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
#159. 아직 멀었어요(3)
남태평양이라…….
돈도 많기도 하지.
대체 얼마나 많이 벌기에 섬을 통째로 샀다는 거야.
그럼 나도 계속해서 음반을 내고…….
안 되겠다.
계속해서 이런 생각만 하고 있다간 괜스레 간만 붓겠다.
머리를 흔들며 물었다.
“설마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겠지?”
“미쳤어? 그런 섬을 뭐하러 사? 다 있어. 차도 다니고, 사람도 살아. 크기가 작아서 그렇지 있을 건 다 있다구! 뭐, 공항은 없지만 작은 항구도 있고. 아, 경비행기 내릴만한 활주로는 있으니까 걱정 말고.”
대체 뭘 걱정해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대답했을 때, 디알로가 씩하고 웃는다.
“근데 호텔은 없다.”
“누, 누가 뭐래?”
미친 자식. 여기서 그런 말을 하면 어쩌자는 거야?
살짝 노려보자, 디알로가 빙글빙글 웃으며 덧붙인다.
“그래도 방갈로는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나도 안 궁금하거든!”
나도 모르게 버럭 하며 뭐라고 하려던 차였다.
테라스 문이 열리며 마루 누나가 들이닥쳤다.
“아즈마엘인가? 깼는데?”
“어, 그래요?”
서둘러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따가 다시 얘기하자.”
희주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이곤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
아즈마엘은 멍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날 발견하곤 눈을 크게 치떴다.
뒤늦게 자신이 여기에 온 까닭을 기억해낸 모양이다.
동시에 두통이 오는지 한쪽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인상을 썼다.
숙취인 모양인데…….
얼마나 마셨는진 모르지만, 술이 센가 보다.
저 정도면 난 아직까지 일어나지도 못했을 텐데.
젠장! 이젠 별게 다 부럽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두 달이나 함께 연주했음에도 아직 데면데면한 사이.
그럼에도, 묘한 교감이 오가는 사이.
그와 난 그런 사이다.
사실 그동안 아즈마엘이 다가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시하는 것도 아닌 기묘한 포지션을 취해서 그런 거였는데, 알고 보니 나한테 질투라도 느끼고 있었던 듯하다.
혹은 자괴감이라도 느꼈던가.
어느 쪽이든 긍정적인 감정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만일 내가 아즈마엘 입장이었다면…….
줄곧 전교 1등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전학생 온 놈한테 1등 자리를 빼앗긴 기분이랄까.
생각해보니까 짜증이 확 치미네.
역지사지라고, 이래서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하나 보다.
“혹시, 내가 폐를 끼친 건…….”
아즈마엘은 얘기를 하다말고, 말끝을 흐렸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상황은 인지한 거 같다.
자신이 뭐라고 했는지는 몰라도 나와의 사이에서 뭔가 있었다는 것쯤은 눈치챈 거겠지.
쯧, 나한테 한 말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쪽 팔릴까?
그렇지만, 이쪽도 황당했었다고.
그냥 확 말해버릴까 보다. 아까 아즈마엘이 나한테 했던 말들을.
됐다.
그랬다가는 진짜 접싯물에 코 박고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듣기만 했던 나도 이렇게 창피한데…….
“물이라도 한잔 드세요.”
어느새 희주가 한잔의 물을 내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아즈마엘은 마치 천사라도 보는 듯 쳐다보았고.
숙취가 장난 아닌가 보다.
무슨 물을……. 꼭 사막 한가운데서 구조된 사람처럼 마시네.
정신없이 물을 들이켜고 있는 아즈마엘의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내저으며 돌아섰다.
보아하니 오늘은 제대로 대화하긴 글렀다.
뭐, 상관없겠지.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나중에 천천히 얘기할 시간이 있을 거다.
***
자정이 넘어가자 파티는 슬슬 파장 분위기였다.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은 샤오린을 비롯한 몇 명이었다.
“미안해요, 도준 씨. 아침 일찍 중국으로 들어가야 해서요.”
“아뇨. 여기까지 와주신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데요.”
“호호호. 어쩜 저렇게 예쁘게 말할까. 제가 이래서 도준 씨를 좋아한다니까요.”
샤오린은 그사이를 못 참고 음식을 주워 먹으며 사진을 찍어대고 있던 실비아의 뒷덜미를 잡아챈 후 안가겠다며 버티는 그녀를 질질 끌며 떠났다.
곧이어 크리스티나와 조안나, 에단 등이 살짝 취한 모습으로 집을 나섰고.
남은 건 여전히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레이크헬과 회사 식구들. 그리고…….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어요?”
마가렛이었다.
“예? 아, 예……. 그러시죠.”
갑작스러운 제안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함께 4층으로 내려가면서 돌아보니, 레이크헬 멤버들에 둘러싸인 채 서 있는 아즈마엘이 보였다.
아까보단 한결 나은 모습이었다.
때마침 이쪽을 보다가 눈이 마주친 그는 뭔가 할 말이 있는지 몇 번인가 움찔거리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그를 디알로와 제롬이 살갑게 대하며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아즈마엘도 싫지는 않은지, 그들과 대화하며 간간이 웃음마저 짓는다.
하여간 저것들은 사교성 하나는 갑이라니까.
아마 아프리카 원주민들 사이에 데려다 놔도 엄청난 친화력을 발휘할 거다. 그러곤 금세 친구처럼 아니 가족처럼 지낼 놈들이다.
속으로 혀를 차며 발길을 돌렸다.
“가시죠.”
마가렛과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
“여기 말고 다른 곳은 없나요?”
손님들이 묵게끔 꾸며놓은 방으로 들어가려던 차에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는 되물었다.
“다른 곳이라면…….”
“괜찮으면 킴이 작업하는 곳 좀 구경할 수 있을까요?”
“…그러시죠.”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는 몰라도 구경 좀 시켜주는 거야 어려울 게 있을까.
그녀를 데리고 3층으로 내려가 녹음실을 비롯해 연습실까지 차례차례 보여주자, 마가렛은 시종일관 눈을 빛내며 즐거워했다.
특히 연습실 한가운데 놓여 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보곤 별처럼 눈을 반짝거리기까지 하는 그녀였다.
그러더니, 결국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밤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라서 자칫하면 주변에서 시끄럽다며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방음 시설이 워낙 잘되어 있었기에 그런 걱정 따윈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 역시 그걸 알기에 저처럼 태연하게 피아노를 치는 걸 테지.
음, 역시 피아노의 여제답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곡이라는 게 좀 이상하긴 했지만.
노래방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은 덕분에 어지간해선 내가 모르는 곡은 없다고 해도 무방한데…….
스스로 작곡한 곡이라도 되는 건가?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한참 연주를 하고 나서는 말했다.
“이 곡은요. 크리스티앙이 날 위해 작곡해준……. 아, 크리스티앙은 제 전 남편이에요. 아무튼, 그가 죽기 전에 절 위해 만들어준 곡이에요.”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가 건반에서 손을 떼더니 어딘지 모르게 아련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러곤 물었다.
“킴은 음악이 뭐라고 생각하죠?”
“예?”
난데없는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말았다.
아니, 그건 변명이고…….
사실, 요즘 들어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상황인지라 그랬다.
음악이라…….
좀처럼 대답이 나오질 않는다.
계속 머릿속에서 떠도는 단어만 있을 뿐.
그럴싸한 말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며 그녀를 속이고 싶진 않았다. 그건 나 자신을 속이는 것이기도 할 테니까.
“소리……. 아닐까요.”
내 대답에 그녀는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순간적으로 눈썹이 떨리는가 싶더니, 이내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것도 어째서인지 서글픈 느낌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던 것이다.
“크리스티앙이 그 얘길 들으면 좋아했겠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는요. 나와는 달랐어요. 세상을 보는 관점도……. 삶을 대하는 자세도……. 심지어는 음악에 대한 생각도요.”
“…….”
“그는 항상 음악은 그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죠.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도 했죠.”
사람이라…….
하긴, 음악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결국 사람이니까.
그러고 보면…….
난 음악을 뭐라고 생각하며 여태껏 노래를 해온 걸까?
잠시 딴생각을 하는 동안 그녀의 얘기는 계속되었다.
“그는 늘 말했죠. 틀린 사람은 없다고. 그저 다를 뿐이라고. 그러니까, 음악에 대한 취향도 단지 취향일 뿐이라고. 문화적인 차이란 그런 거라고 했어요. 그 어떤 음악도 우월적 지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있는 내게 그녀는 씁쓸한, 그러면서도 슬퍼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많이 싸웠죠. 그때만 해도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음악은 또 하나의 언어가 아닐까 하는…….”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크리스티앙은 ‘음악이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 보따리’라고 말하곤 했어요.”
“재밌는 표현이네요.”
“유쾌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떠올리기라도 하는 듯 애틋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다가 원래대로의 밝은 얼굴로 돌아와 날 바라보았다.
“킴.”
“……?”
“제가 보기에 당신은 이미 완성됐어요.”
순간 말문이 막혀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완성?
아니, 어딜 어떻게 보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의아한 눈빛을 해 보이자,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다시 얘기했다.
“기존의 음악이 가진 틀 안에서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에요. 왜냐면…….”
“…….”
“킴은 우리가 닿기 원하는 곳에 이미 이르러 있으니까요.”
“그, 그런…….”
여제라고 불리는 여자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눈동자에 확신을 가득 담아 던지는 말에 나의 마음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말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아뇨. 전 아직 멀었어요.”
옅은 미소가 입가에 그려지는 게 느껴진다.
나는 마가렛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
“좀 더 지켜봐 주세요.”
내 말에 그녀는 잠시간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요. 저의 시대가 저물어간다는 건 서글픈 일이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네요. 앞으로 당신이 어떤 길을 가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남겨진 시간들이 즐거울 거 같아요.”
마가렛은 손을 뻗어 내 뺨을 어루만지며 얘기했다.
“당신은……. 크리스티앙이 보내준 선물이 틀림없어요.”
볼에 닿은 그녀의 손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
다음 날 아침.
집주인처럼 안쪽에서 날 배웅하는 레이크헬을 보며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뭐냐, 그 꼴들은?
그나마 베릴은 반바지라도 입고 있지, 나머진 약속이라도 한 듯 파자마 차림이다. 특히 유진 이 자식은 머리에 수면모자까지 쓰고 있다. 고깔 끝에서 대롱거리는 털 뭉치를 보고 있자니 혈압이 솟는 것 같다.
하아, 내가 이러려고 이 집을 산 게 아닌데…….
이것들은 여기가 뉴욕에 마련한 지들 별장…. 아니 집인 줄 안다.
한숨을 폭 내쉬고 있을 때였다.
“쉬는 김에 푹 쉬고 와라.”
“여기 일은 걱정 말고.”
“그럼 다시 보는 건 한국에서 보는 건가?”
회사식구들이 잡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쿨하게 보내준다.
하긴, 희주랑 함께 가는 줄 모르니까 저러는 걸 테지만.
딱히 속이려고 하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창피해서 나도 모르게 혼자 여행 좀 다녀오겠다고 말한 게 이렇게 되었다.
거기에 희주가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유럽에 있는 친구한테 들렸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고. 이미 아침 일찍 공항으로 먼저 가 있는 상태다.
니콜 교수와 마가렛, 그리고 아즈마엘은 어젯밤 늦게 집에 돌아간 뒤였고.
“며칠만 쉬다가 갈게요.”
나도 모르게 멋쩍어져서 마루 누나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고 있는데, 그런 나를 디알로가 빙글빙글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남태평양이라든가, 섬이라든가 하는 얘기는 일절 입 밖에 꺼내질 않는다.
다행히도 나머지 레이크헬 멤버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거 같고.
쯧, 그래도 녀석의 입이 무거운 편이라 다행이네.
눈짓으로 디알로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는 돌아섰다.
그러곤 나름 쿨하게 건물을 벗어나 택시를 잡아타는데…….
뭐지?
이 찜찜한 기분은?
뭔가 낚인 듯한 느낌인데…….
에라, 모르겠다. 인생 뭐 있나? 일단 지르고 보는 거지.
“JFK 공항으로 가주세요.”
택시 운전사에게 말하곤 좌석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진짜 이래도 되는 건가?”
***
그로부터 12시간 뒤.
코나 국제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비행기 안에서 찌뿌드드하게 굳어 있던 몸을 풀며 밖으로 나왔다.
“오오!”
벌써 공기부터 다르다.
아직 섬까지 가려면 차를 타고 항구로 가서 배를 또 타고……. 하아, 생각만으로도 멀미날 것만 같다.
그런데도 이렇게 이국적인 정취라니.
옆을 보니, 희주도 마찬가지인……. 응? 근데 왜 두 볼은 발갛게 물들어 있는 거지?
나랑 눈이 마주친 희주가 부끄러워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에 그만 웃음이 나왔다.
“이러고 있다간 진짜 해지겠다.”
주뼛거리는 희주의 손을 낚아채 입국장으로 향하자, 두 볼이 더욱 붉게 물드는 얼굴. 난 속으로 다시 한 번 웃었다.
“디알로 설명대로라면, 두 시간은 더 가야 할 것 같은데 어쩔래? 여기서 밥 먹을까? 아니면…….”
“그냥 빨리 서, 섬으로 갔으면 좋겠어.”
“그래, 그럼. 빨리 가서 짐부터 풀고 쉬지 뭐.”
잠시 후 함께 공항 밖으로 나오자, 강렬한 햇살이 쏟아져 내려왔다.
와, 여기가 하와이구나.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와보긴 처음인데…….
여기저기 서 있는 야자수 하며, 색다른 건물들과 차들. 그리고 알록달록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걸친 사람들의 모습에서부터 느껴지는 정취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동시에 머릿속에 떠올랐다.
작렬하는 남태평양의 태양 아래 넘실거리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화려한 색의 옷을 입은 원주민들. 그리고 한없이 자유로운 영혼들이 밤낮없이 즐기는 천국 같은 섬……. 아니 섬들.
하와이에 왔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얼른 가자.”
서두르려고 희주의 손을 잡아당기는데, 알겠다고 대답하는 희주의 목소리가 잔뜩 상기되어 있다. 어쩐지 떨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응?
그래서 바라보니, 고개까지 푹 숙인 채다.
아, 그러고 보니 공항을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손잡고 있었구나, 우리.
피식.
그렇다고 이렇게 부끄러워할 것까지야.
귀엽기도 하지.
난 일부러 희주의 손을 꽉 잡고서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때였다.
띠링……띠이잉……띠리리링…….
묘한 음색의 악기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돌아간 시선. 그 시선 끝에 작은 기타처럼 생긴 악기를 든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우, 우쿨렐레네.”
희주가 더듬거리며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을 보았다.
새까맣게 탄 아이들. 열 살도 채 안 됐을 거 같은 소년 소녀들이 목에 꽃을 엮어 만든 목걸이를 하고서 우쿨렐레를 켜고 있었다.
그러면서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 아이들 중 하나가 물어왔다.
“니뽕?”
니뽕?
뭐지? 싶었을 때였다.
“항국?”
아, 어디서 왔냐고 묻고 있구나.
“우리, 한국인들.”
그러자, 아이들이 활짝 웃더니 소리쳤다.
그것도 한국어로.
“어서 와요, 여긴 꿈의 섬! 하와이에요!”
동시에 우쿨렐레를 켜며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하는 아이들이었다.
눈앞에서 알록달록한 꽃들로 만든 목걸이들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 와 닿았다.
아, 여기가 진짜 꿈의 섬이구나!
그때였다.
엉덩이를 흔들며 우리에게 다가온 아이들이 꽃목걸이를 희주와 내게 걸어주며 더없이 밝게 웃었다.
그러곤 말했다.
“오달라! 오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