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
#164. 집안싸움? (2)
“하, 할아버지께서?”
정회장님이 왜?
의아하거나 놀랍진 않다.
그냥 쫄린다.
날 보자고 하신 분이 세계적인 기업, S그룹의 총수라서가 아니다.
희주의 할아버지라는 게 문제다.
끙. 진짜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나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설마 우리 섬에 갔던 걸 아신 건 아니지?”
- 그런 말씀은 없으셨어.
후우, 다행이긴 한데 그렇다고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지.
쯧, 그래도 진짜 책임질만한 일을 벌인 건 아니니까.
“지금 오라고 하셔?”
- 아니, 그건 아니고. 내일 오래.
“내일?”
“응. 따로 얘기할 것도 있고, 새해 인사도 할 겸 오라고 하시던데……. 미안해.
“아니, 네가 미안해할 건 아니고…….”
굳이 얘기하면 내가 미안해할 일이겠지.
원래 그런 법이니까.
남녀가 남몰래 여행을 가면, 결국 책임은 남자한테 있는 거니까 말이다.
아무튼, 마냥 피할 일은 아니다.
“내일 아침엔 외갓집에 가야 해야 해서 좀 그렇고. 오후에 찾아뵙는다고 말씀드려줄래?”
- ……괜찮겠어?
자세한 얘기는 묻지 않았다.
왠지 따지는 거 같아서.
그거야말로 진짜 치사하고 쪼다 같은 짓일 테니까.
“희주야.”
- 으, 응?
“나, 김도준이야.”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거라 믿는다.
잠시 말이 없는 희주.
얼마 후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처음보다 조금은 밝아진 음성이었다.
- 응!
“그래. 내일 보자.”
- 응.
전화를 끊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일 때였다.
“아들.”
힉!
깜빡했다.
상황이 어수선해서 착각하고 만 것이다.
나 혼자 있다고.
하아, 산 넘어 산이네, 진짜.
“예, 어머니.”
“얘기 좀 할까?”
“안…하면 안 될…….”
“새아가, 미안한데 잠시 자리 좀 비우마.”
내 대답 따윈 필요 없다는 듯 먼저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는 어머니셨다. 물론 아버지도 함께.
그 뒤를 따라 들어가는 날 형이 빙글빙글 웃으며 쳐다보고 있다.
딱 봐도 ‘꼬시다.’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흠,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눈을 가늘게 뜬 채 형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방문을 열었다.
***
맹세코 아무 일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럴 수도 없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지.
레이크헬 멤버들 때문에.
덕분에 확 떠올랐다.
그날 밤 일이.
막 분위기를 타며 희주랑 뜨거운 분위기가 이어지려는 찰나, 문이 벌컥 열리며…….
“도준! 우리 막 날인데, 파티……. 응? 쏘리! 하던 거 마저 해!”
마저 해…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예의는 밥 말아 먹었나.
아무리 개방적인 사고의 미국인이라도 들어오기 전에 노크는 좀 할 것이지.
에티켓이라곤…….
하긴 디알로한테 바랄 걸 바라야지.
아무튼, 기막힌 타이밍에 들이닥친 녀석 덕분에 한창 좋던 분위기는 깨진 지 오래였다.
후다닥 떨어진 우리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방을 나와야 했고.
그 뒤로 디알로를 필두로 해서 레이크헬 멤버들이 마지막 밤이니 밤새워 놀아야 한다면서 어찌나 성화던지.
뭐, 사실 그건 핑계고…….
아직은 선을 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라는 게 맞겠지.
아무튼, 그렇게 됐는데…….
물론 희주의 기습적인 키스까진 나도 어쩔 수 없었지만.
그걸 또 내 입으로 털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라,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을 때였다.
어머니께서 날 가만히 바라보시다가 천천히 다가와 날 끌어안으신다.
그러곤 말씀하셨다.
“잘했다.”
“……예?”
어리둥절하다.
뭐지, 이 반응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눈을 껌벅이고 있자, 어머닌 내 등을 토닥거리신다.
“엄만, 희주 좋더라.”
“…….”
“넌 모르겠지만, 희주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던지, 옆에서 보는 내가 다 안쓰럽더라. 그래, 잘했다 잘했어. 남자라면 할 땐 또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지.”
자, 잠깐.
“저, 엄마!”
나도 모르게 엄마 소리가 나온다.
그만큼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 거 아녜요.”
그리고 왜 형 때랑 달라?
난 등짝 스매싱이라도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 들어왔구만.
그래도 진짜로 일을 치른 건 아니라서 어떻게든 잘 설명하면 무사히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내 예상과는 완전 다른 반응에 어찌할 바를 모를 지경이다.
“호호호. 얘도 참. 아니긴 뭐가 아니니? 듣자하니 너희 두 사람, 지난 며칠간 함께 지낸 모양인데. 피 끓는 남녀가 섬에서 함께 지냈으면 말 다한 거지. 어머, 우리 아들 부끄러워하는 거 봐.”
미치겠네.
어머니, 저 그런 놈 아니라니까요.
게다가 형까지 과속한 마당에 저까지 그러면 남들이 어떻게 보겠냐고요.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애써 항변하려는 순간이었다.
“휴! 희주가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니? 걔가 그런 애가 아닌데……. 오죽하면 그랬겠냐고. 응? 너 설마 책임지지 않으려는…….”
얼른 손사래부터 쳤다.
“그래, 그래야 내 아들이지.”
그거랑 상관없이, 엄마 아들 맞거든요!
“진짜 아니라니까 그러네요!”
“부끄러워하긴……. 흠, 그건 그렇고. 그래서 엄마 아빠 몰래 여자친구랑 여행 다녀오니 좋았니?”
이렇게 물으신 어머니께서 방긋 웃으시더니, 손바닥을 쫙 펼쳐 휘두르셨다.
차진 소리와 함께 등짝에서 뼛속까지 스미는 고통이 작렬한다.
내 입에서 절로 비명이 터져 나올 정도로.
“사돈 쪽하곤 내가 만나보도록 하마. 이런 일은 차일피일 미룰 일이 아니니, 빠른 시일 내에 날을 잡도록 하마. 결혼까진 무리라고 해도, 정 안되면 약혼이라도 해야겠지.”
아버지! 뭐가 사돈이에요!
아니, 왜 아들 얘기는 귓등으로도 안 들으실까?
“아빠! 저희 그냥 섬에서 재밌게 놀다가 왔을 뿐이라니까, 그러네요.”
“어허! 난 너 그렇게 안 키웠다. 모름지기 사내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다. 그러니, 넌 잠자코 내가 하자는 대로 따르기나 해라.”
“그래, 도준아. 아빠 말씀대로 하렴. 요즘 희주 같은 애가 어디 있니? 그리고 이제 와서 말이지만, 너희 진짜 잘 어울려요. 호호호. 선남선녀가 따로 없다니까.”
아이, 씨! 아니라니까!
몇 번이나 말해봤지만, 씨도 안 먹혔다.
그렇게 정겨운 가족 간의 대화(?)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날 새해 아침을 맞았다.
매년 그러했듯, 오늘도 아침부터 서둘러서 외가로 향했다.
***
이미 회사 임원진들이 한바탕 난리를 치고 떠난 외가. 한데 손님을 맞아 음식을 하고 대접하느라 큰일을 치르신 큰어머니는 그렇다 치고, 어째 외가 식구들 표정이 묘하다.
분위기도 쌔하고.
뭐지 싶어서 눈치만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왔냐?”
작년에 뵀을 때보다 더 냉담하게 날 바라보는 큰 외삼촌과 달리 작은 외삼촌만이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네왔다.
“신경 쓰지 마라. 요즘 회사 분위기가 안 좋아서 그러는 거니까.”
“애한테 쓸데없는 소리 하기는!”
들으셨는지, 큰 외삼촌이 지나가며 한마디 하시는데, 작은 외삼촌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다.
“내일모레면 성인인데, 애는 무슨. 그리고 얘 혼자서 일 년에 버는 돈이 얼만 줄이나 알고 그럽니까? 솔직히 우리 애들이 도준이 반만 따라가면 좋겠습니다. 뭐, 꼭 돈이 아니라도 이만큼 제 앞길 알아서 헤치고 가는 녀석이면 더 이상 애라고 할 수 없지.”
음, 편들어 주시는 건 좋은데…….
어째 좀 기분이 그러네.
뭐랄까.
고래 싸움에 뭐 된 느낌이랄까.
“아녜요. 아직 멀었는데요, 뭘.”
“자식하곤. 작년에 보니까, 빌보드 차트까지 씹어먹고 있던데 뭘 또 그렇게 겸손을 떠냐?”
“씹어먹긴요. 1위 근방에도 못 가보고 미끄러졌는데요.”
“흐흐흐. 그래?”
작은 외삼촌은 날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시다가 은근히 물어오셨다.
“그럼 이제 슬슬 회사 일도 좀 하고 그러지 그러냐?”
농담인지 진담인지.
둘 다 아니겠지.
아마도 슬쩍 떠보시는 걸 테다.
그렇게 작은 외삼촌이 속내를 감추며 웃고 계실 때였다.
“제 할 일 하는 것만으로 바쁜 애한테 객쩍은 소리 하긴!”
호통소리와 함께 외할아버지께서 안방 문을 열고 나타나셨다.
하지만, 그뿐.
더 이상 말씀을 하시지 않으시고, 자식들에게 세배를 받는 외할아버지셨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삼촌들을 비롯한 어른들 뒤를 이어서 세배를 하는데, 외할아버지께서 형수한테 생각보다 정겹게 덕담을 해주신다.
외가고 친가고 간에 처음으로 맞은 손주 며느리라 그런가, 아니면 뱃속의 아이 때문인가.
아무튼, 싸늘한 집안의 공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형수에게 웃으며 얘기를 하시더니, 다른 손자들한텐 또다시 냉랭한 어투로 덕담인지 질책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으셨다.
그러곤 내 차례.
“도준인 잠시 따라오너라.”
꿈틀.
저만치서 큰외삼촌의 눈썹이 틀어지는 걸 보면서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질 않네.
이놈의 집구석은.
***
고개라도 내젓고 싶은 걸 참으며 안방으로 들어가자,
“앉지 않고 뭐하느냐?”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
평소와 달리 말대꾸하지 않고 할아버지 앞에 앉았다.
그런 날 빠끔히 쳐다보시던 외할아버지께서 불쑥 물으셨다.
“정 회장이 보자고 했다면서?”
아, 씨! 이놈의 동네는 진짜 비밀이 없어요.
아니 그새 다 퍼진 거야?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져서 얼굴을 찡그리자, 외할아버지께서 픽하고 웃으신다.
응?
화를 내시는 게 아니라 웃으신다?
뭐지?
“왜? 할애비가 화라도 낼 줄 알았더냐?”
“……매라도 맞는 줄 알았는데요?”
헛웃음을 흘리신다.
“매를 맞을 짓을 했어야, 때리든가 하지.”
“그래도 절 믿어주시는 건 할아버지밖에 없네요.”
“이놈아, 지금 내 말이 칭찬으로 들리더냐?”
“아니었어요?”
“됐다 이놈아. 앓느니 죽지.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 저놈 언제 다 커서 장가갈꼬. 죽기 전에 네놈한테서 난 아이 한번 안아보는 게 이리도 어려운 건지.”
갑자기 아이 얘기는…….
괜히 찔리게.
“아! 그러셨구나. 말씀을 하시죠. 그럼 제가 확 그냥…….”
분위기가 슬슬 풀어지는 거 같기에 농담 삼아 말했더니, 외할아버지께선 코웃음을 치신다.
“행여나 네가 그러겠다. 쯧, 사내놈이 여태 제대로 된 짝 도 없이 외지로나 떠돌고. 도장을 찍으란 놈은 안 찍고, 엄한 놈만……. 에잉!”
그 엄한 놈이 누군지는 말 안 해도 알겠고.
그나저나 외할아버진 날 왜 따로 보자고 하신 걸까?
설마?
아이 얘기하시는 것도 그렇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혹시 희주와의 일을 외할아버지께서도 아시는 건 아니겠지?
그때였다.
콜록콜록!
응?
생전 감기 한번 안 걸리시던 분이신데.
기침을 다하시네.
그것도 기침 소리가 영…….
그러고 보니, 안색도 그다지 좋지 않다.
작년에 미국에서 뵀을 때와는 또 다르다.
볼도 살짝 들어가신 거 같고, 입고 있으신 한복의 품이 넓어 크게 드러나진 않으시지만, 많이 야위신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짓씹었다.
그러면서도 뭐라 말씀을 못 드리겠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외할아버지 성격에 또 길길이 뛰실 테니까.
그저 바쁘게 눈알을 굴리며 할아버지 몸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이놈이! 지금 늙은이 희롱하더냐? 어딜 그렇게 훑어보는 게야?”
“아, 아뇨. 그냥…….”
“걱정 마라, 이놈아! 죽을 때 죽더라도 네놈 장가가서 애 낳는 건 꼭 보고 갈 테니까.”
아, 왜 자꾸 애 얘기는 하시는 거람.
잠시 말없이 가만있다가 불뚱거렸다.
“말씀을 하셔도, 꼭. 제 딸이 시집가는 건 보고 가셔야죠!”
픽하고 웃으신다.
“딸이면 예쁘긴 하겠구나.”
“아마 절 닮으면 예쁠 겁니다.”
“흥! 널 닮은 게 아니라 날 닮은 거겠지.”
조손 간에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은 뒤에야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긴 얘기도 아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셨다.
“오늘 분위기 봐서 알겠지만, 요즘 회사가 좀 어렵다.”
어라?
좀처럼 저런 말씀 하시는 분이 아니신데.
아니, 그러고 보니 내가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던가?
대체 회사가 얼마나 어려우면 저러실까?
그래서 저렇게 야위신 건가?
걱정이 앞서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마에 주름이 잡힐 정도였다.
그때였다.
“그래서 말인데, 광고 하나 찍어라.”
“…….”
헐.
“제가 광고 찍으면 좀 달라져요?”
잠시 할 말을 잃고서 외할아버지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무런 말씀도 없이 나와 눈만 맞추시던 외할아버지께서 뜬금없이 물어보신다.
“첫째랑 둘째랑 싸운다.”
그거야 익히 알고 있는 일.
그걸 굳이 내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뭘까?
의아해하고 있는데…….
“도준이 너라면 누구 손을 들어줄 테냐?”
참네. 싸움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잔뜩 걱정하고 있었더니만, 하신다는 말씀이…….
“꼭 누구 편을 들어야 해요?”
“무슨 말이냐?”
“두 분 다 제 삼촌이신데요, 뭘. 그리고 제 회사도 아니잖아요.”
“하면, 그게 네 회사면 어쩔 테냐?”
당연하다는 듯 말씀드렸다.
아니 되물었다.
“제 껄 왜 줘요? ”
내 대답 아닌 대답을 들으신 할아버지께선 갑자기 크게 웃으셨다.
그러다가 재차 물으신다.
기꺼운 눈빛으로.
“그래서 광고 찍을 테냐 말 테냐?”
와, 진짜 밀당 잘하시네.
예전부터 이랬다.
조금만 정신 놓고 있으면, 외할아버지한테 이리 끌려다니고 저리 끌려다니고…….
쯧! 속으로 혀를 차다가 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곤 말씀드렸다.
“저 몸값 비싼데요?”
나름 회심의 일격을 가한 건데…….
“그 몸값, 얼마면 되겠더냐?”
“부르는 대로 주기라도 하시려고요?”
코웃음을 치시는 외할아버지.
그러곤 하신다는 말씀이.
“못 줄 것도 없지. 어차피 회사 돈인데.”
“그 회사가 할아버지 거잖아요.”
“죽으면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닌데, 손자 용돈이나 듬뿍 주는 셈 치지 뭘.”
빙글빙글 웃으시는 외할아버지의 표정을 보건대, 뭔가 생각이 있으신 거 같은데, 그게 뭔지 당최 모르겠다.
결국,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회사에 얘긴 해야겠지만, 찍을게요.”
만족하셨는지 고개를 끄덕거리시는 외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뭐가 그렇게 좋다고 저리 웃으실까.
그렇게 조손 간에 정답게 웃음을 나누고 있을 때였다.
외할아버지께서 불쑥 물어오셨다.
입가에 개구진 아이들마냥 짓궂게 웃음을 매달으시고.
“그래서, 누가 먼저 가자고 했느냐, 여행은?”
“그건 희주가….”
말을 하다말고, 인상을 팍 구겼다.
외할아버지한테 말려들었다는 생각에 얼른 입을 다물었지만, 일은 이미 저질러진 후였다.
어째선지 외할아버지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떠오르는가 싶더니 얼굴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득의만만한 표정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