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5 (5) 각자도생(各自圖生) =========================================================================
“그는 숙부에게서 삼 작두를 물려받았다. 그것이 그에게 존재하는 한 나는 그에게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다.”
당시는 사형기구로 작두가 널리 쓰였다. 포청천은 고관대작을 가리지 않고 공정한 판결을 내렸는데 사형을 집행하게 되면 용 작두는 황족 또는 왕족에게 쓰였고, 호 작두는 관리 또는 귀족, 개 작두는 평민과 천민에게 쓰였다. 본래는 부윤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물건이었지만 포청천의 강직함이 더해지면서 지금에 이르러서는 포청천의 전매특허처럼 되어 버렸다. 황제는 포청천 사후 포가에 삼 작두를 내렸고, 어디서나 불의를 보면 직접 처결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렸다. 당대의 가주, 포면 역시 포청천 못지않은 인격자였기에 내린 선택이기도 했다.
그런 삼 작두의 권한을 왕족과 귀족은 무서워했다. 그래서 삼 작두를 빼앗아 없애고자 은밀히 손을 썼지만, 포청천 시절부터 포청천에게 감화되어 자발적으로 위사가 된 강한 무인들에 의해 번번이 무산되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무인이 이탁과 같은 하북삼절의 일인인 적설(狄雪)이었다. 이탁과 달리 적설은 그저 강하기만 한 무인이 아니었다.
“송 군부 대다수의 존경을 받고 있는 자.”
개인의 강함보다도 그 인망이 대단한 자였다. 그런 인망은 개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후광에서 나왔다. 적설의 아버지는 송 초기의 명장, 적청(狄靑)이었기 때문이다. 적청은 가난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 죄를 저지른 형을 대신하여 벌을 받아 자자충군(刺字充軍)을 당해 말단 병사로 군문에 들었다.
자자충군이란 얼굴에 글자를 새겨 벌로 군인이 되었음을 알리는 행위였다. 적청은 그런 상황에서 굴하지 않고 계속 공을 세워 하급 무관이 되었고, 그때부터는 자자(刺字)를 가리기 위해 구리 가면을 쓰고 출전하여 승리를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계속된 전공으로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여 송 군부의 최고 수장으로 거듭났지만, 위기가 지나고 평화가 찾아오니 귀족들과 황제의 마음에 의심병을 만들었다.
갖은 의심과 모함 끝에 일개 지방관으로 발령을 받았지만, 그것도 안심되지 않아 조정에서는 보름마다 관리를 파견하여 그의 일정을 살폈다. 적청은 결국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걸려 병사했다.
황제는 그가 죽은 후에야 의심을 풀고 후예는 후히 대접해줄 것을 약속했는데 적설이 수혜자였다. 억울한 것이 많았겠지만, 적설은 보기 드문 인격자라 포청천, 포면을 도와 나름대로 송에 이바지하고 있었다.
포청천과 적청이라는 후광을 받고 있는 포면과 적설이니 본연의 실력이나 인품은 둘째치고 그 배경으로 상대할 자가 거의 없었다.
“두 번 기회는 없다. 아마도 이번 출진이 해남도에서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포면과 적설이 도착하면 그 위세가 꼴 보기 싫어서라도 나는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뜻을 이루겠습니다.”
갈송은 아침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바로 병사들을 점고하여 출진에 나섰다. 호연작은 마른 침을 삼키며 앞장을 섰다. 포면과 적설이라는 거물이 나선 이상 고개를 숙이기 싫은 동관은 자신이 위세를 부릴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날 것이다. 이번 한 번의 공격을 어떻게든 저지할 수만 있다면 해남도는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아침이 되자 소고가 병사들과 묵었던 첫 번째 야영지에 도착했다. 갈송은 파수를 철저하게 세우고 나머지 병사들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명했다. 소고가 밤에 당한 것을 염두에 두고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상식적으로 따지면 낮에 병사들이 대부분 쉬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호연작은 갈송의 기계(奇計)를 알리고 싶었지만, 갈송은 군관이 허락을 받지 않고 이탈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 시각 준경은 갈색마를 꼼꼼히 살폈다. 등자에는 바깥쪽으로 창날을 달았고, 말머리에는 동물기름을 잔뜩 바른 가죽을 부풀어 오르게 말았다. 수패와 창, 곡도의 날까지 모두 세심하게 살핀 뒤에야 말에 올랐다.
“이건 너무 무모한 짓 같습니다.”
양욱이 무승을 대신해 우려를 전달했다. 송군이 다시 출진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준경이 선택한 것은 일인돌파였다. 갈송이 소고보다 강할 것이 확실한 것 같았지만, 말을 타며 느낀 희열은 엄청난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이 강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강함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전장에서 싸우지 못했던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라고요. 육백 명을 혼자서 어떻게 다 상대해요.”
이소가 쌍심지를 켜고 잔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이럴려고 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자매가 걱정하는 것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참견에 나선 것이다. 소동파는 그저 묵묵부답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무승과 이소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준경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자네는 소고를 치기 위해 향했을 때도 그를 이기지 못했네. 그것이 불과 며칠 되지 않았지. 그런데도 소고와 비등하거나 실력이 더 뛰어날지도 모를 장수를 상대로 자신감만을 내세우지는 않으리라 믿네. 왕야의 가르침 덕분인가?”
고려군 사이에서 수벽타를 겨룰 때는 수벽타만으로 우열을 가리니 실전에서 정말 강한 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서하의 장수를 상대할 때는 천운으로 방심을 틈타 죽일 수 있었다. 두려움을 겪어보지 못한 자신감은 흥왕사에서 이철을 죽임으로써 최고조에 달했다. 이대로만 세월이 흐른다면 우러러보는 강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남도에 와보니 세상은 자신이 생각했던 강함의 기준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준을 바꾸었다. 지금까지 산 정상을 보고 있었다면 준경은 어느덧 산 정상 위의 까마득한 하늘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체력, 기술. 이런 것은 또래에 비하면 완성형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조합하고 써야 할지를 그저 닥치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감에 의지하는 것으로 행동해왔지만, 고수들의 세계에서는 그런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겪었다. 준비는 이미 되어 있었다. 단지 그 방향이 틀렸다는 것을 단정홍이 짚어준 것이다.
“너희는 북쪽 숲길에 매복하고 있다가 적들이 포구로 후퇴할 조짐이 보이거든 불이나 잘 질러라.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을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었다. 어떤 자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정체를 알 수 없다면 그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난 모르겠소이다. 대장이 결정한 것이니 나는 그저 불이나 내렵니다.”
뚱뚱한 함보가 두 손을 들며 설득 포기를 선언했다. 소고를 상대로도 고전했는데 육백 명에 둘러싸인 갈송을 어찌 이길까 싶었지만, 준경이 이리도 고집을 피우니 더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다들 설득을 체념했는지 한숨을 쉬었다. 준경의 고집으로 자신들이 모두 죽을 위기에 처했으니 기분이 편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준경은 그런 그들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해야만 했다.
파수를 보는 송군이 질주하는 단기(單騎)를 본 것은 정오에 가까운 시점이었다. 흰 깃발을 달지도 않았고, 남쪽에서 오는 것으로 보아 결코 좋은 뜻으로 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들은 열 명에 이르렀다. 손을 들어 달려오는 것을 제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송군의 마지막이었다. 말은 멈추지 않았고 창은 이미 송군의 목을 꿰뚫고 지나간 뒤였다.
하품하며 지켜보고 있던 나머지 송군으로서는 소스라치게 놀랄 일이었다. 분분히 창을 앞으로 내밀며 준경을 막으려고 했지만, 단숨에 비명이 일며 대형이 허물어졌다. 등자에 매달려 있던 창날이 마치 전차 바퀴에 달린 창처럼 스치는 병사를 해쳤고, 창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삽시간에 열 명의 송군이 황천으로 접어들었다.
비명을 듣고 송군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준경은 창 자루를 고쳐잡았다. 이제 진정한 전투의 시작이었다.
“이럇!”
등자로 말 배를 걷어차며 달리기 시작했다. 비석대 일부가 활을 쏠 준비를 마치고 준경을 향해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소식을 듣고 잠결에 달려온 갈송은 천둥벌거숭이 같은 존재의 출현에 코웃음을 쳤다.
“얄팍한 수로군. 천둥벌거숭이에게 병사를 집중시킨 사이 나를 노리려는 것인가?”
갈송은 앞에서 종횡무진으로 달리고 있는 준경이 결코 혼자 나타난 것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노왕이 해남도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이상 노왕도 어딘가에서 자신들을 지켜본다는 가설이 타당했다. 그것이 준경에게는 호재였고, 갈송에게는 악수였다.
그리 좋은 품종의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말은 역시 말이었다. 준경은 말의 맥박과 호흡, 미세한 떨림을 통해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고, 몇 번의 위험 상황을 벗어났다. 특히 비궁대가 수십 개의 화살을 동시에 쏘아내자 준경 자신의 상반신은 방패로 막았지만, 말이 가장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알려진 말 목 아래 상반신으로 화살이 날아오자 말은 경련했고, 준경은 힘껏 고삐를 당겨 화살을 뛰어넘었다.
두 번의 화살 세례를 피하자 어느새 비궁대 전면까지 육박했다. 그들이 활을 거두고 도를 분분히 꺼내 드는 사이 준경은 일방적인 학살을 자행했다. 말이 스치는 족족 등자에 박힌 창날에 상처입은 송군이 바닥을 나뒹굴었고, 그들 중 일부는 말발굽에 희생되었다.
호연작은 준경이 홀로 돌진한 것에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도 갈송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노왕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준경과 한 차례 짧은 눈빛을 교환하며 그 자신감을 읽었을 때 온몸을 떨었다.
준경은 진심으로 혼자 이곳의 병력을 상대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말을 탄 준경은 자신이 보았던 그 고려 군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며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확인해야 했다.
돌진을 막기 위해 병사들이 최대한 에워쌌지만, 준경은 병사들의 눈을 직시했다. 죽음을 각오한 자와 각오하지 않은 자의 눈은 흔들림부터 틀렸다. 그런 자를 공격하니 대열이 완성되지 못하고 계속 요동쳤다. 일백에 이르는 병사가 죽거나 다치자 송군의 눈에 점차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시간은 보통 일 할에서 이 할의 사상자가 생기는 순간이라고 한다. 갈송이 뒤에서 버티고 있지 않았다면 두려움에 도망쳤어야 했다.
한의 이릉 장군은 보병 5000을 이끌고 흉노 기병 3만을 상대로 8일을 버틴 적 끝에 패배한 적이 있었다. 기병이 돌입할 것을 대비하여 수레를 쌓아 벽을 만들고 전방에 창과 방패를 곳곳에 꽂아 진입을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에 8일이나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병 돌입에 대한 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거란 또는 여진 기병이 열이 모이면 송군 일천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지금 준경의 예를 보듯 기병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을 때였다.
“노왕의 제자쯤 되는가?”
해남도에 이토록 강한 자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노왕의 제자라고 믿기에는 재주가 너무 달랐다. 갈송은 활시위에 화살 두 대를 걸었다.
갈송이 시위를 당기는 것을 보자 호연작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경에게 달려든 것이다.
갈송은 자신의 시야를 가리며 준경에게 달려가는 호연작을 보며 혀를 찼다.
“끼어야 할 때와 끼지 못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는구나. 마치 능력도 모르고 출정을 원했던 호연찬에 비견될 만한 하구나.”
호연작이 차라리 준경에게 쓰러진다면 바로 시위를 놓아버릴 작정이었다. 두 대의 화살은 각기 다른 방향을 날며 준경의 수패가 하나를 막더라도 하나는 절대 막지 못할 곳으로 조준하고 있었다.
호연작이 묵봉을 꺼내 들고 달리기 시작하자 주변의 병사들은 호연작 주변으로 길을 내주며 그가 준경과 부딪칠 수 있도록 했다. 범처럼 날뛰는 준경의 기세를 일개 병사들이 감당할 수 없었기에 호연작에게 희망을 걸고 주변을 포위하기 시작한 것이다. 호연작은 달리면서 계속 입을 움씬 움직였다.
준경은 그것이 자신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했다.
‘내 뒤에서 갈송이 활을 당겼다. 화살 두 개.’
노왕 단정홍이 그랬던 것처럼 호연작은 준경의 공격을 받아주고 상처를 입을 생각이었다. 준경은 갈색마의 고삐를 힘껏 잡아당겼다. 호연작이 달려오며 파도처럼 벌어진 길 위에서 준경은 창을 힘껏 휘둘러 호연작의 묵봉과 마주쳤다.
순식간에 묵봉이 날아가고 호연작은 머리에 큰 충격과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기절하면서도 예상했다고는 하지만 두 번이나 치욕을 당한 것이 호연작의 가슴에 불을 붙였다. 쌍편이 완성되는 날 삼절오은도 감히 자신에게 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다짐이었다.
“이야앗!”
불과 이십 장 정도의 거리였다. 갈송으로서는 이 거리에서라면 절대 표적을 놓치려야 놓칠 수 없는 거리였다. 손가락이 시위를 떠나자 두 개의 화살이 번개처럼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갈송 역시 정면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개가 모두 적중한다면 모를까 한 대로는 설치는 놈을 죽이기에는 부족했다. 상처를 입은 틈을 타서 단숨에 목줄기를 끊으려는 속셈이었다.
말의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말의 두 귀가 정면으로 쫑긋 섰다. 말의 근육에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맥박은 빨라졌다. 생명의 위험을 느꼈다는 징조였다.
준경은 선택해야 했다.
“미안하다. 진심으로.”
준경은 고삐를 뒤로 확 잡아당겼다.
갈송은 갑자기 시야가 컴컴해지는 것을 느꼈다. 준경이 탄 말이 중천의 태양을 가리며 허공으로 높이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말의 구슬픈 비명이 들려왔다. 두 개의 화살이 모두 말 아랫배에 적중했고, 준경은 말의 안장을 박차고 날아올라 갈송에게 창을 힘껏 던졌다.
“독한 놈!”
수패로 막을 줄 알았는데 자신의 말을 방패로 삼아 두 개의 화살을 모두 막을 줄은 생각도 못한 갈송이었다. 갈송이 창을 가까스로 피하는 사이 준경은 어깨 뒤에서 곡도를 뽑아들었다. 낙하하는 준경이 곡도로 내려칠 것이라 예상한 갈송은 칼을 뽑아 준경의 곡도를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후려쳤다. 낙하하는 와중에 그런 공격을 당하면 곡도가 튕기든 아니든 가슴을 활짝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예상대로 곡도는 바깥쪽으로 밀리며 준경의 오른쪽 어깨가 활짝 펴졌다. 수패로 막기에도 늦은 상황, 갈송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준경을 오른쪽 가슴을 향해 양손으로 힘껏 칼을 모았다. 그러나 미소를 지은 것은 준경도 마찬가지였다.
“컥!”
수패를 끌어당겨 가슴을 보호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낙하하는 그대로 수패는 왼손에 고정되어 있었고 팔의 방향을 따라 세 개의 창날이 삐죽 솟아 있었다. 곡도는 시선을 그리로 돌리기 위한 속임수였고, 진정한 공격은 수패였던 것이다.
가슴에 세 개의 창날이 깊숙하게 틀어박힌 것을 보고 갈송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자신도 창날을 보긴 봤었다. 그러나 겨우 창날만큼의 길이였다. 오히려 곡도가 위협적이라고 보았고, 수패는 방어 수단일 것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
갈송은 입을 열어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목울대를 타고 선혈이 솟구쳤다. 이미 준경의 곡도가 갈송의 목을 베어버린 뒤였다.
너무나 허망한 갈송의 최후였다. 아마도 송군이 그리도 행군을 서두르지 않고 정상적인 주간 행보였다면 이렇게까지 참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준경에게는 운도 따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