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4 (20) 단역기심자견리(但易其心自見理) =========================================================================
아침이 시작되고 각자 맡은 임무를 위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약속했던 대로 사설차원 10곳의 지주를 하나하나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각지로 흩어져 있는지라 그래도 한 달은 잡아야 하는 여정이었다.
다들 녹록지 않은 자들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천 곳의 차원 중 가장 큰 10곳의 대지주라면 산전수전을 겪은 노회한 자들이었다.
그들을 만나보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황제를 해본 경험은 그 어떤 경험보다도 값진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들의 안색과 사정을 살펴 어떤 자들은 힘으로 윽박질렀고, 어떤 자들은 명분으로 굴복시켰으며, 때로는 이득을 제시하여 설득시킨 자들도 있었다.
보상이 같아야 그들이 차별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은근한 경쟁 심리가 없을 리 없다. 그들은 저마다 미심쩍어하면서도 나의 권력 체제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들어 ‘당분간 지켜보겠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9명의 대지주를 설득시키고 마지막으로 복건 제일의 대지주라는 부홍(夫弘)을 대면했다.
그는 이미 내가 설득한 방법을 여러 경로로 전해 들었는지 기존 방법으로의 설득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배짱을 부렸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관군이 복건 토벌에 나설 것이라는 믿을만한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를 대하면서 참으로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씨 성은 중국에서 그리 흔한 성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희귀한 성도 아니었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를 꼬투리 잡으려고 깐깐히 쳐다보고 있는 올해 칠십의 노인에게 툭 던진 말은 오랜 경륜을 쌓은 그도 짐작하지 못할 말이었을 것이다.
“혹여 탐라에서 오셨습니까?”
부홍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나는 탐라 풍운을 겪으며 삼성혈에 대해 토박이 못지않은 지식을 쌓았다. 탐라의 부씨와 같은 한문을 쓰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곳에서 유래된 가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던져 본 것인데 반응을 보면 짐작이 맞았던 모양이다.
“어찌 알았는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탐라를 떠난 지 어언 100년이 넘었소. 혹여 장군이 탐라인이라 동향의 연에 기대하고 있다면 그건 단호히 없다고 말해주겠소.”
나는 빙그레 웃었다. 승패와는 무관하게 시작부터 상대의 당황스러움을 얻어냈으니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복건의 차는 천하제일입니까?”
“그럼 천하제일이 달리 있소?”
“차 생산과 음차(飮茶, 다도)는 사천이 본래 으뜸이었습니다. 그러나 당 중기 이후 복건이 새로 주목받았지요. 조악한 사천차에 비해 복건차는 마치 선비의 품격을 지니고 있었으니까요, 단 차마교역에는 끼지 못했습니다. 이민족들은 이미 사천차의 텁텁한 맛을 최고로 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중원인들 입맛에는 최고였기에 공배(貢焙, 어용차원)라는 기관이 당 중기 이후 이 지역에 들어섰습니다. 황실도 인정한 차가 되었으니 당연히 천하제일이라는 명성이 절로 따라왔지요. 그러나 기실 먼 사천에 공배를 두는 것보다 물류가 손쉬운 장강 중류 이남에 공배를 두는 것이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단지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복건차가 천하제일이 되었단 말이오? 지금 그 말이 우리에게 얼마나 모욕적인 말인지 알고 하는 건가!”
부홍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송은 서하와 요를 힘으로 상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공물 외교를 펼쳤습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매년 막대한 공물을 마련하자니 송으로서도 매우 버거운 과제였지요. 차는 그 양에 비해 값어치가 매우 높고, 환금성도 뛰어났습니다. 공물 교역의 물품으로 적합했지요. 어용차원이 복건에 칠십 곳이나 있는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설마 그걸 황실에서 모두 소비하려고 그리했겠습니까? 그 역시 차의 값어치를 올리려는 속셈이었지요. 엄밀히 따져 어용차원과 사설사원의 품질 차이는 얼마나 됩니까? 정성을 들여 키우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토질과 기후가 같은 곳에서 자라고 관리방법마저 비슷하다면 그 맛 역시 비슷할 것입니다. 물론 차별화를 위해 황실의 비법이 들어가겠지요. 사설차원도 그 방법을 알고 있겠지만 누가 감히 황실 전용차와 같은 맛으로 내놓겠습니까?”
“그래서?”
“이제 제가 어용차원을 모두 차지했습니다. 황실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당연히 어용차원을 다시 찾으려 하겠지. 황실의 자존심을 건드렸으니 장군의 비참한 최후도 그리 멀지 않았소.”
“진정으로 그리 생각하십니까?”
내가 되묻자 부홍은 한참 동안 나를 노려보았다. 나 역시 지지 않고 그를 주시하자 어느 순간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존심이 있었다면 요와 서하에게 그리 굽실대지 않았겠지. 아마 한두 차례의 파병이 있을 것이고, 파견된 관군을 물리치면 아마도 장군은 왕으로 임명되겠지. 남월왕부 또는 복건왕부의 주인이 될 것이오.”
“저는 그렇다 치고, 차원의 미래는 어찌 될까요?”
“우리의 미래?”
나는 그가 오래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지금도 대규모의 차원이 들어서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보다 훨씬 도성으로의 교통이 좋고, 품질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으며 지키기도 쉬운 곳이지요. 그리고 조만간 차 집산량은 건주를 크게 앞지를 곳이기도 합니다. 복건의 경쟁력인 차를 죽이겠다며 조정이 그곳을 크게 키우면 우리를 직접 상대하지 않아도 절로 나가떨어지리라고 판단할 것입니다.”
그제야 어디를 가리키는 것인지 알아들은 부홍은 가벼운 신음을 발했다.
“부량(浮梁)…….”
부량은 경덕진(景德鎭)을 포함하는 현이었다. 한나라 때부터 도자기 생산으로 유명했던 곳이며 내가 황제에 올랐을 때도 역시 그 전통을 존중하여 도자기 도시로 입지를 굳힌 곳이었다.
점차 차 생산법이 발달하면서 운송이 편하고 입지도 괜찮은 동남부로 옮겨가는 추세였는데 부량은 새롭게 떠오르는 차 산지였다. 이 시기 문헌을 보면 촉차(蜀茶) 유통량의 100배가 이미 부량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기록이 있다.
송의 2대 도시인 동경(개봉), 항주와 가까운 이점이 부량을 차의 산지로 급부상시키는 것이었는데 사천차야 차마교역으로 꾸준히 연명한다지만 맛이 달라 차마교역에 끼지 못하는 복건차로서는 내수 시장을 놓고 겨루게 될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다.
“그래서 우리를 위해 부량을 불태우기라도 하겠다는 말이오? 만약 부량이 불태워진다면 조정은 죽기 살기로 덤벼들 것이오. 요가, 서하가, 대리가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지. 그들은 늑대처럼 중원을 탐할 것이고 다시 오대십국의 난세로 돌아갈 것이오. 장군은 천하를 혼란스럽게 만든 간적(奸賊)이 되겠지.”
강경한 그의 어조에 나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것을 협박이라고 친다면 그저 실소만 나올 뿐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강남의 차는 관에서 8할을 사들이고, 2할의 물량에는 1/10의 세금을 붙여 개인적으로 팔 수 있도록 보증해줍니다. 공식적으로야 그렇지만 복건 제일의 대지주께는 아마도 3할의 물량 정도는 관에서 보장해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맞습니까?”
“아무리 나라도 3할까지 허용해주지는 않소. 고작해야 2할 5푼이지. 자세히 따져보면 2할 3푼이오. 2푼은 고스란히 관리의 주머니로 들어가오.
차 생산량의 8할은 관에서 공매하여 미리 정한 금액을 주인에게 되돌려주고, 그것이 일 년 농사의 종잣돈이 된다. 현대로 치자면 나머지 2할에 부가가치세를 매겨 10%를 뗀 1할 8푼의 차를 개인적으로 팔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그러나 어찌 법대로만 될까? 뇌물을 받고 그 비율을 조정해주는 행위가 비일비재했다.
“제게 셈에 능한 수하가 있어 천하의 차 생산량을 어림잡아 집계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더군요. 작년을 기준으로 복건의 차 생산량은 얼마나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부홍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해보더니 이내 대답했다.
“대략 100만 근 정도가 아닌가 싶소.”
“맞습니다. 알고 계시리라 짐작은 했습니다. 그럼 복건로를 거치는 차의 물동량은 얼마나 될까요?”
“건주를 거치는 차들은 복건로, 광남동로, 광남서로, 강남서로의 남부 지역이오. 광남동로와 광남서로는 차 생산이 그리 많지 않아 다 합쳐도 10만근을 넘기 어려울 것이고, 동정호 남부에 자리한 강남서로의 차원들은 대략 50만근 정도 되지 않을까 싶소. 그럼 모두 합쳐 160만근 정도인데 평년이 이렇고 풍년에는 200만근 까지도 건성에 적재되오.”
설명하는 그의 음성에는 은은한 자부심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 건주는 이미 오래전에 차의 최다 생산지이자 집산지 지위를 상실했다. 그것은 내가 장경과 차의 수요에 대해 논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복건차의 유명세가 계속되는 것은 복건차는 주로 내수용으로 전용되어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탓이고 나머지 지역의 차들은 공물 교역의 대상이 되어 모조리 수출된 탓이다. 나조차도 착각할 정도였으니 이들 역시 현실을 직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작년의 차 생산량은 모두 1800만근에 달합니다. 양절동로가 100만근, 양절서로가 450만근, 강남동로가 380만근, 강남서로가 540만근, 형호남로가 100만근, 형호북로가 90만근, 복건로는 100만근입니다. 광남동로와 광남서로는 워낙 생산량이 미미하니 논외로 두겠습니다.”
그의 눈은 찢어질 정도였다. 조정의 고관이 아닌 이상 이러한 자료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돌아가는 풍문이나 경험으로 대략 짐작할 뿐이었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이 600만관입니다. 송의 작년 재정은 대략 6000만관으로 추산되고 있으니 1할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적은 것 같아도 단일 품목으로 이 정도의 세입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지요. 복건로의 차 맛을 높이 평가하여 100만근의 가치를 2배로 치더라도 100만관에 불과합니다. 100만관, 송 조정이 복건을 생각하는 값어치는 고작 그 정도입니다.”
“어디서 요설을 내뱉는가? 우리가 100만관의 값어치밖에 없다고?”
“그것도 많이 쳐 드린 것이지요. 복건은 차 외에 내세울 것이 별로 없지만……. 아, 종이를 빼먹었군요. 하지만, 차에 비하면 그 가치가 작으니 이 자리에서는 논외로 하지요. 작년에 조정에서 술 전매로 거둬들인 수입이 1200만관, 차가 벌어들인 수입의 2배입니다. 소금 전매는 800만관이었군요. 아시다시피 부량은 술과 소금의 집산이기도 합니다. 부량 한 곳에서만 거둬들인 세입이 200만관이었습니다. 항주는 1000만관을 거둬들였습니다.”
부홍은 입을 떡 벌렸다. 그렇게나 차이가 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복건 전부를 합쳐도 부량 한 곳의 경제력을 따르지 못한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것 같았다. 더구나 항주는 그야말로 넘사벽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다.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어!”
그가 앉은 자리를 손바닥으로 치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마 뇌물로 빠진 금액까지 더하면 더 믿을 수 없는 금액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복건은 다행스럽게도 다른 지역에 비해 세금을 많이 내지 않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말입니다. 6000만관의 조정 예산 중 8할이 변비(邊費)로 쓰입니다. 그것은 모두 부유한 지역에서 충당합니다. 채 태사의 아들, 채구가 강주에 머무르는 이유이며 항주에 10만 금군이 주둔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하니 복건의 가치가 100만관으로 보이는 것은 슬퍼해야 할 일이 아니라 외려 기뻐하셔야 할 일입니다.”
변비란 변방에 들어가는 경비를 말한다. 즉, 군대를 유지하는 비용과 평화를 사기 위한 공물 외교, 모두 해당한다. 중원의 변두리라 할 수 있는 복건은 비록 상차(上茶)로 유명해졌지만, 인식은 낙후 그 자체였다.
송의 국가 재정 지출의 8할이 평화 유지를 위해 쓰였다는 것은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사치를 부릴 것은 다 부리고 국가를 어떻게든 굴러가게 하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상업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오대십국 중 민국이 광주의 남한과 함께 가장 약체로 꼽혔던 것은 왕조의 잘못도 컸지만, 중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후진성에도 기인하고 있는 것이니 부홍도 섣불리 화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저는 광주를 얻을 것입니다. 그리고 광주, 천주, 복주에 매차장(賣茶場)을 설치할 것입니다.”
“매차장? 중원도 아니고 모두 해안 도시가 아닌가? 그것을 모두 외국에 팔겠단 말이오?”
“아랍 상인들은 일찍이 광주를 드나들며 복건의 차 맛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정에서 8할을 공매하는 정책 때문에 그들에게 팔 물건이 적었지요. 내륙에 계신 탓에 그들의 현황을 잘 모르시겠지만, 앞으로 차는 중원뿐만 아니라 천하인이 음차할 것입니다.”
“천하인이 복건차로 음차를 한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그 광경을 상상하는 듯했다.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소가 잡혔다.
“사천차가 차마교역을 독점하고 있다면 우리는 뛰어난 해양 입지를 살려 남만해 일대를 무대로 삼고 더 나아가 아랍 상인들을 편으로 만듭니다.”
“그럼 장군은 공매 비율을 얼마로 잡을 셈이오?”
흥미가 동하는지 점점 몸이 나에게 기울어졌다.
“공매 비율은 없습니다.”
“공매하지 않겠다고? 그럼 무슨 수로 세력을 유지한단 말이오?”
“왜 없습니까? 매차장이 있지 않습니까?”
“매차장? 아!”
부홍은 바닥에 손을 내리쳤다.
“교역세를 걷으면 됩니다. 단언컨대 차는 지금보다 2배 이상 가격이 오를 것입니다. 저는 거래량에 따라 최고 3할에서 1할까지의 교역세를 거둘 생각입니다.”
“교역량이 많은 자에게 세금을 더 걷겠단 말이오? 공매가 없고 3할이라면 월등히 유리한 조건이지만, 그것을 그대가 계속 지켜줄 수 있을지 모르겠소.”
“잘못 알고 계십니다. 교역량이 많다는 것은 대선단을 전제로 합니다. 먼 곳에서 오는 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오는 만큼 이윤을 보장해줘야 계속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하니 교역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1할에 수렴할 것입니다. 소문이 나면 상인들이 늘 것이고, 상인들이 늘면 제 수입 또한 늘 것이니 손해가 아닙니다. 또한, 매차장을 만들고 유지하는 비용은 관자로 처리할 생각입니다.”
“관자라면…….”
나는 사천의 관자와 내가 구상하고 있는 관자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부홍의 눈빛이 점점 달아올랐다. 관자와 매차장의 결합이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눈치챈 것이다. 그의 말투는 처음과 다르게 유순했다.
“장군의 여러 수를 고려했는데 그야말로 바보가 된 느낌이오. 장군의 말을 응당 따르고 싶으나 다른 이들이 그렇듯 장군의 호언만을 마냥 신뢰할 수 없소. 그건 이해해주리라 믿소.”
“물론입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부홍은 시동을 부를 때 쓰는 줄을 잡아당겼다. 밖에 청명한 종소리가 울렸고, 이내 문이 열렸다. 처음에는 나를 안내해준 시동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십 줄로 보이는 중년인이 뒷짐을 쥐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형형한 기도와 오래된 무복을 보니 실로 예사 사람은 아닌 듯싶었다.
그는 나를 보며 포권을 했다. 나 역시 얼떨결에 포권을 했는데 곧 그의 이름을 듣고 놀랐다.
“부혁이라 하오. 강호의 동도들은 나를 동산고와(東山高臥)라 부른다오.”
동산고와라면 동산에 높이 누워 있다는 뜻으로, 속세의 번잡함을 피하여 산중에 은거한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 그런 명호를 버젓이 가지고 있을 리가 있겠는가? 그는 필시 오은의 일인이었다. 부홍과 성이 같은 것을 보면 막내아우쯤 되는 모양으로 내 힘을 확인하기 위해 어렵게 데려온 것이 분명했다.
============================ 작품 후기 ============================
내일은 불꽃처럼을 쓸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