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싱어-166화 (166/260)

# 166

#166. 제가 뭐 아나요? (1)

새해 벽두부터 이런저런 일들이 있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안 그래도 외할아버지 때문에 살짝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는데 이번엔 코첼라 페스티벌과 빌보드 차트 진입이라…….

이야, 올해는 시작부터 버라이어티한데?

“언젠데요?”

- 아직 시간은 좀 있어. 4월이야.

아닌게아니라 시간은 많이 남았네.

그럼 일단은 오케이하고 생각해도 늦지는 않겠네.

아, 그전에 애들한테 물어보는 것도 잊으면 안 되겠군.

“저야 괜찮은데, 애들은 모르겠네요.”

- 그쪽은 이미 이쪽에서 연락했어.

하긴, 어떻게 보면 앨범을 내기로 한 순간부터 이미 걔들도 회사에 소속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뭐, 어디까지나 이번 앨범 한정으로 계약한 거지만.

“뭐라는데요?”

- 뭐라긴. 좋아들 하지. 이쪽이 다 민망할 정도로. 특히…….

특히?

- 에단인가? 꾹꾹 참는 눈치긴 한데, 엄청 좋아하는 게 통화로도 느껴질 정도더라. 귀엽기도 하지.

“뭐, 걔가 그런 면이 좀 있죠. 생긴 거랑 달리.”

- 호호호. 그렇더라. 아무튼, 그럼 너도 오케인 거지?

“제가 뭐 힘 있나요? 회사에서 하라면 하는 거지? 요즘 같은 불경기에 불러준다는 데가 있는데 안 가는 게 더 이상하잖아요. 흐흐흐. 벌 수 있을 때 벌어야죠.”

- 큭큭. 우리 도준이 한 살 더 먹더니 어른스러워졌네?

“누나, 저 이제 들어가 봐야 해서요.”

- 응? 어딜……. 아, 그래 어른들한테 인사 다니고 있겠구나. 알았어. 뉴욕으로 올 때 전화해.

현재 마루 누나는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채 뉴욕에 체류 중이었다.

그래도 신년인데 잠깐이라도 들어왔다가 가는 게 어떠냐고 말해 봤지만, 명색이 미국 지부장인데 그럴 순 없다며 이상한 데서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예. 고생하세요. 아, 그리고 냉장고에 야채주스들 넣어놓은 거 잊지 말고 드시고요.”

- 훗. 그래도 날 생각해주는 건 도준이 밖에 없네.

피식.

“그걸 이제 알았어요?”

마루 누나와 전화를 끊고 나서, 바로 희주네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니, 무슨 일이 파도 치듯 밀려와?

안 그래도 외갓집을 나오기 전 외할아버지께서 보이신 반응도 영 걸쩍지근한 데…….

흠, 다시 생각해보니까 진짜 찜찜하네.

그땐 외할아버지께서 살짝 삐치셨나 싶기도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건 또 아닌 거 같고.

혹시?

에이, 아니겠지.

설마 그랬을라고.

내가 몇 번이나 회사 일은 안 한다고 말씀드렸잖아.

우리 할아버지가 고집이 좀 세기는 하셔도 내가 하기 싫다고 하는 일을 억지로 시키질 정도는 아니다.

그렇긴 하지만…….

아이, 씨! 진짜 아니겠지?

이러다가 괜히 집안싸움에 끼어서 진흙탕을 구르는 거 아냐?

되도록 삼촌들 사이엔 끼고 싶지 않은데.

뭐, 그 싸움이라는 게 집안이 망할 정도까지 치닫는다면, 마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야 없겠지만.

아무튼, 집안문제도 그렇고, 새해부터 밀려드는 소식과 일들 때문에 머리가 살짝 아파져 온다.

아무래도 그 일은 미루는 게 나을까?

원래는 작곡을 이미 마친 교향곡을 니콜 교수님한테 보여주고 이런저런 일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면 좀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지 싶다.

쯧, 그래. 코첼라 페스티벌이 열리는 게 4월이라고 했지?

그럼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좀 더 생각해보자.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헝클어진 머릿속을 정리하곤 희주네 집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희주네 할아버지인 정 회장님을 비롯해 희주 부모님께 인사를 하자, 이내 식사부터 하잖다.

솔직히 말해서, 자리가 자리인 만큼 거북하기만 하다.

뭐랄까.

가시방석에 앉아 있다는 게 이런 뜻이란 걸 알게 됐달까.

까놓고 말해서 희주랑 단둘이……. 결국 둘만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어른들 몰래 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책임져야 할 만큼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식사 내내 어찌나 눈치가 보이던지.

특히 아무런 말씀도 없이 묵묵히 밥만 드시는 희주 할아버지, 즉 정 회장님 때문에 체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불편하기만 한 식사자리를 끝냈지만, 여전히 긴장은 풀 수 없었다.

정작 정 회장님과는 아직 얘기를 시작도 안 한 상황이었으니까.

“애미야, 지난번에 박 이사가 갖다 준 차 있지. 그걸로 좀 내오너라.”

희주 어머니께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곤 방으로 먼저 들어가시는 정 회장님.

나와 희주가 뒤따라 들어가려는데, 정 회장님이 묘한 눈빛으로 희주를 보곤 말했다.

“너까지 들어올 것 없다.”

“그, 그치만…….”

“어허.”

“……알겠어요.”

탁!

문이 닫히긴 전 빠르게 좁혀지는 문틈 사이로 주고받은 희주와의 시선. 불안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희주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뭐하나? 와서 앉지 않고서?”

조선 시대로 돌아온 듯한 착각이 들 만큼 고풍스럽게 꾸며진 방안의 사면을 꽉 채운 책장에는 장서가 가득 꽂혀 있어서 방안에 특유의 책 냄새가 가득했다.

그 한가운데 놓인 다탁 앞에 쭈뼛거리며 앉았는데도 정 회장님은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다탁 위에 서류가 들은 걸로 보이는, 두툼한 갈색 봉투만 놓아둔 채로.

뭔가를 생각하시는지 그저 눈만 감고 계셨다.

서류봉투라…….

저건 뭐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을 순 없었다.

것보다는 느낌상…….

젠장! 걸렸네.

하긴, 우리 할아버지도 눈치채신 일을 이쪽에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말이 안 되지.

S그룹이면 외할아버지의 D그룹하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세계적 기업인데, 정보 쪽으론 아예 비교조차 안 될 테니까.

어쩔까?

이쪽에서 먼저 다 털어버리고 갈까?

아니지.

그랬다간 괜히 남자 새끼가 쪼잔하게 일벌이고 나서 발뺌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까, 그래선 안 될 듯하다.

그렇다고 우리 아버지처럼 눈 오는 날 대문 밖에서 무릎 꿇고 있긴 싫은데.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거 같지도 않고.

그래도 다행이네.

눈은 안 온 상태라서.

춥기는 오지게 춥지만.

뭐, 상황이 이 모양이라 그런가 추운지도 잘 모르겠다만.

별의별 잡생각이 떠나질 않은 채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때였다.

문이 열리고 희주 어머니께서 손수 쟁반에 다기들을 올려 가져오셨다.

참 고우시네.

우리 어머니랑 막상막하다.

아니 좀 다른가?

얼굴도 얼굴이지만,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달까.

어머니가 좀 더 화려하고 똑 부러지는 타입이시라면, 희주 어머님은 어딘지 모르게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이시다. 전형적인 외유내강이 아닐지. 흠, 그러고 보니 희주가 어머닐 닮았구나.

어?

희주 어머님과 눈이 마주쳤다.

정 회장님 모르게 내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신 희주 어머님은 알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눈을 빛내셨다.

마치 ‘잘해요.’라고 말없이 응원이라도 하듯이.

아, 희주가 진짜 어머닐 빼다 박았네.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을 때였다.

희주 어머님이 방을 나가기 무섭게 정 회장님이 눈을 뜨셨다.

그러곤 대뜸 물으신다.

“어디까지 갔나?”

흠칫.

와, 돌직구.

무슨 대그룹 회장님이 말을 돌리는 법이 없어.

아니, 지금은 한 그룹의 회장이 아니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의 할아버지로서 이 자리에 있는 건가?

여하튼, 장난 아니다.

눈빛이.

뭔가 일렁이는 듯한 느낌이…….

여기서 말 한번 잘못했다가는…….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곤 대답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손만 잡고 잤어요.”

그래도 몰라서 키스 얘기는 쏙 빼고 에둘러 말하긴 했다만.

확 일그러지는 희주 할아버지.

뭔가 못마땅하다는 눈빛으로 날 빤히 쳐다보시다가 말씀하셨다.

“뜨드미지근하긴.”

말끝에 혀까지 차신다.

뭐야?

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거야?

“그래도 자긴 잤다는 거군.”

“그, 그야 그렇긴….”

와! 손 부들거리시는 거 봐.

저러다 한 대 치시겠는데?

본인도 이러다간 뭔가 사달이라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숨을 몇 번이나 들이 내쉬곤 그걸로도 모자라 찻잔을 들어 올리셨다.

달달달달.

아이, 씨! 뭐냐고. 공포 분위기 조성하는 것도 아니고.

손까지 떠시는 바람에 달그락거리는 찻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지고 있다.

젠장! 오늘 진탕 처맞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설마 눈 떠보니까 병원이더라…는 아니겠지.

입술을 잘근거리다가 엣다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내질렀다.

“희주랑 저 좋아합니다.”

뚝! 하고 떨림을 멈추신 희주 할아버지.

속을 알 수 없는 눈길로 날 쳐다보신다.

마치 내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 눈빛을 피하지 않은 채 다시 말했다.

“아직 알아가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계속하게.”

“그렇긴 하지만,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일 같은 건 없었습니다.”

“계속해.”

“그러니까, 어른들 속이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만, 그 점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

“……예?”

“계속해보게. 어디까지 하나 들어보게.”

음, 이거 뭔가 잘못 짚었다 싶다.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느낌인데?

날 노려보는 건지, 그냥 바라보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속내를 읽으려고 들여다보는 건지 모를 따가운 시선 속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저희 그냥 지켜봐 주시면 안 될까요?”

이쯤 되면 코웃음 소리가 들려올 법도 한데, 희주 할아버지는 우리 외할아버지랑 다르셨다.

외려 한층 더 진지해진 눈빛이 되시더니 가만히 날 바라보신다.

마치 내 얼굴을 뚫어버리기라도 할 듯이.

한데, 위압감이……. 장난 아니다.

역시 세계적인 그룹의 총수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그냥 시선만 마주하고 있는 건데도, 몸이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그렇긴 한데, 나…….

김도준이거든!

“약속할 수 있습니다. 희주……. 앞으로도 절대 함부로 하지 않겠습니다.”

이 정도 했으면 할 만큼 했잖아요.

그러니까, 좀 넘어가 주시죠.

그때였다.

희주 할아버진, 일순간 표정이 달라지시더니 한 손녀의 할아버지에서 거대 그룹의 회장님으로 돌아오셨다.

마치 이곳이 협상 테이블이라도 되듯이.

혹은 보고를 받는 회장실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이제까지와 달리 감정이라곤 없는 표정으로 날 대하시는 정 회장님. 그걸로도 모자라 담담한 어조, 아니 조금은 차가운 느낌마저 드는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여기 사인하게.”

아까부터 눈에 밟히던 서류 봉투를 내밀면서.

“예?”

“혹시 내가 계속 편하게 말해서 불편한가?”

“아, 아닙니다.”

“초면도 아니고, 우리 희주랑도 가까운 사이라 그러는 거니 이해해줄 거라 믿음세.”

이 양반이 지금 사람 가지고 노나?

서류가 한 다발은 들어 있을 거 같은 봉투를 내밀면서 뒤늦게 북을 치고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그런 얘길 하시려거든 이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하시던가.

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 때, 정 회장님이 찻잔을 들어 입가에 대는 둥 마는 둥 하시더니 눈짓으로 서류 봉투를 가리키셨다.

“뭐하나? 안 열어보고?”

쩝, 이거 왠지 낚인 기분인데?

뭔지는 몰라도 이 안에 들어 있는 게 평생을 두고 족쇄가 될 거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봉투에서 꺼낸 서류들.

“몇 장 안 되네.”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마흔 장도 넘어 보이는 구만.

근데, 이거…….

“등기부 등본인데요?”

“건축물대장도 있을 걸세.”

누가 그걸 모르나?

저도 눈이 있거든요?

더구나 법전을 통째로 외워버렸을 정도로 법률지식도 빵빵하고요. 게다가 저희 아버진 변호사……. 응?

“여기 주소가…….”

“짐작대로네. 우리 옆집이지.”

“…….”

“왜 돈 없나? 빌려줄까?”

농담인지, 진담인지.

웃음기라곤 1도 없는 얼굴로 물어오시는 정 회장님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다 나오려고 한다.

그러니까, 뭐야?

옆집을 사라?

이거 대체 무슨 의미인 거야?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 거겠지?

“공연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게. 서류들 보면 알겠지만, 옆집뿐만 아니라 인근 일대 빈땅들이랑 고택들도 있네.”

“무슨 말씀이신지…….”

“몇 년 전부터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서울 땅값이 요동치고 있네. 그에 비해 여기는 원래부터 땅값이 비싼 탓에 소폭 상승하는 걸로 그쳤지만, 성북동이 어떤 곳인가? 때가 되면 결국 여기도 크게 뛸 걸세. 뭐, 때마침 좋은 땅들이 나온 걸 내가 사려다가 자네 생각이 나서 주는 걸세. 모르긴 몰라도 자네가 직접 나섰다면 이 시세의 세배는 족히 줘야 했을 걸세.”

예. 예. 주신다니 고맙긴 한데.

돈은 제가 내는 거거든요.

이 정도 돈이야 저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아니, 정확히는 우리 어머니랑 샤오린이 가지고 있지만.

참네. 일산이며 판교며, 신도시란 신도시는 죄다 씹어먹은 양반이 좀스럽게 다 합쳐봐야 천 평도 안 되는 땅뙈기를 가지고 저리 말하는 걸 보니 진짜 우습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근데, 외조부께 안 배웠나?”

“예?”

“서류는 끝까지 봐야지?”

“그게 뭔…….”

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마지막에 슬그머니 끼워져 있는 광고 계약서.

그것도 전속이다.

무려 5년.

진짜 이 할아버지가!

나도 모르게 인상을 확 구기며 고개를 치켜드는데, 정 회장이 얘기했다.

“앞에 건 선물 축에도 못 드는 거고. 그게 진짜지.”

“……?”

“쯧, 최 회장님이 뵐 때마다 자신의 손자가 계속 노래만 부를 거라고 고집을 부려 안타깝다고 하시더니만, 사실이었나 보군. 계약서를 볼 땐 찬찬히 그리고 꼼꼼히 봐야지.”

무슨 얘기인가 싶어서 얼른 계약서를 확인했다.

그리고 놀랐다.

통이 크다.

진짜로.

이거 밖으로 새어나가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힐 정도로.

100억?

미쳤네.

순간,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렸다.

이거 대박이 아니라, 제대로 족쇄 차는 기분인데?

나도 모르게 눈이 가늘어져서 정 회장을 바라보는데,

아니라 다를까.

“사람 하나 집안에 들이는 게 보통 일은 아니지. 그것도 다 자네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거겠지만. 아무튼, 내 분명히 예물은 먼저 주었네.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네.”

“예물이요?”

이방에 들어선 후, 정회장님은 처음으로 웃으셨다.

“그럼, 희주 문제는 이걸로 매듭짓기로 하고.”

아니 그러니까, 이게 왜 희주 문제라는 거냐고.

내가 머리가 나쁜 편이 아닌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진짜!

그때 대뜸 날아든다.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얘기나 한번 해볼까?”

뭐야?

그럼 광고 계약서는 뭔데?

대체 무슨 얘길 하려고…….

눈을 치뜨자, 정 회장님이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띠신다.

“그런 표정 짓지 말게. 자네가 좋아하는 음악 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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