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7화 (7/116)

《7화》

1.

게이트 초기부터 활동해 왔던 대부분의 헌터들은 각자의 전투 방식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무술을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3대 검술길드의 검술이나,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무투가들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무술은 어디까지나 단순한 동작을 완급조절과 부드럽게 연결해놓은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천마신공(天魔神功)은 그런 단순한 동작의 연결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단전을 만든다.

몸 안에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는 마나, 즉 기(氣)를 호흡을 통해 정순하게 만들어 기맥을 통해 단전에 쌓는다.

“스읍-후우-”

무술의 식(式)을 배우기 전 가장 먼저 행해져야할 선행과제였기에 벌써 수 시간째 매달려 있지만, 도통 정확하게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

난해하다.

한 마디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현대의 마나사용법과는 다른 복잡 미묘한 호흡법인 천마신공.

김신은 잡힐 듯 말듯 한 감각을 놓치지 않고 반복하길 수십 번 쯤, 어렵사리 콩알만 한 크기의 단전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정도 내공으로는 초식은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겠네. 고작해야 기술 한 두 번이 고작인가.’

인간의 몸으로 천재지변을 일으킬 만큼 강력한 절세무공인 천마신공을 제대로 쓰기위해서는 내공의 수급이 먼저다.

-이것이 소림사의 대환단. 본좌가 가져가도록 하지.

기억속의 무윤은 엄청난 양의 내력이 담겨있는 영약과 마나가 풍부한 영산에서 내공을 쌓았다.

‘영약은 없고, 영산은 모르겠고, 그렇다고 돈이 없으니 마나수련실을 만들기엔 역부족이고. 방법이 없나.’

검술길드에서 사용하는 마나수련실, 질 좋은 마석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마나를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이지만 질 좋은 마석은 비싸기에 돈이 많이 들었다.

마나수련실은 공간에 마나의 밀도를 높인다.

뭔가가 생각난 김신은 블라이어의 기억을 살피던 도중 한 가지의 방법을 발견해냈다.

‘마나집적진!’

인위적으로 주변의 마나를 끌어 모으는 마법진인 마나집적진.

김신은 그 마법진을 이용해 내공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생각했다.

‘문제는 마석인데.’

마나집적진도 마석이 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마나수련실의 방법과 달리 질 좋은 마석 없이도 그보다 더 좋은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다를 뿐.

‘돈으로 사기에는 애매하니까, 괴수를 잡아서 직접모아보자. 낮은 등급정도는 충분히 상대할만하니까.’

김신은 다리를 다친 이래로 가지 않았던 헌터들의 의뢰소인 테트라곤으로 가기로 했다.

2.

다음날.

헌터들의 의뢰소인 테트라곤을 갈 생각이었던 김신은 검을 비롯한 몇 가지 장비를 챙기던 도중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어, 인아야 웬일이야?”

전화를 건 송인아는 먼저 인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초간 말이 없었다.

“여보세요? 안 들리니?”

-아, 아니 잘 들려...

묘하게 떨리는 송인아의 목소리에 김신은 그녀가 뭔가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느꼈다.

“전화로 하기 힘든 이야기야? 만날까?”

-하아...

송인아는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한숨만 내쉬었다.

“뭔 일 있어? 큰일이야?”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물 마시는 소리.

송인아는 목을 가다듬은 후 말했다.

-오빠 화내지 말고 들어줘.

“알았어.”

-그게...곽명한 팀장이 잠깐 볼 수 있냐고 하더라고.

“어? 누구?”

-오빠 팀에 선배였던 곽명한. 몰라?

송인아의 말을 들은 순간,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다.

-뭐? 다리를 다쳤다고? 유망주인생 조졌네? 그러게 조심 좀하지 그랬냐. 너 그렇게 나대다가 크게 다칠 줄 알았다.

같은 팀원이라는 인간이 다리를 다친 동료에게 위로의 말은커녕 비꼬았다.

-에휴, 신아. 윗선에 물어봤는데 아무리 유망주라도 다리병신 데리고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단다. 그동안 고생했다.

남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순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대치만큼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없는 이들에게는 무서우리만치 잔인하고 잔혹한 것이 불사길드였다.

올라오는 분노를 가까스로 다스린 김신은 송인아에게 물었다.

“대체 왜 보고 싶다는데? 아니, 왜 그걸 너한테 들어야 하는 거야?”

-전화를 해도 안 받으니까, 그나마 친한 내가 말해볼 수 있겠냐고 하더라고...솔직히 나도 싫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어. 미안해.

억지로 했다는 것이 분명한 것처럼 송인아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있었다.

“하, 인아야. 혹시 곽명한이 너한테 뭐라고 했어?”

몇 마디의 망설임 끝에 송인아가 답했다.

-팀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말을 하길래...

으득.

치가 떨린다.

불사길드도, 이기적인 헌터들도 모두.

안 좋은 결말이라는 전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사길드는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 지금당장 보자고 해.”

이번에야 말로 만나서 끝을 봐야겠다.

-미안해...

그렇게 말한 송인아는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3.

기억 속의 곽명한은 명예욕이 많아 그만큼 열심히 하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헌터사회에서의 명예는 노력만으론 쟁취할 수 없다.

결국, 곽명한은 명예를 쫒는 것이 아닌, 다른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자신을 빛내는 방향으로 변했다.

그리고 김신은 그 사건을 겪으며 알았다.

재능 없는 이의 명예욕이 본인과 주변의 이들을 망칠 수도 있다는 걸.

약속장소로 잡은 곳은 한적한 장소에 위치한 작은 카페.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간 김신은 매장 안에 홀로 있는 곽명한의 테이블 맞은편으로 가 앉았다.

“뭘 그렇게 급하게 불러. 송인아 전화 듣고 급하게 나오느라 놀랐잖아.”

능청스러운 표정의 곽명한을 보니 절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가까스로 참아내며 말했다.

“다쳐서 아픈 놈 뒤도 안돌아보고 버릴 땐 언제고, 이제와 무슨 볼일이 있다고 부르는 거죠?”

“어휴, 화가 많이 쌓였네. 일단 진정해.”

그렇게 말한 곽명한은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다른 게 아니고, 그동안 잘 지냈는지 해서.”

“뭐? 잘 지냈나해서? 3년 만에 보자고 해놓고는 그게 할 소립니까? 그렇게 빙빙 돌려가면서 말할 거면 전 갑니다.”

의자를 거칠게 밀며 김신이 일어나자, 그 모습을 보던 곽명한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남 번화가 C급 빌런 잡은 거, 너 맞지?”

“...!”

어떻게 알았지?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대체, 왜 물은 거지?

김신이 고민을 하느라 잠깐 멈칫한 순간, 그 모습을 본 곽명한이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며 만남의 목적을 말했다.

“멈칫하는 거 보니까 맞나보네. 너, 아까 용건 말하라고 했었지? 내 용건은 간단해. 내 밑으로 다시 들어와라 신아.”

고개를 돌려 곽명한을 노려본 김신은 그의 욕망에 가득 찬 표정을 본 순간, 상황이 어떻게 흘러 간지 알 수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C급 빌런을 잡는 모습을 봤고, 또다시 이용해 먹기 위해 발목을 잡는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미 김신은 불사길드에서 나온 몸.

그는 곽명한을 바라보며 시리도록 차가운 표정으로 답했다.

“싫은데.”

“그래? 알았어.”

“용건은 끝났으니, 다신 찾질 않길 바랍니다.”

용건이 끝나자, 서있던 자리에서 출구를 향해 걸어가는 김신.

그가 곽명한의 옆을 지나가는 순간, 그의 귓가에 곽명한의 혼잣말이 날아와 꽂혔다.

“흠, 송인아도 필요 없으니 이제 끝인가.”

“뭐?”

“아, 미안 혼잣말이었는데. 들렸어?”

고개를 돌려 곽명한을 내려다본 김신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웃어?

사람 목숨을 가지고 협박을 하면서?

분노가 이성을 먹어 치우고, 살의라는 욕망이 몸을 삼킨다.

구우웅!

그 순간, 김신의 몸에서 천마신공의 특징인 묵색의 기가 아지랑이처럼 흘러나왔다.

“끄윽...!”

무언가에 짓눌리는 듯한 모습으로 신음을 내뱉는 곽명한.

김신은 자연스레 나온 내공의 압박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그를 향해 고저 없는 목소리로 경고했다.

“사람 인생 가지고 노는 건 나 하나로 만족해. 그 이상 선을 넘으면 결코 좋게 끝나진 않을 거다.”

김신이 말을 끝내며 내공을 거두자, 일그러진 표정을 짓던 곽명한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카페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후회하게 될 거다.”

***

카페 밖으로 도망치듯 나가는 곽명한을 노려보던 김신은 핸드폰을 집어, 보상 문제 때문에 받아놨던 한설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짧은 대기음이 끝나고, 익숙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한설.

-예, 수호길드 3팀장. 한설입니다.

“김신입니다.”

-안 그래도 조만간 직접 만나러 갈 생각이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절 만나려는 목적이 영입 때문입니까?”

정확히 짚었는지, 몇 초간 침묵이 흐른 후에야 한설이 대답했다.

-예...

“그럼 다행이네요. 저, 수호길드 좀 가입시켜주세요.”

김신이 길드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한설은 먼저 가입을 하겠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 놀란 목소리로 답했다.

-네? 정말요?

“예.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뭔가요? 크지 않은 조건이라면 최대한 들어드리도록 하죠.

김신은 한설에게 어쩌면 큰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는 조건을 말했다.

“불사길드의 송인아 헌터를 같이 영입해달라는 조건입니다.”

전화를 끊은 김신은 곽명한의 행동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아마 쉽게 물러서진 않겠지...’

수작을 부릴 것이 분명한 곽명한.

김신은 그것을 이용해 곽명한을 끝내겠다는 생각을 했다.

***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코 C급의 벽을 넘을 수 없었던 곽명한.

그는 결국 정치라는 능력으로 원하는 자리에 올랐다.

평범한 능력에 조종하기 쉬운 이를 몇 명 포섭한 후.

타인을 이용해 실적을 쌓고, 그 공을 홀로 독식했다.

방해하는 사람이나, 거슬리는 이가 나타나면 그는 철저히 대상을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대처했다.

고립당한 상대는 어렵게 들어온 길드였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곽명한에게 굽히거나, 김신의 경우처럼 몸이 다쳐서 강제로 길드를 떠났다.

“병신새끼가 언제 저런 힘을...”

김신이 있는 카페방향을 노려보던 곽명한.

그는 김신이 내보인 내공의 압박에 숨쉬기조차도 힘들었었지만, 지금은 그 순간의 공포보다도 너무나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그의 모습에 자격지심을 느꼈다.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짓밟아서 말을 듣게 만든다.

‘네가 자초한 거다.’

분노에 휩싸인 곽명한은 김신을 짓밟을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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