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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꿈을 꾸다 in 고려-98화 (98/257)

00098  (13)해몽(解蒙)  =========================================================================

이곳까지 나타날 수 있는 고려 수군은 오직 강증이 이끄는 동계 수군뿐이다. 강증은 동계 소속이긴 하지만 문서 상으로 수군은 모두 중앙 천우위 소속으로 되어 있다. 명령권자가 두 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겪어본 강증이라면 김한충의 명을 도외시하고 중앙의 명을 따랐다고 보기 어렵다.

나는 백산부 추장의 옷자락을 잡고 내 곁으로 끌어당겼다.

“그대의 이름이 뭐지?”

“내 이름 따위는 알아서 무엇을 할 텐가? 어차피 나를 죽일 것이 아닌가?”

죽음을 진정으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그의 표정 역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숙여진 뒤에는 거란이 있다. 애초부터 갈라전은 옛 고구려의 영토이자 고려의 속주였기에, 거란은 너희가 어찌 살든 관심도 없었다. 인제 와서 너희를 돕겠다는 것이 순수한 의도라 보는가?”

내 질문에 그는 벌컥 화를 냈다.

“내가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하는 바보인 줄 아는가? 갈라전에서 자유롭게 사는 우리를 복속시키려 했던 것은 완안부다. 거란도 싫지만, 복수라는 목적을 위해 오월동주쯤은 능히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들 추장이란 단어가 나오고 부족이란 단어가 나오면 원시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명칭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었다. 삼국시대에는 일원이었던 자들이 피치 못해 독립생활을 택하게 되었어도 맨손으로 땅을 파먹고 사는 석기 시대로 회귀한 것은 아니었다.

“고려가 완안부를 돕는 것은 아니다. 내가 돕는 것이지. 나는 완안부를 이용해 요를 멸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완안부가 더욱 강해져야 하지. 요는 그런 완안부의 위험성을 눈치채고 제거하려고 한다. 그대의 복수심은 이용만 당하고 버려질 것이다.”

“그래서……!”

백산부의 추장은 눈을 부릅떴다.

“그래서 복수를 포기하란 말인가? 내 아내와 아들이 죽었다. 그뿐인가? 미약하고 느리지만, 언제고 힘을 모아 발해를 수복하고자 하는 부족의 염원마저 빼앗아 갔다. 이용을 당하면 어떤가? 가족이 죽고, 땅을 빼앗겼고, 희망마저 잃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너라면 어쩌겠는가!”

그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 갔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 공감해주다가 문득 묘한 단어가 들어 있음을 눈치챘다. 발해의 수복을 염원이라고 말한 그 부분이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지? 이름을 말한다면 이 자리에서 너를 죽이지 않겠다.”

살려주겠다는 말이 자포자기했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모양이다. 그는 애써 화난 표정을 바꾸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퉁명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고욕(古欲)이라 한다. 나 역시 물어보자. 장군의 이름은 무엇인가?”

“척준경이다.”

이름을 알려주면서 나는 내심 고욕이란 이름을 되뇌고 있었다. 어렴풋하던 예상이 현실로 드러났기에 내 예감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요나라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고욕은 고영창과 비슷한 시기에 발해 수복 운동을 펼친 인물이었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요나라의 반격에 밀려 고욕과 고영창 모두 반 년을 버티지 못하고 실패를 겪은 공통점이 있다. 차라리 둘이 힘을 합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영창은 관리로 출사하여 내부에서 힘을 모아 반란을 일으킨 경우이고, 고욕은 불만이 팽배한 외부의 힘을 모아 반란을 일으킨 예이기 때문이다.

‘아니지. 그건 내가 알고 있던 역사였고,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고욕과 고영창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고욕은 대략 오천의 병사로 반란을 일으켰고, 고영창은 팔천의 병사로 반란을 일으켰다. 그 둘이 합친다면 어떤 가능성이 도출될까? 과거와 달리 나는 중국이 북과 남으로 갈라지고 만주와 연해주 역시 각기 다른 나라들이 출범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어느 순간 유럽과 같은 인식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보다 오히려 넓은 땅임에도 대대로 나라 수는 상대적으로 적어서 보수적인 사회가 영속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것이다. 중원을 놓고 수십 개의 나라가 난립하던 춘추전국시대에 사상의 다양화가 이루어진 것을 보면, 또한 그 비슷한 유럽의 예로 나폴레옹 집권 전후로 다양한 가치관과 사상이 쏟아진 것을 보면 그런 역사적 환경을 미리 조성하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율가는 화쟁을 통해 사상의 장점들을 흡수하려고 했지만, 말만 그럴 뿐 시간이 흐르면서 그 하나로 사상이 획일화되는 현상을 배제할 수 없었다. 화합이란 이름으로 율가가 강요된 것을 보면 백성에게 있어 하나의 통치 수단에 불과했을 수 있다.

나는 그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갈라전에서 다시 살 수 있다면 복수를 포기할 텐가?”

“갈라전은 본래 우리의 터전이었다. 우리의 것을 다시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자리에 가족이 없다. 부족민이 없다. 그것이 바른 것인가?”

“그렇다면 질문을 다시 해보지. 발해를 되찾는 것과 원한을 푸는 것 어떤 것이 그대에게 더 중요한가?”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도 우리에게 나라가 없어서다. 고구려와 발해가 건재했다면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대의 가족과 부족민을 되살려줄 수는 없지만, 발해를 수복하고 싶다는 비원(悲願)은 내가 도와줄 수 있다.”

“그래서 원한을 잊어버리라 그 말인가!”

“자네들은 한 번도 불의한 일을 하지 않았나?”

“뭣이!”

“맹세코 무고한 부족을 공격하여 노예를 만들지 않았고, 재물을 훔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똑똑히 들어라! 내가 아프면 남도 아픈 법이다. 강자일 때는 권리를 누리다가 약자가 되니 책임을 묻고 싶은가! 그대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칼을 들어 힘껏 그의 오른쪽 얼굴을 스치며 땅바닥에 꽂았다. 그는 죽는 줄 알았는지 눈을 감았고, 칼 소리가 들렸음에도 고통이 없자 살며시 눈을 떴다.

“약속을 깨고 너의 목숨을 내가 취했다. 이제 너는 나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 지금도 너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 역시 같은 슬픔을 안고 산다. 너는 고구려와 발해가 건재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 했지. 아직 비극을 겪지 않은 다른 부족민을 위해서라도 꼭 그렇게 해라. 그것이 부족민이 너를 추장이라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한창 거칠었던 목소리가 주변을 울렸던 모양이다. 백산부의 추장이 나에게 잡힌 것을 그제야 눈치챈 자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계속 공격을 막고 있던 요시치카의 이마에 땀이 주룩 흘렀다.

고욕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욕은 손가락을 둥그렇게 말아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요시치카에게 칼을 들이대던 자들이 관망하기 시작했고, 멀리서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자들도 있었다.

“완안부와의 원한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 슬픔을 겪지 않은 부족민이 다른 이를 위해 싸우다가 죽는다면 나는 그 가족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복수를 갚기 위해서였다고? 추장의 명령이니까? 그대의 설명대로라면 결국, 똑같은 피해자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겠지.”

고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우리의 고향은 솔빈부(率賓府) 화주(華州) 이제는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도 몇 남지 않았다네.”

애수가 젖어 있었다. 발해는 영토를 5경 15부 62주로 관리했는데 그중 연해주 일대가 솔빈부였다. 발해가 멸망하고 갈라전이라고 명명된 두만강 이남으로 건너와 한동안 잘 사나 했더니 어느새 힘의 우위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무법천지가 되었다. 그래서 더욱 옛 발해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졌을 것이다.

어쨌거나 설득이 효과적이었다. 그때를 노려 나는 궁금했던 질문을 하나 던졌다.

“해적들의 소굴은 어디인가?”

“그건 또 왜 묻는 것인가?”

“해적은 살기 위해 최소한의 의도 법도 버렸지. 그들을 가만히 둘 수는 없다. 그들을 토벌한 후 그곳에 자네들이 거주한다면 당분간 지낼 공간이 되겠지.”

“이미 이곳으로 오면서 징발할 수 있는 배는 모두 징발했고 장정들은 모두 이번 전투에 참가했다. 섬에 남은 자는 노약자뿐이다. 그대는 해적이 의와 법을 버렸다고 하지만 완안부 같은 강한 부족에게 밀려 어쩔 수 없이 해적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우리 역시도 그 일원 중 하나이고…….”

고욕은 다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함성이 동과 서에서 동시에 울렸다. 전력을 추슬러 진형을 완전히 갖춘 아구다가 노련한 지휘로 상황을 역전시킨 것이다. 적들이 기병보다 보병이 많았다는 것도 역전된 이유일 것이다. 서쪽에서 아구다가 압박하는 사이 동쪽에서는 마치 도깨비불처럼 수백 개의 빛이 다가오고 있었다. 고려 수군이라 짐작되었다.

숫자로 따지면 아직 적이 많았지만, 승기가 넘어간 이상 숫자는 의미가 없었다. 시세 판단이 빠른 자들은 북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숙여진과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백산부와 일부 도망치지 못한 타 부족민들이 우리 곁으로 몰려들었다. 항복이든 무엇이든 이곳에 있으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마양도(馬養島)다.”

“마양도?”

고욕이 툭 내뱉는 말을 듣고 위치를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함경남도 북청군 신포시에 속하는 마양도는 마랑이도(馬?耳島)라고도 불리는데 섬의 형태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말을 키우기에 좋고 배를 대기에도 좋은 환경이라고 들었다.

신포 남쪽 2.5km 해상에 자리하여 육지와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고 주변에 정어리, 명태, 고래 등의 어획자원도 풍부하여 자급자족도 가능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고래가 잘 잡힌다고 소문이 나서 포경회사가 설립되었을 정도다. 조선 초기 군마(軍馬)를 키우는 목장이 있었던 곳이기도 한 만큼 해적들에게는 그야말로 최적지가 아닐 수 없다.

장산군도의 예가 떠올랐다.

마양도는 고려의 관심 밖이고 동해에서 발해의 옛 영토로 향하는 기착지가 될 수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상상의 지도가 펼쳐졌다.

중원 북부와 서만주 일부를 손에 넣은 금나라, 그들의 황제는 스스로 고려에서 건너온 이주민이라고 밝힌다.

동만주와 연해주 일대를 손에 놓은 후발해(後渤海), 그들은 고구려, 부여의 맥을 이었음을 선언하고 그 역사가 중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고대 한반도로 주도되었음을 밝힌다.

압록강을 금과의 경계로 삼고, 두만강 이북 삼백 리를 후발해와의 경계로 삼으며, 백두산 일대 간도(間島)를 손에 넣은 고려는 일찍이 고구려를 계승했음을 천명한 바가 있다.

중화의 자존심 남송이 있고, 일본은 내전으로 혼란스럽지만, 국제 정세의 변화에는 민감했다. 금이 세워진 다음에도 상경 임황부를 중심으로 거란족은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일부는 서진하여 서요를 세운다. 몽골 역시 원 역사대로 부족 간 통합을 통해 먼 북쪽에서 나라의 기틀을 다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유럽의 정세와 별다를 바가 없다. 금과 송이 서로의 존재만 의식하다가 몽골이 툭 튀어나왔던 그런 상황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달라진 국제 정세에서 학자들은 어떤 사상적 해답을 내놓을까?

‘일본도 딱 둘 정도로만 나눠놓으면 재미있겠군.’

요시치카가 있는 이상 가능한 일이었다. 겐지라는 출신성분은 언제든지 왕에 도전해볼 법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다.

“장군! 척 장군!”

백산부에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라 포위당한 줄 알고 황급히 앞장선 자는 바로 강증이었다.

아구다는 무엇을 하고 있나 봤더니 도망치는 적들을 쫓아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구다가 혼란에 빠진 본진을 수습하고, 우야소가 남아 이곳을 정리하기로 약속된 모양이었다. 우야소 역시 이쪽으로 말을 달리고 있었다.

강증은 백산부 무리와 함께 있는 나를 보고 칼을 먼저 뽑아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 뒤를 따르던 고려 병사들도 일제히 창을 전면으로 세웠다.

“척 장군, 어찌 백산부의 무리와 함께 있습니까? 저들은 해적입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알고 있습니다. 이들의 뿌리가 고구려이자 발해 유민인 것을 듣고 무익한 짓을 그만두도록 설득하고 있었습니다.”

“장군의 설득으로 백산부가 마음을 돌린다면 그것은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저들의 노략질 때문에 고통받은 백성을 보셨다면 그리 편하게 말씀하시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곳의 일은 제가 책임지고 마무리를 짓도록 하지요. 만약 이들이 아국 백성을 향해 다시 발호한다면 제가 직접 나설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병마사 영감께서는 누구의 정보를 받고 이토록 시기적절하게 강 시어사(侍御史)를 보낸 것입니까?”

두루뭉술하게 넘긴다고 생각했는지 강증의 경계심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말투에도 긴장이 감돌았다.

“정주성으로 야율대석이 왔습니다.”

“야율대석이?”

인선이 내 예상을 훨씬 벗어났다. 야율대석은 각희에서 패한 후 나를 안다로 삼고 싶다고 말한 바가 있었다. 내가 거절한 것을 마음에 두고 다시 만나기 위해 찾아온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완안부의 괴멸에 초점을 두고 온 것일까?

“야율대석이 말하길 예기치 못한 변을 당하지 않으려면 장군이 서둘러 자신을 만나야 하리라고 덧붙였습니다. 대답 여하에 따라 장군뿐 아니라 병마사 영감과 저의 장래까지도 바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면서 속히 수군을 이끌고 완안부와의 불화로 전쟁을 택한 여진 해적을 제압하라고 했습니다. 어부지리는 놓치는 것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그 정보가 사실이라면 눈엣가시 같은 여진 해적을 뿌리 뽑을 기회였기에 정박한 그들의 배만 불태우고 포로에게 캐물어 본거지를 뿌리 뽑을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떠나는 저에게 병마사 영감께서 야율대석의 흉중을 짐작하기 어려우나 그것이 장군과 연관되어 있으니 장군을 만나 속히 모셔오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그래서 소관이 정박한 배를 불태우자마자 급하게 장군을 찾은 것입니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했다. 야율대석이 허튼 말을 한 것이 아니라면 예기치 못한 변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낌새를 내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면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온다는 것일까?

‘나뿐만이 아니라 김한충과 강증까지 걸고넘어졌다. 그렇다는 것은 동계 지휘부 전체가 걸려 있다는 것이다. 요나라가 압력을 넣어 동계 지휘부를 통째로 바꾸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숙종은 내정간섭이라며 허용하지 않을 텐데.’

숙종의 강단은 이미 경험한 바가 있었다. 그렇다면 없는 잘못이라도 만든다는 것인데 도무지 그 방법을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척준경은 본래 1차 여진 정벌에서 승진은 했지만, 곧 무고(誣告)를 당했던 전력이 있다. 관직을 파직당하고 야인 생활을 하다가 척준경의 능력을 익히 경험한 윤관이 별무반을 이끌고 출전하면서 복직시켰던 것이다.

처음에는 1차 여진 전쟁에서 임간이 내가 세운 승리를 자신의 것으로 삼고자 했던 때, 김한충이 따로 장계를 보내면서 무고 사건이 끝난 것으로 생각했지만 벼락출세한 촌놈을 시기하는 자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더구나 일전 각희에서 너무 튀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지금 그 일이 벌어지려 함이구나.’

대체 어떤 방법을 쓴 것일까? 아직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야율대석을 만나야 윤곽이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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