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
#42. 도배 해봤어?
8월 둘째 주 토요일.
MJ 엔터테인먼트와 PS 엔터테인먼트에서 신곡을 발표했다.
KSM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3대 기획사로 알려진 곳에서 같은 날 동시에 음원을 발표했다는 건 그리 공교로운 일은 아니다.
예전처럼 앨범 하나 만드는 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고, 곡만 있다면 언제든 녹음하고 바로 음원으로 출시할 수 있는 요즘 같은 때엔 흔한 일이라면 흔한 일이었다.
물론 성공은 별개의 문제다.
M/V 제작은 물론이고 방송사 PD들에게 로비도 해야 하고, 그 밖에도 갖은 수단을 동원해 홍보전략을 짜내어 대중들에게 빠르게 치고 들어가지 않으면 순위권에 들어가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으니까.
다시 말해 마케팅이야말로 핵심이랄 수 있었다.
그렇다곤 하지만, 역시 노래라는 건 결국 곡이 좋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몇 년에 걸쳐 키워낸 가수들의 실력이 사실상 평준화되어 있는 까닭이었다.
즉 컨셉만 조금씩 다를 뿐 엇비슷한 실력들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호소력 짙은 곡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타이밍 좋게 발표한 곡들이, 혹은 가수가 이슈까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테고.
아무튼, MJ와 PS가 동시에 곡을 발표한 이면에는 사실 뼈아픈 사정이 있었다.
다름 아닌 박성훈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R&B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그가 KSM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컴백곡으로 들고 나온 ‘내가 없는 자리’가 벌써 3주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음원 출시일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렇게 된 거였다.
하지만,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여름 시장을 타겟으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더 이상은 늦출 수도 없었고, 슬슬 박성훈의 인기가 수그러들고 있다는 분석에서였다.
그렇게 해서 출시된 두 곡.
씨크릿걸즈의 ‘CROSS’.
올인원의 ‘4.5’.
그중 올인원은 MJ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지금 회의의 주된 의제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저쪽도 SIDE B란 말이지?”
이명준 대표의 물음에 팀장들이 쩔쩔맨다.
“예. 설마 아이돌 그룹의 노래까지 작곡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지라······.”
“흠, 들어보니까 나쁘지 않더라만. 발라드풍이긴 해도 역시 깊이는 이쪽이 좀 더 낫지 않나?”
“그렇습니다. 게다가 팬덤의 질이 다르니 아무래도 성적은 우리 쪽이 나을 거란 분석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다.
PS 소속의 씨크릿걸즈는 섹시 컨셉의 걸그룹이었고, 올인원은 누가 뭐래도 실력파라고 알려진 남성 아이돌 그룹이었으니까.
“KSM의 블루스톰인가? 걔들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조금 다른 상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김성만 대표가 박성훈을 영입하면서 그쪽에 좀 더 힘을 실어줬다는 풍문입니다.”
한마디로 KSM에서 블루스톰에게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말이다.
“나라도 그렇게 하겠군. 아, 그런데 박성훈의 곡도 SIDE B가 만든 거라고 했지 않나?”
“예. 맞습니다.”
“그가 누군지는 아직 모르고?”
“죄송합니다.”
“거참,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대체 그놈 뭐야? 뭔데 이렇게 만드는 곡마다 다들 침을 줄줄 흘리면서 달려드는 거야?”
“감각이 워낙 좋지 않습니까? 이제껏 나온 곡들과는 다르게 신선한 맛도 있고요. 그러면서도 깊이까지 있다 보니 지금 기획사들마다 곡을 받지 못해서 안달입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이명준 대표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강혁수 쪽에서 흘러나왔다고 했지?”
“예.”
“그럼 그쪽을 좀 더 파보도록 해. 아무리 우리가 곡만 받으면 된다지만, 그래도 실체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
“알겠습니다.”
“음. 그나저나 만일에 하나라지만, 씨그릿걸즈와 우리 애들 곡까지 순위권에 진입하면 말 그대로 SIDE B 천하가 되는 셈이군. 하! 이거 참······.”
기가 막힌다는 듯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젓고 마는 이명준 대표였다.
***
광안리 썸머 페스티벌이 있은 지 열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팬 클럽. 즉 팬 카페의 회원 수가 늘어나다 못해 네 자릿수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신바람이 난 마루 누나. 요새 작사는 아주 뒷전이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들러붙어 앉아 팬 카페 놀이에 푹 빠져 있다.
얼핏 듣기로는 치열하게 치러진 투표 끝에 부운영자 자리까지 꿰찬 모양이던데······.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나로서도 판단이 잘 안 선다.
뭐, 그래 여기까진 웃고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마음대로 해’였다.
5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게 엊그제인데, 오늘 확인해보니 무려 2위다.
게다가 앨범에 실린 나머지 세곡도 모조리 차트 진입.
그것도 몽땅 50위권 안쪽에 있다.
뿐만 아니라 상승세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아, 이건 아닌가? 아무튼, 뒤늦게 치고 올라가는 곡들을 보면서 나는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기쁘다면 기쁘긴 한데······.
“하아.”
그때였다.
툭.
어깨를 짚는 손길에 놀라서 돌아보니 아저씨가 날 내려다보고 계시다.
“그래 가지고 땅이 꺼지겠냐?”
“그러게요.”
“또 남의 얘기 하듯 한다.”
혀를 차시던 아저씬 내가 보던 모니터 화면으로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날 바라보시곤 말씀하신다.
“왜? 온전히 네 실력으로 이룬 게 아닌 거 같아서 찜찜해?”
흠칫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니 그러려고 애는 썼지만, 티가 났나 보다.
아저씬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이시더니 내 머리칼을 헝클어뜨리며 얘기하셨다.
“이슈가 되긴 했지. 덕분에 치고 올라간 것도 맞고. 근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저번에도 말했던 거 같은데······. 그냥 놔뒀어도 결국 이렇게 됐을 거다. 왠지 아냐?”
고개를 내젓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곧바로 얘기를 이어가셨다.
“좋으니까.”
“예?”
“좋은 노래는 결국 들리게 돼 있다는 거다. 사람의 귀라는 게 그렇거든. 왜 방안에서 편하게 들으면 될 걸 굳이 공연장까지 찾아가겠냐? 핸드폰 사면 공짜로 달려오는 번들 이어폰으로 들어도 충분할 걸 어째서 비싼 돈 주고 비싼 인이어를 사겠냐고? 하나에 수천만씩을 호가하는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를 사는 이유가 뭐겠냐 말이다.”
“그야······. 후,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그래. 너무 고민하지 마라. 나라면 차라리 그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악기를 만지고, 곡을 쓰고, 노래를 할 거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아저씨께서 푸근하게 웃어 보이셨다.
“잊지 마라. 네가 왜 음악을 시작했는지.”
순간 머리에 번개가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 그랬었지.
내가 음악을 시작한 이유······.
다른 게 아니었다.
좋아서였다.
노래 부르는 게 좋아서.
기타를 치는 게 좋아서.
곡을 쓰는 게 좋아서.
그때마다 가슴이 설레는 기분이 너무나 좋아서 시작한 음악 아니었던가.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를 때 가슴 벅차도록 차오르는 흥분과 피를 끓게 만드는 감각······. 그리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 쾌락이 날 음악이라는 세계로 이끌었던 게 아니던가.
무엇보다도······.
천 년 동안 노래방에서 혼자서만 노래를 불렀었다.
그런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혼자가 아니라 누구와도 함께 부를 수 있다.
그것이 레이크헬과 같은 밴드든, 함께 호흡하며 따라부르는 관객들이든 간에.
누구와도 노래를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날 미치게 한다.
이 이상 뭐가 필요한 거지?
갑자기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대체, 난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거냐?
어느새 성적에 목이 메어 모니터 상에 떠오른 수치만 바라보고 있었다니.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게 된 동기가 레이크헬 때문이든 아니든 그게 뭐가 중요하냔 말이다.
허탈한 마음이 가시자,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갑자기 미치도록 노래가 부르고 싶어졌다.
벌떡 일어난 나는 연습실로 뛰어가다 말고, 멈춰 섰다.
그러곤 돌아서서 아저씨께 고맙다고 인사를 하려는······.
어느새 방으로 들어가셨는지, 아저씬 보이지 않았다.
***
정말 미친 듯이 드럼을 두드리고,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기타를 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노래가 흘러나왔고.
눈을 감으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내가 있었다.
귀로는 세션들이 연주하는 악기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들과 쉴새 없이 연주하고 또 노래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온몸이 땀범벅이었지만, 속이 다 시원했다.
뭐랄까.
꼭 리셋된 기분이랄까.
이제야 비로소 내가 뭐를 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그래, 다른 게 뭐 있나?
노래를 하는 거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원 없이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
한결 개운해진 나는 숨을 천천히 골라 마음을 가라앉힌 후 연습실을 빠져나왔다.
이대로라면 아무래도 몸에서 땀 냄새가 나기도 하고, 축축하게 젖은 옷 때문에 찝찝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사무실 한쪽에 만들어놓은 샤워실에서 씻기 위해 나온 참이었다.
때마침 고 팀장님께서 막 핸드폰을 들고 통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응? 다시 켜놓으신 모양이네?
아까까지만 해도 꺼놓은 채였는데······.
뭐, 다 생각이 있는 거겠지···하고 생각하며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예, 개 피디님.”
익숙한 호칭에 절로 시선이 돌아갔다.
그리고 멈춰 선 채 통화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번처럼 스피커폰이 아니어서 들을 수는 없었지만, 통화 내용은 고 팀장님의 얘기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예. 예. 말씀대로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도 지금 난감한 상황입니다. 여기저기에서 출연제의가 쇄도하는지라······. 맞습니다. 전부 다 나가는 건 무리죠. 그래서 어딜 선택해야 할지 고민 중이고요.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뒤, 내가 쳐다보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계셨는지 고 팀장님께서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씀하셨다.
“이상하게 볼 것 없다.”
“이상하게 본 건 아닌데요. 그냥 궁금해서요. 제가 질풍노도의 시기잖아요? 호기심 왕성한.”
픽 하고 웃으시더니, 얘기하신다.
“그냥 때가 된 거뿐이야.”
“때요?”
“뭐든 타이밍이란 게 중요하니까. 몸값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너무 당기면 결국 끊어지게 되어 있다는 거지.”
알 것 같다.
밀당 중이시란 얘기구나.
“그럼 지금은 미는 중?”
“자식하곤. 그래. 미는 중이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고저 없는 말투로 말씀하시는 고 팀장님을 보다가 불쑥 물었다.
“개 피디라면······. 저, 넘버 원 뮤직박스에 나가게 되는 건가요?”
“글쎄. 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쉽지 않을걸?”
“······?”
“우리 쪽 제안이 만만치 않거든.”
그게 뭔데요? 하고 물으려는 찰나, 고 팀장님이 먼저 얘기해주신다.
“프로그램을 통째로 달라고 했거든.”
“예?”
“특집 달라고 했어.”
“아, 특집이요. 그렇······. 에?”
설마 방금 말한 특집이 그 특집?
지금 내 얼굴은 분명 벙찐 표정일 거다.
“그러니까, 팀장님 말씀은 그 방송에서 저 혼자만 출연한다는 얘기인가요?”
당연한 걸 뭐하러 묻느냐는 표정이다.
죄송한데, 그 당연한 게 제 입장에서는 전혀 당연하질 않아서 말이죠.
“그렇게 해준대요?”
믿기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
“CP니까 권한이 아주 없진 않지만 아마 그 선에선 결정이 안 날 거 같군.”
지난번에 방송국들을 돌 때 대충 얘기들은 게 있었던지라 방송사의 체계는 대강 알고 있었다.
보통 방송사는 보도국, 보도제작국, 시사교양국, 드라마국, 예능국, 편성국. 홍보심의국, 아나운서국 등이 있는데 이를 책임지는 이들이 국장. 그 아래 치프 프로듀서 즉 CP가 하나의 프로그램을 책임지게 된다.
같은 PD라도 CP냐 아니냐에 따라 권한과 책임이 다른 것이다.
이 얘긴 곧 개 피디가 CP란 말이다.
당연히 편성에 관해선 전적으로 그에게 권한이 주어지겠지만, 지금과 같이 특집방송으로 가게 되면 국장의 승인 없인 불가능하다는 거겠지.
“제가 보기에도 쉽지 않을 거 같네요.”
“어떻게 돼도 우리 하곤 상관없지.”
응? 이건 또 무슨 소리?
그럼 여태 한 얘긴 뭐고?
아니, 상관도 없는 얘길 뭣 때문에 하는 거람?
의아했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잠깐 얘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고 팀장님의 핸드폰으로 연락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난 후였다.
부르르르르.
진동소리에 핸드폰으로 시선을 던졌던 고 팀장님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동안 무덤덤하기만 했던 이제까지와 달리 번뜩이고 있었던 것이다.
뭐지 싶어서 바라보고 있을 때, 고 팀장님이 전화를 받았다.
“예. 고현우입니다.”
잠시 말없이 듣고만 있던 고 팀장님의 얼굴에 표정이 생겨났다.
입가에서 시작되어 얼굴 전체로 서서히 번져가는 웃음.
마침내 입꼬리마저 치켜 올라가는 순간, 입술이 벌어지며 튀어나온 말은······.
“그렇게 하죠.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뒤, 고 팀장님께선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대표실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이 함께 문을 열고 나왔다.
“도준아.”
아저씨께서 날 부르신다.
“예.”
“방송출연 결정됐다.”
“······.”
어딘데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묻지 않고 기다렸다. 어차피 말해줄 거라는 걸 알기에.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께서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이성원의 뮤직캠퍼스.”
“예?”
어라, 이거 또 이상한 대로 어그로가 튀는 거 같은데?
여태 음악방송 쪽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 이성원의 뮤직캠퍼스도 음악 방송은 음악 방송인가?
아무튼, 좀 의외다 싶어서 눈을 깜박거리고 있자, 아저씨께서 다시 얘기하셨다.
“이상하게 생각할 거 없다. 나머진 다 가설공사 같은 거니까. 이제 본 공사 들어가는 마당에 철거해야지 않겠냐?”
“그럼 그게 전부······.”
“맞아. 그냥 소문 좀 나라고 후려친 거고, 진짜는 따로 있었다고 생각하면 돼.”
“음, 그게 이성원의 뮤직캠퍼스?”
“그렇지. 너만을 위한 한 시간 동안의 방송이 필요했으니까.”
대충 알 거 같다.
이성원의 뮤직캠퍼스에 출연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인지도도 높아야만 출연 자체가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
근데, 거기서 연락이 왔고 출연을 확정 지었다는 건······.
한마디로 애초에 노렸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진짜 크게도 그리셨네.
스무 명도 넘는 피디들을 엑스트라로 동원해 그들을 헛물켜게 하고 대어를 잡은 거군.
진짜 아저씨 배포에 절로 혀가 내둘러진다.
근데 한가지 궁금한 게 있기는 하다.
“그러다 진짜로 다른 방송에서 특집 내줬으면 어쩌시려고 그러셨어요?”
“어쩌긴. 그땐 거기서 하는 거지.”
아저씬 픽 하고 웃으시더니 내 어깨를 감싸오셨다.
“도준아. 한 가지만 명심해라.”
“······.”
“우린 널 서포트하는 데 전력을 다할 거다. 그렇긴 한데 방송출연은 되도록 안 할 거야. 왜? 한 철 장사로 끝낼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한 철 장사라······.
이미지 소모를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나는 가만히 아저씨 얼굴을 바라보았다.
날 바라보는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면서 귀를 기울였다.
“마지막 방송이라고 생각하고 확실히 보여줘.”
씨익.
“네가 어떤 가수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