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싱어-67화 (67/260)

# 67

#67. 기다리지 마(3)

좀처럼 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웠다.

누군가가 막아서기 때문은 아니었다.

공안들과 보안요원들이 양편으로 늘어선 채 인의 장막을 형성하며 공항 바깥까지 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걷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대체 몇 명이나 모인 거야?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 아니 함성인가?

“김도준!”

“김도준!”

“김도준!”

내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사람들.

공항 안을 가득 메운 채 외쳐대고 있는 이들의 숫자는 감히 헤아려보기조차 겁날 정도다.

수천, 아니 수만 명은 족히 될 거 같았다.

그들이 내 이름을 연이어 부르며 환호하고 있었다.

그 환호성에 이끌리듯 걸음을 내딛고는 있었지만, 이미 넋이 나간 나는 멍한 표정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날 보러 왔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가슴이 떨릴 정도다.

심장도 거칠게 뛰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어?

왜 이러지?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눈앞이 살짝 흔들리며 어지러움도 느껴진다.

처음엔 흥분해서 그런가 했는데······.

뭐지?

발이 잘 떨어지질 않는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기가 무겁다.

마치 날 압살하려는 듯 강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순간 저 많은 사람들이 전부 내 팬이라는 사실이 강한 압박감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젠장!

내가 겨우 이 정도에 움츠러든다고?

숨을 크게 들이쉬곤 발을 내디디려는 순간이었다.

아저씨가 내 옆에서 어깨를 잡아 오셨다.

어째서? 라는 눈빛을 보내자, 아저씨께서 어깨를 두드리셨다.

그러곤 눈빛으로 가리켰다.

오로지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손이라도 흔들어주지그래?”

웃고는 계시지만, 농담은 아닌 듯하다.

한데, 희한한 건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제껏 날 압박해오던 공기가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는 거였다.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선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시금 들려오는 함성이 어찌나 큰지 공기가 떨쳐 울리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가야지.”

아저씨의 음성이 귓가로 흘러드는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천천히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공항을 빠져나왔다.

***

베이징 시내를 달리는 리무진 안에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내게 마루 누나가 물었다.

“괜찮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믿기지가 않았다.

내 생전 저렇게 많은 이들이 모인 걸 보는 것도 처음인데, 저게 다 나 한 명 보자고 모인 거라는 게.

“익숙해져야 할 거야.”

그때 들려온 아저씨의 음성.

“네가 걸어가는 길은 그런 거다.”

알아듣지 못하고 물었다.

“무슨 뜻이죠?”

아저씬 맞은 편에서 내 눈 속을 들여다보듯 바라보며 다시 얘기했다.

“네 목소리가 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야. 그런 그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 마음이 시키는 대로 모여드는 거고. 거기엔 이름도, 국적도, 인종도 무의미하지. 그들이 만들어낸 길이 네 앞에 있을 뿐이야.”

대충 알 것도 같다.

비록 마음속 깊은 곳까진 와 닿지 않고 있었지만.

“그, 그런가요?”

나도 모르게 나직하게 중얼거렸을 때, 아저씨께서 옅은 미소를 머금으셨다.

“그 길을 걷느냐 마느냐는 오직 너한테 달렸다는 걸 잊지 마라.”

***

호텔에선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다.

콘서트 준비를 돕는다?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몇 명인지 가늠도 안 되는 사람들. 새까맣게 몰려온 인파가 호텔을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그나마도 공안들이 경계를 서고 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벌써 호텔 안으로 뛰어들었을 기세다.

그런 그들을 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야 내가 팬들을 보러 중국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났다.

“어때? 기분이?”

아저씨와 고 팀장님이 콘서트 준비 때문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 객실에는 나와 마루 누나 그리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남겨진 경호원들뿐이었다.

“얼떨떨해요.”

슬슬 해가 지고 있는 하늘은 석양이 드리워낸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하늘을 보면서 마루 누나에게 대답하자, 이내 미소와 함께 얘기하는 마루 누나였다.

“나도 이런 건 처음이라 잘은 모르겠는데······.”

“······.”

무슨 얘기를 하나 해서 누나를 바라보았을 때, 마루 누나가 씨익 웃어 보였다.

“설마 쫄은 건 아니지?”

움찔.

나도 모르게 눈썹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누가요!”

훗! 하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누나가 내게 다가오더니 앉아 있는 날 껴안았다.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런 가운데, 날뛰던 심장 고동이 서서히 안정을 되찾자 비로소 머리가 차가워졌다.

그때, 부드러운 누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원래 소리엔 형태가 없다고 하더라.”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 타이밍에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래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따지고 보면 말이란 건 그저 공기의 진동파에 불과하니까, 틀린 얘기는 아닐 거야. 근데, 그게 누군가에 닿아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을 전달하지. 신기하지 않아?”

흔히들 그런 걸 대화라고 지칭하지만, 지금 누나가 하는 얘기는 그런 뻔한 얘기는 아닐 터였다.

그래서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되물었다.

“지난번에 물었던 거랑 관련이 있는 건가요?”

이번에 광고 노래를 만들 때, 나보고 가사를 쓰라고 한 누나에게 물었더랬다.

가사라면 누나가 훨씬 더 잘 쓸 텐데, 굳이 내게 써보라고 하는 이유가 뭔지를.

그때, 누나는 그저 웃기만 했었다.

도저히 못 할 거 같다고 얘기했음에도 한번 해보고나 얘기하라고 했었지.

왠지 지금 하고 있는 얘기가 그와 관련이 있을 거 같아 물은 터였다.

싱긋이 웃어 보인 누나는 날 밀어내듯 떨어져 나가더니 창가 쪽으로 돌아섰다.

그렇게 등을 보인 채 누나가 얘기하기 시작했다.

“글이라는 건, 아니 말이라는 건 그저 수단에 불과해. 그걸 네가 알게 되길 바랐달까.”

“······.”

“안타깝게도 내 바람과는 달리 가사를 쓴 것은 네 형과 소연이었지만.”

순간, 미안해졌다.

그런 배려가 숨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때, 누나의 음성이 다시금 들려왔다.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어. 오히려 사과는 내가 해야지.”

“······?”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거니까.”

“그게 무슨······.”

“조금만 더.”

갑자기 꺼낸 노래 제목.

내가 이번에 중국어로 불렀던 노래.

느닷없는 얘기에 의아해졌을 때, 누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가사만 보면 초등학생이 쓴 줄 알 거야. 앞뒤도 없고, 맥락도 없지.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솔직히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니까. 근데, 그게 저들을 움직였어. 네 목소리를 빌어 노래가 되는 순간.”

“······.”

“왜일 거 같아?”

이 정도까지 얘기했는데,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

“내 진심을 알아준 거 아닐까요?”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던 걸까?

마루 누나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라······. 그래, 진심을 전하는 힘. 그건 별게 아니라고 생각해.”

창가로 한 걸음 더 내디뎌 유리창에 손을 가져다 대는 마루 누나. 손가락이 창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어루만지듯 부드럽게 하나의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 손길에 이끌리듯 눈길을 떼지 못했다.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도 그때였다.

“노래 가사가 한국어든, 중국어든······.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건 어차피 진심. 그 자체니까.”

뭔가 알 것도 같아서.

아니, 머릿속이 헝클어지며 간질간질한 게 손에 잡힐듯해서 다시 물으려는 찰나, 누나가 움직였다.

“아유! 이 땀 좀 봐. 도준아, 누나 좀 씻고 올게. 그래도 되지?”

내가 미처 뭐라고 하기도 전에 콧노래를 부르며 객실을 빠져나가는 누나. 그 등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생각 속에 빠져들었다.

***

밤늦은 시각. 객실에는 세 사람이 모여 있었다.

강혁수가 말했다.

“경합이 대단했다고 하더군. 127명이나 모였다고 하더라.”

“그럴 만도 하죠.”

고현우가 맞장구를 치곤 덧붙였다.

“여기 오기 전까지도 전화통에 불이 났었으니까요.”

“뭐, 이해 못 할 건 아니지.”

조마루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니까요. 전 솔직히 좀 놀랐어요. 소연이 그렇게 빛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니까요.”

당연하다는 듯 대꾸하는 강혁수였다.

“도준이가 만든 노래니까.”

“휴우 그래도 그렇지. 무슨 듀엣곡 하나 부르려고,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여가수들이 그 난리를······. 누가 보면 여왕이라도 뽑는 줄 알겠어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내젓던 조마루가 불쑥 물었다.

“그래서 누가 됐는데요?”

“도준이와 듀엣곡을 부를 여가수론 샤오린이란 여자가 낙점되었다.”

순간, 조마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걸로도 모자라 놀랍다는 듯,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왜 그러지? 뭔가 문제라도 있나? 알아보니, 제법 잘 나가는 배우에 노래도 곧잘 한다고 하던데. 뭐, 어떻게 봐도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이는데?”

강혁수의 물음에 조마루가 더듬더듬 대답했다.

“그, 그야 샤오린은······.”

“······.?”

“도준이······. 중국 팬클럽 회장이니까요.”

뜻밖의 얘기였던가.

강혁수가 눈을 크게 치켜떴을 때, 조마루가 설명했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샤오린이 가진 재산이 거의 재벌급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직 서른도 안됐다고 하던데. 그게 가능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그녀가 뜬 건 9년 전, 황후의 딸에 주연으로 출연하면서부터에요. 그 후 광고 몇 개 찍고 이래저래 모은 돈을 주식이랑 부동산에 투자했고, 그렇게 불린 자금을 당시 한창 불고 있던 벤쳐 붐을 타고 IT 업계에 투자했더라고요. 그중에 하나가 쟈오미고요.”

쟈오미라면 현재 중국 스마폰 업체들 중 세 손가락에 드는 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의 대주주란다.

한마디로 말해서 돈만 놓고 보면 중국에서 그녀를 넘어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거란 얘기.

“아마 재산만 따지면 중국에서 상위 1%는 될 걸요? 아, 그렇지. 지난번 도준이 생일 때도 그래요. 그녀가 아니었으면 제시간에 그 많은 선물들이 도착하긴 어려웠을 거에요.”

잠시 생각에 잠기던 강혁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혹시?”

조마루가 곧바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대로일 거예요. 아마 뒤에서 손을 썼겠죠. 얼마나 뿌렸는지는 몰라도요.”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차고 마는 강혁수였다.

“샤오린이라······.”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문뜩 떠올랐는지 물었다.

“도준인 어때?”

태연하게 묻고 있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의 심정을 모르지 않았다.

조마루도, 고현우도 강혁수가 걱정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증거로 강혁수의 눈빛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조마루가 농담이라도 하듯 툭 하고 던졌다.

“왜요? 걱정되세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자 조마루가 웃음기가 싹 빠진 어조로 되물었다.

“아시잖아요?”

“······.”

“자기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깨닫지 못하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거.”

그녀의 얘기에도 강혁수의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떠한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모습.

오히려 평상시에 무표정하던 고현우가 걱정스럽단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조마루가 다시 말했다.

“어차피 누구도 대신 넘어 줄 순 없어요. 그리고······.”

조마루는 눈을 반짝였다.

그런 채로 한없이 부드럽지만, 한편으로는 그 무엇보다 단단한 어조로 얘기했다.

“저 아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강해요.”

잠시 방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그걸 깬 것은 고현우였다.

“전 마루의 판단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가 할 일은 저 아이 앞에 꽃길을 깔아주는 게 아니니까요.”

한마디쯤은 할 줄 알았는데, 강혁수에게서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자 고현우가 계속해서 얘기했다.

“애당초 형님께서 저흴 불렀을 때, 저 아인 이미 빛나고 있었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전 절대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건 아마도 마루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요.”

좀 더 이어질 것 같던 고현우의 말은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다.

여운이 남는 얘기였지만, 그때까지 흔들리고 있던 강혁수의 눈빛은 점차로 안정을 찾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상시의 그로 되돌아갔다.

어느새 그의 한쪽 입꼬리가 추켜 올라가며 잔뜩 비틀어졌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씨익.

진득한 웃음을 흘리며 강혁수가 말했다.

이미 그의 목소리는 변해 있었다.

“녀석을 한번 믿어보자고.”

***

콘서트 당일.

중국 5대 도시 투어의 첫 번째 날 아침이 밝았다.

삼엄한 경계 속에 리무진은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인 궈자티위창에 도착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방에서 들려오는 함성에 절로 마른 침이 넘어갔다.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인지 스타디움 밖에는 정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문화국에서 동원한 공안들과 우리 쪽에서 준비한 행사요원들이 안간힘을 쓰며 막아서고 있었지만, 차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해서 아저씨를 바라보자, 아저씬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생각도 하지 마.”

움찔.

여차하면 밖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부탁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너한텐 소중한 팬들일지 모르겠지만, 우리한테 소중한 사람은 너 하나뿐이야.”

무슨 말인지는 알아듣는다.

다만······. 여기까지 왔는데도 표를 구하지 못해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먼발치에서도 날 보고자 몰려드는 사람들. 저들을 보고 있으니 안타까움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난 알고 있다.

여기서 내가 나서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게 뻔하다.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그들을 외면하는 수밖엔 없었다.

결국, 긴급 투입된 추가 인력과 함께 점차 길이 뚫리고 30분이 넘어서야 간신히 스타디움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콘서트를 시작하기 전에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였다.

문이 열리고 마루 누나가 들어왔다.

“준비됐니?”

더없이 밝은 음성이었다.

나는 가만히 누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말이 안 통해도 전해지는 게 있다는 얘기였죠?”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마루 누나.

“그럼 노래는요?”

“······.”

“수단인가요? 아니면······.”

순간, 마루 누나의 입가에 머금어진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인가.

아니, 이미 난 답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며칠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낸 결론.

노래는 마음을 잇는······.

“그렇군요.”

한결 편안한 안색이 된 나를 향해 마루 누나가 얘기하고 있었다.

“그래. 그러니까, 전하고 싶은 게 있으면 주저하지 마. 네가 먼저 다가가는 거야. 그들이 다가오길 기다리지 말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문을 열고 나가자, 행사요원들과 스텝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도, 고 팀장님도 날 바라보고 계셨고.

나는 걸음을 옮기기 전에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불렀다.

“아저씨.”

“왜?”

“지금 스타디움 안에 몇 명이나 있죠?”

“······9만 명쯤 된다.”

“그럼 저 밖에는요?”

말씀이 없으시다.

적어도 그 이상이란 얘기겠지.

모르긴 몰라도 몇 배는 될 거다.

지금 이 순간에 들려오는 함성만 들어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아저씨에게 눈을 떼고서 이번에는 스텝들에게 물었다.

“외부 스피커가 몇 대나 되죠?”

“정확히는 모릅니다.”

신경도 안 쓴 거겠지.

어차피 콘서트는 스타디움 안에서 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렇다고 저들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연결은 가능한 거죠?”

“그렇긴 한데···.”

“전부 연결해주세요. 그리고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에 켜두시고요. 가능하겠죠?”

얼떨떨한지 스텝들이 흔들리는 눈빛이 되어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피식.

아저씨가 웃고 계셨다.

그러곤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러자 스텝들 중 한 명이 다급히 말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주최 측에서 가만있질 않을 겁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에서 문제 삼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나는 차갑게 되물었다.

“그래서요?”

“······.”

“당신 눈에는 제가 여기 뭐하러 온 거 같나요? 중국 정부의 눈치라도 보러온 거 같아요? 아니면 돈? 아뇨. 전······.”

시선을 돌려 바깥으로 통하는 복도 끝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러 온 거에요.”

그 순간, 고 팀장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뭣들 합니까? 어서 움직이세요.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스텝들이 분주한 움직임으로 흩어지고 난 뒤, 나는 회사 식구들을 한차례 바라보곤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자박자박.

발소리가 한동안 이어지는 사이, 점차 통로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통로가 끝나는 시점에서 어마어마한 함성이 들려왔다.

가슴이 뛰고, 피가 끓는다.

그 함성 속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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