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6화 (6/116)

《6화》

1.

김신은 홧김에 내질렀지만, 사실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白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

김신은 상대방의 대화에서 빌런이라는 것을 추측하고 행동했다.

‘대화 방식이나 협박을 하는 모양새가 분명 빌런이 확실해.’

헌터라이센스를 획득하면 헌터는 빌런명부에 등재되어있는 빌런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톡톡-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든 김신은 박유광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천태상의 옆모습을 사진 찍어 검색했다.

-이름: 천태상 [C급 추정]

-나이: 32세

-특성: 경화(硬化) [추정]

-개요: 3년 전 발생한 인천항 D급 헌터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수사도중 잠적함.

‘역시.’

사람을 숨기려면 사람 사이에 숨겨라.

빌런이 이런 사람이 많은 장소에 버젓이 가드로서 숨어있을 거라 누군가 생각이라도 했었을까?

김신은 뒤늦게나마 알아냈다는 생각과 천태상의 특성에 대한 대처법을 고민했다.

‘경화라면...’

근접전투계열의 특성보유자라면 마법과 자신의 특성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대처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던 김신에게 천태상과 이야기를 끝낸 박유광이 이벤트의 상품을 들고 다가갔다.

“이벤트의 상품입니다.”

감정의 보상인 낡은 무복 아티펙트.

아티펙트를 건네는 박유광에게서 김신은 태연하게 아티펙트를 받아들고 밖으로 나섰다.

***

타워 엔티크의 밖으로 나가자,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정문 앞에 천태상이 김신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아무리 미친 빌런이라 해도 이정도로 미쳤을 줄은 몰랐는데. 내가 정체를 알아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김신이 빌런의 사고방식에 대해 소소한 놀람을 느끼는 사이, 그의 앞에 서 있던 천태상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모른다고 했다, 분명.”

“그렇다고 여기서 이러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아니, 괜찮아. 어차피 안 잡히면 그만이거든.”

“날 이길 자신은 있고?”

“감정사주제에 뭘 믿고 그렇게 나대는 거냐.”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김신의 말에 천태상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고작 네 주제에?”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 아니겠어?”

천태상은 김신을 얕보고, 김신은 천태상의 능력을 알고 있다.

‘충분히 할 수 있어.’

카가가각!

천태상이 마나를 끌어올리며 특성을 사용하자, 그의 몸이 단단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천태상의 눈에 띄는 경화 된 모습에 주변에 있던 일반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상황.

입구에 서 있던 두 명의 가드가 뛰쳐나와, 행패를 부리기 시작하는 천태상에게 곧바로 달려들었다.

“D급이 어디서.”

타워 엔티크의 직원이었기에 가드들의 배치도 전부 알고 있었던 천태상은 달려드는 가드들을 향해 경화된 몸을 이용해 반격했다.

콰직! 콰직!

“끄으윽...”

뛰어난 육체능력을 바탕으로 정확히 두 번의 주먹질이 이어지고, 신음을 내며쓰러지는 타워 엔티크의 가드들.

천태상은 쓰러진 두 명의 가드들을 뒤로한 채, 김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상대는 뛰어난 육체능력을 바탕으로 근접전투를 벌이는 C급 빌런. 예상 그대로다.’

달려오는 천태상을 바라보며 김신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전투를 시작했다.

우웅-

김신은 마치 슬로우비디오를 킨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가속 특성을 사용하며 양손을 바삐 움직였다.

물 흐르듯 수인을 맺어, 미리 준비해둔 마법을 사용한다.

‘메모라이즈, 헤이스트, 스트랭스, 슬로우.’

서클만큼의 마법을 저장해놨다가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메모라이즈를 사용한 김신은 각각 속도증가, 근력증가의 마법을 자신에게 부여하고, 천태상을 향해 속도를 감소시키는 디버프를 사용했다.

후웅! 후웅!

마법의 사용과 동시에 바짝 붙어 공격 하는 천태상의 주먹을 엄청나게 가속화된 동체시력으로 가볍게 피한 김신.

“씨발, 이능력 특성 각성자?”

“좋을 대로 생각해.”

김신은 갑작스레 느려진 행동 탓에 당황한 듯한 천태상의 모습을 보며 조소를 지었다.

마법사에겐 시간은 목숨과도 같은 법.

더욱 빠르게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지상과제와도 같은 마법사이기에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오히려 좋다.

“상관없어. 넌 내가 죽인다!”

다시 달려드는 천태상의 모습에 김신은 그가 원하는 위치까지 달려드는 것을 기다리다 마법을 사용했다.

‘디그.’

땅을 내려앉게 만드는 1서클 마법.

마법의 사용과 동시에 달려들던 천태상이 움푹 파인 땅을 잘못 디뎌 앞으로 넘어졌고, 김신은 그 틈을 이용해 계속해서 수인을 맺었다.

“큭!”

넘어진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난 천태상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김신에게 달려가 재차 주먹을 날렸다.

“미안한데. 난 원래 전위였어.”

안면을 향해 날아오는 천태상의 단단해진 주먹.

김신은 왼쪽으로 고개를 트는 것으로 주먹을 피하고, 천태상의 오른쪽 발을 검과 동시에 오른손의 손바닥으로 천태상의 얼굴을 밀어 쳤다.

디그로 움푹 파인 공간속에 정확히 떨어진 천태상.

“이런 씨발!”

욕을 하며 다시금 뛰쳐나오려는 그를 향해 김신은 미리 준비해놨던 마법을 사용했다.

‘어스 스파이크.’

땅을 거대한 송곳처럼 변화시켜 솟아오르게 하는 3서클 마법.

쿠구국!

땅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솟구친 거대한 송곳이 디그로 인해 파여진 구덩이사이에 누워있는 천태상의 경화된 옆구리를 꿰뚫었다.

“끄아아아아악!”

천태상이 관통당한 옆구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후우...어떻게든 성공했네.”

정확히 계획대로 이루어진 공격.

순식간에 싸움이 끝났기에 타워 엔티크의 가드들은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2.

쓰러진 천태상이 실려 가고, 김신은 경찰차에 타고 있는 박유광에게 다가갔다.

“알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천태상의 정체를 알고 있었지만, 협박을 받아 함구하고 있던 박유광 또한 체포당했다.

“다음부터는 헌터들을 믿어줬으면 좋겠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타워 엔티크에서의 사건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김신.

방에 주저앉은 김신은 감정의 보상으로 받은 아티펙트를 훑어봤다.

여기저기가 찢어지고, 피까지 묻어있는 해진 무복 한 벌.

고급스러워 보이는 재질의 옷감과는 다르게 상태가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아티펙트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이게 보스를 잡고 나온 아티펙트. 과연 어떤 힘을 가지고 있으려나.’

[사용자의 염(念)을 엿봅니다.]

김신은 어렵게 얻은 아티펙트의 기억을 읽어나갔다.

***

무윤(武尹)은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천마였다.

그의 태생은 천하기 그지없었으나, 누구도 가지지 못했던 무(武)에 관한 엄청난 재능이 있었다.

절치부심(切齒腐心).

네 글자가 그의 모든 것을 표현해 줄만큼 그는 끝없는 수련을 통해 힘이 모든 것인 천마신교에서도 가장 강한 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한낮 꿈일 뿐이었다.

그가 천마의 위(位)에 올랐을 때 열린 차원문.

공간과 공간을 잇는 기이한 사술은 괴상한 생김새의 괴물들을 쏟아냈다.

-크라라라라!

인간의 몸에 황소의 머리를 가진 십오 척(4.5m)에 달하는 괴물을 선두로 쏟아지는 괴물들.

강력한 힘을 가진 괴물들에게 맞서던 신도들이 바람 앞의 낙엽처럼 쓸려나갔다.

“내가 모든 것을 끝내겠다.”

결국 무윤은 모두를 위한 선택을 했다.

바로, 희생이라는 선택을.

3.

[초월등급 아티펙트의 감정을 성공하였습니다.]

전세계를 통틀어 단 5개만 존재한다는 초월등급 아티펙트.

김신은 감정스킬이 알려주는 아티펙트의 등급을 보고서도 좋아하기보다는 도리어 생각이 많아졌다.

‘그땐 처음이라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앞서 감정했던 목각인형의 주인, 해리엇.

그 다음 얻은 스태프의 주인, 블라이어.

만변(萬變)의 무구를 만든 지크리트.

그리고 무복의 주인인 무윤(武尹)까지.

그들은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마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도 전혀 다른 문화에서 살고 있었다.

‘그중 해리엇은 괴수가 됐고, 블라이어와 지크리트의 나라는 몬스터의 침공을 받았으며, 무윤이 사는 곳에는 게이트가 열렸지.’

게이트는 지구의 사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도 설명 불가능한 불가사의의 ‘무엇’ 인만큼, 과학자들은 연구를 많이 했다.

그리고 그 결과 한 가지의 가설을 도출할 수 있었는데, 게이트라는 것은 말 그대로 어딘가 알 수 없는 차원에서 지구로 괴수가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문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생각할 만한 것은...

“아, 머리아파.”

애매한 단서를 가지고 추론을 이어가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김신은 풀리지 않는 의문을 넣어두고, 천마의 피 묻은 무복을 집어 들었다.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지금 할 것은 무윤의 기억을 읽어 그의 무술을 배우는 것, 바로.

‘천마신공(天魔神功)’

일인전승(一人傳承)으로 내려오는 절대자의 무공(武功)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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