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싱어-225화 (225/260)

# 225

#225. 자선 공연(2)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커졌다.

참여 아티스트만 47명.

1985년 결성되어 녹음했던 보다 두 명이 더 많다.

뭐, 사람 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거창하게 프로젝트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전면에 내세울 캐치프레이즈는 있어야 하기에 공연명은 ‘SINGING FOR SYRIA’로 결정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공연 수익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음원 수익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작곡작업에 들어갔다.

곡명은 ‘우리의 노래가 이 땅 위에(Our song is on this land)’.

작사는 밥 데일런이 맡았고, 프로듀싱은 폴 매카트넌이 직접 담당했다.

녹음일을 잡는 것도 큰일이었다.

공연장에선 각기 한 곡씩 부르기로 했지만, 이 노래만큼은 함께 부를 예정이어서 녹음 역시 모두가 모여 하기로 했다.

때문에 스케줄 문제 때문에 다들 난리다.

“베델은 나흘 뒤에나 가능하다네요.”

“멜리나는 아메리칸 갓 탤런트 녹화일과 겹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합니다.”

“오케이 밥과 폴에게 나흘 뒤에 가능한지 알아보고, 나머지 아티스트들한테도 확인 부탁해.”

회사 식구들과 브라이언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중이었다.

흠, 어쩌다 보니 음반 작업을 CDM에서 맡게 되면서 안 그래도 정신없던 회사가 더 바빠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녹음을 우리 집, 그러니까 찰리스 건물에서 한다는 점이었다.

쯧, 아무래도 이젠 포기해야지 싶다.

이게 어디 집이냐? 작업실, 아니 회사지.

차라리 어디 뉴욕시 외곽 고즈넉한 곳에 오두막이라도 한 채 알아보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근데 녹음실에 다 들어가려나 모르겠네요.”

“그래도 여기 시설이 가장 좋은데…….”

“도준. 아예 이참에 벽 터버리지 그래?”

얼씨구. 남의 일이라고 간단히들 말…….

“그러자. 그 돈은 우리가 댈 테니까, 아예 3층 절반을 녹음실로 바꾸는 걸로. 그럼 나중에 이런 일이 있거나 우리끼리 녹음할 때도 편하지 않겠어?”

레이크헬 멤버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제안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어째 감기는 느낌인데…….

아무래도 이것들이 은근슬쩍 여기에 자리를 잡을 생각인 듯한데.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쫓아낸다고 나갈 놈들도 아니고.

그럴 바엔 제대로 시설이라도 갖추는 게 낫겠지.

“난 모르겠다. 알아서들 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돌아서고 말았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아, 이왕 만드는 거 쟤들 연습실도 따로 만들어주면 좋겠네.”

저만치 서서 시종일관 눈을 빛내고 있는 리노와 나리를 가리키자, 디알로가 껄껄 웃어댄다.

“자식. 하여간 정은 많아 가지고. 걱정 마라. 집주인 허락도 떨어졌겠다. 일사천리로 진행해주지. 유진! 팀한테 연락 좀 해봐.”

“안 그래도 지금 전화하는 중이야.”

“크크큭. 그렇지. 우리가 또 이렇게 손발이 잘 맞잖아?”

뒤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들으며 어깨를 한차례 으쓱해 보였다.

뭐, 알아서들 하시고요.

난 콘서트 준비나 해야겠네요.

손을 들어 흔들며 4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자선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 밥 데일런과 폴 매카트넌 그리고 김도준의 주도하에 결정된 ‘SINGING FOR SYRIA’ 팀에는 레이크헬을 비롯해 멜리나뿐만 아니라 베델까지 참여한다. 사회는 오프라 완다가 볼 예정이며, 김도준의 열성적인 팬으로 알려진 캘리 제니퍼까지 초대손님으로 참석한다는 소식이다. 현재 김도준 작곡에 밥 데일런이 작사한 곡 ‘우리의 노래가 이 땅 위에(Our song is on this land)’의 녹음을 위해 참여 아티스트들이 속속 뉴욕으로 모여드는 중이며, 각자의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10시간 이내로 녹음을 마치기로 했다고…….

기사들이 속속 뜨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중이었고, 인터넷과 SNS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 역시 노벨상 수상자는 다르네요.

- 비틀즈스가 괜히 전설적인 그룹이 아니란 걸 폴 님께서 손수 보여주시는 중.

- 안 그래도 시리아 난민들 때문에 은근 마음이 안 좋았는데 잘 됐네.

- 와아. 김도준, 나보다 나이가 열 살이나 어린데 행동하는 걸 보면 내가 형이라고 불러야 할 듯.

- 주니 오빠, 다시 한 번 반했어요!

- 참여 아티스트만 47명이면 완전 역대급 아닌가?

- 베델이라니……. 콘서트 티켓 어떻게 구함?

- 응. 못 구함.

- ㅋㅋㅋ 장담하는데 티켓팅 3분 안에 매진된다에 손모가지 건다.

- 난 발을 건다.

- 난 목을 건다.

- 난 존슨……. 쿨럭.

더불어 IS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도 이어졌다.

신념도 좋고 종교도 좋지만, 무차별적인 테러도 그렇고 시리아 국민들을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그들의 강경한 태도에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었다.

덩달아 골치가 아파진 것은 이슬람 세력들이었다.

이슬람 세계의 한축을 이루는 시아파는 일찌감치 알자지라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고, 수니파 쪽도 곧바로 IS와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이로써 IS는 사실상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진 셈.

사방에서 조여오는 압박은 이제 단순히 물리적인 타격뿐만 아니라 명분에서조차 밀려, 이슬람 세계에서 버림받은 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UN 평화유지군과 미국, 러시아, 터키군을 주축으로 한 강맹한 군사연합이 물밀듯이 IS의 근거지를 향해 밀고 들어가는 중이었다.

TV에선 연일 전쟁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고, 그런 가운데 새로 개발된 전쟁무기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드론을 이용한 무인 공격 무기들을 이용한 획기적인 전술들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마침내 찰리스 건물에 이번 녹음에 참여하기로 한 모든 아티스트들이 모였다.

***

와, 집이 터질 것 같다.

아티스트 47명……. 거기에 그들을 수행하는 이들과 스탭들까지 포함하니 백 명이 훌쩍 넘는다.

뿐만 아니다.

건물을 겹겹이 에워싼 것은 뉴욕시에서 보내준 경찰들.

거기에 더해서 아티스트들이 직접 고용해 데려온 경호원들까지 포함하니 인의 장막이 따로 없다.

게다가 밖에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속속 도착하는 싱어들과 밴드의 이름을 외치며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이미 교통은 마비된 지 오래고, 어디가 도로인지 보도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안 그래도 소란스럽고 복잡한 걸로 유명한 뉴욕시가 시장처럼 변하는 건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오오! 이 건물도 이젠 역사에 남겠는데?”

“근데 찰리 배짱도 알아줘야겠지?”

“크크큭, 그러게.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가게 문을 여냐?”

그동안 찰리와도 제법 친해진 레이크헬 멤버들이 웃는 소리를 들으며 난 집주인으로서 게스트들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김도…….”

“꺄아아아아악!”

비명 한줄기가 들리는 순간,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한 명의 여자가 내게 달려들고 있었다.

적금발을 지닌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다름 아닌 베델.

이미 결혼도 한 걸로 아는데, 누가 보면 첫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인 줄 알겠다.

더구나 저간에 알려진 명성으로 보나 팬으로 보나……. 음, 팬은 이제 내가 더 많으려나? 아무튼, 갑작스럽게 내달려와 금방이라도 날 껴안을 태세인 그녀를 보며 화들짝 놀라고 있을 때였다.

“호호호. 베델! 오랜만이에요.”

날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멜리나였다.

현재 베캄의 부인이기도 한 빅토리안 베캄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걸그룹인 스파이스 레이디스의 전 멤버로서 이미 베델과는 상당한 친분을 가진 그녀. 멜리나가 나서주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베델에게 안길 뻔했다.

그러고 보니, 멜리나도 처음 날 보았을 때 비슷한 반응이지 않았나?

음, 여자들이라 그런 건가? 아니면 원체 그녀들이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걸까?

“멜리나! 이게 얼마만이에요!”

베델이 백인 특유의 감성적인 제스처와 함께 반가움을 나눈 것도 잠시.

곧바로 날 향해 시선을 던지며 꺅꺅거리기 시작한다.

멜리나와 함께.

아니 이곳에 모인 다른 아티스트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어라? 뭐지? 이 분위기는?

“킴! 어제 발표된 노래, 완전 내 스타일이에요!”

“와아! 이렇게 실물을 보니까 느낌 죽이네.”

“꺄아아악! 킴또춘이다!”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기……. 사진 좀…….”

“줄을 서시오!”

뭐냐? 제롬, 이 자식 요즘 한국 드라마에 푹 빠졌다고 하더니.

아예 내 앞을 가로막고서 왕을 등에 업은 내시 짓을 하고 앉았다.

한숨을 푹 내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더없이 좋았다.

격할 정도로 날 반기는 저들의 반응 때문이 아니다.

다들 나와 같이 노래를 부르는 이들이란 동질감? 그것도 노래방에 갇혀 있는 동안 주구장창 듣고 부르던 노래들의 주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서였다.

“저도 반가워요. 아, 사인요? 여…여기다 해 드리면 되나요? 등이요? 그건 좀……. 사진은 다 함께 찍죠. 어? 너무 많은데……. 나눠서 찍어야…….”

“줄을 서시오!”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극 중 인물에 빙의한 제롬의 외침을 들으며 난 결국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젠장. 몸에만 이상이 없으면 딱인데.

며칠 전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걱정이라는 핑계를 대고 건강검진을 실시했는데 어제 병원에서 결과가 나왔다.

한데 전혀 이상이 없단다.

의사가 날 더러 건강하다 못해서 어지간한 운동선수보다 낫다고 하는데 할 말이 없더라.

하아, 그러니까 결국 문제는 몸이 아니란 얘기다.

그 얘긴 곧 노인이 말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인 또다시 공연 중에 쓰러지거나 혹은 공연 후에 기억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제기랄, 나도 이젠 모르겠다.

생각해봐야 답도 안 나오는 걸 가지고 고민하고 있기엔 지금 눈앞에 닥친 일들만 해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무슨.

“자자, 시간이 얼마 없으니 바로 녹음 들어갑니다!”

놀랍게도 여기 모인 아티스트들 중 절반도 넘는 이들과 상당한 친분관계를 드러낸 브라이언. 그가 나서자, 다들 삼삼오오 떠드는 와중에도 스탭들의 안내를 받아 녹음실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돈을 얼마나 쏟아부은 건지…….

예전의 규모에 비해 세배로 넓어진 공간은 둘째치고, 사용된 자재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방음 시설은 완벽 그 자체였고, 원래 이곳에 있던 장비들에 더해서 두 배쯤 많아진 기계들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것도, 한눈에 보기에도 최신식에 비싸 보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돈 지랄이라고 한숨을 내쉴 정도랄까.

어지간한 스튜디오는 가볍게 뺨을 후려갈겨 줄 정도의 수준.

그러다 보니 베델을 비롯해 모두들 탄성 연발이다.

밥 데일런과 폴 매카트넌 역시 마찬가지.

심지어는…….

“다음번 음반 작업은 여기서 하면 좋겠군.”

“도준. 괜찮으면 여길 좀 빌릴 수 있겠나?”

두 사람의 반짝이는 눈을 보고 어떻게 거절할까?

내가 그러라고 대답하는 순간, 모두의 눈이 내게로 모아지는데…….

와, 장비에 대한 욕심은 다 같구나.

하긴 같은 노래라도 어디서 누구와 작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니 그럴 수밖에.

“저도 좀 부탁해요.”

“나도!”

“줄을…….”

언제 달려왔는지 제롬이 외치려는 순간, 눈치 빠른 유진이 그의 입을 틀어막는 걸 보면서 픽하고 웃고 말았다.

“1차로 각자 맡은 소절에 따라 각기 녹음하고요. 어느 정도 완료가 되면 다 함께 녹음하는 걸로 합니다.”

프로듀싱을 맡은 폴이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는 가운데, 음향감독으로 섭외된 스탭 한 명이 외치는 소리가 녹음실을 울리고 있었다.

후우,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

뿐만 아니라 기대감과 설렘이 교차하며 머릿속이 점차 하얗게 물들고 있었다.

내가 만든 노래를 전 세계에서 몰려든 아티스트들이 함께 부르는 날이 올 거라곤…….

감격스러운 상황에 뭔가 뭉클한 마음이 드는 가운데 마침내 녹음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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