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0 (17) 남도풍운 =========================================================================
그러나 이들은 어떤 식으로 해석할까? 제정일치였던 고대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풍습을 보면 내가 역심을 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틀리지 않다.
생각해보면 많은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들은 하나같이 모순을 내포하고 있었다. 윤관이 여진 정벌에 나설 때까지 역사를 지키면서 내실을 다지기 위한 기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내실을 온전히 다졌는가? 목적은 어느 정도 기반을 쌓고 난 후 다시 설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용이 되느냐, 뱀이 되느냐의 갈림길에 섰을 때부터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아무리 현대의 평범한 시민이라고 하더라도, 그래서 조용히 살고 싶다 하더라도, 내 성향이, 성격이, 주변의 불합리함을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지랖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늘이 내게 전생이란 기회를 제공해주었을 때는 그런 오지랖마저 수용했던 것은 아닐까?
“하늘이 되고 싶다? 이자위의 손서라고 하더니, 역심이라도 품고 있는 건가?”
강보의 말투는 냉랭했다. 그와 내가 마주 보는 것은 오늘 이 자리가 처음이었기에 이해했다.
“고려는 제가 나고 자란 곳입니다. 더불어 잡척 취급을 받던 일개 향리의 아들을 장군에 봉해주시어 가문까지 열어주셨습니다. 어찌 제가 고려에 역심을 품겠습니까?”
“그렇다면……. 설마 송으로 건너가겠다는 것이!”
강보는 화들짝 놀라는 기색이었다.
“오래전부터 중원인들은 고려로 꾸준히 이주해왔습니다. 고려는 중원의 인재들을 받아들임에 차별을 두지 않았고, 고려의 힘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작금에 이르러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탐라 복속 건은 언제고 터질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최치원은 일찍이 당으로 건너가 신라의 문명(文名)을 드높였다면 이번 기회에 저는 송으로 넘어가 무명(武名)으로 고려를 알리고자 합니다. 천하의 내로라 하는 강자들을 모두 꺾고, 그들이 인정하는 절대자가 되려 합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하늘입니다.”
“장군의 강함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정말 가능하겠소? 중원에는 기인이사들이 수두룩하다고 들었소.”
강보는 내 설명이 수긍 가는지 어투에 독기가 빠져 있었다. 내 이름을 송에 알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나에게 손해였다. 귀양갔다고 알려진 이상 내 이름을 쓸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도 굳이 실명을 쓴다면 고려 조정에서 나는 공식적인 탈주자가 된다.
그래서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왕 시작한 일, 가명이 아닌 실명으로 거하게 일을 치러볼 참이었다. 이들이 힘을 합하고 이자겸 등이 거든다면 잠시 회자할 오명은 금세 벗길 수 있다.
무엇보다 송으로 가는 이유는 앞으로를 위해서였다. 수호전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좋지만, 금의 건국, 요의 패망, 북송의 남송 이전 등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중원 북부를 중심으로 펼쳐지게 되고, 그 역사를 좌지우지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건 내가 별무반에 참가하는 것보다 더 큰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다시 민국을 건립할 수 있다면.’
내심으로 하늘이 되겠다는 뜻에는 이런 마음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미 제나라를 세워 고구려 유민의 기상을 보여준 이정기 장군의 예도 있다. 복건 지역은 옛 민국의 후예를 자칭하고 있고, 율가를 추종하는 문사도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유재를 통해 드러났으니 훗날 남송의 주요한 지역이 될 복건 일대를 미리 선점할 수 있다면 건국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송강의 난이 먼저 일어나니, 화석강을 방해하며 그전에 수호전의 호걸들을 찾는다. 혼강룡 이준의 도움을 받는다면 시간은 더욱 단축될 것이다. 각성하기 전에 만난 호걸들도 몇 있으니 그들까지 모두 끌어모은 후, 바로 강남으로 넘어가 방랍을 찾는다.’
방랍의 난으로 민심이 폭발하자 휘종은 요나라 공격을 막기 위해 동관이 조직한 15만 대군을 남으로 파병할 수밖에 없었다. 화석강을 금지시키겠다는 약속과 주요 반란 인물들에게 공직을 수여하며 달랬지만, 약 1년간의 항쟁으로 3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뒤였다.
강남의 생산력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사이, 그 기회를 틈탄 금나라의 침입으로 북송은 멸망하게 된다.
‘그리고 악비가 등장한다.’
이미 여러 이민족이 중원에 수많은 나라를 세우며 쟁투했다. 민 제국이 당으로 교체되는 시기가 7년으로 비교적 짧았던 것은 만리장성의 부재가 컸는데, 그러한 만리장성의 부재가 당과 송에도 여파를 미쳤다. 강성기에는 상관이 없으나 국력이 약해지면 이민족의 침입이 잦아지고, 그것을 막기 위해 국력이 소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국 이후, 800년간의 세월은 중원에 존재한 왕조 대부분이 중원인이 아니었다. 명분과 힘이 있다면 충분히 천자가 될 수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하늘도 좋고 땅도 좋은데, 무엇보다 당면한 큰 문제를 왜 논의하지 않으십니까?”
김리가 끼어들었다. 그러자 곽여가 반문했다.
“큰 문제? 어떤 문제를 말이냐?”
“여혜경의 처리 말입니다. 다른 자들이야 명분을 만들면 그만이라지만 여혜경은 송의 지부가 아닙니까? 그가 이곳에서 사라진 것을 알면…….”
김리를 보며 곽여는 한심하다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척 장군이 송으로 가겠다는 말은 흘려 들은 모양이로구나.”
“척 장군이 여혜경을 송으로 압송이라도 한단 말입니까?”
“여혜경은 여주(廬州, 합비)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척 장군, 아니 그런가?”
“아!”
경륜이 있는 이들은 내가 여러 말할 필요없이 단문만으로도 내심을 파악했다. 김리는 약관의 젊은이니 아직 그런 면에서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미 여혜경을 붙잡은 이상, 그를 온전히 돌려보낸다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일이었다. 여혜경이 여주 지부인 것을 이용해 여주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면 채경, 동관 등에게 혼선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란 것이 곽여의 생각일 것이다.
나는 그런 곽여의 의견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혜경을 탐라성 앞에서 참수할 생각입니다.”
“그건 너무 과한 생각이 아닌가?”
“모두가 동의하신다면 오늘 사로잡힌 주동자들을 모두 참수하고자 합니다.”
깜짝 놀라는 기색들이 역력했다. 그렇게 심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그들을 살려두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살아가리라 생각하십니까? 불행하게도 아닙니다. 오히려 칼을 갈겠지요. 애초에 제가 이곳에 온 것은 백휘직이 양도 수군을 전횡하여 탐라에 지원하는 것을 가로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 일이 달성되었으니 탐라의 일은 온전히 제가 책임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모자들은 자신들의 지인이 참수당하는 것을 성 안에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까요? 예상하건대 성문을 박차고 뛰어나올 것입니다. 그곳의 책임자들이야 쭉정이들만 남은 셈이니 그들만 제압한다면 송군은 제가 거두겠습니다.”
강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는 참으로 욕심쟁이로군. 끝까지 자신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겠다는 것인가? 상급자이자 연장자로서 하나만은 양보하지 않겠네. 오늘 사로잡은 자 중 여혜경과 백휘직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내가 따로 처리하도록 하지. 양도 수군의 통제 역시 내가 책임지겠네. 자네에게 열 척의 전선을 붙여 줄 테니, 당집 심방과 함께 추자도로 가게.”
추자도는 탐라 해적의 부 근거지정도라고 해야 할까? 고씨 성주 체제에 반발한 이들이 무리를 이루어 추자도로 이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데 강보는 그곳과 끈을 잇고 있었던 모양이다.
“관인으로서 항상 정도를 걸어야 함이 마땅하나 때로는 의로운 결과를 위해 타협을 해야 하는 때도 생기지. 합포와 양도는 나름대로 경쟁 관계를 이루다 보니 서로의 전력을 유심히 살펴야 할 필요성이 있었네. 추자도의 탐라 해적들이 그 정보를 내게 주고 나는 그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는 식이었지. 그러나 탐라 해적들은 양도와도 발을 걸치고 있네.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이제 여기까지 이른 이상 그들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하네. 무엇보다 생존을 위해 지도자가 강한 것을 좋아하니 장군이라면 그들을 움직이는 데 적격일세. 그들의 힘을 빌린다면 송군의 전선과 맞상대는 어렵더라도 외부로 빠져나가는 정도는 차단할 수 있을걸세. 거기에 더해…….”
강보는 결심을 내리자 마치 처음부터 생각해두고 있었던 것처럼 계획이 쏟아져 나왔다. 어쩌면 이런 일이 언젠가 터질 것을 예견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역시 강감찬과 강민첨 장군이 후예라는 것일까?
“지금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오십 척의 전선을 추가로 보내겠네. 만약 일이 어렵다 싶어지면 즉시 개입하도록 명령을 내릴 것이니, 그 신호 방법을 알려줌세.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보는 숨이 차는지 잠시 말을 끊었다. 몇 번 심호흡하자 긴장하던 얼굴은 은은한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자신의 계획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여선재 등이 이끌고 온 가병(家兵) 일백 명을 장군에게 붙여 주겠네. 역모죄로 엄포를 놓은 후, 그 죄를 씻기 위해 장군을 도우라는 명령을 내릴 것이니, 그들을 어찌 쓸지는 장군에게 달렸네.”
내가 송군의 수뇌부를 치는 동안 화살받이 역할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쨌거나 그들을 쓰는 것은 나에게 달렸다고 하니, 내 하기에 따라 그들을 더 살릴 수도 다 죽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장군을 따라 탐라로 가는 것은 이 몸이 하도록 하지요.”
곽여가 나섰다.
“탐라의 심방이 영험한 것은 예로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체험해볼 수 있겠습니다. 척 장군이 떠나면 뒷일을 수습할 사람이 필요한데 하릴없는 이 몸이 적격이 아니겠습니까? 누가 신임 성주가 될지 모르겠으나, 딴마음을 품지 않도록 묶어 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속히 환궁하여 동궁에게 전모를 밝히고 어지를 얻어내도록 하겠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제 할 일을 찾아 나서는 것을 보면 역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김리는 엉거주춤하며 ‘진짜 탐라로 가시려고요?’라는 말을 했다가, ‘그럼 나 혼자 가리?’라는 곽여의 핀잔을 듣고 울상을 지었다. 탐라의 인식이 일반인들에게는 딱 이 정도였다. 탐라에서 사는 것보다 뭍에서 사는 것이 더 좋다는 인식이 팽배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삼 일이 흘렀다. 나는 지금 추자도에서 탐라로 가는 해상에 있었다.
내 주위로는 서른 척의 배가 대오를 이루고 있었는데, 처음 추자도로 갈 때, 강보가 내주었던 열 척의 전선은 다시 해창으로 복귀하고 여기에 있는 배들은 추자도에 존재하는 쓸만한 배를 모두 끌고 나온 결과였다.
배들은 중선보다 작고 소선보다는 큰데, 배 한 척당 열다섯 명에서 이십 명 정도를 싣고 있었다. 여선재 등이 힘을 과시하며 끌고 왔던 가병 일백 명도 포함된 결과다.
추자도의 해적들은 얼굴에 멍을 하나씩 달고 있었는데, 가끔 맞바람에 얼굴을 찡그릴 때면 아픔이 몰려오는지 손바닥으로 매만지곤 했다.
마치 전형적인 비급 영화를 찍는 것 같았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여기 우두머리가 누구냐?’를 외쳤던 나나, ‘어디서 말뼈다귀 같은 놈이 두목을 찾아!’ 하며 우르르 몰려나온 추자도 해적의 동선까지 하나의 대본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으니 말이다.
덤비는 족족 쓰러트리고 나니 해적의 우두머리가 정예 수십 명을 이끌고 나타났는데, 그때를 맞춰 당집 심방이 노구를 이끌고 모습을 드러내자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뜨더니 그 자리에서 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방이 탐라인의 정신적 지주라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더구나 해적 우두머리의 이름은 부곡이었는데, 심방 역시 부씨 성을 가지고 있다. 집안의 어른이었던 셈이다. 어쩌면 강보는 모든 것을 알고 함께 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방은 나를 가리키며 ‘이 사람이 영등이다.’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열 척의 전선과 함께 창선으로 돌아갔다. 짧은 한 마디였지만 심방이 남긴 의미는 이들에게 대단했던 모양이다. 심방이 인정한 영등은 탐라를 구원해줄 영웅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섬의 가호는 대략 400호, 약 1400명 정도의 인원이 섬에 있다고 했는데, 그중 500명이 기꺼이 노를 잡았다. 섬에서 싸울 수 있는 자라면 모두 나선 셈이 되었다.
고씨의 횡포가 끝난다면 자신들이 굳이 추자도까지 나와 살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그런 희망을 품고 나를 따라나섰다.
이렇게 전력이 늘어나니 굳이 힘들게 일출봉 방향으로 우회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탐라성 동쪽을 목표로 삼았다. 현대로 치자면 화북동과 삼양동 일대다.
내가 선택한 상륙지는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삼양검은모래해변이었다. 이곳의 모래가 검은 것은 철분이 함유되었기 때문인데 이 모래로 찜질하면 여러 질환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피서철에는 찜질하려는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도 늦은 더위를 만끽하기 위해 찜질을 하는 노인, 수영하는 어린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별로 위협을 받아보지 못했던 탓일까? 이들은 수십 척의 배가 출현했음에도 성주와 관련 있는 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안면 있는 자들을 발견했는지 호들갑을 떨며 마을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먼저 요시치카를 탐라성 인근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미리 준비해두었던 발이 날랜 자들을 도깨비 도로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대략 15km 정도의 거리니 저녁 때쯤이면 탐라성 앞에서 요시치카와 양림을 보게 될 것이다.
소식을 듣고 탐문을 위해 수십 명의 병사가 몰려왔지만, 우리는 칼을 먼저 들었고, 그 병사들을 포로로 잡았다. 물론 도망에 성공한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상황 자체가 변할 일은 없었다.
그렇게 성문 앞에 다다르자 창백한 안색의 관승과 착잡한 표정의 주동, 여전히 괄괄한 양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요시치카의 활약상을 알 수 있었다.
탐라성 주변에 숙영하던 송군이 탐라성 안으로 아예 자리를 옮긴 것은 그의 활약이 아니고서는 마땅히 설명할 길이 없었다.
“잡놈이 잡놈들을 데리고 왔구나. 비렁뱅이 같은 잡놈들과 같이 있으니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지!”
양지가 짖어대고 있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죽기를 자초했으니 죽이면 그뿐이었다. 나는 뒤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파리한 안색의 여혜경과 백휘직이 내 앞에 꿇려졌다. 그러자 성벽 위에서는 일대 난리가 났다.
그중, 아직 상처가 회복되지 않은 관승이 쉰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지금 네놈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정녕 모르겠는가?”
퍽!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서슴없이 칼을 휘둘렀다. 여혜경의 머리가 허공으로 솟았다. 옆에 있던 백휘직은 매우 놀라고 있었는데 협상 조건으로 삼을 줄 알았던 여혜경이 이렇게 쉽게 죽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건 성벽 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신이 마비되었는지 누구도 섣불리 말을 못 꺼내고 있었다.
여혜경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자, 나는 그의 머리를 발로 밟으며 말했다.
“잘 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죽기 싫으면…….”
나는 씩 웃었다.
“항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