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싱어-65화 (65/260)

# 65

#65. 기다리지 마(1)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포털 사이트마다 내 이름으로 도배가 돼 있다.

신문들도 마찬가지.

국내 언론들이 대서특필한 건 말할 것도 없었고, 해외 언론들까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일제히 보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서방측은 흥미를 넘어서 놀라운 시선을 보이기까지 했다.

- 중국이란 나라가 지금에 와서는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지만, 폐쇄적인 성향이 강한 공산주의 체제를 근본으로 하고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중략)

여기에는 고도의 노림수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될 터다.

어째서 중국 정부가 김도준의 입국을 금지했다가 며칠 만에 태도를 바꿔 허가해줬는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요즘 들어 첨예해진 정치 군사적 문제로 말미암아 자칫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중국이 문화적인 측면 즉 김도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란 시장은 여전히 세계에 활짝 열려 있다고 선전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곽미영 기자가 쓴 기사였는데, 냉정하면서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른 신문들도 대부분 비슷한 논조였는데, 결국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요사이 국제적으로 곤란한 지경에 처한 중국이 나를 이용하려 드는 게 아니냐는 거였고, 말미에는 무작정 좋다고 달려들지 말고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부디 조심하란 얘기도 덧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로선 아무래도 좋았다.

다들 무얼 걱정하는지는 알겠지만, 지금의 내게 중요한 것은 내 생일을 축하해주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광장에 모여 촛불을 켠 이들. 그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뿐이었으니까.

비록 그것이 누군가의 눈에는 철없이 보일런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인터넷상에 올라온 중국 현지의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보면서 미소 지을 따름이다.

팬들은 내가 중국으로 갈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팬 카페를 중심으로 각종 커뮤니티에선 팬들 뿐만 아니라 내 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들까지 모여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그러면 된 거다.

정치를 할 것도 아니고, 그들이 날 이용하려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내면 될 뿐. 그저 호구취급을 당하는 것만 아니면 된다.

어떤 식으로든 팬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수 있게 된다면 나로선 충분하니까.

***

“괜찮은 거 같은데?”

형이 가져온 가사를 보곤 마루 누나가 한 말이었다.

조바심 가득한 얼굴로 기다리다가 그 얘기를 들은 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이, 뒤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씨크릿걸즈의 멤버들이 서로 손을 잡고 꺅꺅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네 명의 여자들.

막내인 지연을 제외하면 다들 스무 살을 넘긴 어엿한 성인들이다.

뭐, 지연도 올해 생일만 지나면 스무 살이라고 했고.

그런데도 하는 짓은 여고생들 같다.

무대에만 서면 섹시미를 뿜어내며 대중들을 열광시키는 걸그룹 멤버들이 저러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진짜 적응 안 된다.

“특히 민준이 가사가 참 좋은 거 같아.”

음, 이건 좀 놀랍네.

형에게 그런 재주가 있었다는 거야 그렇다 치고, 감정 과잉이라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새 그렇게 달라졌다니.

새삼스러운 눈으로 형을 바라보자, 형답지 않게 쑥스럽다는 듯 시선을 피하······지 않고 뭔가 잘난척하는 얼굴로 고개를 바짝 쳐들고 있었다.

그래, 사람이 바뀌면 안 되는 거지.

그럼 죽는다잖아.

그냥 철없는 형이 낫다.

저런 형이라도 오래도록 보고 싶으니까.

“와! 진짜요?”

“대박!”

“음, 난 좀 오글거리던데······.”

“저, 저······. 전 좋았어요.”

지연을 제외하곤 나머지 씨크릿걸즈의 멤버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형이 말했다.

“천재에겐 늘 시기가 뒤따르는 법이지.”

진짜 한 대 때려주고 싶은 표정이었다.

그런데도 씨크릿걸즈의 멤버들은 면박이라곤 주지 않고 웃음을 터뜨리며 형이랑 얘기하고 있다.

흠, 그새 많이 친해진 건가?

아니면 씨크릿걸즈의 멤버들이 원래부터 소탈한 성격들인 걸까?

어느 쪽이 되었든 나쁘지 않다.

게다가 차도식 매니저의 태도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달라진 거 같고.

형을 대할 때 예전처럼 막 대하지 않고 조금은 부드러워진 것 같달까. 아무튼, 나로서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말하면서 가끔 날 힐끔거리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자자, 이제 녹음해야 하니까 다들 나가. 아, 소연 씨랑 도준이는 남고.”

고 팀장님의 얘기에 소란스럽던 상황은 그대로 정리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녹음이 시작되었다.

***

‘망설임’이란 곡명처럼 가사는 단순하다.

이제 막 썸을 타기 시작한 남녀의 얘기.

첫눈에 반한 남자이기에 오히려 쉽게 다가가지 못한 채 망설이기만 하는 여자. 그런 여자의 마음이 조금씩 가슴으로 들어오며 천천히 그녀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한 남자.

둘 다 처음인지라 풋풋한 감정으로 서로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덕분에 난 죽을 맛이다.

사랑은커녕 여자 손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는데, 이런 감정에 면역이 있을 리가 없잖아.

한데, 소연은 이상하게 잘 소화하는 듯 보였다.

뭐랄까.

이전에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성숙하게 느껴지는 건 그저 착각인가?

속으로 의아해졌지만, 더 이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그럴 새가 없었다.

소연의 노래 실력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감정을 최대한 눌렀다고 해도 사랑 얘기다. 그러다 보니 자칫 오글거릴 수 있음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더해지자 전혀 그렇게 느껴지질 않고 있었다.

오히려 두 개의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며 순수하다 못해서 응원해주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사랑 얘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증거로 녹음을 마치고 나오자, 밖에 있던 이들이 다들 감탄한 눈으로 우릴 바라보았다.

“진짜 노래 잘하시네요!”

“감동이에요!”

“하아, 심장 떨려.”

나에 대한 칭찬도 있었지만, 소연에 대해 놀라는 이들이 더 많았다. 그만큼 뜻밖이었단 거겠지.

“대박!”

“솔로 하려고 우리 몰래 연습이라도 한 거야?”

“이거 보이지? 소름 돋은 거?”

“언니! 진짜 좋아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칭찬에 소연이 몸 둘 바를 모르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듀엣곡은 처음인데, 이거 꽤 괜찮은데?

반응도 나쁠 것 같지 않고······.

어쩐지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

사흘 뒤, 광고가 송출되었다.

그걸 회사식구들과 사무실에서 TV를 통해 지켜보았다.

광고 내용은 별거 없었다.

나와 소연이 주고받듯이 노래를 번갈아 부르는 동안, 화면에선 두 명의 남녀가 파주의 출판 단지를 배경으로 햇살을 즐기며 자전거도 타고 오솔길을 걷기도 하다가 벤치에 앉는다. 서로 조금 떨어진 채로.

손을 내밀면 닿을 만한 거리.

그 거리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쑥스러워하며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그때 여자가 수줍게 꺼낸 커피.

그걸 내밀고, 또 그걸 받고······.

두 사람이 함께 부른 노래가 들려오는 순간, 자막이 뜬다.

가사에도 나오는, 그래서 볼 때마다 내가 닭이 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문구가.

- 전하고 싶을 땐 망설이지 마세요.

비명을 내지를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TV 화면에선 어딘지 모르게 로봇처럼 딱딱하면서 어색한 몸짓과 표정으로 소연의 눈을 들여다보는 내가 보인다.

그러다가 그녀가 내민 커피를 받아들고, 내 눈에는 썩소로밖에 안 보이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는 순간 광고가 끝난다.

최종적으로 광고를 확인했을 때만 해도 저 정도 느낌은 아니었는데, TV로 보니까 느낌이 너무 다르다.

그렇게 감격 대신 민망함과 창피함으로 몸을 떨고 있을 때였다.

킥하는 웃음소리에 돌아보니, 마루 누나가 인터넷을 보며 웃고 있었다.

“뭐에요? 누가 욕이라도 하나 보죠?”

“전혀.”

“······그럼 그 웃음은 뭔데요?”

“직접 와서 봐.”

하라면 못할 줄 알고?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다가가 모니터 화면을 확인했다.

- 역시 김도준! 노래 정말 굳!

- 근데, 로봇? 크크크. 역시 신은 공평해.

- 와아! 소연이 저렇게 노래를 잘했나?

- 진짜 천상의 하모니네. 이거 완전 뜨겠는데?

- 뭔 소리예요. 음원 차트 진입한 지가 언젠데.

- ㅇㅇ 출시되자마자 6위로 진입. 이로써 음원 차트에 김도준 노래가 또 한 곡 또 늘었네요.

- 진짜 잘 부르네요. 두 사람 다.

- 궁합이 맞는 거죠.

- 윗분 미친 거 아님? 어디다가 찍어 붙여요!

- 다들 봤어요? 김도준이 커피를 받기 전 살짝 눈동자가 흔들리는 거? 저거 진짜 연기 맞아? 혹시 소연이랑 그렇고 그런 관계인 거 아냐?

촬영 당시에 한껏 얼어 있던 바람에 소연이 내민 커피를 제때 받지 못해 당황했던 것뿐인데.

그걸 두고 저렇게 해석하다니······.

아, 얼굴이 뜨거워서 도저히 자리에 못 앉아 있겠다.

슬그머니 일어나 연습실로 향하려던 순간이었다.

부르르르르.

핸드폰이 진동을 해서 확인해보니, 외삼촌이다.

“예, 삼촌.”

- 지금 광고 봤지?

“아, 예······. 안 그래도 회사 식구들하고 보고 있던 중이에요.”

- 반응 좋다고 하네? 하하하. 다 네 덕분이다.

“뭐, 공짜로 한 것도 아닌데요.”

- 너도 곧 알게 되겠지만, 세상일이란 게 돈으로 처발라도 안될 일은 안되더라. 아무튼, 진짜 고맙다.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고요.”

- 그래서 말인데, 잠시 나 좀 볼래?

“밥 사주시려고요?”

- 하하하. 하여튼 눈치는 빨라요.

“저 비싼 거 아님 안 먹어요.”

장난스럽게 말하자, 외삼촌이 받아치신다.

-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리라고 해도 그렇게 해주마. 그러니 얼른 나와. 아, K’C 호텔에 있는 식당 알지?

“벡스 말씀이시죠?”

- 오케이. 거기서 보자.

전화를 끊고 난 뒤, 회사식구들한테 먼저 간다고 얘기한 후 회사를 나섰다.

***

레스토랑에 도착해보니, 외삼촌이 먼저 와 계셨다.

“일찍 출발하셨나 봐요?”

“오늘따라 차가 안 막히더라고. 뭐 먹을래?”

“뭐든 잘 먹는 거 아시잖아요.”

“그럼 내가 알아서 시킨다?”

고개를 끄덕이자, 외삼촌은 직원을 불러 이것저것 시키셨다.

잠시 후 전채 요리부터 시작해서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난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음식들을 먹었고, 외삼촌은 가볍게 와인 한잔을 곁들이며 스테이크를 썰고 계셨다.

그렇게 간만에 외삼촌과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너 중국 간다며?”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걸 외삼촌이라도 모를 리가 없을 터였다.

“스케줄 조정 중이에요.”

“곧 가겠구나.”

아직 반도 안 먹었는데, 외삼촌께선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으신다.

음, 이쯤 되면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다.

뭔가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는 거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외삼촌께서 조금 망설이다가 말씀하시려는 순간이었다.

핸드폰이 울린다.

내 건 아니니까, 외삼촌 전화겠지?

액정에 떠오른 이름을 확인한 외삼촌이 흠칫 놀라더니, 급히 통화를 시작하셨다.

“아, 아버지.”

외할아버지 전화인가 보다.

그나저나 목청도 크시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 지금 어디냐?

“도준이랑 식사 중이었습니다.”

- 내가 뭐하냐고 물었더냐? 지금 어디냐고 물었지.

“아! 예. K’C 호텔, 벡스······.”

툭 하고 끊어지는 전

그때까지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계시던 외삼촌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날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오실 모양이다.”

“이렇게라도 뵈면 좋죠, 뭐.”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자, 외삼촌께선 싱긋이 웃으셨다.

그러곤 한동안 아무런 말씀 없이 식사를 하셨다.

계속해서 스테이크를 썰어 고기를 입에 넣어 천천히 씹고는 계셨지만,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시는 느낌이었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답은 간단히 나왔다.

현재 작은 외삼촌은 큰외삼촌과 그룹의 후계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하고 계신 걸로 안다.

아직은 추가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상태지만, 아무래도 장자인 큰외삼촌이 좀 더 유리한 것도 사실. 그러다 보니 작은외삼촌으로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실적을 쌓아야 할 터다.

당연히 내 손을 빌리고 싶으실 테고.

한데, 여기에 할아버지께서 오신다고 하셨다.

그게 뜻하는 바는 한가지뿐.

회사 차원에서 날 만나겠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할아버지께서 이미 외삼촌의 마음을 꿰뚫어 보신 거란 말이다.

그래서 마음을 접고 한발 물러나신 모양인데······.

역시 욕심을 쉽게 버리기 어려우셨던 거 같다.

한 20분쯤 지났을까.

외삼촌께서 불쑥 얘기하셨다.

“너 중국 가있는 동안, 경비 일체를 내가 지원하고 싶은데······.”

말끝을 흐리는 외삼촌.

역시나 우리 또는 회사라고 하지 않고 ‘나’라고 지칭하시는 외삼촌이셨지만, 안타깝게도 말을 채 끝내지 못하셨다.

“내 새끼, 중국 간다는데 당연히 경비는 내가 대야지.”

언제 오셨는지, 뒤쪽에서 외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날아든 음성에 놀라 돌아본 나는 이내 당황하고 말았다.

아저씨?

아니 왜?

할아버지와 아저씨가 함께 오신 거지?

“아저씨!”

“오셨습니까? 아버···회장님.”

외삼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할 때, 나는 나대로 의아해져서 아저씰 바라보았다.

그때 외할아버지께서 자리를 잡고 앉으며 말씀하셨다.

“강 사장도 앉지.”

“그러죠.”

아저씨가 내 옆에 앉고 있을 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외삼촌이 외할아버지께 물어보셨다.

“식사는 어떻게······.”

“밥은 됐고. 차나 한잔 다오.”

외할아버지의 대답에 외삼촌이 직원을 불렀다.

잠시 후 직원이 내온 차를 마실 뿐, 외할아버지는 가타부타 말씀이 없으셨다.

분위기가 어쩐지 무겁다.

때문에 나는 마른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외할아버지께서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하실 것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도준아.”

“예.”

“사내는 모름지기 배포가 커야 하느니라.”

음, 여기서 잘해야 하는데······.

자칫해서 말꼬리라도 잡히면 내내 시달릴 테니까.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뭉개자.

그편이 젤 무난하다고 생각하며 대꾸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할아버질 닮았잖아요.”

외할아버진 날 노려보시더니, 이내 코웃음을 치신다.

그러곤 아저씨에게 말씀하신다.

“저런 놈이네. 눙치는 거 하나는 어른 뺨치는 놈이지.”

“알고 있습니다.”

픽 하고 웃으시는 아저씨.

아저씬 이내 내게로 시선을 돌리곤 말씀하셨다.

“중국 가는 거 말인데······. 이 기회에 아예 콘서트를 하면 어떨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어쩐지 자리에 앉을 때부터 입꼬리를 비트시더니, 결국 폭탄을 던지시는구나.

“팬 미팅 아니었어요?”

아저씨께선 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은근한 어조로 물어오신다.

“팬들을 그렇게 달궈놓고, 그 정도로 되겠냐?”

“······.”

아무런 대답도 못 하고 있자, 아저씬 외할아버지와 눈빛을 교환하시더니 다시 말씀하셨다.

“최 회장님께서도 도와주신다고 하고, 중국 정부 쪽에서도 문제없다는 답변이었다.”

뭔가 일이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조심스럽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베이징에서 하게 되는 건가요?”

내 물음에 아저씬 고개를 내저으셨다.

그러곤 곧바로 얘기하셨다.

“중국 5대 도시 투어.”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데, 외할아버지께서 불쑥 끼어들어 한마디 던지신다.

“왜? 날 닮았다더니. 겁이라도 나는 게냐?”

나는 외할아버지와 아저씨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이내 웃어 보였다.

“하죠. 콘서트.”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두 사람, 외할아버지와 아저씨가 거의 동시에 미소를 머금으셨다.

드르륵.

그러곤 외할아버지께서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나셨다.

화장실에라도 가시는 건가 싶어서 바라보고 있을 때, 말씀하셨다.

“늙어서 그런가 요샌 찬바람 오래 쐬면 힘들어.”

천천히 자리를 벗어나시며 외할아버진 외삼촌을 바라보셨다.

“네가 도준이 좀 많이 도와주거라.”

그동안 대화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그늘진 얼굴을 하고 계시던 외삼촌의 얼굴이 더없이 환해졌을 때, 이미 외할아버진 걸음을 내딛고 계셨다.

“나중에 또 보세.”

아저씨와 다시 한 번 눈을 맞추곤 밖을 향해 나가시는 할아버지.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걸음을 멈추시더니 돌아서셨다.

“너랑 함께 광고 찍은 애 말이다.”

“예?”

소연을 말하는 건가?

갑작스러운 얘기에 눈을 치뜨자, 잠시 말없이 날 보시던 할아버지께서 툭 하고 내뱉으셨다.

“예쁘더라.”

그러곤 다시 돌아서서 갈 길 가시는 외할아버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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