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26. 놀다 올게요(6)
밖에는 이미 땅거미가 잔뜩 깔렸을 터다.
해가 질 무렵 건물 안으로 들어왔었고, 그로부터 거의 한 시간이 지나 있었으니까.
“후우.”
“괜찮냐?”
“괜찮아요.”
“긴장되면 말해.”
긴장?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기대가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긴장되는 것과는 좀 다른 의미다.
“진짜 이래도 돼요?”
“괜찮아.”
“······그치만, 멤버도 아닌데 갑자기 이렇게 무대에 서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뭘 그렇게 걱정해? 실력이 안 되면 또 몰라. 우리 레퍼토리도 다 알고 있고. 문제없잖아? 그냥 맘 편히 해. 몰라?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지혁이 형이 낄낄거리자, 준호 형이 그의 뒷머리를 후려치며 말했다.
“너나 잘해, 새꺄. 시간만 나면 여자애들이나 꼬시러 다니지 말고.”
“아이씨, 머리는 건드리지 말라니까! 스타일 구겨진다고!”
투닥거리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걱정이 한결 가신다.
그때, 규철이 형이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냥 놀다 간다고 생각해.”
“그래도, 다들 돈 내고 공연 보러 온 걸 텐데요.”
“걔들도 그냥 놀려고 온 거야. 그러니까, 너도 놀다가. 그럼 돼.”
“아예 그냥 우리 밴드에 들어오면 좋을 텐데······.”
“그만해, 인마. 애 부담되게 왜 자꾸 그래? 그냥 하루 신 나게 놀다 가면 되는 거지. 야, 신경 쓰지 말고 오늘 제대로 날뛰어봐라!”
내가 뭐라고 대꾸하려던 순간이었다.
규철이 형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자, 우리 차례다. 오늘은 세곡뿐이니까, 긴장들 하지 말고.”
“아, 형! 진짜 왜 그래? 우리가 초짜야? 걱정 말라고!”
“네가 제일 걱정돼!”
“아 진짜! 도준이도 있는데······.”
“객원 눈치 보는 멤버라······. 쯧, 너 어디 가서 밴드 한다고 하지 마라.”
낄낄거리는 그들을 이끌고 규철이 형이 대기실을 빠져나가 통로를 걸어나갔다.
그 뒤를 쫓아가는 내 가슴은 어느새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빛이라곤 한점 없는 컴컴한 공간.
탁! 탁! 탁! 탁!
형수 형이 스틱을 부딪쳐 박자를 맞추다가 미들 탐을 때리는 순간 모든 악기가 일제히 소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심장은 이미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순식간에 피가 끓어오르며 머리에 열이 뻗친다. 뜨겁다 못해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숨은 무슨 드라이기에서 나오는 바람 같다.
어쩌면 그건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아니 머리 윤곽만 보이는 객석의 검은 실루엣들 때문에 감각이 더욱 증폭되어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팟팟팟!
무대 위로 빛이 쏟아졌다.
눈이 부시다.
그 속에서 나는 분명 웃고 있었다.
눈이 조명에 익숙해지고, 서서히 객석의 광경이 드러나는 순간까지는.
아! 꽉 찼다.
객석에는 빈틈이 없다.
말 그대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차 있는 객석. 아니, 다들 선 채로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 대고 있다.
그리고······.
내가 가볍게 그러쥔 피크로 여섯 줄의 기타 현을 긁는 순간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두근.
심장이 크게 뛰었다.
너무 놀라서.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다들 날 보며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다.
두근.
큭! 이러다간 심장마비가 올 거 같은데······.
근데 뭐지?
이 기분 좋은 감정은······.
그때, 날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규철이 형이 마이크를 입가로 가져가며 날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아, 여기가 진짜 무대구나.
나도 모르게 이빨을 훤히 드러내며 웃고 말았다.
***
첫 번째 곡은 랩소디즈의 ‘Wisdom of the kings’이었다.
희주 생일날 불렀던 곡이기도 한 이 곡은 밴드 세이버스(SAYBUS)의 레퍼토리 중의 하나였다.
그런 만큼 키보디스트인 준호 형이 능수능란하게 곡을 끌고 갔고, 그 와중에 나는 규철이 형의 주문대로 잠시 앞으로 나서서 솔로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환호성이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오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한 명의 사람이 고함을 지르면 그건 그저 소음이다.
아니면 경고를 하는 걸 수도 있고, 혹은 분노의 표현일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네 명, 네 명······.
지금처럼 수십 명을 넘어서서 백 명이 훌쩍 넘어가는 순간, 고함은 함성이 된다.
그리고 함성이 공간을 뒤흔드는 순간, 마법이 된다.
한순간에 몸이 붕 하며 떠오르고, 이내 나를 둘러싼 공기가 변한다.
관객석에서부터 밀려들어 무대 위까지 순식간에 뜨겁게 달궈버린 공기가 피부로 전해지며 눈앞이 아찔해지는 기분.
그리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느끼게 된다.
나 홀로 세상에 놓인 듯한 느낌.
그건······.
아무도 없는 공간에 홀로 서서 모든 이의 시선을 받으며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감각이다.
그럼에도, 적막하지 않고 오히려 흥분감으로 뜨겁게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피가 빠르게 흐르고, 심장의 두근거림은 갈수록 가속화된다.
두근두근.
점차 온몸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손에 쥔 피크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그 순간, 기가 막힌 타이밍에 키보드가 치고 들어온다.
따 다다 다다다다 다다 딴······.
건반이 스피디하면서도 경쾌한 멜로디로 무대 위를 몰아치고, 그 뒤를 두 개의 현악기가 다시금 따라붙고 있다.
그 리듬을 타고 폭발적인 싱어의 보컬이 관객들을 한껏 흥분시키며 공간 자체를 광기로 물들인다.
“······Ride brave the blue skies and spell my eyes.”
- Ride brave the blue skies and spell my eyes.
Fly beyond these cliffs ride on the wind.
The wisdom of the kings.
용감하게 푸른 하늘을 타고 내 눈에 주문을 걸며.
바람을 타고 이 절벽 너머를 활강하는.
왕의 지혜여.
간주부분에 접어들었다.
기타가 불을 뿜기 시작한다.
쥐고 있던 피크가 미친 듯이 현을 오가며 거칠게 현을 뜯기 시작했을 때, 나는 분명히 느꼈다.
점차 점멸하듯 머릿속에서 새하얀 빛이 터지고 있음을.
조금만 방심하면 그대로 삼켜질 것만 같은 빛이다.
하지만, 참는다.
예전과 나는 다르니까.
근육을 바짝 쪼이며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아직은 지금의 상황을 좀 더, 좀 더, 좀 더 즐기고 싶기에.
덕분에 온 신경은 내가 인지하고 통제하는 범위에서 머리에서 척추로, 척추에 사지로······. 이윽고 손끝에 이르러 피크라는 매개체를 통해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속주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전처럼 무아지경에 빠진 것이 아니라, 이미 달궈질 대로 달궈진 몸임에도 온전히 기타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렇다.
기타는 이제 나와 한몸이나 다름없다.
아니, 기타가 내는 소리는 청각을 통해, 코드를 잡아가는 손과 현을 튕기는 손가락은 촉각을 통해, 점멸하는 스포트라이트가 오가는 무대 위와 객석의 모습은 시각을 통해, 그리고 지금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열기는 묘한 냄새를 풍기며 후각을 통해.
날 자극하고 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멤버들도 아예 연주를 그치고, 아예 내 연주만 보고 있을 뿐이다.
언제가 보았던 광경이다.
희주의 생일날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듯한 느낌.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여유롭게 즐기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
솔로다.
나는 마치 바람을 타고 날아오른 것처럼 창공을 활강하며 자유롭게 연주했다.
그리고 한껏 치솟았을 때, 느낄 수 있었다.
점차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다.
동시에 그 잊을 수 없는 흥분이 몰려든다.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며 세포 하나하나가 느껴진다.
뇌를 뒤흔드는 기타 소리에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조금씩 조금씩 쾌락이 밀려온다.
이거다.
내가 원하던 감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끝 모를 듯 치닫던 기타 솔로가 정점을 찍는 순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드럼이 치고 들어왔다.
그리고 절묘한 흐름으로 키보드 역시 파도를 타듯 흘러들었다.
순간, 규철이 형의 거친 음성이 포효하듯 울려 퍼진다.
- Holy dragons keepers of time.
Ride brave the blue skies and spell my eyes.
Fly beyond these cliffs ride on the wind.
시간을 지키는 신성한 용.
용감하게 푸른 하늘을 타고 내 눈에 주문을 걸며.
바람을 타고 이 절벽 너머를 활강하는.
마지막을 향해 내달리는 보컬을 떠받들어 올리며 네 개의 악기가 무섭게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싱어의 외침이 무대 위에서 방점을 찍었다.
“The wisdom of the kiiiiiiiings!”
그 순간, 모든 악기가 숨이 끊어진 듯 멈추고, 공연장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세이버스!”
“세이버스!”
“세이버스!”
손을 치켜들고 연호하는 관객들.
그들을 바라보는 멤버들은 하나같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머릿속은 텅 빈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남은 것은 오직 감각뿐.
흥분과 쾌락이 점철된 채 온몸을 지배할 뿐이다.
만일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더라면 이대로 무대 아래로 몸을 던져버릴 것 같은 기분에, 속에서부터 터져 나오려는 절규를 애써 삼켜야 했다.
크으······!
몸이 떨린다.
격앙된 감정 탓인지, 아니면 세포 단위로 민감해져 버린 감각 때문인지는 몰라도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든 움직임이 느껴지고 있다.
누군가 날 건드리기만 해도 그대로 무너질 것처럼 온몸은 예민한 상태다.
“헉헉헉헉!”
거칠고 뜨거운 숨결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을 때, 규철이 형이 억지로 숨을 고르고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러곤 아직까지도 세이버스를 연호하고 있는 관객들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점차 안정되어가는 관객들.
하지만, 그들의 흥분까지 식혀줄 마음 따윈 없는 듯했다.
규철이 형이 마이크를 쥔 채 몸을 숙였다가 상체를 활처럼 휘며 고함쳤다.
“절대 돌아보지 마아아아아아아아!”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형수 형이 손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스틱을 놀려 탐들을 때려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숨을 고르고 있던 관중들이 일제히 폭발하고, 세이버스의 오리지널 곡인 ‘절대 돌아보지 마’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잊으란 말도 하지 마.”
규철이 형의 목소리가 선율을 타고 공간을 침식해 들어가고 있었다.
“지우란 얘긴 말아줘.”
세이버스의 자작곡인 ‘절대 돌아보지 마’는 놀랍게도 지혁이 형이 작곡한 곡이었다.
곡이 어떤가를 얘기하기 이전에 그 날라리 같기만 한 지혁이 형이 만들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더 놀라운 건, 이 곡에 가사를 붙인 게 바로 형수 형이란 사실.
진짜 겉보기완 전혀 매칭이 안 된다.
저 덩치에 이런 세심한 가사라니.
이제껏 사랑해온 사람을 떠나보내며 절대 돌아보지 말라고! 사실은 제발 돌아봐 달라며 역설적으로 얘기하는 남자의 애절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래서인지, 세이버스가 만든 노래 중에선 나름 인기를 얻고 있는 곡이기도 했다.
- 너와 함께한 그 많은 날들은.
네가 지워버린 전화번호처럼 지워지는 게 아니니까.
빠른 템포로 흐르며 경쾌하게 연주되고 있었지만, 내용만 놓고 보자면 발라드에나 어울릴법한 노래다.
공연 전에 연습실에서도 몇 번이나 연습한 곡이기도 했고.
신 나는 멜로디에 어울리지 않는 서글픈 가사가 마음에 들어서 거듭해서 연주했을 정도다.
그 덕분에 지금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기타를 치고 있었다.
어쩌면 곡 자체가 사람 마음을 파고들어 오는 곡이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어?
눈앞에서······.
음표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이건······.
작곡할 때, 아니 그 이전에 희주 생일날 느꼈던 바로 그 감각.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야말로 당황하지 않고 즐겨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음미하듯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속에서 뭔가가 근질거린다.
그것은 이내 가슴을 가득 채우고, 그걸로도 모자라 서서히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점차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어가고, 마치 술에 취한 듯 몽롱한 기분에 몸이 휘청거리기까지 한다.
그 상태로 피크를 쥐고 기타를 거칠게 쳐댔다.
그렇게라도 자꾸만 목구멍으로 넘어오려는 그 무언가를 가라앉히려 했다.
하지만······.
크윽.
입술이 자꾸만 벌어지려 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손에 힘을 쥐고 기타를 움켜쥐었다.
짚어가는 코드에 정신을 집중하고, 현을 뜯는 피크에 몰두했다.
덕분에 서서히 격정이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그대로----가길 바래.”
규철이 형의 보이스가 앰프를 통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뇌가 흔들리는 느낌과 함께 강렬한 쾌락이 이미 한껏 달아올라 있던 온몸을 뒤덮었다.
이어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욕망이 터져 나왔다.
“그대로 가길 바래에에에----”
내 입이 벌어지며 나도 모르게 화음이 튀어나오고 만 것이다.
순간, 무대 위는 물론 관객석까지 고요해졌다.
“뭐, 뭐야! 이거!”
“소름 끼쳐!”
“무슨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형수 형이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재치있게 드럼을 한 바퀴 돌렸다.
그제야 규철이 형도 당혹감에서 벗어나 다시금 마이크를 입가로 가져갔다.
갑작스러운 화음으로 인해 멤버들이 순간적으로 박자를 놓치고 말았지만, 형수 형의 리드로 곡을 밀고 나간다.
“제발 돌아보지 마---”
절규하듯 외치는 규철이 형의 목소리 끝에서 내가 화음을 집어넣는다.
“오오오! 돌아보지 마아.”
이제 관객들은 더 이상 수군거리지 않는다.
누군가는 눈을 감고 곡을 즐기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두 손을 가슴께에 모아 애절한 표정으로 노래를 듣고 있다.
- 떠올리지도 마.
후회하지도 말아줘.
머릿속에 떠도는 음표들에 이끌려 나는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래. 감각이 이끄는 대로 가는 거다.
규철이 형의 보컬에도, 원곡에도 개의치 않고 지금 이 순간 충실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러자 내 입에서 이번엔 허밍이 튀어나왔다.
화음 대신 허밍으로 보컬을 밀어내자, 자연스럽게 규철이 형이 리듬을 타고 속삭인다.
- 너의 작은 얼굴과 날 바라보며 반짝이던 눈은.
그 도톰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던 속삭임은.
날 안아주던 그 따스한 품만은.
그리움이 묻어나오는 노래가 관객들과 멤버들의 가슴을 적시기 시작할 즈음, 규철이 형이 절규하기 시작한다.
“오오오! 내가 기억해애애-----”
그때, 나 역시 다른 음역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내가 기억해애애애애---”
두 사람의 이중주. 아니 이 곡을 작곡한 지혁이 형의 마음과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며 애달파 하던 형수 형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사중주가 된다.
- 절대로 돌아보지 마.
제발 돌아보지 말아줘.
거짓말처럼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
돌아보지 말고 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목소리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악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공간을 뒤흔들다 못해 관객들에게 연인을 떠나보내는 한 남자의 슬픔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이에에에에에에! 절대 돌아보지 마아아아아아아아!”
이제껏 뒤따르거나 함께 들어가던 내 목소리가 엇박자로 먼저 치고 올라갔지만, 위화감은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부터 그런 곡이었다는 듯, 규철이 형도 자연스럽게 마지막 소절을 부르고 있었다.
“절대 돌아보지-------마아아아아아!”
타당! 탕! 탕! 타다다다다다다다다!
드럼 소리가 폭풍처럼 무대를 휩쓸고,
그 사이에서 베이스와 기타가 질풍처럼 내달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돌아----보지----마아아아아아!”
“절대-----돌아----보지----마아아아아아!”
두 사람의 목소리가 마치 하나인 것처럼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후욱 훅 훅······.”
연주가 일제히 멈추고, 가쁜 숨소리만 들리는 동안 관객들은 침묵 속에 빠져 있었다.
몽롱한 눈빛으로 무대 위만을 바라보며 마치 넋이라도 잃은 듯 말들이 없다.
그러다가 누군가 한 사람.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순간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함성이 공연장을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