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싱어-129화 (129/260)

# 129

#129. 결혼식(5)

말이 끝나도 전에 하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어디선가 박수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스타디움 전체로 번져갔다.

어?

왜 다들 일어나?

기립박수?

당황스럽다.

딱히 이런 의도로 결정을 내린 건 아닌데.

아, 물론 돈이 남아돌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분명 의도한 바는 있다.

그것도 두 가지나.

첫째는 이번 결혼식 축하공연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나누기가 애매했기 때문.

S그룹과 외할아버지께 뜯어낸 20억에 방영권을 팔아 챙긴 수익 등을 포함해 발생한 수익 30억 남짓.

그걸 어떻게 나눌까?

1/N으로 나누면 되나?

천만에! 그랬다가는 당장 구설수에 오를 거다.

모르긴 몰라도 레이크헬에게 10억은 주어야 할 거고, 나머질 다른 이들에게 나눠줄 수밖에 없는데 내 몫을 빼더라도 수아와 준영이 형 그리고 이성원 형님에게 가는 게 절반이 넘게 될 터. 그러고 나서야 남은 이들에게 떨어지겠지.

그나마도 소속사에 묶여 있으니, 사실상 가수들이 손에 쥘 수 있는 건 얼마 되지도 않을 거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좋은 일에 쓰는 게 백번 낫다는 판단이었다.

축복만 받아도 모자랄 결혼식에서 돈 때문에 싸우긴 절대로 싫었으니까.

애당초 수익을 생각해 참여해준 이들도 아니었고.

그래서인지 다들 내 의견에 동의……. 아니 찬성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좋아라 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형 때문이다.

정확히는 논란 불식.

남들이 우리 형제더러 재벌 3세라고 하건 말건 상관은 없는데, 제대로 하는 일도 없이 돈만 써대는 모지리 취급은 사양이다.

그래서 내 돈 40여억 원을 보태 100억을 투척하기로 결정했다.

많다고?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지금의 내 상황에선 돈이야 벌면 그만이지만, 한번 무너진 이미지를 다시 세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철저한 계산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랬는데…….

젠장!

가슴이 따끔거린다.

스타디움 안, 관객석에 물결을 일으키듯 일어나 박수를 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입매가 일그러지며 입술 한쪽이 자꾸만 실룩거렸다.

가슴도 답답한 게 꼭 뭘 잘못 먹다가 체한듯한 느낌.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러길 한참.

간신히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고 눈을 떴다.

그때까지도 끊이지 않고 들려오던 박수소리가 천천히 사그라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오늘 찾아주신 하객 여러분, 그리고 축하공연을 위해 먼 길을 달려와 주신 가수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보이곤 돌아섰다.

그러곤 무대를 내려오는 발걸음.

무거웠다.

뒤따르는 블루스톰은 상기된 표정으로 들떠서 떠들어대고 있었지만.

짝짝짝짝짝짝!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 준영이 형을 비롯해 레이크헬까지 박수를 쳐주었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곤 한쪽으로 비켜났다.

“도준아, 괜찮아?”

마루 누나가 슬그머니 다가와 묻고 있었다.

역시, 우리 누나네.

“저, 누나.”

난 누나와 구석 쪽으로 향하며 물었다.

“유니세프……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 줄 수 있어요?”

대답은 마루 누나가 아니라 뒤쪽에서 들려왔다.

“기부랑 지원 사업에 관심이 생기신 거에요?”

샤오린이었다.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리곤 말없이 바라만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샤오린이 배시시 웃어 보였다.

마루 누나도 뭔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내 손을 꼭 잡아주었고.

그제야 조금이나마 무겁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

- 이곳에서 벌어들인 돈을 포함해서 유니세프와 국경 없는 의사회에 각각 50억 원씩 총 100억 원을 기부하겠습니다. 오늘 출연해주신 모두의 이름으로.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도준의 음성.

VIP실에서 공연 실황을 지켜보던 이들은 갑작스러운 전개에 다들 탄성을 흘렸다.

“허허허. 정말 대단한 손자를 두셨소이다.”

정 회장의 말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눈이 빛나는 게 어딘지 모르게 욕심이 배어 있었다.

돈에 대한 욕심?

아니다.

사람에 대한 욕심이다.

충분히, 아니 넘치고도 남을 만큼 가진 그들이라도 언제나 목마른 부분이 바로 인재의 영역.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엔 쓸만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진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이들은 손에 꼽았다.

그리고 이들이 보건대 도준은 자연스럽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였다.

당연히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다들 최 회장을 보는 눈빛이 달라질 수밖에.

특히나 정 회장은 기껍다 못해서 진정으로 즐겁다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

밖에서 해맑은 미소와 함께 손뼉을 치고 있는 손녀딸을 바라보면서.

반면 최 회장은…….

‘허! 그놈 참!’

알고는 있었다.

통이 크다는 것쯤은.

하지만, 그거랑 이거는 다른 문제다.

돈이라는 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마물이기 때문.

아예 없을 땐 차라리 마음을 비울 수 있는데, 막상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탐욕이 움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게 돈이 많아지면, 그때부터 사람은 서서히 중심을 잃고 흔들리게 되어 있다.

1을 내주고 10을 챙기려는 심보는 그나마 약과다.

심지어는 만평도 넘는 땅을 살 돈은 있어도 세금 낼 돈은 없다고 울상짓는 부자들이 쎄고 넘쳤다.

우리나라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라, 세상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가진 놈이 더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니까.

그게 가진 자들이 지닌 속성. 인간의 물욕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보여준달까.

내 결혼식에 쓰는 비용은 몇십억 원이 들어도 상관없지만, 남한테 쓰는 돈은 몇천만 원도 아깝다는 건데, 지금 도준은 오히려 반대로 말하고 있었으니까.

100억 원.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동료들과 상의를 했건 어쨌건, 그걸 서슴없이 쾌척했다는 건 적어도 두 가지를 의미한다.

굳건하게 자기중심이 서 있다는 것.

그리고 버림으로써 얻을 줄 안다는 것.

이걸 흔히 이렇게 표현한다.

그릇이 크다라고.

그렇다고 자신의 손자가 아무런 계산도 없이 저러는 듯 보이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자신의 눈에는, 아니 이곳에 있는 회장들의 눈에는 아마 훤히 보일 것이다.

도준이 지금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어떨 때 보면 한 천 년은 굴러먹은 놈 같으니…….’

최 회장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기사 한 줄로 엉망이 될 뻔했던 판을 뒤집어엎는 걸로도 모자라, 아예 갈아엎고 새로 판을 짜버린 손자놈이 기특하기만 해서.

***

단 하루였다.

씨크릿걸즈의 멤버인 소연과 결혼하는 재벌 3세.

민준이 김도준의 형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인터넷과 SNS에 난무하던 욕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었기에 ‘그렇더라.’라는 식의 소문도 아니다.

요즘 말로 실화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들과 댓글이 그걸 증명하는 중이다.

[김도준, 이번 결혼식 공연 수익을 사회에 환원키로 결정.]

[자기 돈까지 더해 쾌척하는 김도준의 통 큰 기부.]

[김도준이 내놓은 100억. 어떻게 쓰이게 되나?]

[유니세프와 국경 없는 의사회, 김도준에게 감사하다고 밝혀.]

기사는 호의적으로 변했고, 어디에서도 재벌 3세에 대한 얘기 따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검에는 이미 도준의 이름과 기부, 결혼식 등 검색어가 올라가 있다.

항간에는 벌써부터 도준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댓글도 마찬가지.

- 역시 갓준인가!

- 미친! 100억이면 얼마냐?

- 강남에 아파트 10채는 살 수 있는 돈?

- 건 아니죠. 요즘 시세 장난 아님. 5채? 그 정도는 살 수 있을 거임.

- 강남이라고 다 강남이 아닌데……. 어디냐에 따라 다르겠죠.

- 큭! 와 닿지 않음요. 짜장면으로 계산해주시죠.

- 난 짬뽕.

- ㅋㅋㅋ 웃겨서 말도 안 나옴. 이거 다 쇼인 거 모르나? 돈 많은 것들이 돈으로 스캔들 묻으려는 건데, 다들 좋다고 난리네. 병신들.

- 병신아, 아무리 돈이 많아도 100억, 아니 김도준 따로 내놓은 돈만 따진다고 쳐도 50억은 절대 적은 돈이 아니란다. 그냥 배 아프면 배 아프다고 해라.

- 그러게요.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천만 원 가진 사람이 십만 원 기부하는 거랑은 좀 다르지 않나요?

-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봐라. 김또쭌, 하객들한테서 축의금 100원도 받지 않았다고 하잖냐? 그럼 저건 어떤 의미로 재능 기부인 거다. 근데, 거기서 더 나아가 100억 투척! 캬하!

여전히 악플도 달리곤 있었지만, 적어도 재벌 3세 논란은 불식……. 아니, 그냥 인정하고 있달까.

이 정도 돈을 기부할 정도라면, 재벌 3세라도 인정한다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결혼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준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제자리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

1부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대기실이 부산스러워졌다.

2부, 즉 예식이 곧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지금 오시면 됩니다.”

안내하는 여성을 따라가는 형의 모습이 왜 불쌍해 보이는 거지?

긴장한 모습도 그렇거니와 왠지 좋은 시절 다 갔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 흠, 이래서 결혼을 인생의 무덤이라고 하는 건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나로선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니까.

그래도 나라면, 그저 기쁠 것만 같은데…….

어깨를 한차례 으쓱거리곤, 지금 막 공연을 끝내고 내려온 이성원 형님께 고마움을 담아 인사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나 지났을까.

- 지금부터 예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장내에 계신 여러분, 자리에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침내 결혼식의 막이 올랐다.

***

고척 스카이돔은 스타디움답게 그 넓이가 절대로 작지 않았다.

건설된 부지의 연면적이 거진 2만 평에 달한다.

좌석과 부대시설을 제외하고 펜스 안쪽의 너비만 해도 가로세로 각각 99미터, 122미터다.

그 끄트머리에 마련된 무대. 즉 주례가 서 있는 단상까지 이어진 버진로드의 길이가 못해도 100미터란 얘기다.

거길 신랑 신부가 걸어간다고 생각하며 낄낄거리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니, 그전에 사회자의 멘트에 다들 웅성거렸다.

- 지금부터 신랑 김민준 군과 신부 강소연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여기까진 다들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 신부 입장!

“어?”

“뭐지? 사회자가 실수했나?”

“크크큭. 쪽 팔리겠다!”

강진수라면 나름 잘나가는 MC인데, 전국 아니 해외까지 방송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실수를 했으니, 얼마나 창피할지.

아마 오늘 밤 신랑 신부가 첫날밤을 치르는 동안, 강진수는 이불 킥을 하고 있을 거라고 다들 우스갯소리를 하며 낄낄거렸다.

그때였다.

딴 딴 따단…….

니콜 교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최명훈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가 웨딩마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신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체가 낮은 새하얀 2인승 오픈카를 타고.

순결을 상징하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소연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실시간으로 전파를 타고 있었다.

그제야 모두는 사회자가 실수한 것이 아니라, 식순 자체가 바뀐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버지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그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소연의 모습에 다들 탄성을 내질렀다.

딴 따다 따다다다다…….

그렇게 장엄하기까지 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속에 신부가 행진하고 있을 때였다.

하얀 종이가 스타디움의 하늘을 수놓았다.

이미 저녁이라곤 말하기 어려운 8시.

가을밤의 어둠을 몰아낸 강렬한 조명 빛 속에서 종이는 이미 종이가 아니었다.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며 흩날리는 꽃잎들.

환호성은 이내 감탄으로 바뀌었다.

버진로드를 중심으로 스타디움을 새하얗게 물들인 꽃잎들 사이로 행진하는 신부, 소연의 모습은 그 자체로 빛이 나는 듯했다.

누군간 여신이라고 나직하게 중얼거릴 정도로 그녀는 아름다웠다.

텅!

스타디움 한쪽의 조명이 꺼진 것도 그때였다.

고장이라도 났나 해서, 하객들이 웅성거리는 순간이었다.

텅!

텅!

텅!

의도한 바였다는 듯이 조명들이 차례로 꺼지며 스타디움 안은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였다.

그리고 오직 한 사람, 신부의 머리 위로만 쏟아지는 핀 조명.

어둠 속에서 아버지가 차를 모는 동안, 새하얀 웨딩드레스 차림의 소연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모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연예인이라지만, 저렇게까지 아름다웠나 새삼 느껴질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환상적인 모습이었는데…….

번쩍! 하고 관객석에서 플래시 불빛이 켜졌다.

누군가 무례하게 사진을 찍는 건가 싶었을 때, 핸드폰 플래시 불빛은 동쪽 관객석 전체로 번져갔다.

마치 파도를 타듯.

씨크릿걸즈의 팬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자리였다.

분위기라는 게 있다.

처음엔 씨크릿걸즈의 팬들만이 플래시 불빛을 켜고 있었지만, 어느새 그 빛의 파도는 전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

소연의 눈이 흔들렸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불빛들.

칠흑 같은 밤하늘에 박힌 별들이 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캄캄한 어둠 속에 홀로 남아, 두려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닌, 수많은 별들이 함께 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팬들이, 아니 이처럼 많은 이들이 자신의 결혼을 축복해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그때까지 미지에 대한 공포심을 은연중에 가슴에 안고 있던 그녀는 그제야 비로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렁그렁한 눈에서는 이미 물기가 가득 차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순간이었다.

전광판들이 일제히 켜졌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이는 다름 아닌 유나였다.

- 소연! 너만 시집가니까 좋아?

까칠한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그 속에는 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 기집애……. 진짜 행복해야 해? 내가 앞으로 태어날 우리 조카 생각해서 참는 줄이나 알아. 잘 살아! 알았지? 꼭이다, 꼬옥!

소연의 가슴속에서 뭔가가 울컥하더니, 이윽고 눈에서 흘러내린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이어지는 인터뷰 영상.

- 하아! 적어도 결혼은 내가 먼저 할 줄 알았는데……. 우리 리더, 그동안 말 안 듣는 멤버들 챙기느라 수고 많았어. 항상 애들이랑 나부터 배려해준 것도 너무 고맙고. 그러니까, 이번엔 다른 사람 말고 네가 행복해질 차례야. 축하해, 소연아. 아, 그리고 실장님이 구박할 때마다 탈주할 테니까, 그땐 모른척하지 않고 재워줘. 알았지?

은근 엉뚱한 부분이 있는 현아의 말에 소연은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 소연 언니, 축하해요. 그리고 그동안 고마웠어요. 흐윽…흑……. 사랑해요. 행복하셔야 해요.

막내 지연은 차분한 성격임에도 오늘따라 말이 많았다.

게다가 도중에 울먹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그런가.

소연 역시 눈물을 참지 못한 채 대답했다.

“응. 다들…흐윽…고마워! 지…진짜…잘 살게!”

옷에 달린 핀 마이크를 거쳐 스피커를 통해 나직하게 울린 그녀의 목소리에 스타디움이 한순간 조용해졌다.

그저 하객들 전체가 만들어낸 별들만이 스타디움을 밝히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소연의 아버지가 모는 차는 어느새 주례 앞까지 이르렀다.

그런데도 소연은 물론이고 그녀의 아버지 역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있었다.

이제는 다들 직감했다.

뭔가 더 남은 게 있다고.

아니나 다를까.

- 신랑 입장!

어두운 가운데,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회자, 강진수의 입가가 실룩거리고 있었지만,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왜?

팟! 하고 핀 조명 한줄기가 버진로드 초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명 아래, 신랑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의 시선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 신랑, 김민준.

그가 버진로드를 달리기 시작했다.

새하얀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백구두까지 신은 채로.

하늘로 떠올라 있는 색색의 풍선 백여 개.

그걸 꼬리처럼 매단 자전거의 페달을 밟느라 낑낑거리면서.

그런 그를 쫓듯 스포트라이트가 따라붙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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