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싱어-195화 (195/260)

# 195

#195. 서프라이즈 (1)

하루하루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누구도 성공할 거라고 생각지 않았던 교향곡 초연이 성공을 거두자 클래식 음악계뿐만 아니라 대중음악계까지 들썩거렸다.

다른 까닭은 없었다.

각계각층의 반응이 크게 나뉜 것이다.

반응은 둘 중 하나.

교향곡 자체에 대한 찬사는 둘째치고 클래식의 새로운 가능성에 무게를 둔 가치평가.

그저 단순한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콜라보레이션에 불과하다는 평가절하.

두 가지 의견이 대립했다.

대중들의 평가 또한 제각각이었고, 이젠 인터넷에서도 수시로 볼 수 있었다.

나를 두고, 아니 정확히는 내가 만든 음악을 두고 싸우는 모습을.

물론 많은 팬들과 음악계 인사들이 날 지지하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세상은 나 하나 때문에 꽤 시끄럽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참네. 그냥 듣기 싫으면 안 들으면 될 것을.

따지고 보면 음악이란 기호식품과도 같은 거 아닌가.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은 누가 강요한다고 해서 맛있게 느껴지는 게 아니다.

자꾸 먹다 보면 익숙해질 순 있어도, 대체로 처음 맛볼 때의 강렬한 충격은 그 음식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는 법이다.

어떤 면에선 음악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말로 설명하고, 말로 설득해야만 한다면 그건 이미 음악이 아니다.

그냥 듣는 순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부정적인 시각을 지녔든, 아니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든 간에 서로 간에 견해 차이를 줄이지 못하고 수시로 부딪히며 서로를 설득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김도준 앱은 꾸준히 신곡을 발표 중이었고, 그때마다 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더불어 현재 내 곡들은 서로 순위를 바꿔가며 빌보드 차트를 점령 중이었다.

그러기만 벌써 4주차였다.

뿐만 아니라 에단 3인방 역시 유명세를 타면서 새로운 음반 취입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오는 중.

거기에 이번에 공연한 교향곡에 대한 녹음 작업을 위해 회사와 CDM 그리고 뉴욕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삼자 간 계약을 맺었다.

조만간 음반 제작을 위한 녹음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너무 과열된 거 아닌가요?”

투덜거리는 건 아니지만, 불안한 눈빛이 되어 말하자 서류를 뒤적거리던 아저씨가 피식 웃으며 묻는다.

“글쎄. 이 정도는 이미 예상했던 아니야?”

“에이, 제가 뭐 점쟁인가요? 저 하루만 보고 살아가는 하루살이예요, 하루살이.”

“엄살은. 머릿속에 십 년 계획이 쫘악 세워져 있는 놈이.”

아이고, 우리 아저씨 날 너무 쉽게 보셨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하루하루가 살얼음 같다니까요.

자고 나면 달라지는 세상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구만.

농담이 아니다.

그때, 센트럴파크에서 교향곡 초연을 할 때 느꼈던 감각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

그래도 다행인 건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직 그릇을 깼는지, 키웠는지는 알 수 없어도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 생각하곤 했지만, 그러면서도 늘 불안한 상태였다.

“아무튼, 이건 좀 심했다.”

“뭐가?”

문서들을 다 정리했는지, 소파로 오며 묻는 아저씨께 핸드폰을 내밀었다.

기사 제목을 보더니 웃으신다.

[김도준 천하. 젊은 황제가 세계의 음악을 지배하고 있다.]

“확실히 과하긴 하네.”

“그렇죠? 하아, 또 안티 늘겠네.”

“왜 두려워?”

“아뇨. 그냥 그렇다는 말이죠. 팬들만 해도 얼마인데……. 저 이제 그 단계는 지났어요. 겨우 기사 한 줄에 일희일비하진 않아요.”

“그럼 됐지, 뭐가 걱정이야?”

“음……. 저, 아저씨.”

“……?”

“월드 투어 말인데요.”

“말해.”

살짝 망설이다가 물었다.

“조금만 더 있다가 하면 안 될까요?”

날 가만히 쳐다보시는 아저씨.

그러더니 손을 뻗어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신다.

그러곤 툭 내뱉으셨다.

“부담돼?”

“그건 아니고……. 조금만 더 준비하면 더 완벽한…….”

“팬들은 현재의 네 모습을 보길 원하는 거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

“뭐가 완벽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팬들에게서 네가 조금씩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을 빼앗지 마라.”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얘긴지 알겠어요.”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씨익 웃어 보이자 말씀하셨다.

“이제 슬슬 가봐야지?”

“우, 이건 완전히 두 집 살림하는 기분이라니까요.”

오늘따라 자꾸만 투덜거리게 된다.

아마, 아저씨 앞이라서 그런 걸 테지.

“야야. 아직 결혼도 안 한 놈이. 그럼 여긴 현지처냐?”

“어? 그거 너무 위험한 발언……. 여기 기자들이 알면 난리 날 걸요?”

“시끄럽고. 더 늦기 전에 얼른 가봐.”

“옙!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괜히 서두르지 말고. 조심해서 다녀와.”

걱정스럽게 날 바라보는 아저씨께 다시 한 번 웃어 보이곤 방을 빠져나왔다.

그러곤 마루 누나와도 인사를 한 후 고 팀장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꼭 무슨 홍길동이라도 된 거 같달까.

엊그제 한국엘 다녀온 거 같은데, 또다시 다녀와야 한다.

외할아버지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커피 광고도 찍어야 하고, N10 광고 후속작도 찍어야 하는데다가……. 무엇보다도 희주의 생일도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도 해외에서 돌아와 날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셨다.

“진짜 다행이라니까요.”

“뭐가?”

고 팀장님은 비행기에서 내린 뒤 수화물을 찾으면서 무심하게 묻고 계셨다.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이미 알고 있다.

그 속에 얼마나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는지는.

“방송 스케줄이 없는 거만해도 어딘가 해서요.”

“넌 그런 거 안 해도 되니까 그렇지.”

“그래도 대부분 가수들이…….”

“대부분의 가수들은 뜨기 위해서 그러는 거지.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려고. 너한테 그게 필요해?”

“……아뇨.”

“뭐, 재미로 하겠다면 말리진 않겠다만.”

잠시 상상해본다.

준영이 형이나 이성원 형님과 방송을 하는 모습을.

즐겁긴 할 거 같긴 한데, 그랬다간 진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거 같았다.

픽하고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냥 밥이나 한 끼 먹는 게 낫겠네요.”

그러곤 말이 나온 김에 형들과 차례로 통화를 해 식사 약속을 했다.

그러는 동안 고 팀장님이 수화물을 전부 찾았고, 통과 의례처럼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공항을 빠져나왔다.

간간이 보이는 팬들과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적당히 대응해주면서 차에 오른 후 흡족한 미소를 해 보였다.

지난번보다 확실히 줄어든 팬들 때문이었다.

그때 내가 나섰던 게 효과가 있었다는 건데…….

그렇다면 나 역시 약속을 지켜야겠지.

“팀장님, 내일 팬 미팅 시간이 언제죠?”

“잠깐만.”

시동을 켜기 전 고 팀장님은 잠시 스케줄을 확인하더니 말씀해주셨다.

“5시. 강남 K 센터 A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팬들과 한 약속이었다.

입국 다음날엔 반드시 팬 미팅을 하겠다는.

될 수 있으면 지키고 싶었다.

“그럼 오늘은 스케줄 없는 거죠.”

“왜, 일하고 싶어?”

“절 죽일 셈이세요?”

고 팀장이 입가에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베어 물곤 운전대를 잡으셨다.

“출발한다.”

두 대의 차량이 우리 차를 앞뒤에서 호위한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

“아드으으으을!”

가타부타 다른 말도 없이 내 이름을 외치며 날 덥석 껴안은 어머니께서 볼을 비비며 격하게 반가워하신다.

아버지 역시 따뜻한 눈길로 날 바라보시며 기꺼운 웃음을 지어 보이셨고.

그 모습을 형 내외가 흐뭇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워낙 바쁘다 보니, 이렇게 한번 모이기도 힘들다.

그래서 그런가. 어째 예전보다 더 애틋한 느낌이었다.

“갈비 진짜 맛있네. 역시 우리 엄마 음식이 최고라니까!”

“호호호. 많이 먹어. 아가도 많이 먹고. 민준아, 뭐하니? 물이라도 좀 꺼내와. 새아가 목매겠다.”

“어? 그럼 안되지!”

쪼르르 달려가는 형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가 이내 형수를 바라보았다. 형수가 부끄러우신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반면 우리 어머닌 피식 거리며 형을 바라보고 계셨고.

그러면서 지나가듯 얘기하신다.

“자고로 남자는 제 마누라를 여왕처럼 떠받들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늙어서 대우받는다. 너희는 절대로 그러지 마라. 밖에선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면서 집안에서만 큰소리치는 못난 꼴은 보이지 마. 알겠니?”

제법 엄하게 말씀하시는 어머니께 얼른 대답해 드렸다.

틀린 말도 아니거니와, 그래야 좋아하실 테니까.

“지당하신 말씀입죠!”

“근데, 너 희주랑 약혼한다고 했다면서?”

“풉!”

하필이면 막 음식을 입안에 욱여넣고 있을 때 말씀하시는 바람에 뿜을 수밖에 없었다.

“에이, 더럽게!”

형이 짜증을 부리며 얼른 휴지를 가져와 형수만 닦아준다. 무슨 보물이라도 다루듯 조심스럽게.

그 바람에 형수는 민망하다는 듯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면서도 좋은지,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 모습에 뭔가 속이 살짝 꼬이는 느낌을 받으며 어머니께 대답했다.

“누, 누가 그래요?”

“네 외할아버지께서 그러시던데?”

“……아직 결정된 거 아니에요. 정 회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은 있지만. 만일 그랬다면 어머니랑 아버지께 제일 먼저 알려 드렸지 않겠어요?”

“호호호. 알고 있어. 엄마도 그냥 해본 말이야. 근데 어쩌니? 캘리인가? 걔도 너 엄청 좋아하는 거 같던데.”

다들 눈이 반짝거리는 게 느껴졌다.

형은 말할 것도 없고, 형수에 아버지까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민망하기도 하고 멋쩍기도 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머? 뭐하니 아들? 벌써 다 먹은 거야?”

“많이 먹었어요.”

“나가려고? 저녁 8시인데?”

“누구 좀 만나기로 해서요.”

어머니께서 뭐라고 다시 묻기도 전에 형이 끼어들었다.

“희주 만나겠죠, 뭐.”

아이고, 저 밉상.

꼭 저렇게 초를 쳐요.

“야, 오늘 집에 들어는 오는 거……. 끅!”

형수가 웃는 얼굴로 날 바라보시는데, 한쪽 손이 형의 허벅지 아래쪽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역시 형수가 최고다.

난 형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워 보이곤 방으로 들어갔다.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

아, 그전에 어머니껜 미리 말씀드렸다.

“재단 얘기는 내일 얘기해요. 그래도 되죠?”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재밌게 놀다 오렴. 희주 맛있는 것도 좀 사주고.”

***

마음 같아선 교외까진 아니라도 도심에 있는 놀이동산도 가고 대학로에서 연극이라도 한 편 보고 싶었지만, 아무리 내가 낯짝이 두꺼워도 그건 무리였다.

안 그래도 요즘 나 때문에 세상이 발칵 뒤집힌 마당에 그건 정말이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꼴이나 마찬가질 테니까.

하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갈수록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하는 수 없지.

나 혼자서라면 모르겠는데, 희주를 생각하면 그래선 안 되다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내가 나타나면 사람들이 모여들 텐데, 괜히 나 때문에 놀러 온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는 건 좀 아니잖아?

“좀 늦나 보네.”

집 근처 공원에서 희주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부르르르.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고 팀장님이셨다.

“무슨 일이실까?”

호기심과 함께 문자를 열어본 나는 그대로 굳고 말았다.

- 좋은 시간 보내는데 미안하다. 그래도 얘기는 해줘야 할 거 같아서. 내일쯤 정식으로 연락 가겠지만, 브라이언이 제안을 받은 모양이더라. 아메리칸 갓 탤런트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티아라 뱅크슨이 다음 시즌에 너더러 심사위원을 맡아줄 수 없겠냐고 했단다.

아메리칸 갓 탤런트?

이거 엄청 유명한 쇼 아닌가?

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미국인들이라면 누구라고 할 거 없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서 내가 심사위원을 한다고?

난 곧바로 고 팀장께 전화를 걸었다.

“자세히 좀 말해봐요. 진짜 티아라 뱅크슨이 나더러 심사위원을 맡아달라고 했다고요?

- 나도 자세한 건 잘 몰라. 근데, 듣기로는 거기 심사위원으로 있는 사이몬이 너랑 함께 출연하지 않으면 다음 시즌에서 빠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대.

사이몬?

아니 왜 여기서 사이몬이 나와?

아메리칸 갓 탤런트하면 사이몬, 사이몬하면 아메리칸 갓 텔런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사이몬이 그렇게 말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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