었다.

2.

전화를 받고 한걸음에 도착한 한설.

김신은 그녀에게 곽명한과 있었던 사건을 짧게 풀어서 설명해줬다.

“···그렇게 된 겁니다.”

김신의 이야기를 듣자, 한설은 너무 놀라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자기 팀원이었던 사람에게 그럴 수 있죠?”

정상적인 헌터로서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비틀린 사고방식.

김신은 어깨를 으쓱이며 한설에게 답했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제가 너무 늦게 알아 본 거죠.”

김신은 그 말을 끝으로 한설에게 조용히 한 가지 생각했던 계획을 말해줬다.

“···이런 계획이니까, 조금만 도와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스스로 생각해봐도 놀랄 정도로 치밀한 함정.

그 계획을 들은 한설은 김신을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안 봤는데, 김신 씨도 무서운 사람이었군요.”

“하하, 남자도 한 품으면 무섭다고요?”

포박된 빌런을 끌고 가려던 한설은 무엇인가 생각났는지, 김신을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앞으로는 몸조심하세요.”

“하하, 걱정해주시니 감사하네요. 예,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김신이 한설에게 가볍게 고마움을 표하자, 한설은 빌런들을 끌고 떠나갔다.

그리고 김신의 옆에서 그 광경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송인아가 들릴 듯 말 듯 한 크기의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오빠한테 왜 자꾸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둘이 뭐 있는 거 아니야?”

김신은 송인아의 말을 애써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렸다.

***

탁-탁-탁-

짧은 템포로 책상을 두드리는 손가락.

무언가 초조한지 이마를 매만지는 손.

빌런들에게 김신의 청부를 지시한 곽명한은 오지 않는 연락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설마...”

지시한 시간은 오후 10시까지.

C급인 자신을 압박한 것을 생각해 두 명을 보냈건만, 실패한 것일까?

고민이 길어지자, 불길한 생각이 차오르며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흐른다.

“...”

실패의 리스크와 밝혀졌을 때의 여파를 생각하니, 곽명한은 몸이 덜덜 떨려왔다.

“안돼. 이대로 끝낼 수 없어...”

어떻게 쌓아온 공든 탑인데.

그깟 E급 감정사 하나 때문에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없다.

극한의 공포가 이성을 잠식하고, 잘못된 판단을 불러온다.

띡띡-

핸드폰을 들어 다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곽명한.

처음의 계획은 그저 몸을 망가트리는 정도였지만, 지금 여기서 김신의 입을 막지 못하면 더 커질 수도 있다.

뚜르르-

신호음이 얼마 울리지 않아 누군가 전화를 받자, 곽명한은 입을 열었다.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줘.”

3.

늦은 밤까지 있었던 사건이 끝나고.

김신은 송인아를 택시에 태워 집으로 돌려보낸 후, 마찬가지로 택시를 타고 가게이자, 집인 감정소로 향했다.

“9300원입니다.”

“카드로 할게요.”

계산을 하고, 택시에서 내려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김신은 열쇠를 꽂은 상태 그대로 굳어버렸다.

“...”

열쇠를 돌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르륵 열리는 문.

딸랑-

김신은 종소리를 울리며 열린 문 너머에 서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기감에 잡히지 않는다.’

송인아와의 약속에서 만난 C급 빌런들과는 다르게 눈앞에 있음에도 품고 있는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보다 최소 한 수 위.’

김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누군가가 보낸 것이 확실한 빌런.

‘설마 그 짧은 사이에 또 다른 빌런을?’

스르릉-

짧게 곽명한을 떠올린 김신은 곧바로 검을 빼 드는 빌런을 주시한채 물러서며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다.

‘메모라이즈. 스트랭스, 헤이스트, 슬로우.’

자신에 대한 버프와 상대에 대한 디버프를 사용함과 동시에 내공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육체능력을 최대한으로 만들고, 특성까지 사용했다.

김신의 디버프와 급격하게 늘어난 존재감에 빌런은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 신기한 능력이네.”

즐겁다는 듯 여유롭게 미소를 짓는 상대의 모습과 다르게 김신은 굳은 표정을 풀 수가 없었다.

‘아까 그놈들이랑은 다르게 이놈은 진짜다.’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음에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상대의 수준에 김신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럼 준비는 끝났으니, 시작해볼까?”

천천히 걸어오는 상대의 모습에 김신은 문 옆에 있는 아티펙트를 집어 들었다.

티잉!

짧은 과도처럼 생긴 아티펙트의 날 끝부분을 손가락으로 치자,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늘어나며 긴 장검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변한 장검을 들고, 김신은 가게 밖의 나있는 한 적한 도로로 물러났다.

천천히 멀어지는 김신과 계속해서 접근하는 빌런.

두 사람 모두가 도로 중앙에 도착했을 쯤, 빌런의 갑작스러운 선제공격을 신호로 전투가 시작됐다.

***

검날 끝이 삐죽 튀어나온 기형적인 검의 모습.

그런 검을 들고 있는 빌런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김신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챙! 챙!

부딪힐 때마다 코앞까지 다가오는 검날.

만약 힘이 떨어지거나, 타이밍을 놓친다면 곧바로 검날이 몸을 찍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공격은 위로 쳐내고, 도끼처럼 위에서 아래로 찍히는 공격은 한 걸음 물러서거나, 몸을 비틀어 피한다.

빌런은 그런 김신의 수비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김신을 도발했다.

“계속 피하거나 막기만 할 거야? 공격 좀 해보라고.”

빌런의 도발을 듣지 못할 정도로 집중한 김신은 공격 피하거나 막으면서 묘한 깨달음을 느꼈다.

‘확실히, 단조로워.’

매섭고, 빠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변화가 없는 공격은 시간이 지나면 간파당하기 마련이다.

비록 빌런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한 김신보다 반 수정도 위의 상대였지만, 김신은 계속되는 공격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막아내며 점차 상대의 속도에 익숙해져갔다.

그렇게 또다시 열 번의 공방이 흐른 후.

채앵!

피하는 것에 중점을 두던 김신이 틈을 보고 내지른 공격 한 번에 빌런과 김신의 공세가 전환됐다.

허(虛)와 실(實)을 적절하게 섞는다.

힘을 뺀 공격과 내공을 가득 실은 공격을 중간에 섞어서 사용하자, 빌런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힘을 줘서 막으면 검날을 타고 부드럽게 내려와 매섭게 베어오고, 반대로 힘을 적게 주면 검을 놓칠 정도로 강한 공격이 들어온다.

“씨발.”

욕설을 내뱉는 빌런과 다르게 김신은 계속해서 검격을 내지르며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현대의 검술은 진검을 잡고 휘두르는 형(形)뿐이지, 내공을 싣는 초식(招式)이 없다.’

내공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빠른 템포의 쾌검(快劍)이 될 수도 한방 한방이 강력한 패검(覇劍)될 수도 있다.

반대로 현대의 마나운용법은 말 그대로 육체의 능력과 무기의 강도만 강화하는 수준의 운용법.

‘할 수 있다. 아니, 할 만해.’

김신은 공격을 막아내는 빌런을 한 걸음 한 걸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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