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싱어-64화 (64/260)

# 64

#64. 오지 말라면서요? (5)

광저우의 외곽 지역에 사는 메이린의 집은 그리 잘살진 못한다. 그렇다고 불행하냐 하면 그런 건 또 아니다.

근방의 다른 집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작은 공장에 다니는 아버지의 벌이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또한,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를 위해 아버진 해줄 수 있는 한도에선 모든 걸 해주려 노력했다.

술도 도박도 하지 않았고 되도록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는 좋은 아빠였다.

그렇기에 메이린은 조금도 엇나가지 않고 똑 부러지고 밝은 아이로 자라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 어른들의 평도 좋았다.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활달하게 행동했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갓 소학교에 입학한 메이린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방에 가방을 내려놓은 뒤, 부엌에서 아버지가 만들어놓고 간 점심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그러곤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음악부터 틀었다.

김도준의 노래가 들려오는 가운데, 그녀는 팬 카페에 접속했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

김도준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으면 왠지 가슴이 따스해진다.

무엇보다도 김도준의 노래는 그녀가 남들 앞에선, 특히 아버지 앞에선 드러내지 못하는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았다.

메이린은 기억한다.

정말 우연하게 보게 된 동영상 한편.

‘LONGING TIMES’.

몇 분 되지도 않은 영상을 보는 동안, 메이린은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한 사람을 부르고 있었다.

모든 영상이 끝나고 난 뒤, 그녀는 자꾸만 흐릿해져 가는 엄마의 얼굴을 또렷이 떠올릴 수 있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을 때, 그녀의 눈빛은 동영상 속의 라마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동안 삭혀온 감정이 봇물 터지듯 밀려들자, 더 이상 참지 못했던 메이린은 그날, 사무치는 그리움에 울고 또 울었더랬다.

[김도준 신곡입니다.]

길지 않은 제목의 게시글에 손이 가는 건 적어도 그녀에게 있어선 당연한 일이었다.

듣기로는 언제 팬클럽이 폐쇄될지 모른다고 하던데······.

어쩌면 김도준의 노래가 금지될 거란 얘기도 돌고 있었고.

그럼 어떻게 하나 걱정하면서 그녀는 게시글을 클릭했다.

음원 파일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아무리 불법이 판을 치는 중국이라지만, 공식적인 팬 카페에서 이래도 되나 싶었다.

아직 어린 그녀라지만, 상업용으로 만들어진 곡을 함부로 퍼 나르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손은 움직이고 있었다.

음원을 클릭하는 순간이었다.

“아······!”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왔다.

중국어로 부르는 김도준의 노래.

내용은 진짜 별거 없었다.

한데, 이상하게 슬펐다.

아니, 희한하게도 웃음이 났다. 너무나 기뻐서.

그가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고맙다고. 그래서 너무 미안하다고.

자신이 조금만 더 용기를 내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그는 말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어느새 김도준의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한 메이린의 얼굴엔 더없이 행복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차오르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 것도 그때였다.

그리고 그 순간, 댓글 하나가 올라왔다.

그게 시작이었다.

- 김도준, 너무한 거 아님? 왜 만날 나만 울리는 거야?

- 아닌데요? 님만 울리지 않았어요. 저도 지금 노래 들으면서 펑펑 울었어요.

- 전 웃음이 나서 참을 수 없었는데요.

- 저 지금 미친 거 같음. 울다가 웃다가······. 근데 너무 좋아요.

- 아쉬워요. 김도준 직접 만나고 싶었는데······.

- 전 오늘 친구들하고 광저우 타워에서 모이기로 함. 김도준도 없고, 케이크도 없지만 그래도 생일 축하해주고 싶어서요.

- 아! 나도 광저우에 사는데. 타워라면 화청 광장 얘기하는 거?

- 저도 가면 안 돼요?

- 나도 갈래.

- 그럼 난 멋진 축하카드를 만들어가 주지.

홀린 듯이 댓글을 읽고 있던 메이린이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머뭇거리다가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 생일인데, 초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을 때, 댓글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 빨간색으로 하면 어때?

- 역시 이런 날은 빨간색이 어울리지!

- 좋았어! 초는 내가 준비하지.

- 아, 이럴 게 아니네요. 전 친구한테 얘기해줘야 해서······.

- 좋겠다. 나도 광저우 쪽이면 갈 텐데.

- 여긴 베이징. 우리도 볼까?

- 좋아, 좋아. 무조건 감.

메이린은 살짝 상기된 얼굴이 된 채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

선물을 다 들고 올 수는 없어서 몇 가지만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그중 8살 먹은 아이가 접어서 보내준 꽃만큼은 잊지 않고 가져왔다. 광저우에 산다는 아이였는데, 투박한 종이로 만든 카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오빠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해요. 생일 축하합니다.

또박또박한 글씨.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탓에 삐뚤삐뚤할 수밖에 없는 한글.

그냥 중국어로 써도 읽을 수 있는데······.

어머닌 그 편지를 보곤 잠시 말씀이 없으시더니, 옅은 미소로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잠시 후, 우리 가족은 식탁 위에 케이크를 올려놓고 조촐한 파티를 벌였다.

말이 파티지 평범하게 생일축하송을 부르고 촛불을 끄는 게 다였다.

그럼에도, 이상할 정도로 행복했다.

괜히 가슴이 먹먹해져 고맙다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그런 후에 할아버지와 작은 외삼촌과도 통화를 했다.

석준과 희주한테도 생일 축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을 먹은 후 다 함께 TV로 결제해 영화를 시청했다.

마루 누나한테 전화가 걸려온 것도 그때였다.

- 지금 T, TV 켜봐! 얼른!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형을 바라보았다.

형이 리모컨을 알처럼 품고서 소파에서 뒹굴고 있다.

물론 한 손에선 핸드폰을 무슨 신줏단지처럼 놓지 않은 채.

그런 채로 영화를 보면서 낄낄거리는 중이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물어오셨다.

“아들? 무슨 일 있어?”

“아, 마루 누난데요. 뉴스를 보라고 하네요.”

그렇게 대답하곤 형한테 말했다.

“형. 나 TV 좀 볼게.”

“어? 그래.”

분위기를 읽은 건지, 형은 군말 없이 내게 리모컨을 건네주었다.

그걸 받으며 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곤 얼른 TV 채널을 바꿨다.

8시 뉴스라고 했었지?

마루 누나가 말해준 대로 뉴스를 하고 있는 SBC 방송을 틀기 무섭게 들려오는 앵커의 멘트.

- 지금 보시는 광경은 실황으로서, CMN에서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는······.

더 이상 앵커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TV 화면에 떠오른 영상이 날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한 손에는 붉은색 초를 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피켓들이 보인다.

중국어와 한국어가 섞인 채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생일 축하!]

[김도준, 축하합니다.]

[우린 김도준의 노래를 듣고 싶다.]

[도준을 만났으면 좋겠다.]

[준 오빠가 좋아요.]

말이 피켓이지, 화려하게 치장된 모습은 어떻게 봐도 카드로 보였다.

그런 피켓, 아니 카드들이 수백, 수천을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화면이 바뀌며 헬리콥터에 타서 찍은 건지,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이 들고 있는 초가 점점이 불을 밝히며 별처럼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 수가 무려 수만이었다.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여자아이부터 나이 지긋해 보이는 아저씨까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모여 있는 사람들.

그들이 모여서 초를 켠 채 날 축하해주고 있다.

그러다가 누군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마치 들불이라도 번지듯 점차로 커지는 노랫소리.

오늘 올린 노래였다.

‘조금만 더’

제목 그대로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내용의 가사가 전부인 노래를 저들이 지금 부르고 있었다.

순간 참고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동시에 후회가 되었다.

중국 공항에서 너무 쉽게 물러나 돌아온 게.

옆에서 어머니께서 날 안아주시는 걸 느끼며 뒤늦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한번 본적도 없는 사람들이라지만, 저렇게 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팬들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에서 강경 진압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만일에 하나 유혈 사태라도 벌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때였다. 뉴스 앵커의 음성이 귓가로 날아들었다.

- 아, 우리 쪽에서도 나가 있는 특파원이 있다고 합니다. 충칭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최지환 특파원?

베이징뿐만이 아니었어?

놀라서 눈이 커지고 말았을 때, 수화기 너머에서 누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 다른 도시들에서도 모였대. 베이징, 충칭, 광저우, 톈진, 상하이······. 처음엔 그냥 펜 카페에서 몇몇이 만나서 네 생일을 축하해주자고 한 모양인데, 어느새 저렇게 모여들고 말았다나 봐.

“아니, 왜요? 그렇게 무모하게 굴다가 큰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 그만큼 기다렸던 거겠지. 네가 중국에 오는걸.

또다시 울컥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내 감정이 중요한 게 아니다.

팬들이 날 좋아해 주는 건 좋은데, 저러다가 누군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정말이지 그건 절대로 보고 싶지 않다.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나도 모르게 목청이 높아졌다.

“원래 중국 사람들은 저래요? 무슨 사람들이 겁도 없이······.”

그때 귓가로 들려온 누나의 말에 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네 진심이 노래를 통해 저들에게 전해진 거겠지.

누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TV에서 다시금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중국 문화국장 리줘펑은 TV를 보면서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는 습관처럼 뿔테안경을 살짝 추켜올리며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아직은 보도 규제를 딱히 하진 않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중국 내 방송국은 규제하는 중이었지만 외신까지 막지는 않았다.

그러기엔 시위 자체가 너무 평화로웠으니까.

아니 시위도 뭣도 아니다.

애당초 저들은 뭘 요구하고 있질 않았으니까.

그저 들고 있는 피켓에 적고 있을 뿐이다.

김도준이란 가수가 보고 싶다고.

황당하게도 해피버스데이라고 쓰여있는 것도 있었다.

개중에는 ‘LONGING TIMES’인지 뭔지 하는 노래가 나오는 동영상도 다시 봤으면 좋겠다고도 적혀 있었고.

그냥 그뿐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심각한 분위기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심지어는 피켓, 아니 피켓이라고 말하기에도 뭐한, 그저 알록달록한 게 무슨 생일카드 같은 느낌이다.

한 손에 들고 있는 초마저도 중국인들이 경사스러운 날 사용하는 붉은색이고.

처음엔 폭동인가 싶어서 놀라기도 했지만, 이내 그게 아니란 걸 알고는 일단 지켜보기도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떻게 봐도 광장에 모여 있는 저들의 모습은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무슨 축제라도 벌이는 듯한 느낌이다.

활짝 웃으며 기분 좋게 김도준이라 이름만 외치고 있을 뿐.

그가 보기엔 그저 우스꽝스러울 따름이었다.

일시적으로 닫아놓은 한국과의 교류를 다시 터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한 명의 가수가 보고 싶다고 저러고 있는 모습이란.

다만, 희한한 점은 저렇게 모인 곳이 무려 다섯 개 도시란 점이다.

그것도 각 도시마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단다.

한 손에는 붉은색 촛불을 들고, 또 한 손엔 피켓인지 대형 축하카드인지 모를 걸 들고서.

특파원들이 전송한 걸 실시간으로 내보내는 중인 CMN 뉴스를 보면서 리줘펑은 정말이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들이 저러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화국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이 얼마던가.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었다. 아니, 들어본 적도 없다.

겨우 일개 가수를 보고 싶다고 저 난리를 친다는 게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

저래서야 어떻게 봐도 그냥 팬들의 아우성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외신들도 하나같이 재밌다는 반응일 뿐, 전혀 위험하다고 생각지 않는듯하다.

그러다 보니 중국정부로서도 무작정 군경을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인권이나 정치적인 문제도 아니고 그저 자기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한 명을 보고 싶다고 저러고들 있는데, 강경 진압을 한다?

그랬다가는 국제적인 비난을 면키 어렵다.

아니, 당장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오히려 이 정도쯤은 그냥 놔두는 편이 대국의 면모를 보여주는 셈이랄까.

그렇긴 한데······.

‘대체 누구기에?’

리줘펑은 시간이 지날수록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하도 궁금해서 보고를 올리라고 했고, 들어보곤 더욱 황당해졌다.

듣기로는 엊그제 김도준이란 한국가수가 베이징으로 들어오려다가 입국 거부를 당한 모양인데, 아마 정부 시책에 따라 문화국에서 처리한 듯 보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대체 어떤 가수기에 인민들이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이젠 호기심까지 들 정도다.

그때였다.

갑자기 광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는 금방 번져나가고, 이내 수만 명이 함께 부르고 있었다.

중국어로 된 노래였다.

조금 더 기다려달라는 내용의 단순 가사.

그런데도 이상하게 가슴이 찌르르하다.

그 순간, 때맞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고 하자, 문이 열렸다.

그러곤 조용히 테이블 위에 USB 하나를 놓고 나간다.

그걸 잠시 바라보던 리줘펑이 컴퓨터에 USB를 꽂았다.

폴더를 열어 동영상 하나를 클릭했다.

낡은 사진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동안, 화면에 떠오르는 자막.

LONGING TIMES.

뒤이어 기타 연주와 함께 허밍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얼마 뒤 동영상이 끝나고 난 후, 리줘펑이 아련한 눈빛이 되어 멈춰 있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러길 한참.

그는 안경을 벗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도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잠시 후, 리줘펑이 조용히 수화기를 들었다.

신호음이 가다가 상대방과 연결이 되자 그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주석 각하. 저 문화국 리줘펑입니다.”

***

다행히 강경 진압은 없었다.

아마 중국팬들이 뭔가를 요구하지 않아서인 듯했다.

단순히 광장에 모여 자기들끼리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론 위험하지 않다고 중국 정부가 판단한 거 같다.

하긴 웃고 떠들며 노래하면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사진이 박힌 피켓을 들고 함성을 지르는 이들이 위험하다고 느낀다면 그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을 터다.

그건 5대 도시에 모여든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

“어젠 진짜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가슴을 쓸어내리는 날 보며, 마루 누나가 맞장구를 쳤다.

“누가 아니래? 나도 지켜보는 내내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면서 두 손이 벌벌 떨리는데······. 아휴! 한 시간 만에 끝나서 다행이지, 거기서 십 분만 더 지났어도 난 응급실로 실려갔을 거야.”

일부러 살짝 과장되게 말하는 누나를 보면서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마도 날 생각해서 그러는 거겠지.

지금도 힐끔힐끔 내 눈치를 보는 게 어제 일로 혹여 내가 충격이라도 받았을까 봐 걱정하는 게 틀림없다.

그때였다.

대표실 문이 열리며 아저씨께서 나오셨다.

그러곤 날 부르신다.

“도준아.”

“예?”

불러놓고 대답을 안 하신다.

그러곤 잠시 묘한 눈으로 날 바라보다가 불쑥 얘기하셨다.

“방금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는데······.”

청와대?

뜬금없는 얘기에 눈을 껌뻑이고 있을 때, 아저씨께서 입꼬리를 살짝 비트신다.

그러곤 재밌다는 듯 말씀하셨다.

“중국에서 널 초청하고 싶다고 한다네?”

그 얘긴 저번에도 들었던 거 같은데?

하지만, 못 들어가는 거 아니었나?

아저씨도 아실 텐데, 어째서 저런 말씀을 하시나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중국 국가 주석이 직접 부탁했단다.”

순간 멍해졌다.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나 싶어서.

그래서 되물었다.

“오지 말라면서요?”

아저씨께선 픽 하고 웃더니 어깨를 으쓱해 보이셨다.

“뭐, 생각이 바뀌었나 보지.”

“······.”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일지도 모르고.”

하아! 정말 그런 거라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럼,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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