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싱어-86화 (86/260)

# 86

#86. 쉴 때가 더 바쁜 법이다(2)

하여간 사람 놀라게 하시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시다니까.

한숨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물었다.

“시험하시는 거에요?”

정답이었던 거 같다.

외할아버진 입가에 의미 모를 미소를 베어 문 채 대답하셨다.

아니 되물으셨다.

“왜 그리 생각하느냐?”

참네, 뻔한 얘기를.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깐 좀 당황했지만,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외삼촌들 계시잖아요.”

“계속해 보거라.”

“이미 지분도 넘기신 걸로 아는데요?”

“극히 일부지.”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래도 10%는 넘을 텐데. 극히···라는 표현을 쓰기엔 좀 많은 거 아닌가요?”

“호오. 그런 것까지 알고 있었더냐?”

“두 분 뒤에 늘어선 줄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죠.”

내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하신 말씀은 아니실 거다.

아무리 외가라지만, 사업가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옆에서 지켜본 것만 얼마인데.

게다가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며, 형이며 동생들도 죄다 재벌가 자식들이고.

그런데 그걸 모를까 봐?

후계구도가 정해지기 전 줄 세우기는 기본.

어차피 자길 따르지 않을 사람들은 미리미리 가지 치듯 쳐내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반대로 말하면 회사 임원들 입장에서도 누구 뒤에 줄을 서야 할지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회장님 되시는 외할아버지께서 천년만년 사실 것도 아닌데, 말을 갈아탈 때가 슬슬 다가오는 마당에 마냥 눈치만 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일 테고.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게 가능하려면 적어도 후계 싸움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 있어야 한다.

그 자격이라는 게 별거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선 계열사 몇 개는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어느 정도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데, 그게 외할아버지의 신임만 가지고 그게 될까?

천만에.

외삼촌들처럼 재벌 2세들과는 달리 맨몸으로 임원까지 올라온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회장님의 말 몇 마디만 믿고서 줄을 선다?

턱도 없는 소리다.

특히나 지금처럼 후계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에서라면 더더욱.

당연히 총알 없인 불가능하다는 거지.

그 총알이 뭐겠나?

자금?

뭐, 돈도 제법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긴 하겠지만 결국 돈은 돈일 뿐.

회사 내에서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건······.

지분이란 거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 지금 외삼촌 두 분께선 아마 각자 5%에서 10% 사이로 비등비등한 지분을 가지고 계실 터다.

어쩌면 더 가지고 계실지도 모르고.

“저 외할아버지 외손자예요.”

“그래서?”

“외삼촌 두 분이어서 싸우는 건 그래도 왕자의 난이라도 되겠지만, 제가 뛰어들면요. 콩가루 집안처럼 비칠걸요?”

외할아버지는 아무런 말씀도 없이 날 쳐다보았다.

그러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말씀드렸다.

“정말 제가 그러길 바라세요?”

“······.”

“아시죠? 저 할아버질 쏙 빼닮았다는 거.”

씨익.

“제가 싸움에 뛰어들면요. 그땐 힘없는 저로선 이판사판일 수밖에 없는데······. 그럼 난장판 되는 거 일순간이겠죠. 그런 진흙탕 싸움을 원하시는 거에요?”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만 계시는 외할아버지를 두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냥 못 들은 걸로 할게요.”

다시 한 번 웃어 보였다.

“전 그냥 사랑스러운 조카로 남고 싶네요.”

***

도준이 나간 후였다.

최 회장은 의자에 몸을 묻으며 물었다.

“들었지?”

대답은 서재 안쪽과 연결된 문이 열리며 들려왔다.

“마치 회장님 젊었을 때를 보는 거 같더군요.”

“흥! 무슨······. 난 저만할 때, 잔머리는 굴리지 않았다. 가로막는 건 모조리 박살 내고 나아갔지.”

“도준인 주위를 살필 줄 아는 아이니까요. 그만큼 단호한 면도 없잖아 있지만요.”

“그러니까, 아까운 거지.”

이 실장의 얘기에 최 회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배포만 큰 게 아니라, 머리까지 좋아. 하아, 왜 저놈이 딸년에게서 나왔을까.”

“김 변호사 피도 섞여 있습니다만.”

“말도 안 되는 소리! 저놈은 성만 김가지, 피는 최가야! 쯧, 어디 그놈한테다가 갖다 대!”

톡···톡···톡.

말은 그렇게 하지만, 씁쓸한 얼굴이 되어 책상을 손가락끝으로 두들기고 있는 최 회장이었다.

그러다가 이 실장에게 지시했다.

“듣기론 중국 계집애가 하나 붙었다던데, 그쪽으로 좀 파봐. 한가락 하는 모양이던데, 이참에 한번 보자고. 녀석이 주둥이 놀리는 것만큼 재주가 있는지.”

***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버지께서 은근슬쩍 물으셨다.

외갓집을 떠난 지 20분 만에 물어오신 참이었다.

뭐, 그 정도면 많이 참긴 하셨네.

“외할아버지께서 뭐라고 하시던?”

“용돈 좀 주신다기에 됐다고 했어요.”

“그냥 받지 그랬냐?”

아이고, 우리 아버지. 진짜 큰일 날 말씀하시네. 그거 받았다간 제 모가지 달아날지도 모르는데. 남의 일이라고, 아니 그건 아닌가? 아무튼, 알지도 못하시면서 너무 쉽게 얘기하네, 진짜.

“저 돈 많아요. 아시잖아요?”

“그래도 어른이 주시는 건······.”

“아버지.”

“······?”

운전대를 잡고 계시기에 돌아보진 않으셨지만, 움찔하신다.

그만큼 내 목소리가 지금까지와는 달랐기 때문이겠지.

뿐만 아니라 어머니께서도 살짝 긴장하신 눈치시다.

심지어는 형조차 눈알을 굴리며 굳어 있었다.

하여간 이런 눈치들은 진짜 빠르다니까.

“외할아버지께서 저더러 그러시더라고요.”

정적이 흐르는 차 안.

차가 나아가면서 부딪히는 바람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스물다섯 살까지만 노래하라고. 그러고 나서 회사로 들어오라시던 데요?”

보조석 쪽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집에서 가장 이쪽으로 민감한 사람. 어머니의 반응이었다.

아무리 여식이라지만, 역시 재벌 2세가 다르긴 다른가 보다.

뭐, 지금은 외할아버지께서 내치다시피한 상태라서 전혀 다른 집안이라고 해도 무방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방금 한 말의 진의를 알아채지 못하는 건 아닐 테다.

“어, 어떻게 한다고 했니?”

어머니 음성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뭘 어떻게 해요? 최대한 부드럽게 말씀드렸죠. 싫다고.”

진짜다.

그게 최대한 부드럽게 말씀드린 거다.

거기서 조금만 더 약하게 말씀드려도 외할아버지한테는 이빨도 안 들어갔을 테니까.

약간의 협박조이긴 했지만, 딱 먹힐 만큼만 말씀드린 거니 부드러운 거 맞지, 뭐.

“그···러니? 후우! 잘했다.”

어머니도 겁나긴 하시나 보다.

쯧,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안 되겠다 싶어서 말씀드렸다.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저 외갓집 재산엔 손톱만큼도 욕심 안내요. 그러니까, 두 분도 이제까지처럼 지내시면 될 거에요.”

당연하지.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벌 만큼 버는데, 뭐하러 그런 위험을 감수한단 말인가.

더구나 손에 피까지 묻혀가면서.

나는 시선을 돌려 하얗게 질린 얼굴이 된 형을 한차례 바라보았다가 이내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창밖으로 스쳐 가는 도심의 불빛들을 말없이 응시할 따름이었다.

***

골든디스크 시상식은 이틀간 진행된다.

2011년부터 쭉 그래 왔다.

덕분에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여길 와야 할 판이다.

일산 K 전시장에 도착하는 순간, 터지는 플래시 세례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러니까, 왜 상을 이따위로 나누는 거냐고.

아니, 당연한 건가?

예전처럼 음반시장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럼 음원 쪽만 상을 주던가?

요즘 음반은 팔리지도 않는데.

아직도 음반을 파는 데가 있긴 하나? 아, 대형서점에 가면 CD를 팔긴 팔더라만.

아무튼, 귀찮다.

10일에는 음반 부문, 11일에는 음원 부분.

이렇게 나눠서 상을 수여하는 바람에 이틀간 여길 와야 한다는 것이.

“찡그리지 마세요, 도준 씨.”

짙은 남색의 제법 세련된 드레스를 입은 누나의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아무리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한 거 아닌가?

뭐, 예쁜 편인 건 맞지만, 솔직히 화장 전과 후가 너무 다르잖아?

이건 무슨······. 화장이 아니라 변장이지.

“누구세요?”

화사하게 웃으며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있던 우리 작사가님께서 내 팔뚝을 있는 힘껏 꼬집어오신다.

끄윽.

절로 구겨지는 인상을 최대한 웃음으로 승화시키려 애쓰고 있을 때, 아저씨께서 입꼬리를 말아 올리시는 게 보인다.

재밌기도 하겠네요.

레드카펫을 밟으며 식장으로 들어갈 때, 누나가 말했다.

“자꾸 장난치지 마. 나 지금 엄청 떨린단 말이야.”

나 참, 자기가 상 받는 것도 아니면서.

“무대에 올라갈 때 넘어지면 안 돼. 아, 알았지?”

누가 들으면 누나가 올라가는 줄 알겠다.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론 고마웠다.

그만큼 날 생각해준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알죠?”

“······?”

“내가 누나한테 고마워하는 거?”

진심으로 말하자, 누난 울 듯한 얼굴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원래 골든디스크는 지상파에서 방송하지 않는다.

시청률 때문일 터다.

대신 후원사인 JTBS에서 생중계를 하는데,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면 잘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방송 5분 전.

“시청률 5%를 넘겼습니다!”

아직 광고가 흘러나가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계속해서 상승 중이었다.

“이러다가 지상파 시청률 나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

피디의 얘기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건 왜일까.

다들 한껏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그 모습을 본 피디가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후우! 김도준이 대단하긴 대단하네.”

그럴 만도 하다.

워낙 방송에 얼굴을 비치지 않는 김도준이었다.

그런 그가 이틀에 걸쳐서 방송에 나온다고 하니, 평소 골든디스크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까지 채널을 고정한 채 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청률은 끝을 모르고 치솟는 중이었고.

“피, 피디님!”

“왜? 또? 무슨 일인데?”

“시청률이······.”

“뭐야 떨어지기라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가 둑 터진 댐처럼 입술이 열렸다.

“시, 십 퍼센트?”

얼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을 짓는 피디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속해서 수치는 변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가능할지도.

어쩌면···이란 단어가 피디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

사회자로 나선 국민배우 안선우와 요즘 한창 잘나가는 여배우 김가윤의 재치있는 멘트로 시작된 시상식.

시상식은 여자그룹 베스트 퍼포먼스 상으로 시작되었다.

“축하드립니다! 씨크릿걸즈!”

환호 속에서 갈채를 받으며 앞으로 나간 씨크릿걸즈의 멤버들.

대표로 나선 소연이 마이크를 쥐고 소감을 말하다가 결국 목이 메는지 울먹거리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한다.

“······끝으로 저희에게 너무 과분한 곡을 주신 SIDE B······. 아니, 김도준 작곡가님께······흐흑······감사드립니다!”

이어지는 무대는 씨크릿걸즈의 공연.

당연히 수상 곡인 ‘CROSS’였다.

그렇게 포문을 연 시상식은 곧바로 이어졌다.

“남자 그룹 베스트 퍼포먼스상입니다.”

사람 애간장을 태우는 음악 소리와 함께 김가윤이 외쳤다.

“축하합니다, 올인원!”

이 곡 또한 도준이 SIDE B라는 닉으로 써준 곡이었다.

또다시 갈채가 쏟아지는 가운데 올인원이 수상한 뒤였다.

“자, 음반 신인상 발표하겠습니다.”

“그럼, 후보부터 보시겠습니다.”

몇 명의 이름이 호명되고 대형 스크린 화면에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다들 이미 알고 있었다.

누가 상을 받을지.

“김! 도! 준!”

박수소리가 시상식장을 뒤흔들었다.

그런 가운데 당당하게 무대 위로 올라간 도준.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도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서서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저씨, 팀장님, 누나 고마워요! 그리고 제 노래를 사랑해주신 분들께 이 상을 바칩니다.”

트로피를 들어 올리자 또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음반 인기상, 김도준.

아시아 인기상, 김도준.

베스트 R&B 소울상, 김도준.

글로벌 케이팝 아티스트상, 김도준.

1986년 1회 수상식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상을 싹쓸이한 일은.

안타깝게도 4곡만 실은 미니 앨범을 냈던지라 신곡 6곡 이상을 수록한 음반만 수상이 가능하다는 규정에 따라 음반 대상과 본상은 놓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대신 2일 차인 11일에 상을 휩쓸어버렸으니까.

음원 신인상, 김도준.

아시아 아이콘상, 김도준.

음원 본상, 김도준.

음원 대상, 김도준.

물론 본상을 수상한 건 김도준 외에도 9명이 더 있긴 했지만, 황당하게도 이들 중 절반이 김도준의 곡으로 상을 받았다.

제작자상 역시 김도준의 소속사 강혁수 대표가 받았고.

베스트 K팝밴드상과 베스트 OST상을 제외하곤 김도준이 받거나 김도준과 관련된 사람들이 수상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래서 그런가.

도준은 상을 받을 때마다 안 그래도 짧았던 소감이 점점 짧아졌고, 나중에는 결국······.

“고맙습니다.”

한마디로 끝내버리는 도준이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 순간 시청률은 무려 30%를 넘겨버렸다.

그렇게 지상파 TV를 압도하는 시청률이 나오는 순간,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 김도준, 표정 보소.

- 어째 갈수록 영혼 없는 소감이 되는 듯요.

- ㅋㅋㅋ 골든디스크가 아니라 도준디스크네.

- 봤냐? 갓준님의 포스! 이게 바로 본좌의 위엄이다!

- 장난 아니네요. 도준 오빠, 가요계를 평정해버렸네.

- 뭔 말이 필요한가? 그냥 클라스가 다른 거지.

- 근데, 솔까 규정 이상하지 않음? 4곡이라도 수준이 다른데, 음반 본상이랑 대상도 김도준 줘야 하는 거 아닌가?

- 규정이니까요.

- 그러니까, 그 규정이 이상하다는 거지. THE FIRST. 완전 명반인데. 그 정도면 규정 따윈 무슨 상관? 대상 받아도 충분하지 않나?

- 맞아요. 4곡이 전부 차트 진입하고 그중 1위만 몇 곡인데······.

기사들도 하나같이 김도준의 수상 소식을 알렸고, 골든디스크를 휩쓸다시피 한 덕분에 연일 화제가 되면서 음원 사이트에선 다시 한 번 음원이 역주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렇게 도준의 이름이 또다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점령했다.

***

김도준의 수상소식에 세상이 떠들썩한 가운데, 1월도 벌써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서서히 도준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고, 기온이 뚝 떨어져 본격적인 추위가 몰려오고 있을 때였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올해로 6년째 이어지는 라디오 방송.

저녁 7시부터 진행되는 뮤직 스테이션.

16년 경력의 베테랑 가수이며 DJ로서 상당한 입담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국내에서 열렬한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노준영이 결국 일을 벌인 것이다.

“오늘도 뮤직 스테이션에 채널 고정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자, 그럼 이제 1부에 이어 2부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만. 그전에. 다들 아시죠? 제가 소싯적에 공부 좀 하지 않았습니까? 아, 모르시나? 저 S대 나왔어요.”

가볍게 웃던 노준영이 계속해서 말했다.

“뭐, 학벌이 뭐가 중요합니까마는. 아무튼, 공부······. 참 힘들죠. 오죽하면 제가 다 때려치웠겠습니까. 그래서, 준비한 코너입니다. 공부하는 걸로는 이분을 빼놓을 수 없겠죠. 현재 여러분처럼 불철주야 공부에 매진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수험생 김도준 군을 모십니다.”

그의 소개에도 불구하고 인사는커녕 인상을 빡 쓰고 있는 김도준.

반면 웃음을 참느라 입술까지 실룩거리는 노준영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도준 군? 이거 보이는 라디오거든요? 인상 좀 펴죠?”

도준이 울컥했다.

“아, 형! 진짜 너무 하는 거 아녜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