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8
#228. 자선공연(5)
모든 관객이 따라부르는 소리가 스타디움을 뒤흔들고 있었다.
- I'm screaming In The Center Of The World!
일명 떼창.
나 혼자가 아닌 4만 5천여 명이 다 함께 부르는 노래.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그럼에도, 이제껏 처음 느껴본 기분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릿저릿할 정도로 차오르는 고양감. 마치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는 서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 부르고 있는 노래, ‘세상의 중심에서’처럼.
이유?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4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내뿜는 열기 때문만은 아닐 터다.
단지 그것 때문이라면 예전에 천안문 광장에선 아마 쾌감에 뇌가 절여져 단 한 순간도 견디지 못했을 테니까.
그럼 왜일까?
의문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저 내질렀다.
그렇다고 해서 쾌감에 미쳐서 발악하듯 소리만 질러대는 건 아니다.
뭐랄까.
그래, 진짜 즐거웠다.
관객들과 함께한다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와 이 이상 즐거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아니 감각에 노래했다.
그러자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눈앞에 펼쳐져 있던 음의 시공간이 일렁인다고 느낀 순간, 서서히 확장을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이제껏 사방을 막고 있던 벽이 뒤로 밀리며 공간이 넓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4만 명의 관객들이 일제히 불러제끼는 떼창에 따라 생겨난 환한 빛이 넓어진 공간 안으로 들어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동시에 내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특유의 빛과 저들이 만들어낸 빛이 천천히 뒤섞이며 하나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걸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동조?
혹은 감정의 전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전염이라고 해야 할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진짜 중요한 것은…….
여기 내가 있고, 내 노래를 함께 부르며 한없이 즐거워하는 관중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의 한켠에는 소망이 깃들어 있었다.
생판 모르는 이들, 그러나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 그들이 우리처럼 평화로운 일상과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전해져온다.
그래서 그런가.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도 가슴속에선 뭔가 뜨거운 게 울컥하며 솟구치고 있다.
그것이 하나의 중심축이 되어 사방에 흩어져 있던 감정들을 다시금 끌어들이는 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일테면 연쇄작용에, 순환이다.
나와 관객들의 감정이 노래라는 매개체를 수단으로 서로 상응해서 반응하고 그게 또 증폭되어 계속해서 서로를 자극하는.
끝도 없을 것처럼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쾌감.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육체적인 것이 아닌 것만 분명하다.
이래서 음악을 두고 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마약이라고 하는 건가?
난 정말이지 미친 듯이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
“뭐야? 오늘 저 자식 왜 저래?”
황당하다는 표정이 된 디알로의 외침에 유진이 혀를 찼다.
“끌끌. 도핑 테스트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미친! 여기가 무슨 올림픽이라도 되는 줄 알아?”
“크크큭. 그렇긴 하지. 그래도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 오늘따라 완전 날아다니는데?”
레이크헬 멤버들이 한마디씩 하는 걸 들으며 밥 데일런이 묘한 눈이 되어 물었다.
“평소와 많이 다른 모양이지?”
기다렸다는 듯이 디알로가 대답하려는 찰나였다.
그때까지 말없이 듣고만 있던 베릴이 얘기했다.
차분하지만, 담담하다고 말하기엔 무리인 어투였다.
그마저도 조금 놀란 모양이었다.
“확실히 다르군요. 아니, 많이 다른가? 예전에도 그랬지만, 오늘따라 무척이나 즐거워하는 느낌이 듭니다.”
“흠, 그거 참 흥미롭군.”
폴 매카트넌 역시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그렇게 이번 공연에 참여한 모두가 도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동안, 첫 번째 곡이 끝났다.
***
무대에서 내려온 나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다리가 후들거렸다.
뿐만 아니라 숨이 막혀서 심장이 터질 지경이다.
그런데도 머릿속은 여전히 환희로 물들어 있었고, 벅찬 가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묘한 감각으로 꽉 차 있다.
어느새 다가온 마루 누나에게서 수건을 받아드는 손에선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
이온음료를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린 나는 숨을 몰아쉬면서 깨달았다.
대기실 안에 있던 모두가 내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는 걸.
그때 무대 쪽에서 엄청난 함성과 함께 이내 베델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두 번째 곡이 시작된 것이다.
“와아! 도준! 오늘 장난 아닌데?”
“완전 물 만난 고기인 것이에요!”
“표정도……. 진짜 즐거워 보여.”
레이크헬 멤버들이 한마디씩 하는 말에도 난 그저 웃어줄 뿐이었다.
말할 힘도 없었지만, 딱히 뭐라고 할 상황도 아니었고.
것보단 아직도 가시지 않는 묘한 여운을 만끽하고 싶어서.
아니, 계속해서 관객들과 호흡하며 방금까지 느꼈던 그 감정들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는 갈증이 일어서였다.
그렇게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 눈을 감았다.
그러자 느껴진다.
내 안의 공간……. 음의 시공간이 종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넓어져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아직도 사방에서 흘러들어오는 빛들이 전부 들어오지 못하고 흘러 넘쳐서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그렇구나.
노인이 말했던 그릇이라는 게 이런 뜻이었구나.
비로소 깨달았다.
그릇이라고 표현한 것도.
소리가 단지 소리가 아니란 것도.
흘러넘친다는 의미도.
어째서 그동안 내가 의식을 잃을 수밖에 없었는지도.
그걸로도 모자라 왜 공연이 끝나고 나면 기억을 통째로 날려버렸는지도.
전부 이해가 되었다.
용량초과.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내가 뿜어낸 에너지에 이끌려 사방으로부터 밀려드는 또 다른 에너지들이 몰려와 내 안에서 하나가 되면서 생겨난 부작용인 셈이다.
그것이 일정수준까지는 몸이 버텨내 주지만, 허용범위를 넘어가는 순간 그대로 붕괴. 아니 그전에 셧다운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좋다.
여기까진 납득이 된다.
사실 그동안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고.
문제는 그 해결방법이었는데…….
그 때문에 내내 두려웠었고 말이다.
한데 어째서 지금은 전혀 두렵지 않은 걸까?
오히려 설레기만 한다.
다시금 무대 위로 올라갈 시간만이 기다려지고 있을 뿐이었다.
***
만일 다른 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조금이나마 거칠게 뛰고 있는 가슴을 달래주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당장 여길 뛰쳐나가 무대 위로 난입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뜨겁게 달궈진 용광로에 간헐적으로 물을 뿌려주듯이 대기실 밖에서부터 흘러들어오는 노랫소리와 관객들의 함성이 금방이라도 날뛰려고 하는 음의 시공간을 진정시켜준 덕분에 간신히 견뎌내는 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초조하면서도 가슴 벅찬 시간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시간이 왔다.
-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여기서 노래 한 줌으로 금방이라도 꺼질 것만 같은 그들의 불씨, 희망을 살리기 위해 함께 모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모두들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봐주세요. 단지 시리아 난민만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세상에 많은, 소외되고 삶에 지친 이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관심을 보여주세요.
무대 위에서 들려오는 오프라의 말에 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말을 잘해서?
아니다.
진심이 느껴져서이다.
그 증거로 내 음의 시공간 안으로 흘러드는 그녀의 음성이 음표들처럼 특유의 파장을 보이며 더없이 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걸 또 내 안에 있는 빛들이 동조하며 한데 어우러지는 중이었고.
- 많이들 기다리셨습니다. 마지막 곡입니다. ‘우리의 노래가 이 땅 위에(Our song is on this land)’입니다!
소개와 동시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곧이어 스타디움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아마도 지금쯤 무대를 비롯해 공연장 전체가 암전으로 인해 어둠에 잠겨 있을 터였다.
- 지금 올라갑니다!
스탭의 지시에 따라 싱어들이 각자 배당되어 있던 대기실을 빠져나와 통로를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러곤 계단을 뛰듯이 올라갔다.
레이크헬이 연주를 맡았기 때문에 악기를 하나씩 차지하고 자리를 잡았고, 그 앞으로 콜린을 비롯해 43명의 싱어들이 약속했던 자리에 섰다.
물론 다 같은 무대에 선 것은 아니었다.
무대는 네 곳이나 되었으니까.
이제껏 북쪽의 무대만 개방된 채 콘서트가 진행된 것과 달리 마지막 곡은 십자형태로 만들어진 무대를 전부 활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들 팀을 나누어서 떨어져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그렇다.
이 자린 그런 자리였다.
단순히 관객들과 호흡하고 함께 노래하는 자리로만 끝나지 않는 것이다.
모두가 한가지 목적을 가지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러나 이 땅 어딘가에서 간절한 심정으로 도움을 바라고 있는 누군가의 작지만 강한 불꽃이 되어주기 위해서 모두가 노래한다.
그런 마당에 무대에 어디든 무슨 상관인가.
게다가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다.
무려 4만 5천의 관중들.
아니,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인들이 같은 심정으로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그 감정이 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둠 속에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속도로 차올랐고, 그 순수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인해 음의 시공간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나게 빠르게 확장되는 중이었다.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의 벽을 넘어선 느낌.
만일 이제까지처럼 나 혼자서 콘서트를 계속해서 이어갔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혹은 내가 즐겁기 위해서 즉 자기만족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양감이었다.
느낄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공연에서 쓰러지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확신한다.
당연히 공연 후에 기억을 잃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파아아아앙!
어둠 속에서 폭죽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팡! 파앙! 파아아아앙!
연달아 터지는 폭죽에 관객들이, 그리고 지금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전 세계인들이 환희에 차서 눈을 반짝이고 있을 때 조명이 커졌다.
팟!
십자 모양으로 만들어진 무대.
그중 북쪽에 있는 무대에서부터 연주는 시작되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둥!
거칠면서도 절로 가슴을 뛰게 만드는 드럼 음에 이끌려 연주자들의 악기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푸슈우우우우우우욱!
스모그가 솟구치며 조명빛을 받아 신비한 느낌을 더해주는 가운데, 4만여 관중이 함성을 터뜨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현란한 기타 음이 고조되다가 피크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 It does not seem to be invisible.
보이지 않는다고 보이지 않는 건 아냐.
베델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순간, 관객들이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떼창의 시작이었다.
동시에 내 눈앞의 시공간이 못 견디게 기쁘다는 듯 일렁였다.
그 순간이었다.
팟!
다시금 조명이 들어오며 서쪽 무대를 비췄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연주를 이어받은 또 다른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그와 함께 밥 데일런의 나직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 The sea lies on its side.
Although blocked by mountains and deserts.
바다가 가로놓여 있고.
산맥과 사막으로 막혀 있지만.
팟!
뒤이어 남쪽 무대에도 불이 들어오고, 그곳의 연주를 맡은 밴드가 악기를 연주한다.
- We can tell.
The songs we sing will reach them.
우린 알 수 있어.
우리가 부르는 노래가 그들에게 닿을 거라는 걸.
폴 매카트넌의 노래가 들리고, 이제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치기 시작했다.
푸슈우우우우우욱!
그 순간 스모그와 함께 내 머리 위로 조명빛이 떨어졌다.
그리고 레이크헬이 연주를 시작했다.
그 연주에 맞춰 나는 터질듯한 가슴이 되어 노래했다.
- Cause the sky we see is the same.
왜냐면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은 같으니까.
관객들은 이미 모조리 일어나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아,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눈앞이 온통 새하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마치 온 세상이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열정, 희망을 갈구하는 염원, 자기와 가족들이 아닌 다른 이들을 생각하는 그 간절한 소망들이 사방에서 흘러나와 눈앞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 빛들이 내게로 흘러들어와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그 순간 47명의 아티스트들이 일제히 노래하기 시작했다.
십자 형태의 무대 위에서,
각기 나누어진 네 군데 무대 위에서,
오로지 누군가를 위해 마련된 공연장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노래했다.
- We have to call.
Our song
Until our voices reach them
우리는 불러야 해.
우리의 노래를.
우리의 목소리가 그들에게 닿을 때까지.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무한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확장되는 음의 시공간.
이대로라면 세상에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동시에 떠올랐다.
이제껏 내가 지나쳐온 길들이.
천 년 노래방에 갇혀 있던 시간부터 가수가 되겠노라 고집을 부리던 시절까지. 그리고 그 후에 음반을 내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 그 와중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예은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서 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도 모르게 격앙된 표정을 어쩌지 못하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을 때, 바로 옆에 서 있는 콜린이 날 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말은 필요 없었다.
눈빛만으로도 느껴졌으니까.
그마저도 길지 않았다.
‘좋네.’
‘그래. 좋아.’
이미 가슴으로 느껴지는 상대방의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로 전해져 음의 시공간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 감정을 그대로 노래에 담아 내질렀다.
- If our song can be heard on this earth and become a seed.
우리의 노래가 이 땅 위에 울려 퍼져 하나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장담컨대 내가 이제껏 불러온 노래 중에 으뜸이었다.
잘 부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도로 가슴이 벅찬 무대는 없었다.
그 때문일까?
난 눈앞에서 음의 시공간이 무섭게 공간을 확장하는 걸 느끼며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한 기쁨 속에 노래를 부르는 중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 콰아아아아아앙!
관객석 한편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은.
갑작스러운 폭음에 연주는 중단되었다.
대신 들려온 것은…….
꺄아아아아아아악!
방금까지 부르던 노래 대신 내 귓가로 파고드는 그 끔찍한 비명과 신음들.
이제껏 찬란한 빛으로 넘쳐나며 확장을 거듭하던 음의 시공간이 순식간에 뒤틀리는 순간이었다.
“컥!”
입술을 비집고 피가 솟구쳤다.
“도, 도준!”
“킴!”
“도준아!”
귓가를 울리는 외침 속에서 나는 저만치 관객석에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시커먼 어둠이 음의 시공간으로 파고들었다.
끔찍한 느낌.
누군지 모를 이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크윽!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 고통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리고…….
눈앞이 번쩍하며 검게 물들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언제까지나 환하게 빛날 것 같던 빛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한순간에 날 덮쳐온 것은…….
시커먼 어둠이었다.
“도준아! 정신 차……. 누, 누가 좀! 의사! 의사를 불러! 어서!”
어렴풋이 들려오던 목소리도 바람결에 사라지고, 완벽한 정적 속으로 깊이 침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