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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꿈을 꾸다 in 고려-52화 (52/257)

00052  (7) 척당불기(倜%26#20795;不羈)  =========================================================================

다음 날이 되자 십자군 수뇌부가 흥분할 일은 또 생겼다. 킬리지는 비잔틴이 니케아를 점령한 것을 인정하고 자비를 베풀어 가족과 관리들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반항의 대가로 화형을 시키라는 의견과 풀어주더라도 거액의 몸값을 받아 군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수뇌부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알렉시우스는 니케아가 창고를 불태우지 않고 얌전히 항복한 것은 도의를 아는 처사라며 아무 조건 없이 풀어줄 것을 약속했고, 항복한 수비병 중 돌아가길 원하는 자도 모두 킬리지의 진영으로 보냈다.

모종의 밀약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수뇌부는 비밀리에 모여 어차피 비잔틴의 옛땅을 주기로 대다수가 약속한 이상 빨리 미련을 버리고 군비를 타내 예루살렘으로 떠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 니케아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알렉시우스는 그들에게 충분한 식량을 공급해주었다. 그러나 속내는 그것이 마지막 지원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예루살렘으로 떠난 자들이 다시 니케아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기에, 아니 설사 되돌아오더라도 니케아의 성벽은 튼튼했고, 해상마저 장악했다. 칼자루는 자신이 쥐고 있었다.

십자군은 니케아 공방을 통해 지휘체계를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는데 인식을 함께했다. 그들은 노르만계열과 프랑크계열로 부대를 둘로 나누었다. 비잔틴의 보급품에 더는 의존하지 않고 자생을 위해 보급품을 마련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두 부대로 나뉘어 각지를 약탈하다가 중간집결지인 도릴라이움에서 만나기로 정했는데 그곳은 니케아에서 약 4일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니케아를 약탈하지 못한 분풀이를 주변 지역에다 하겠다는 의미였다.

알렉시우스는 그들의 행동이 꼴사나웠지만 가장 중요한 니케아를 온전히 손에 넣었으므로 묵인하기로 했다. 그러나 함부로 날뛰게 놔둘 수는 없었다. 예루살렘까지의 길 안내를 핑계로 타티키오스를 그들에게 합류시켰다. 그들의 행동을 적절히 제어하라는 뜻이었다. 십자군 수뇌부는 그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위급한 경우 비잔틴 제국의 개입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겼기에 격론 끝에 받아들였다.

대신 그를 선봉에 내세워 정찰을 맡겼다. 자신들이 약탈하는 행위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타티키오스는 그들의 약은 수를 눈치챘기에 킬리지의 세력이 아직 상당함을 내세워 그럼 프랑크계나 게르만계 둘 중 하나가 자신과 함께 길을 열고 나머지는 천천히 뒤따라오라고 제의했다. 마침 킬리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가 들어와 타티키오스의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프랑크계가 후방에 남아 약탈을 하기로 했다. 그것까지 막으면 십자군이 폭발하리라는 것을 알기에 타티키오스는 그 정도 선에서 만족했다.

둘로 부대가 갈라졌다는 소식이 킬리지에게 전해졌을 때, 즉시 후방의 두 도시로 전령을 급파했다. 준경이 그들을 보내는 이유를 물으니 킬리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카파도키아와 다니슈멘드에 지원군을 요청했네. 카파도키아는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지나는 경로에 있으니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나에게 지원군을 보낼 걸세. 다니슈멘드는 비록 나와 전쟁을 치렀지만 내가 무너지면 다니슈멘드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임을 경고했네. 그곳의 왕은 제법 생각 있는 자이니 나의 제안을 역시 거부하지 못할 것이야.”

킬리지는 혼자서 저들을 막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준경은 그런 킬리지의 변화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집을 꺾고 자존심을 굽히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한 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을 변화시켰다.

카파도키아와 다니슈멘드는 킬리지의 전령에 즉각 화답했다. 내부적으로는 서로 경쟁자였지만 십자군은 모두의 적이었다. 그들은 빠른 합류를 위해 경기병 위주로 지원병을 편성했다. 니케아의 항복병까지 합류하자 군세는 3만이 훌쩍 넘었다.

자신감이 생긴 킬리지는 각개격파를 시도하기로 했다. 십자군의 선봉은 일만 정도였는데, 비잔틴은 길잡이라는 명목으로 타티키오스 장군과 500명의 기병밖에 보내지 않아 선봉 사령관은 타란토 공작 보에몽이 맡고 있었다. 그는 노르만인이었기에 노르만계를 지휘하는 것에 다들 이구동성으로 찬성했었다.

보에몽은 합류지인 도릴라이움에 먼저 도착했다. 그는 도릴라이움 인근을 노략질한 다음, 팀브레스(Thymbres)강 북쪽 너른 목초지에 진영을 설치했다.

그러나 그는 꿈에도 몰랐다. 킬리지가 이미 이들이 이곳으로 올 것을 예상하고 병력을 포진시켜두었다는 사실을. 킬리지는 십자군이 두 부대로 나뉠 때부터 꼼꼼하게 척후를 붙여 그들의 이동 경로를 예상하고 결전장을 고심했다. 그들이 합치지 못할 가장 적절한 때를 노려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노르만 선발대가 도착한 직후, 진영을 건설할 때였다.

킬리지가 손을 내리자 다니슈멘드와 카파도키아의 경기병이 킬리지의 기병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 속에는 준경도 있었다.

보에몽은 기병으로 맞서봐야 소용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모든 병사에게 방진을 구축하도록 명령했다. 선두에는 중무장한 기사단이 방패를 들고 적 경기병의 화살 공격을 막아내도록 했다. 그의 판단은 적절한 것이었다. 경기병은 주위를 빙빙 돌며 화살을 퍼부었지만 중무장한 기사단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리고 보에몽에게 다행이었던 것은 강가에 진을 쳤던 지라 한쪽 면은 방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보에몽이 침착하게 대응하자 반대로 킬리지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을 끌면 후방에 뒤처져 있는 프랑크 군이 합류할 터였다. 대략 하루 정도의 여유가 있다고 보고 그 사이에 1만의 노르만 선발대를 무찌르려고 했다.

화살이 쉴 새 없이 쏘아지며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준경이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비처럼 화살이 계속 쏘아지자 십자군의 희생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기사들이 보호할 수 없는 범위에 있던 비전투요원들이거나 보병 일부였다. 기사 중에서는 참지 못하고 말에 올라탔다 죽는 자도 있었고, 재수 없게 갑옷 틈새로 화살이 꽂히는 바람에 사망한 자도 나왔다.

화살이 거의 다 떨어져 갈 때쯤에 1만 중 2천의 사상사가 나왔다. 킬리지는 칼을 뽑고 돌격을 외쳤다.

타티키오스와 오백 기병은 약간 떨어진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지라 간간이 그들을 노리고 화살이 날아들었지만 피해가 없다시피 했다. 마침내 적들의 화살이 떨어지고 돌격 명령이 떨어지자 타티키오스는 황금마스크를 고쳐 쓰며 말에 올랐다.

“싸우는 시늉이라도 해야겠군.”

아예 싸움을 피한다면 분란의 소지가 생길 것이 뻔했기에 타티키오스는 약간의 전공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노린 상대는 니케아 공방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코레아였다. 투르크 인들은 길가메시나 엔키두의 화신이라며 벌써 추켜세워주고 있었다. 나이도 어려 보여서 이대로 놔두면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고맙게도 코레아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황금마스크 아래 그의 입술은 비틀렸다. 그 역시 자신을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었다.

“얼마나 뛰어난지 그 실력을 보자!”

그는 말 고삐를 더욱 잡아챘다.

그건 맞은 편 준경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그를 찍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오히려 피하지 않고 빠르게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선발대의 노르만 지휘관 중에는 보에몽의 조카, 탕크레드나 노르망디 공작 등 쟁쟁한 인물들이 있었지만, 타티키오스가 어떤 자인지 알게 된 다음부터 준경은 오직 그를 상대할 결심만 굳히고 있었던 차였다.

창과 곡도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마주쳤다. 도리깨는 한 번 써본 후 더는 쓰지 않게 되었다. 자신의 공격 성향과 맞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칼 하나를 더욱 잘 쓰는 것에 매진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겼다. 십자군 기사들이 중무장하긴 했지만, 요령이 생기자 갑옷의 이음매를 노리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십 합이 흘렀다. 비잔틴 기사들이 끼어들려고 했지만 타티키오스가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자 감히 곁으로 다가오는 자가 없었다. 준경은 그런 그가 마음에 들었다. 손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타티키오스는 중잡갑을 걸쳤음에도 민첩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거의 빈 몸이나 다를 바 없는 준경의 날렵함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준경은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지만 타티키오스는 약점을 잘 방어해냈고, 때때로 휘두르는 장창은 한 번 맞으면 그대로 절명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킬리지의 돌격은 화살 공격에 비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기사들이 공격을 막아내고 주변에 있던 병사 서넛이 달려들어 적을 제압하는 방식에 돌진 병력이 손해를 입기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중장 기사들을 꿰뚫을 마땅한 방법이 없어 단순한 방어에 피해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위급 소식을 들은 프랑크 군이 빨리 달릴 수 있는 지원군 소수를 급파하면서 킬리지는 후퇴를 생각해야 했다. 하루 정도의 기한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투 개시 7시간 만에 고드프루아가 50명의 기사를 이끌고 도착한 것이다. 위그, 레몽 등도 기사단을 이끌고 속속 나타나기 시작하자 킬리지는 전열을 가다듬기로 하고 퇴각을 알렸다.

“…… 정말 대단하군.”

준경은 숨이 헐떡일 만큼 한 사람과 치열하게 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장갑을 걸친 타티키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퇴각 명령에 멀어져 가는 준경을 잠자코 보더니 투구를 벗었다. 그의 갈색 머리칼은 땀에 흠뻑 적셔 있었다.

“갑옷을 벗고 싸운다면 나는 그를 이길 자신이 없다.”

그의 판단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우열의 근거는 되지 못했다. 자신은 어려서부터 이렇게 갑옷을 입고 그에 의지하여 싸우는 전투 방식이었고, 저 코레아라는 자는 자신과 정 반대의 환경에서 자라났다. 만약 중장갑을 코레아가 걸쳤다면 그의 체력은 급격히 소진되었을 것이고, 자신이 이겼을 것이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황금마스크 너머로 그는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온 힘을 다해 적과 겨루었다. 비록 승패를 가리지 못했지만 만족스러웠다. 신성을 만나 전력을 기울였고, 패하지 않았다. 다음번에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 잘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와 준경의 격돌은 어쩌면 이라는 가정에서 본다면 킬리지에게 상당한 타격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준경이 노르만 십자군을 상대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면 방어에 전념하던 십자군의 한 축이 돌파를 당했을 것이고, 피해는 훨씬 커졌을 것이다.

마침내 프랑크 군 전부가 합류하자 전에 킬리지가 그랬듯이 군대를 추스르기 전에 선공을 가하자는 의견이 대두하였다. 프랑크 기사들은 한시라도 빨리 출진하고 싶었는데 노르만 기사들의 부진을 만회하여 자신들을 뽐낼 요량이었다.

교황 특사 아데마르가 찬송가를 부르며 그들의 공격을 지원하자 용기 가득하여 킬리지의 군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후퇴해야 합니다.”

아직 별다른 손해를 입지 않았지만 모사, 엘카네스는 후방으로 완전히 물러날 것을 제의했다. 킬리지는 탁자를 쳤다.

“초반전은 분명히 우리가 승기를 잡았다. 이천 이상의 십자군을 죽였고, 우리는 그보다 훨씬 적은 피해다. 그런데도 우리가 물러나야 한단 말인가! 카파도키아와 다니슈멘드가 지켜보고 있다.”

“십만 개의 화살을 퍼붓고 고작 이천을 죽인 것입니다. 근접전으로 기사들의 갑옷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우리는 방법을 달리해야 합니다.”

“닥쳐라, 싸운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았다. 벌써 물러난다면 이건 술탄의 체면 문제다!”

엘카네스는 입을 다물었다. 킬리지가 직접 군장을 챙기고 말에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준경은 엘카네스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킬리지가 패전으로 성숙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었다. 왕이 하고자 하는 것을 끝까지 막을 수 있는 신하는 별로 없다. 이제는 몸소 깨달아 뜻을 꺾는 수밖에 없었다. 준경은 엘카네스에게 자신이 킬리지를 보호하겠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킬리지가 진영을 벗어나 십자군과 전투를 시작하자 그 사이 프랑크 군 일부는 전장을 우회하여 킬리지의 진영을 노렸다. 그것은 주교 아데마르의 의견에서 비롯되었는데 본진에 쌓여 있을 보급품을 차지할 수 있다면 킬리지에게 타격을 줌과 동시에 만성적인 보급 부족을 한동안 탈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었다. 해볼 만한 일이라고 여겨 고드프루아와 로베르 휘하의 기사단이 동원되었다.

전투는 아까와 판박이였다.

중갑 기사가 경기병을 막아내는 사이 보병들이 경기병을 공격하며 말에서 끌어내렸다. 맘루크들이 칼을 휘두르며 그런 보병을 공격했지만, 지극히 수세적인 방진으로 자신들이 건드릴 수 있는 먹이만 공격하는 통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벅찰 정도였다. 병력은 킬리지가 더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커지는 것은 킬리지였다. 맹활약을 펼치는 것은 오직 준경뿐이었다. 준경이 앞장서 돌파에 성공하면 맘루크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틈을 헤집고 도륙했다. 그러나 여러 곳에 생성된 전장 중 하나에 불과했다.

후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킬리지를 아득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후방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본진이 기습받고 있었다.

“준경!”

킬리지는 정신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는 준경을 급히 찾았다.

“본진으로 가주게. 다른 것은 몰라도 엘카네스를 구원해다오. 나는 그에게 빚을 졌다.”

킬리지는 후퇴할 작정이었다. 엘카네스의 예상대로 자신들의 공격은 두터운 강철 갑옷을 상대하기에 부적절했다. 물러나 다른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엘카네스가 살아야 했다. 그가 죽는다면 자신은 유능한 조언자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자책감마저 들게 될 것이다.

다시 후퇴 명령이 떨어졌고, 투르크 기병과 맘루크들이 우왕좌왕하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기세를 타고 뒤를 쫓는 십자군 기사들 때문에 전투 때보다 오히려 병력 손실이 컸다.

준경이 본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엘카네스는 사망한 뒤였다. 십자군 최정예라 할 수 있는 프랑크와 노르만의 두 정예 기사단은 변변한 공격은 흠집도 내지 못하는 강철 거인과 같았다. 끝까지 십자군에게 저항하던 소수를 이끌고 간신히 탈출만 할 수 있었다.

안전한 퇴각을 위해 마지막까지 후방에 선 준경을 잡기 위해 고드프루아가 기사단을 거느리고 나섰지만 몇 차례의 상처를 입히는 것에 불과했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본진을 완전히 제압한 로베르까지 합세하려고 했을 때 종일 거듭된 전투로 완전히 탈진한 준경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피했다.

킬리지가 준경을 발견했을 때, 준경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엘카네스의 죽음과 준경의 부상을 접한 그는 눈가를 바르르 떨고 있었다. 말에 얼굴을 묻고 있던 준경의 가슴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지켜보자 킬리지는 분노의 외침을 저 멀리 십자군에게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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