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90. 오랜만이네요(2)
사실 의문이긴 하다.
코인에 대해서 뭔가를 알아낸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특히 엘리스 프레슬리가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해서 이제 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굳이 이처럼 미국까지 오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왜 하필 나인가?
어째서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난 걸까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그조차도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걸 알지 못한다면 평생 고민하면서 살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그전에 노인을 만나서 묻고 싶다.
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냐고.
“안내해줄 친구가 마중 나오기로 했다.”
디트로이트 메트로 공항을 경유해 테네시 맥기타이슨 공항에 도착하자, 고 팀장님이 하신 말씀이다.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을 때 고 팀장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를 나와 경호원들이 뒤따랐다.
“피곤하진 않냐?”
공항을 나서며 물어오는 고 팀장님.
“아뇨. 괜찮아요.”
피곤한지 어떤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오는 내내 잠이 들었다가 깨길 반복하는 동안, 내내 코인에 대한 생각만 하느라 솔직히 다른 생각은 하지도 못했으니까.
“어떡할래? 밥부터 먹을까?”
“아는 데 있어요?”
“글쎄. 검색 좀 해보면 되지 않을까?”
가만 보면 고 팀장님은 정말이지 문명의 이기에 최적화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나보다 핸드폰이라든가 SNS 따위를 잘 이용하는 것 같다.
하긴, 홍보팀장님이시니 당연할지도.
고 팀장님을 보면서 나 역시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기사를 보곤 깜짝 놀랐다.
“음원 1위네?”
계속 비행기 안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그동안 준영이 형이 부른 ‘섹시해서 미안해’가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음원 사이트 1위에 올라 있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젊은 층 사이에서 꽤 인기를 끄는 거 같다.
덕분에 실시간 검색서 순위에 준영이 형 이름과 노래 제목, 그리고 내 이름까지 올라간 상태.
거참. 그냥 장난삼아 한 일인데, 이게 또 이슈가 되네.
픽 하고 웃고 있을 때, 우리 앞에 SUV 한 대가 와서 멈춰 선다.
뭔가 싶어서 바라보니 덩치가 제법 큰 백인 남성 한 명이 내렸다.
그리고 고 팀장님께 아는 척을 해왔다.
고 팀장님 역시 반갑게 그 남자와 가볍게 포옹을 하는 걸로 봐선 꽤 친한 사이인 듯 보였다.
“오! 김도준?”
“안녕하세요. 김도준이에요. 근데, 저 아세요?”
“어? 모르나 보네? 요즘 라디오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어요. 이래 봬도 내가 팬······. 아, 사인 좀 부탁할 수 있을까요?”
“아! 사, 사인이요?”
당황한 나를 두고 차 안에서 종이랑 펜을 꺼내와 내미는 남자.
얼떨결에 사인을 해주자, 자신을 죠라고 불러 달라고 말하며 살갑게 날 대하던 그가 말했다.
“일단 밥부터 먹죠.”
죠는 간단하게 상황을 정리하곤 차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
그 시각 한국에서는 노준영의 신곡인 ‘섹시해서 미안해’가 가요계를 뒤흔드는 중이었다.
준영으로선 좀 민망한 상황이었다.
“예, 뮤직 스테이션을 사랑해주시는 청취자 여러분······. 채팅 창 좀 끄면 안 되나? 이거 방송이 안 돼. 방송이. 내가 진짜 신경을 안 쓰려고 하는데······. 하아, 내가 그렇게 춤을 못 춰? 이 정도면 잘 추는 거라니까 그러네. 뭐? 징그러워? 와, 세 치 혀로 사람 마음을 난도질하네. 나 참, 나라고 해서 이러고 있는 줄 아나? 아, 진짜로 만점 받을 줄 누가 알았냐고.”
아닌 게 아니라 채팅 창은 청취자들의 대화가 초 단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 형님, 춤 쩔어요.
- 말로만 싫은 거?
- 씨크릿걸즈 사이에서 완전 즐거워하던데.
- ㅋㅋㅋ 꽃밭에서 춤추는 마왕.
- 여보, 바람피우면 죽는다.
- 교주님, 이 기회에 신도들과 댄스파티 한번 열죠?
- 근데 숨 안 차요?
무섭게 올라왔다가 사라지는 채팅을 보다가 노준영은 낄낄거렸다.
“다들 잘 모르나 본데, 내가 이래 봬도 평소 운동 좀 하거든? 그리고 원래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또 잘해요. 그러니까, 그런 걱정들은 할 필요 없고. 오! 그래, 이런 반응 좋네. 도준이가 만들어준 노래가 좋긴 하죠? 진짜 그 자식은 못하는 게 뭐야? 이젠 하다 하다 댄스곡도 잘 만들어. 자, 그럼 2부 첫 곡으로 들어볼까요? 요즘 항간에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곡이죠? 노준영이 부릅니다. ‘섹시해서 미안해’······. 아, 뭐가 불만인데! 무슨 곡을 틀든 DJ 마음이지! 그냥 좀 들어!”
음악이 나오자, 또다시 난리가 난 채팅 창.
그걸 일일이 확인하며 즐거워하다가 노준영이 툭 끼어들었다.
한창 노래가 나오던 중이라, 피디마저 황당해 하는 표정이었다.
“아! 혹시들 아나? 지금 이 노래 음원 1위 했다는 거? 아니, 그냥 그렇다고. 왜들 화를 내고 그래?”
또다시 낄낄거리다 팔짱을 끼고는 눈을 감은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노준영이었다.
***
죠가 안내한 식당은 나쁘지 않았다.
내 입맛엔 조금 느끼하긴 했지만, 중국식과 일본식을 절묘하게 혼합한 퓨전 요리여서 먹을 만은 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움직일 때 걸려온 전
준영이 형이었다.
- 야, 진짜 미치겠다. 이 나이에 이게 뭐하는 짓인지.
“왜요? 잘 추시던데.”
- 춤이 문제가 아냐. 댄스곡······. 와, 이거 쉽게 생각했는데 장난이 아닌 거 같아. 특히 춤추면서 부르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는데······.
“어떤 노래는 쉬운가요?”
- 하긴, 그렇긴 하지. 근데, 넌 언제 오는데?
“왜요? 또 라디오 나오라고 하려고요?”
- 흐흐흐. 혼자만 고생할 순 없지. 너도 이 기회에 춤 한번 추는 거지. 어때?
“응? 로밍이 제대로 안 됐나? 잘 안 들리네? 여보세······.”
가차 없이 끊어버렸다.
어디서 날 끌어들이려고.
물귀신도 아니고.
픽 하고 웃고 있는데, 운전석 쪽에서 죠가 물어왔다.
“근데, 여긴 왜 오신 겁니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미국에 처음 오는 거라고 들었는데, 아니에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
아, 나중에 브라이언이나 콜린이 뭐라고 하려나?
가기 전에 한번 봐야 하나, 아니면 그냥 모른 척 돌아갈까.
그것도 고민되긴 하네.
“맞아요.”
“그러니까요. 대개 미국에 처음 오는 분들은 뉴욕이나 LA 혹은 그랜드 캐니언과 라스베이거스. 이런 데 가지 않나?”
관광이 목적이라면 그럴 테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충 둘러댔다.
“그냥요. 궁금해져서요.”
룸미러로 날 쳐다보던 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엘비스 때문에 왔다고 했죠? 하긴, 엘비스가 당신이랑 비슷한 구석이 있긴 하죠. 느닷없이 데뷔한 것도 그렇고. 그때까지만 해도 흑인 음악이 대세였던 대중음악계에 로큰롤을 들고 나온 백인도 그가 처음이었고.”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죠는 자기가 말해놓고, 스스로 납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쨌든 그레이스랜드에 가자니까 가보긴 할 텐데, 뭐 그다지 볼만한 건 없을 겁니다.”
“······.”
“아, 그리고 앨리사한테 얘기했더니 다행히 올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어? 앨리사라면······. 앨리사 마리 프레슬리 말하는 건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죠.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자, 내가 뭘 궁금해하는지 알겠다는 듯 말해준다.
“고가 말 안 하던가요? 제가 마이클 잭슨하고 일한 적 있다는 걸. 그땐 앨리사가 마이클 잭슨이랑······.”
아! 순간 떠올랐다.
앨리사 마리 프레슬리가 마이클 잭슨이랑 결혼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고 팀장님이 어째서 그렇게 자신만만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에도 죠는 계속해서 떠들어대는 중이었다.
요점만 정리하자면, 그는 예전에 마이클 잭슨의 에이전시 팀에서 일한 적이 있었고, 그때 앨리사하고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고 팀장님과는 예일대 음대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라고도 했다.
뭐, 고 팀장님이 중간에 다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그때도 고는 엄청났죠. 다들 문제만 생기면 고를 찾고는 했는데. 지금은 어때요? 요즘도 곡은 안 쓰고 컴퓨터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죠의 얘기를 듣는 사이, 차는 어느새 멤피스로 향하는 도로로 접어들었다.
***
멤피스에 있는 그레이스랜드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나는 죠의 안내를 받으며 저택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묘에는 그를 추억하는 팬들이 놓고 간 꽃다발과 인형, 엽서, 사진들이 놓여 있었다.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생전에 생활했던 응접실과 서재 등을 구경하곤 갤러리까지 보았다.
그의 사진과 수많은 음반들 그리고 수상내역들이 복도를 따라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보면서 나는 꼼꼼히 찾았다.
혹시라도 코인은 없는지, 혹은 단서가 될만한 사진이나 물건들이 없는지를.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집안 어디에도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부풀었던 마음은 어느새 가라앉고, 슬슬 기운이 빠지고 있을 때 죠가 때마침 저녁 식사를 하자고 권했다.
그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온 것도 그때였다.
“아, 앨리사! 예, 예. 알겠어요. 그럼 거기서 뵙죠.”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 그에게 물었다.
“앨리사라면······?”
“예. 생각하시는 그녀 맞아요.”
죠가 씩 하고 웃어 보였다.
***
도착한 곳은 그레이스랜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술집. 이른바 퍼블릭 하우스라 불리는 곳이었다.
그 앞에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100 HOUSE]
이름 참 묘하네.
“들어가죠?”
죠의 한마디에 정신을 차린 나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고 팀장님이 날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게 느껴졌지만,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걸음을 내디뎠다.
잠시 후, 술집으로 들어가자 영화에서나 볼법한 전형적인 미국 펍의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오래되어 보이는 실내.
장사가 될까 싶었다.
나는 한쪽에 놓여 있는 주크박스를 힐끔거리며 죠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이야, 죠.”
“아, 앨리사. 잘 지냈어요?”
돌아보니, 사진에서 본 여자가 바에 앉아 있다.
쉰이 조금 넘은 나이였지만, 여전히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는 백인 여자. 살짝 붉은 끼가 도는 머리칼이 잘 어울리는 그녀는 틀림없는 앨리사 마리 프레슬리. 즉 엘비스 프레슬리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었다.
“아, 이쪽이?”
“맞아. 엘비스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흐음. 싱어라고요?”
앨리사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김도준이에요.”
잠시 뭔가를 떠올리려 애쓰던 앨리사가 갑자기 소리쳤다.
“아! LONGING TIMES!”
그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중국······동영상 인상 깊었어요. 노래도 들어봤는데, 꽤 좋더군요.”
호기심이 사라지고, 호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제 이름은 알 테고. 근데,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하던데······.”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한국에서 인터넷 서핑 중 발견한 사진.
날 여기까지 오게 만든, 트럭에 몸을 기대고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확인한 앨리사가 중얼거렸다.
어딘지 모르게 아련한 눈빛이었다.
“이 사진······.”
본 적 있는 걸까?
아니, 인터넷에 올라와 있을 만큼 유명한 사진이니 그야 당연한 거겠고.
그렇다곤 해도 저런 눈빛을 보일 정도인가?
아니면 혹시······.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눈을 가늘게 한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달그락.
주머니에서 코인을 꺼내, 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순간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앨리사는 이내 죠와 고 팀장님에게 부탁했다.
“미안한데, 잠시 자리 좀 피해줄래요?”
두 사람이 알겠다고 하며 물러났다.
고 팀장님은 한차례 날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죠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맥주를 시키는 모습이었다.
경호원들도 내 눈짓에 저만치 물러서 있었고.
그제야 앨리사는 코인에서 눈을 떼며 바텐더에게 말했다.
“제임스, 여기 마티니 한 잔만 줄래요? 아, 두잔······.”
“아뇨. 전 아직 술은······.”
내 얘기를 듣기나 하는 건지.
앨리사가 얘기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네요.”
그녀는 코인을 만지작거렸다.
마치 잃어버린 조각이라도 되듯이.
“아주 어릴 때, 본 기억이 나요. 좀 작았던 거 같긴 한데······. 이 문양은 확실히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거랑 같네요. 제가 천사의 동전이라고 부르곤 했거든요. 그때마다 아버진 웃기만 하셨지만.”
그녀는 묘한 표정이 되어 날 바라보았다.
그러곤 물었다.
“알아요?”
“뭐···를?”
“원래 이사진······.”
“······.”
“아버지가 태워버리려 했다더라고요.”
앨리사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두려운 눈빛이었다.
그때, 달그락하며 내 앞에 칵테일이 놓였다.
제임스라고 불린 흑인 바텐더에게 고맙다고 고갯짓을 하자, 그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는 사이 앨리사가 술을 한 모금 들이켜곤 말했다.
“술이 문제였죠. 아니 술 없인 버티기 어려웠던 걸까요? 아버진 엄마랑 이혼하고도 알코올중독으로 몇 번이나 재활을 하고······. 그때마다 알 수 없는 얘기들을 했어요. 그리고 만든 게 바로 이 펍이였어요.”
한숨을 푹 내쉬며 그녀는 또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여긴요. 아버지가 만든 곳이에요. 바로 팔아버려서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이름이 헌드레드 펍이 뭐야, 헌드레드가.”
그녀는 뭔가 안타깝다는 눈빛을 해 보이며 계속했다.
“전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아요.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여길 오질 않았다는 게 믿어져요? 그럴 거면 뭐 하러 만든 건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엘비스가 아닌 이상은.
뭐가 그렇게 그를 힘들게 했었는지 알 방도는 없다.
그저 앨리사가 하는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시야가 흐릿한 게 초점이 잘 잡히지가 않는다.
눈꺼풀도 무겁고.
하아, 미치겠네.
옆에서 계속 떠들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취했······술이 약한······제임스···여기 물 좀······.”
윙윙거리며 들려오는 목소리.
귀찮고 짜증 난다.
“안 되겠······잠깐···있어봐요. ······사람들···불러······”
귀에다 대고 크게 외치더니 멀어지고 있었다.
후우!
한숨을 몰아쉬며 눈을 뜨려고 애썼다.
그때였다.
“그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더니······.”
응?
왜 바텐더가 한국말을 하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시선을 들었다.
제임스라고 했던가?
그 순간, 혀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쯧, 천 년을 배우고도 모자랐느냐?”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어, 눈을 부릅떴다.
제임스······아니 노인이 날 바라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