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
#38. 클래스가 다른 공연(3)
김도준이라고 했던가?
분명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다.
KSM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김성만의 친구인 강혁수가 만들었다는 회사, HS 엔터테인먼트에서 이번에 야심 차게 준비해 내놓은 가수로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KBC의 대표적인 음악방송인 넘버 원 뮤직박스에 출연하기 위해 계 피디를 찾았을 때도 마주친 적이 있었다.
모레 있을 넘버 원 뮤직박스의 방송출연도 이날 결정된 것이기에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신경이 쓰이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그래 봐야 이제 갓 데뷔한 애송이일 뿐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언더그라운드 밴드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그의 눈에는 그렇게 비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자신이 수년간 공들여 자신 있게 내놓은 4인조 아이돌 그룹, 블루스톰. 말이 아이돌이지 사실상 밴드나 다름없는 실력파 가수들이었다.
당연히 상대가 되질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김도준이 무대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한상철은 웃었다.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까.
김도준이 형편없는 실력을 보여준 후, 블루스톰이 나서는 순간 모두는 알게 될 터였다.
그만큼 블루스톰의 실력은 상당했다.
그때, 김도준과의 실력차이는 관객들을 사로잡는 데 큰 도움이 될 터다.
맞다. 김도준은 블루스톰을 위한 디딤돌로 적격이었다.
정상으로 가기 위해 밟고 올라설 디딤돌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입가에 비릿한 조소를 베어 문 채 저만치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강혁수를 비웃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까아아아아아아악! 오빠아아아아아아!”
“노준영! 노준영! 노준영!”
“블루스토오오오오오오옴!”
“엠케이! 엠케이! 와아아아아아아!”
팬들의 환호 속에서 블루스톰의 이름이 들릴 때까지만 해도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띠링 띠리링 띠리리리링······.
MR이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곧바로 귀를 파고드는 선율.
순간 한상철은 전율했다.
‘뭐, 뭐야?’
무슨 놈의 곡이······.
단순히 귀로 들려오는 게 아니라, 가슴을 파고들고 있다.
대체 누가 작곡했는지는 몰라도 이런 곡은 좀처럼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음······.”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만일 이 곡이 블루스톰에게 주어졌다면?
그랬다면, 그들이 음원차트 10위권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일 따윈 없었을 거다.
틀림없다.
이 곡만 있었다면, 블루스톰은 지금쯤 이미 1위에 올라 있을 터였다.
그만큼 호소력 짙은 곡이었다.
“후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처럼 좋은 곡을 겨우 17살의 애송이가 부른다는 점이랄······.
- 뭐가 그렇게 걱정인 거니.
“헉!”
비명처럼 터진 탄성.
자신의 입술을 비집고 나온 소리 따윈 의식조차 못 했다.
김도준의 노래가 들려온 순간, 한상철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목소리가······!
아니 목소리가 문제가 아니다.
뭔 놈의 노래를 이렇게 부른단 말인가.
자신이 산속에 틀어박혀 한 백 년, 아니 천 년은 부른다 해도 부를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경악한 얼굴이 되어 헛숨을 내쉬고만 한상철. 그는 일순 지금의 상황을 깨닫곤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블루스톰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예상과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 홀린 듯 멍한 표정이 되어 잘게 떨고 있다. 한상철은 그들이 본능적으로 무대에 대한 공포에 잠식당한 상태란 걸 직감했다.
‘······그, 그나마 다행인 건가?’
지금 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놈이 MJ나 KSM처럼 큰 회사에서 키워낸 가수가 아니란 것만 해도 어딘가.
실력?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다.
회사가 얼마나 뒤에서 받쳐줄 수 있느냐.
돈과 인맥 그리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력의 투입이 관건인 것이다.
그것이 결국 승부를 가르게 된다.
이것은 지난 10여 년간 대한민국 음악계를 파고들어 확고하게 자리 잡은, 하나의 법칙이나 다름없다.
지금 이 자리에선 김도준의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결국 팬덤까진 형성하기 어려울 거다.
왜?
무한한 자원을 투자해 밀고 있는 상품과 그렇지 못한 상품은 당연히 판매량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
김도준. 놈은 그저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하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한상철은 움직였다.
일단 소나기부터 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애써 키워내 데뷔시킨 야심작. 블루스톰을 다독거리기 위해서.
바로 그때였다.
저벅저벅.
김도준의 음악에 취해 누구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들려온 발소리라서 그런가.
귓가를 파고드는 발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돌아갔고, 그 순간 그는 석상처럼 굳고 말았다.
그 상태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크게 뜬들 달라지는 건 없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납득 되지 않았다.
“······!”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가 소리쳤다.
“진짜! 레이크헬이라고?”
어째서?
저들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자신도 한때는 세계적인 밴드를 꿈꾼 적이 있는 만큼 잘못 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에 틀어박힌 이들은 분명 레이크헬이었다.
그들이 지금 기타와 베이스를 매고서 무대로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망연자실한 표정이 된 한상철. 그가 멍하니 레이크헬 멤버들의 등을 뒤쫓고 있는 사이, 그들은 빠르게 무대 위로 사라져버렸다.
그 순간이었을 거다.
갑자기 MR이 그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크헬의 연주로 짐작되는 기타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뿐만 아니었다.
드럼과 키보드, 베이스가 거의 동시에 합을 맞추며 연주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곧이어 김도준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덜덜덜.
몸이 절로 떨려왔다.
최고수준의 실력을 보유한 밴드의 연주자들이 세션으로 뒤를 받쳐주는 상황에서 엄청난 가창력을 지닌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는 다리가 떨려와 서 있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털썩.
순간 그는 뭔가가 무너지는듯한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블루스톰의 막내, 진우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게 보였다.
한상철은 눈을 감고 말았다.
지금 그들이 느끼고 있을 감정을 십분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크윽······.’
그러나 이대로 끝낼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서 만이 문제가 아니니까.
이대로라면 그들은 끝이다.
단순히 공연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곳에서의 경험이 강한 트라우마로 남아 앞으로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은 자명했다. 그것도 엄청난 악영향을.
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그는 이를 악물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덕분에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결 냉정해질 수 있었다.
“후우!”
정신을 차렸으니 이젠 상황을 수습할 때다.
한상철은 블루스톰의 멤버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였다.
- 꿈을 꿔어어어어어어어어어!
세상을 뒤흔들어버릴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그는 온몸의 솜털이 일제히 일어서는 걸 느껴야 했다.
동시에 그는 알아차렸다.
‘벼, 변했다?’
아니, 이미 곡은 레이크헬이 연주를 시작할 때부터 변해 있었다. 그것을 그저 실력의 차이라고만 인식했을 뿐이다.
한데, 사실은 노래마저 완전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그걸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어, 어떻게······.”
그의 얼굴은 이제 의문으로 가득 차서 한 사람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강혁수.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무대 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남자를 보며, 그는 까마득한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기분에 아찔해지고 말았다.
휘청.
비틀거리던 그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질뻔한 것을 잡아준 것은 다름 아닌 고 팀장이었다.
***
시작은 분명 리듬 앤 블루스였다.
속으로 웃었다.
말할 것도 없이 즐거운 웃음이다.
세계적인 락밴드가 R&B의 연주를 하고 있다는 게 조금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재밌기도 했으니까.
뭐, 사고를 쳤다는 건 알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그래서였을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고 올라왔다.
그래. 즐기자.
여기가 어디든, 누가 보고 듣던 그게 무슨 상관인가.
중요한 건 함께 연주하고, 또 노래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 뭐가 그렇게 부러운 거니.
마이크를 입가로 바짝 가져와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유진의 키보드 연주소리가 전조였다.
따······라라라라라······딴딴딴딴딴딴······.
점차 빨라지다가 비트 자체가 바뀌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이었다.
콰과광!
드럼이 성이라도 난 듯 포효한다.
콰과광!
연거푸 화를 내더니,
투다다다다다다다다······탕! 탕!
기어이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한다.
그걸 신호로 베이스마저 변주로 돌아섰다.
둥두두두둥! 둥! 두둥! 둥둥둥둥둥둥!
키보드 역시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게 아니라 아예 경쾌한 멜로디 속에 묵직한 음색을 갈아 넣고 있었다.
기타?
말 그대로 폭발했다.
띠리이이이이잉······띠링 띵 띵······지이이이잉······.
속주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미친놈들!
기가 막혀서 욕지기가 솟구쳤다.
물론 내뱉진 않았다.
아니 그럴 틈조차 주지 않았다는 게 맞는 거겠지.
바로 옆에서 콜린이 낮게 그르렁거리며 한 마리 상처 입은 야수처럼 마음을 할퀴어 오고 있었으니까.
- have a dream.
그, 그로울링?
망할 자식들!
이게 R&B냐!
아무리 리듬 앤 블루스와 락앤롤이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다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얘기일 뿐, 이제 와선 엄연히 다른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 나도 안다.
가스펠에서 시작해 재즈와 블루스로 이어진 흑인음악이 리듬 앤 블루스로 진화하는 동안, 그 리듬 앤 블루스에 감화된 백인들이 블루스에 자신들의 음악인 컨츄리 앤 웨스턴을 갈아 넣어 탄생한 로커빌리. 그 로커빌리를 원형으로 락앤롤이 태어났다는 것 정도는.
좀 더 따지고 들어가면 그렇게 설명하는 것도 어려워지긴 하겠지만, 그런 건 둘째 치더라도 결국, 그 둘은 한배에서 태어난 형제나 다름없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단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둘이 같은 구석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비트도 곡풍도 다르다.
R&B가 부드럽고 세심하면서도 감각적인 아이라면, 락앤롤은 거칠고 도전적이며 직설적인 아이다.
그런데도 저들은 지금 내가 만든 곡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아, 그런 건가?
순간 깨달았다.
이건 일종의 도발이라 할 수 있었다.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 세계적인 밴드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숨을 한껏 들이마셨던 나는 마이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러곤 감정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참았던 숨을 내뱉는 순간, 입술 사이로 고음이 터져 나왔다.
그쪽에서 그로울링으로 낮게 으르렁거린다면, 난 스크리밍으로 치고 올라갈 수밖에.
- 초조해 봐도오오오 시간은 멈춰주지이이이일 않아아아아!
마주 보고선 콜린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다시 한 번 거칠게 그르렁거렸다.
- have a dream !
그때부터였다.
나는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그들의 연주에 끌려가기도 하고, 그들의 연주를 끌어내기도 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변주에 변주를 거듭했다.
그렇게 점차 ‘마음대로 해’는 락앤롤로 변해가고 있었다.
더 이상은 R&B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그러는 사이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다.
지이이이이이이잉!
베릴의 솔로가 시작되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미친 듯이 질주하는 속주.
1분 남짓한 폭주 끝에 관중들이 폭발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들 돌았다.
머리를 움켜쥐고 광기에 사로잡혀 미쳐 날뛰고 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드럼이 난입했다.
타당! 탕! 탕!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두 개의 악기가 절묘한 배합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을 때, 콜린이 마이크를 강하게 움켜잡더니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뭐, 뭐야?
지금 뭘 하려는 거지?
뭔가를 직감한 내가 눈썹을 꿈틀거리는 찰나였다.
“헤에브으어어어어어어드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임!”
미, 미친!
도대체 어디까지 끌어올리는 거냐고!
관객들은 이미 약에 취한 듯 광분해서 날뛰고 있었다.
이미 무대 앞에 쳐놓은 경계선은 무너졌고, 앞으로 뛰쳐나온 관객들이 무대에 달라붙어 손을 뻗으며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다.
뿐인가?
관객들 중 누구 하나 앉아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을 통제하던 행사요원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인파에 휩쓸린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플래카드 역시 같은 운명이었다.
미친 듯이 날뛰며 달려드는 관객들의 발아래로 떨어져 짓밟힌 지 오래였다.
그러는 가운데 키보드와 베이스는 한층 더 강하게 밀고 들어오며 그들을 부추겼다.
더! 더! 더! 좀 더!
드럼 스틱이 엄청난 속도로 탐들을 두드려대고 있었고, 이에 질세라 베릴의 기타가 불을 뿜는다.
그 속에서 나는······.
꽉!
움켜쥔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와 가슴속에 가둬두었던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뿜어냈다.
“이예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 네 마음대로 해에에에에에에.
다른 사람이 무슨 상관인데!
폭풍처럼 몰아치며 무대며, 관객석이며, 해변이며, 존재하는 모든 공간을 휩쓸어버리고 있는 연주 속에서 나는 목청을 돋워 소리를 내질렀다.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발끝부터 시작되어 치고 올라온 뜨거운 감각이 등골을 타고 머리끝까지 이르렀을 때, 비로소 느꼈다.
살아 있다.
여기 이곳에 나는 살아 있는 것이다.
이런 심정은 나만이 느낀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콜린이 화음처럼 노래를 욱여넣고 있다.
- Like a flying biiiiiiiiiiiiiiiiiiiird.
옆에서 들려오는 콜린의 절규에 나 역시 화답했다.
“have a dreeeeeeam!”
- Like a king sitting on the throooooooone
“제발---- 네 마음대로-----”
마지막 순간, 나는 콜린을 보며 마이크를 치켜들었다.
그가 마이크를 내리며 미소 짓는다.
그 순간, 마음껏 소리 질렀다.
“해------------------!”
탕!
드럼 소리가 방점을 찍는 순간, 거짓말처럼 폭풍이 가셨다.
“헉헉헉헉!”
무대 위의 모두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마이크를 놓지 않고 있는 콜린도.
여전히 두 다리로 굳건히 선 채 피크를 쥐고 있는 베릴도.
건반에서 손을 떼지 않고 거친 숨을 토해내는 유진도.
스틱을 내려놓은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디알로도.
베이스를 맨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서 있는 제롬도.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온몸을 잠식한 흥분과 쾌락에 몸을 떨고 있는 나 역시도.
누구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아니었다.
해변을 뒤흔드는 엄청난 함성이 언제까지라도 끊이지 않을 것처럼 터져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