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동품으로 먼치킨-5화 (5/116)

《5화》

1.

타워 엔티크의 3층에 위치한 이벤트 층.

이곳에서는 매일매일 바뀌는 상품을 걸고, 여러 가지의 이벤트를 진행한다.

쉽게는 평범한 룰렛 돌리기부터 어렵게는 괴수를 직접 상대하여 아티펙트를 얻는 것 까지.

평소엔 가장 인기 있는 것이 괴수사냥 이벤트였지만, 오늘만큼은 그 무엇도 아닌, 처음열리는 감정이벤트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들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보스가 남긴 아티펙트를 상품으로 내걸었다는 점 때문이다.

기묘하게도 감정 이벤트는 다른 이벤트처럼 이벤트에 참여하여 힘을 뽐내기 위한 사람들로 붐비는 것이 아닌, 감정을 하는 사람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감정이 비주류 스킬인 만큼, 이벤트 참가자들이 우리 안에 원숭이가 된 것처럼 보이네.’

김신은 이벤트 관계자에게 참가를 하겠다는 의향을 밝히고, 참가자들이 대기하는 줄로 가서 섰다.

‘대부분 초짜인가.’

이벤트의 상품이 극히 희귀하다는 보스가 남긴 아티펙트였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제한시간 안에 감정을 끝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대부분의 참가자는 제대로 감정조차 하지 못하고 탈락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김신이 이벤트가 진행되어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때에 옆자리에 있던 남자 둘이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야, 솔직히 저거 감정하고 상품 얻어도 위험한 거 아니야?”

“그렇지. 특성이 후지거나, 몸이 불편해서 감정사 하는 애들이 대부분인데, 얻어도 지킬 수나 있겠냐.”

어찌 보자면 감정사들을 얕잡아 보는 말이다.

하지만, 대화를 들은 김신은 그들의 말처럼 감정에 성공해도 위험하겠다는 말에 동감했다.

‘하긴, 카지노에서 활동하는 빌런들이 많긴 하지.’

큰돈이 오가는 만큼, 그 돈을 노리는 이들도 많은 법.

‘마법사는 준비하는 자. 이런 단순한 이벤트를 이기는 것에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게 김신이 사소한 고민을 하는 사이, 어느새 그의 차례가 되었다.

“다음 참가자.”

“예!”

이벤트 스테이지에 올라간 김신은 면포로 덮인 아티펙트가 놓여있는 책상 앞에 앉았다.

‘감정을 해야 하는 아티펙트가 뭐지?’

면포를 걷어낸 김신은 아티펙트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검?”

아티펙트 자체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원래 물건의 쓰이는 용도를 숨기기 위해 만들어진 것.

그렇기에 외관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리 감정하기 어렵지 않은 게 검이다.

김신이 고개를 갸웃하는 것을 본 이벤트 진행자가 이벤트의 시작을 알렸다.

“제한시간은 30분. 그 안에 이 아티펙트의 모든 기능을 알아내시면 됩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저 뒤에 걸린 아티펙트를 상품으로 드리고요.”

진행자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걸려있는 낡은 옷의 생김새의 아티펙트.

김신은 상품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벤트 진행자가 자리를 피하는 것을 본 김신은 바로 아티펙트를 집어 들었다.

‘기능, 기능이라. 뭔가 좀 이상한데.’

처음 열린 이벤트에 과하다 싶을 정도의 보상이다.

‘일단 감정을 끝내고 보자.’

김신은 걸려있는 상품을 놓칠 수 없었기에 곧바로 손에 있는 아티펙트의 감정을 시작했다.

[사용자의 염(念)을 엿봅니다.]

시스템의 알림과 함께 누군가의 기억이 흘러들어온다.

그 기억의 시작은 철을 두드리고 있는 대장장이의 모습이었다.

***

나라가 몬스터의 창궐과 전쟁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태어난 인간과 드워프의 혼혈인 하프드워프 지크리트.

그는 모든 걸 뚫고 베는 검,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를 만들고자 했던 대장장이였다.

“난 정말 드워프의 제련 기술을 못 따라 가는 걸까?”

제련기술도 재능의 영역인건지, 아니면 단순히 순혈 드워프가 아니어서 그랬던 건지.

평생을 금속제련에 몸 바쳤지만, 지크리트는 다른 순혈 드워프들의 제련기술을 쫓아가지 못했다.

그렇게 참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좌절에 빠진 지크리트에게 한 가지의 가능성이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인간으로서의 재능.

‘최고의 무기를 만들 수 없다면 그 어떤 무기를 상대해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자!’

원거리를 공격하는 활, 그것보다 가까운 거리를 공격하는 창, 그리고 검, 쇠사슬 낫, 암살검 등.

인간과 드워프의 하프였기에 인간의 제련기술을 한참 뛰어넘은 지크리트는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재능으로 그 어떤 무기와도 상성차이를 낼 수 있는 독창적인 무기를 개발해 냈다.

“드디어 완성했어!”

바로, 그것은 어떤 무기로도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만변(萬變)의 무구였다.

***

[전설등급 아티펙트를 감정하였습니다.]

아티펙트의 전 사용자의 기억을 읽은 김신은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미친. 이러니까 아무도 감정을 못하지.’

총 31가지 무기로 변화하는 기능을 가진 만변(萬變)의 아티펙트.

아티펙트의 기억을 엿본 김신은 이 이벤트가 어째서 보스가 남긴 아티펙트라는 보상을 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감정을 맡겼는데 성공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벤트를 열어 감정을 해보시겠다?’

그렇다면 아마 보상 또한 감정이 되지 않는 골동품일 것이다.

‘머리 잘 썼네.’

누가 생각했는지, 참 기똥찬 아이디어였지만 아쉽게도 이벤트는 열린지 하루 만에 끝날 것 같았다.

“끝났습니다.”

2.

지금까지 참가한 다른 참가자들보다 이른 시간에 말하는 김신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기권이라 생각한 이벤트 진행자, 박유광.

“예, 포기하시겠다-”

“아뇨, 감정 했다고요.”

“네? 감정을 했다고요?”

감정을 했다는 김신의 말에 박유광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진짜요?”

난다 긴다 하는 감정사들도 모두 죽을 쑤고 갔는데 이름도 모를 새파랗게 어린 감정사가 시간도 얼마 안 쓰고 감정에 성공했다니.

“네. 정말요.”

김신이 박유광의 앞에서 아티펙트를 전부 변환시키자, 그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얼빠진 표정으로 서있던 박유광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김신의 눈빛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비상이다. 일단 상황실에 연락을...’

보스가 남긴 아티펙트는 어디까지나 홍보용 연막.

박유광이 전해들은 사실은 바로, 지금 이 이벤트가 세계 1위 감정사, 에퍼슨에게 두 아티펙트를 모두 감정 맡기기 전 재미로 열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기요, 감정 끝났다니까요?”

“아, 잠시만요.”

당황스러움을 능숙하게 감준 박유광은 곧바로 상황실에 사실을 알렸다.

-감정이벤트 담당자, 박유광입니다. 감정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참가자가 나왔습니다.

문자를 받자마자 곧바로 박유광의 핸드폰으로 답변이 왔다.

-일단, 먼저 아티펙트를 주고 사실 확인 과정과 서류를 작성해야 하니, 보안실로 오라고 전해. 곧바로 내려간다.

답장의 주인은 카지노의 가드이자, 악명 높은 C급 빌런, 천태상.

천태수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그가 직접 내려온다는 말에 박유광은 식은땀을 훔치며 김신에게 다가갔다.

***

이벤트 진행용 테이블에 앉아있던 김신은 ‘사실 확인과정이 필요하니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부터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박유광의 모습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진짜 감정이 끝난 아티펙트가 아닌가?’

진행자가 확인을 했고, 미리 알고 있었다면 지금의 반응은 말이 안 된다.

지금 진행 중인 다른 이벤트를 훑어봐도 참가자가 미션에 성공하면 바로바로 상품을 주는 것과 다르게 기다리고 말했다.

‘정말 미감정 상품을 들고 온 것 같은데?’

만약 감정이 된 물건이었다면 필시 상품을 주고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니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것이겠지.

김신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기다리는 도중, 박유광은 김신에게 다가와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벤트로 아티펙트를 얻었다는 증명을 위한 서류 작성을 해야하는데 잠시 따라오시겠습니까?”

그런 서류가 있었나?

고개가 절로 갸웃했지만, 어쨌든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는데, 어쩌겠는가.

김신은 박유광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네.”

그렇게 박유광의 안내를 받아 서류 작성을 위한 보안실이라는 공간에 들어서자, 김신을 반기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꽤 험한 인상의 사내가 시야에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이벤트 관리자, 천태수라고 합니다.”

“...”

왼쪽 눈을 크게 가로지르는 흉터를 가진 얼굴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천태상.

김신은 딱 봐도 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그의 모습에 뭔가 일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생각을 굳혔다.

3.

김신은 맞은편에 앉으며 인사하는 천태상의 모습에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아, 우선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사투리가 섞인 천태상의 강한 어조가 공손한 말을 전혀 그렇지 않게 들리도록 만들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김신은 빠르게 결판을 내고자 입을 열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일단 사실 확인을 하러 오셨으니까. 빠르게 확인시켜드리고, 서류 작성해서 물건만 받아 가면 되겠네요.”

“...”

빠른 템포로 말하는 김신의 모습에 잠시 얼빠진 표정을 짓던 천태상은 곧바로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제가 여기 직접 찾아온 것은 한 가지 제안할 것이 있어서입니다.”

“뭡니까?”

“저 상품은 홍보용입니다. 그러니, 상품을 드리는 대신 그에 합당한 현금으로 대가를 치루겠다는 의미죠. 이건 그쪽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닐 겁니다.”

“홍보용이어도 아티펙트는 맞는 거잖아요? 별로 좋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그냥 주세요.”

“아니, 뭘 잘못 알고 있네. 지금 말하는 건 그냥 좋게 끝내자는 의미에 이야깁니다.”

김신은 껄렁한 어투로 말하는 천태상의 태도에 아티펙트를 꼭 받아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답했다.

“아뇨, 저는 현금보다는 아티펙트가 좋겠는데요. 평소 골동품을 모으는 게 취미인지라.”

“후, 얼마를 원해요? 큰 거 한 장? 두 장?”

“아티펙트.”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김신의 모습에 천태상은 답답하다는 목소리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그렇게 사람이 뻣뻣합니까? 우리 좀 유도리있게 갑시다.”

“흠, 유도리라...”

아티펙트가 어떤 능력을 가졌기에 저렇게까지 주지 않으려 하는 걸까?

저렇게 말하니 더욱 가지고 싶었다.

김신이 고민하는 사이, 모습에 천태상은 눈을 빛내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특별히 여기서 돈 받고 끝내면 한 장 더쳐줄게요.”

“아뇨, 그냥 돈 안 받고 아티펙트 가질래요.”

넘어오는 줄 알았던 김신이 다시 아티펙트를 요구하자, 기대하고 있던 천태상의 얼굴이 구겨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게 끝내자니까요. 돈 줄 때 받고 끝내요.”

“아니, 싫다는데 왜 자꾸 돈을 준다는 건데요. 그냥 아티펙트 줘요.”

끝나지 않는 대화에 결국, 천태상은 본심을 드러냈다.

“그래, 좋게 끝내기 싫다? 저 물건 가져가도 댁이 지킬 수 있을 거 같아? 저 물건 주인이 누군지 모르지? 그냥 좋게 말할 때, 돈 받고 가라 제발. 댁 그러다가 큰코다쳐.”

협박을 하는 천태상의 모습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굽히고 살아왔던 자신의 모습이 싫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마법의 엄청난 힘을 믿고 그랬던 것인지.

천태상의 말에 화가 난 김신은 그를 향해 비웃음을 날리며 답했다.

“알바 없고, 아티펙트.”

“큭큭큭...그래, 줄게. 주는데. 뒤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모른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김신은 대놓고 협박을 하는 천태상을 보며 답했다.

“뭐? 죽이라도 하게? 해 보시던가 할 수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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