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
#34. 한 번만 들으면(3)
플레이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흘러나온 영상은 정말 전문가가 만든 게 맞나 의심이 갈 정도로 조잡했다.
치지직 거리면서 노이즈가 끼어 있었고, 그런 와중에 숫자가 나타난다.
3······2······1.
이거 어릴 때 보았던 키네마 천국의 마지막 장면이랑 너무 흡사한 거 아냐?
아니 흡사한 수준이 아니고 그냥 베낀 거 같은데.
설마 오마주라든가 하면서 박박 우기는 건 아니겠······.
“응?”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쥐색 반바지 차림에 새하얀 반팔 티 차림으로 등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근데, 내가 저렇게 부산스러웠던가?
좀처럼 가만있질 못한다.
마루 누나한테 가서 한바탕 수다를 떠는가 싶으면, 어느새 고 팀장님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다. 그러다가 내 전용 방이나 마찬가지인 연습실로 기어들어가 드럼을 치는가 하면 느닷없이 베이스를 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판다처럼 소파에서 뒹굴 거리며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오선지를 펼쳐놓고 때론 심각한 표정으로 또 때론 낄낄거리며 연필을 놀리고 있다.
저래서야 백수지, 어디 가수라고 할 수 있을까?
단연 압권은 밥 먹는 장면이었다.
한창 클 때라 그런지 무지막지하게 쑤셔 넣고 있다.
육개장 한 그릇을 단 5분 만에 뚝딱 해치우곤 벌겋게 물든 입술을 냅킨으로 대강 닦고 있었다.
아, 진짜 창피해서 얼굴을 못들 지경이다.
진짜 너무하네.
날 아주 그냥 노골적으로 찍어놓고선 자기들 얼굴은 교묘한 각도로 피해 가며 보여주질 않고 있다.
덕분에 영상에서 유일하게 얼굴이 제대로 나오는 건 나뿐이다.
한숨을 흘리다가, 깔깔거리고 있는 마루 누날 째려보고 있을 때였다.
둥둥, 둥! 둥둥 둥둥!
영상에서 베이스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연주자는 나다.
잠시 베이스를 연주하는 내 모습이 비치는가 싶더니, 이내 키보드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에도 연주자는 나였다.
띠디디디디 디디디디 디디.
그 뒤를 이어 기타 음이 들려오고, 곧바로 드럼이 끼어들었다.
그때마다 악기를 연주하는 건 당연하게도 나였고.
그렇게 전주가 흐르고,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것 역시······.
음, 뭔가 영상이 바뀐듯한 느낌인데?
뭐랄까.
톤이 바뀐 듯 잿빛이 살짝 낀, 어딘지 모르게 몽롱한 느낌까지 주는 화면이었다.
그런 가운데, 네 명의 세션이 무대 위에 서 있다.
아니 무대라고 짐작만 되는 거지, 영상으로만 봐서는 촬영된 장소는 어딘지 모를 터였다.
찍기는 분명 연습실에서 찍은 건데, 편집을 기가 막하게 해놔서 꼭 네 명의 세션, 아니 내가 네 명이 되어 연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타 김도준, 드럼 김도준, 키보드 김도준, 베이스 김도준.
그 한가운데서 내가 비뚜름하게 서서 ‘마음대로 해’를 부르고 있는 게 또 기가 막힌다.
진짜 영화감독 맞네.
어떻게 저렇게 만들지?
단순히 합성했다 정도의 차원이 아니다.
정말 다섯 명의 김도준이 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하고 또 노래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더구나 음향도 제대로 처리해서 아까완 달리 잡음 따윈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영상에 푹 빠져 있는 사이, 뮤직비디오가 끝났다.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댓글 폭주 중!”
마루 누나가 신바람이 나서 외치고 있었다.
슬쩍 바라보니, 동영상이 올라간 UCC 사이트다.
근데, 누나 말처럼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초 단위로 글이 올라오고, 그 글마다 댓글이 무수히 달리는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UCC 사이트에선 좋아요 버튼이 무서운 기세로 숫자를 갱신 중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고 팀장님은 여전히 책상 위에 핸드폰들을 좌악 늘어놓고 SNS에 UCC 좌표를 찍고,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오는 사람들에게 답변을 달아주기 바쁘다.
그러길 반나절 가량 지났을 때였다.
“꺄아악! 올랐다!”
마루 누나의 들뜬 외침이 사무실을 울렸다.
“87위!”
소폭이긴 하지만, 뮤직넷의 음원차트에서 순위가 올라간 것이다.
깜짝 놀라서 바라보니, 마루 누나가 두 팔을 쫙 뻗고서 사무실 안을 방방 뛰어다니며 고함까지 내지르고 있었다.
누가 보면 wba wbc ibf ibo 미들급 통합 매치에서 챔피언 벨트라도 따낸 줄 알겠다.
뿐만 아니라 의자에 발까지 올리고 주먹을 내지르기까지 한다.
“아즈아! 이 기세로 방송국까지 가는 거야!”
참네. 자기 일도 아니고, 아니 자기 일인가? 아무튼, 저렇게 좋을까.
그러고 보니, 궁금하긴 하다.
“아저씨.”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인터넷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아저씨께 물었다.
“저, TV나 이런 데는 안 나가요? 아, 꼭 나가고 싶다기보단 좀 이상해서요. 보통은 음원 출시하면 음악방송 같은데 나가고들 하잖아요. 드라마에서 보니까 그러던데.”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신다.
“가야지.”
그렇구나, 가긴 가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냐.”
“······?”
그럼 언제? 하는 눈빛을 해 보이다가 흠칫했다.
아저씨의 한쪽 입꼬리가 살짝 비틀어져 있는 게 보였던 것이다.
음, 저 표정은 뭔가 음흉한 생각을 할 때의 표정인데······.
“왜, 불안해? 물도 들어오는데, 슬슬 노 저어야 할 타이밍에 이러고 있는 게?”
저렇게 물으실 땐 백발백중이다.
물어본들 절대 제대로 된 대답은 안 해주신다.
딱 보니 덥석 미끼를 물었다간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너덜너덜해진 꼴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그냥 신경 꺼버렸다.
“아, 배고파. 컵라면이나 먹고 잠이나 한숨 자야겠다.”
기지개를 쭉 켜고 일어섰다.
그때였다.
턱!
언제 일어나셨는지,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곤 아저씨께서 히죽 웃으신다.
“도준아.”
“왜요.”
심드렁한 반응이 재미있으신 걸까?
웃음을 참느라 어깨까지 들썩이시는 아저씨. 그런 채로 말씀하셨다.
어느새 말투도 진지해지셨다.
“최고의 마케팅이 뭔 줄 아냐?”
“······?”
“알아서 찾아오게 하는 거지.”
잠시 의미를 곱씹다가 되물었다.
“뭐가 있는 줄은 알아야 찾아오든 말든 할 거 아니에요?”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 아저씨께선 웃으셨다.
“보통은 그렇지.”
“······.”
“근데 말이다. 사람들은 귀신같이 알거든. 진짜 좋은 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몰려들게 되어 있다는 거지.”
“그럼, 홍보할 필요도 없겠네요.”
손가락 하나를 세워 살살 흔드시는 아저씨셨다.
“쯧쯧. 바람잡이가 괜히 필요하겠냐?”
내게서 떨어져 나가는 아저씨의 손가락은 어느 틈에 두 개로 늘어나 있었다.
“두 달.”
두 달?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의아해할 때, 아저씬 호언장담하셨다.
“두 달 안에 1위 한다.”
아, 진짜. 저렇게 웃으실 땐 정말 악당 같다니까.
근데, 왜 나는 또 따라서 미소 짓고 있는 걸까.
그런 내 모습에 흡족하셨는지, 아저씨께선 한층 더 악당답게 웃으며 물으셨다.
“하지만, 안달복달하게 할 필요는 있겠지?”
이건 또 무슨 뜻인가 싶어서 눈을 껌뻑이고 있을 때, 아저씨께서 고 팀장님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고 팀장! 준비 끝났나?”
“준비랄게 있나요? 겨우 스무 개 남짓인데······.”
서랍에서 꺼내 드는 게 뭔가 살펴보니, 한눈에도 허접스럽게 보이는 USB다. 딱 봐도 중국산. 어쩌다 실수로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그냥 박살 나게 생겼다. 그만큼 싸구려 제품이란 얘기. 고 팀장님은 그것들을 검은색 비닐 봉다리에 대충 쑤셔 넣고선 일어서고 계셨다.
“안 그래도 슬슬 움직이려던 참입니다.”
“그래야지. 스텝 바이 스텝. 공사란 모름지기 기초가 중요한 법이니까. 자, 그럼······.”
아저씨께서 날 바라보더니 말씀하셨다.
“다녀와라.”
“예?”
“판 깔고 오라고.”
“판이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딴소리만 하신다.
“원래, 놓친 고기가 더 아쉬운 법이거든.”
그러곤 돌아서는 아저씨. 그러면서 여유롭게 손까지 흔들고 있다.
“수고-”
음, 오늘따라 진짜 얄미워 보이는 뒤통수였다.
***
차를 타고 움직이면서, 고 팀장님도 나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원래부터 말수가 적은 고 팀장님이야 그렇다 치고, 나 역시도 그다지 묻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
뭔가 음모의 냄새가 나는데, 그걸 파고들 까닭을 못 느낀다···정도면 충분한 이유가 되려나?
뭐, 대충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돈 짐작하고 있었고.
아저씨랑 지낸 시간이 몇 달밖에 안 되었다곤 해도, 일하는 스타일 정도는 대략 알고 있었으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들이대는 척한다···인가?”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혼잣말을 들었는지, 고 팀장님이 픽 하고 웃으신다.
정답이었나 보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KBC부터 가나 보네요?”
고개를 끄덕인 고 팀장님이 핸즈프리로 전화를 걸려는지 핸드폰의 연락처를 뒤적이신다.
화면에 주르륵 떠오른 연락처를 보곤 웃음을 참지 못했다.
개 피디, JOT 피디, 허 피디, 똘 피디, 병 피디······.
방송국이란 그룹 아래 묶여 있는, 스무 개쯤 되는 연락처 중 개 피디부터 통화를 시도하시는 고 팀장님.
“아, 피디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잠시간의 통화가 마무리될 즈음, 차는 이미 방송국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그리고 얼마후, 우리는 KBC 녹화홀이 있는 건물로 들어와 있었다.
한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고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이번 기회에 잘 봐둬라.”
“······.”
“몸값을 어떻게 키우는지.”
그때였다.
“여어, 이게 누구야? 고 팀장 아냐?”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끌려 돌아보니, 말쑥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서 있다. 그 뒤의 네 명은 쌈빡한 차림새와는 다르게 긴장한 모습이었고.
“오랜만입니다.”
“거, 사람하곤. 간만에 봤는데, 왜 이렇게 딱딱해?”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말을 내뱉더니, 날 보며 묻는다.
“응? 얘가 걔냐?”
날 위아래로 훑던 남자는 말끝에 이르러 비릿한 조소를 베어 물었다.
“사내자식이 뭐 이리 곱상하게 생겼어? 실력파라더니, 비주얼로 가는 거야?”
띵.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고 팀장님은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듯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며 물었다.
“안 타십니까?”
얼른 뒤따라 타는데, 한껏 거드름 피우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먼저 가. 우린 좀 짐이 많아서.”
아닌 게 아니라, 저만치서 두 명의 남자들이 카트를 밀고 오는데 박스가 한가득 쌓여 있다.
“그럼.”
살짝 고개만 숙여 보이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닫아버리는 고 팀장이셨다.
엘리베이터 위쪽의 숫자가 바뀌는 걸 힐끔거리며 물었다.
“누구예요?”
“KSM 엔터테인먼트의 한상철 실장.”
“아! 김성만 아저씨네 회사요? 그럼, 아까 그 형들이······?”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나도 진짜로 궁금해서 물은 건 아니었으니까.
***
“히야! 오랜만이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개 피디는 고 팀장님이 내민 명함을 흘깃 보고는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다. 그러면서 개기름이 좔좔 흐르는 얼굴로 억지웃음을 짓고 있었다.
별로 달가운 눈치가 아니다.
고 팀장님이랑 사이가 안 좋은 건가?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아까 말씀드렸잖습니까? 강혁수 대표님하고 일하는 중이라고요.”
“아차, 그랬지. 아닌 게 아니라 강 대표가 회사 차렸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좀처럼 시간을 낼 수가 있어야지. 자네가 나 대신 안부 좀 전해줘.”
“그러죠.”
가볍게 얘기를 나누던 것도 잠시.
고 팀장님이 날 바라보셨다.
“인사드려라. 넘버 원 뮤직박스의 연출을 맡고 계신 계진도 피디님이시다.”
“안녕하세요. 김도준입니다.”
“흐음. 이 친구가 강혁수 대표가 키우고 있다는 그 친군가?”
“예. 이번에 곡도 발표했습니다. 여기······.”
고 팀장님이 내미는 USB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개 피디가 헛웃음을 짓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가 USB를 받아들며 얘기했다.
“시간 나면 한번 들어보지.”
“그래 주시면 저희야 고맙죠.”
보이지 않게 시선을 돌리며 살짝 찡그린 표정을 짓던 개 피디. 그의 눈이 한순간 반짝인 건 다음 순간이었다.
“오! 한상철 실장님 아니십니까?”
드르르르르륵.
카트를 끌고 오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한상철 실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계 피디님, 잘 지내셨죠?”
우리를 만났을 때랑은 상반되게 반갑기 그지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개 피디에게 고 팀장님이 얘기하셨다.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저 고갯짓으로 알았다는 표시만 하곤 이내 한상철 실장에게로 시선을 옮기는 개 피디. 하지만, 고 팀장님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돌아서셨다.
그러곤 날 데리고 곧바로 자리를 벗어났다.
고 팀장님을 뒤따르며 바라보니, 두 명의 남자들이 카트에 싣고 온 박스들을 개봉해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고 있다.
음료수와 도시락. 그리고 비닐도 벗기지 않은 CD였다.
곧이어 그걸 스텝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다.
“아이고, 뭘 또 이런 걸. 내가 이래서 KSM을 안 좋아할 수가 없다니까.”
“하하하. 뭘요. 그냥 지나가는 길에 계 피디님 얼굴이나 한번 뵐까 하고 들렸을 뿐인데요.”
“잘하셨네. 안 그래도 소식은 들었습니다. 이번에 KSM에서 아주 실력 있는 아이돌 그룹을 키워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 아, 혹시 이 친구들이?”
“뭐해? 인사드리지 않고?”
“안녕하십니까! 실력으로 승부하는! 블루스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어! 패기 좋은데? 누구랑은 다르게 인사성도 밝고.”
그 누구가 누군지는 굳이 얘기 안 해도 알 것 같았다.
쯧. 아무래도 고 팀장님이 건네준 USB는 휴지통으로 직행하지 싶다.
뭐, 상관없나?
어차피 그러라고 가져다준 거니.
어깨를 한차례 으쓱거리며 말없이 고 팀장님을 뒤따를 뿐이었다.
***
“끄응.”
눈을 떠보니, 벌써 해가 중천이다.
간만에 늦잠을 잤네.
하긴, 어젠 좀 힘들긴 했지.
목동에서 여의도, 일산 등지로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공중파 방송국을 비롯해 케이블 방송사까지 음악방송을 편성한 방송국이란 방송국은 다 돌고 돌아온 건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때문에 회사에 들리지도 않고 곧바로 집으로 왔고, 대충 씻은 후 잠들었었다.
그리고 깨보니 점심시간이 다 되어간다.
“쯧. 밥은 회사 가서 먹어야겠다.”
몸이 찌뿌듯해서 한껏 기지개를 켜고 막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핸드폰이 울린다.
응?
모르는 번호다.
게다가 화면에 떠오른 숫자의 개수도 좀 많다.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
- 미스터 김?
갑자기 터져 나온 영어.
근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목소리다.
- 나야. 브라이언.
“아, 브라이언!”
뜻밖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목청이 커졌다.
“웬일로 전화를 다 주고······.”
말끝을 늘이다가 문뜩 의아해져서 물었다.
“근데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 아, 다른 게 아니고······.
“······?”
- 레이크헬 못 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