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싱어-6화 (6/260)

# 6

#6. 꿈은 아니다(1)

어디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안다.

이게 다 폭발해버린 감정에 매몰되어 이성이 마비된 탓임을.

그래서 그런가.

어딘지 모르게 차갑게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갑자기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생각들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 될 정도로.

물론 직감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어쩌면 무모한 도박이었을지도 모를 일, 즉 그동안 100점을 목표로 노래 트레이닝(?)을 해온 것이 성공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결과가 눈앞에 있다.

봐라.

난 지금 꿈에서조차 만나길 바라마지 않던 어머니와 통화 중이지 않은가?

그렇다.

이제 더 이상 이곳에 갇혀 있지 않아도 되는 거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려고 해서 입술이 꿈틀거렸다.

아니 눈이고 코고 귀고 간에 얼굴 전체가 기묘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웃지는 않았다.

눈물범벅인 채로 웃는다는 게 꼴사나워서가 아니다.

곧바로 의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설마 꿈은 아니겠지?

아니, 그건 아닐 거다.

이렇게까지 생생한 꿈이 어딨냐?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서처럼 볼을 꼬집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다시 한 번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니까.

- 어디냐니까!

화가 잔뜩 난 음성.

바라던 것과는 조금 다른 상황.

그럼에도, 어머니의 목소리가······.

반갑다.

그냥 반가운 게 아니라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핸드폰이 다시 울리게 될 날이 올 줄이야.

그래서였을 거다.

“어, 어머니 정말 보······.”

목소리는 이미 한껏 젖어 있었다.

그 때문에 말이 이어지질 않고 있다.

- 도, 도준아?

어머니의 음성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수그러드는 목소리. 동시에 걱정스러움이 가득 담긴 채 물으시는 어머니셨다.

사태가 이상하다고 느끼셨는지, 어머니의 태도가 급속도로 달라지신 것이다.

- 도준아!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인데 그래? 지금 우는 거니? 거, 거기 어디니?

끝없이 이어지는 어머니의 물음.

그 안에 담긴 어머니의 마음이 수화기를 거쳤음에도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가슴에 설움이 북받치고, 그리움이 넘쳐 흐른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여전히 눈물은 흐르는데, 입가엔 미소가 떠오른다.

“어, 엄마······. 나······.”

여전히 쉽게 말은 나오지 않고 있었지만.

뭐라도 말하고 싶은데, 자꾸만 목이 멜 뿐이었다.

- 그래, 아들. 엄마야. 그러니까, 말해봐. 엄마가 다 들어줄 테니까. 아니, 거기 어디니? 엄마가 갈게. 응? 어딘데?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어머니 품에 안긴 느낌이었다.

그 상태에서 내 등을 다독거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 덕분인지, 격해졌던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여기 노래방인데······.”

- 노, 노래방? 얘기가 지금 미쳤······. 그, 그래······. 아들. 그래서? 거기서 무슨······. 설마? 싸운 거니? 다, 다친 건 아니지? 안 되겠다. 엄마가 갈게. 거기 주소······.

“그런 거 아네요.”

- 하아, 아무래도 안 되겠다. 엄마가 갈게. 바로 출발할 테니까, 어딘지만 말해.

“으으응. 그러실 필요 없어요. 지금 집으로 가려던 참이에요.”

잠시 말이 없으시던 어머닌, 무거운 한숨과 함께 말씀하셨다.

그 목소리가 잔뜩 떨리고 있었다.

- 그, 그럴래? 그럼, 얼른 와. 알겠지? 우리 아들.

알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고 나서 핸드폰을 살펴보니 부재중 통화가 열 통이 넘는다.

초반에 두 통은 과외 선생님께서 건 거였지만, 그 뒤로는 전부 어머니께 걸려온 전화다.

핸드폰에 떠 있는 시간을 확인해보니, 6시가 넘었다.

예정되어 있던 과외 시간으로부터 30분도 더 지나 있었던 것이다.

눈앞에 선하다.

계속해서 전화를 받지 않자, 조금씩 달아올라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을 어머니가.

그러다가 내 전화를 받고, 처음엔 화부터 내시다가 이내 목소리가 심상치 않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신 모양이다.

가슴이 꽉 죄어오며 또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당장, 지금 당장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문이 부서져라 열어젖히고 3번 룸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복도를 내달려 카운터 앞에 이르렀을 때, 절로 걸음이 멈춰졌다.

지난 시간······세월이라고 밖에는 말하기 어려운 그 긴 시간 동안 내 일상의 중심이 되었던 장소.

삼시 세끼 징글징글하게 먹던 빵들과 이젠 입에도 대기 싫은 탄산음료들이 보인다.

그리고 있었다.

문이.

아까까지만 해도 벽이었던 자리에 당연하다는 듯 계단이 비쳐 보이는 투명한 유리문이 눈앞에 있었다.

망연자실 쳐다보던 나는 다리에 힘을 불어넣고 천천히 움직였다.

한 걸음.

홀리듯 발을 내디뎠다.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 문을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다.

다시 한 걸음.

정말······꿈은 아니겠지?

흔들리는 눈동자로 문을 노려보듯 바라보며 다가섰다.

지이이이잉.

아! 열린다.

자동문이 열리고 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덜컥하는 느낌으로 멈춰 섰다.

나, 드디어······나갈 수 있게 된 건가?

믿기 어려운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엔 지나온 시간이 너무 길었나 보다.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휘몰아쳤지만, 말이 되어 나오진 않고 있었다.

자동문이 닫히려는 순간, 번뜩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한 걸음 내디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고개를 쳐들고 올려다보았다.

위쪽으로 향하는 계단.

그 끝에서 찬란한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

어머니 역시 내가 이따금 노래방에 가서 나름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는 것쯤은 잘 알고 계셨다.

그러니 오늘처럼 귀가가 늦어지는 일쯤은 있을 법도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시거나 혼쭐을 내시기엔 아까 한 통화가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평소 때와는 달리 아파트 정문까지 나와서 안절부절못하시는 게 보인다.

얼마나 급하게 나오신 걸까?

정신없이 뛰쳐나오신 건지, 슬리퍼에 맨발이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점퍼라도 제대로 걸치고 나오신 점이랄까.

아직은 춥기만 한 3월 초순. 겉에는 두꺼운 오리털 파카를 입으셨지만, 아래쪽엔 집에서만 입으시는 얇은 치마만을 입으신 채 집 앞을 서성거리시는 어머니의 모습. 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나는 있는 힘껏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 아들!”

어머니께서도 날 발견하셨는지, 마주 달려오신다.

“무슨 일······.”

걱정 가득한 눈동자로 점차 가까워지는 날 위아래로 훑으며 뭔가를 물으려 하셨지만, 그런 건 이미 내 귀에 들려오지 않는다.

대답할 말도 없거니와 설사 이제까지의 일을 설명한다 한들 믿어주실지도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변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시간의 연결고리에서 빠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오로지 나만이 잠시, 아니 정말이지 오랫동안 빠져나가 있었다가 돌아왔을 뿐이다.

때문에 난 아마도 이제까지 중에 가장 크게 혼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얼마 만에 보는 어머니인가.

나는 가방을 내던지며 그대로 어머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얼떨떨한 표정이 된 어머닌 엉겁결에 날 안고선 어찌할 줄 모르신다.

“흐윽! 엄마아아아아아!”

눈물이 터졌다.

참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참아지지도 않았다.

그동안 억누르고 있었지만,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르니까.

그건 비단 어머니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도 그렇거니와 심지어는 형까지도 보고 싶었다.

“도, 도준아! 무, 무슨 일인데 그래? 너, 설마 학교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니? 애들이 막 너 와······왕따······. 어, 어디 좀 보자!”

엄만 얼굴 가득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곤 떨어지지 않으려는 날 떼어놓더니 조심스럽게 내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침착하게 보이시려 애쓰시는 게 역력했지만, 어머니의 눈빛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채로 얼굴에 이어 내 몸 구석구석을 살펴본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시는 어머니.

그럼에도, 여전히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시는 어머니를 향해 입을 열려는 찰나였다.

어머니께선 손으로 내 눈가를 훑으며 말씀하셨다.

“얼른 들어가자. 우리 아들, 감기들라.”

그러곤 날 꼭 끌어안으시며 한 손으로는 연신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그렇게 어머니와 함께 걸음을 내디뎠다.

그래, 지금 무슨 말이 필요한가?

그냥 이거면 되지.

눈물범벅인 얼굴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오르고 있을 때였다.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 안으로 날 밀어 넣으며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빨리 타. 선생님 기다리신다.”

에?

이건 또 무슨······.

“서, 선생님···가신 거 아니에요?”

눈물이 쏙 들어간다.

“어머, 얘가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야?”

“그, 그렇지만······.”

“괜찮다며? 네가 네 입으로 아무 일 없다고 했잖니?”

그거야 그렇지만.

아, 진짜! 너무 하시는 거 아닌가? 아들이 죽다가 살아온 거나 다름없는데. 아, 이건 모르시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그래도 서운한 마음이 가시는 건 아니다.

그때였다.

어머니께서 양손을 뻗어 마치 내 얼굴이 무슨 보물이라도 되듯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훑듯이 닦아내시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신다.

“우리 잘생긴 아들 얼굴이 엉망이네. 어휴, 이게 뭐야? 집에 들어가면 얼른 세수부터 해야겠다.”

이제 더 이상은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는 어머니.

기다리고 계신 걸까?

내게 있었던 일들을 숨김없이 말해주기를.

그렇다면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하지?

한차례 입술을 잘근거리곤 말문을 열었다.

“어머니······.”

하지만, 먼저 말씀하신 건 어머니셨다.

“아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만 몰라. 그치만, 엄만 믿어. 우리 도준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걸. 왜냐면, 넌 이 엄마 아들이잖아?”

“······.”

“다치지만 않았으면 됐어. 나머진 엄마한테 맡기렴. 그러니까, 아들은 아무 걱정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해. 알았지?”

큭! 왠지 불길하다.

살짝 번뜩이는 듯 보였던 어머니의 눈빛. 제길! 설마 학교까지 찾아오시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에 눈알을 또르르 굴리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

“김도준!”

“예, 예?”

근방에 있는 수학학원의 일타강사로 유명한 선생님. 외할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가능한 고액과외였다. 그래서 그런지 엄격하기가 장난 아니다. 일분일초도 아깝다는 듯 선생님은 두 시간이란 과외 시간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으신다.

게다가 오늘은 내가 늦는 바람에 그 시간이 한 시간으로 줄어든 상황이었고.

그런 데다가 내가 집중을 못 하고 있으니, 선생님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다.

“죄송합니다.”

딱히 질책이 없었지만, 나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적어도 돈만 먹고 대충 시간만 때우는 사람이 아닌 한, 이쪽에서도 성의를 보여야 하는 법이니까.

거기엔 사과를 해야 할 때 제대로 사과를 하는 것도 들어간다.

“후우! 첫 시험이라 싱숭생숭한 건 알겠는데, 정신 차리자. 이제 겨우 스타트 라인에 섰을 뿐이야. 아직 갈 길이 멀다, 알지? S대 가는 거 절대 만만한 게 아니다. 지금부터 차곡차곡 실력을 쌓지 않으면 자칫 인서울도 힘들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힘들어도 3년 뒤를 생각하면서 참아. 그래야 너희 부모님께서 비싼 돈 들여 네 뒷바라지하는 보람이 있을 거 아니냐?”

구구절절 맞는 말이긴 한데······.

문제는 무슨 말인지 알면서도 좀처럼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오늘 하루(?) 내게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 한데,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미치겠네.

너무 쉽다.

건방진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눈감고도 풀겠다.

더구나 더 미치겠는 건, 저렇게 쉬운 걸 굳이 어렵게 설명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다.

이로써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꿈이 아니었다.

뭐, 그렇다곤 이미 생각하고 있었지만.

“자, 인수분해는······.”

그럼에도, 하는 수 없이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의 이 사태를 어떻게든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혼자서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적어도 꿈은 아니었다는 건데······.

아무래도 내일 당장 노래방으로 가봐야겠다.

아깐 너무 격정적이 되어서 생각할 새도 없이 곧바로 빠져나왔지만, 가서 할아버질 만나 확인해보지 않곤 못 배기겠다.

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아니, 하필이면 그게 왜 나인지.

따질 건 좀 따지고, 궁금한 것도 풀어야겠지.

그전에 참지 못하고 화부터 내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문밖이 소란스러워지는가 싶더니 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역시나 아버지께서 현관에 서 계신다.

순간, 울컥하고 뜨거운 뭔가가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아까 어머니를 봤을 때처럼 눈물까지 나는 건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빨리해 아버지께 다가갔다.

“예, 회장님. 지시하신 건 내일쯤이면 처리될 겁니다. 아, 걱정 마십시오. 아시지 않습니까? 박 검사하고는 연수원 동기입니다. 예, 예. 그럼요. 이쪽에서 시그널을 보냈으니까, 충분히 알아들었을 겁니다.”

아버지 손에서 서류가방을 빼앗듯 받아들고 뒤따르는 동안에도 아버지께선 통화를 계속 이어가셨다.

그러는 동안에도 때때로 안절부절못한 채 말을 더듬기도 하시고, 급기야 전화를 끊을 땐 허리를 숙여 보이기까지 하신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잘끈 씹을 때, 어머니께서 속상한 표정으로 물으셨다.

“왜? 아빠······아버지가 뭐라고 해? 혹시 지난번 일 때문에 아직도 당신 구박하는 거야?”

아버지께선 미소와 함께 고개를 내젓는다. 마치 아무런 일도 아니란 듯이.

아니긴······.

딱 봐도 회장님······. 그러니까, 외할아버지께서 한소리 하신 게 분명한데.

정말 마음에 안 든다.

후우, 나 같으면 이런 대접 받을 거 같으면 아무리 사랑해도 절대 결혼 안 한다.

“아이고, 우리 아들! 아빠 보고 싶었지?”

아버진 아직도 내가 코찔찔이 초딩이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다.

그래도 좋기만 하다.

부모님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이처럼 기쁜 일인지 왜 여태 몰랐을까?

“아, 아버지······. 다녀오셨···큭!”

목이 메어오는 걸 느끼며 인사를 드리는데, 아버지께서 날 와락 안으시며 웃음을 터뜨리셨다.

정말이지 가슴이 뽀개질 것처럼 세게도 안으신다.

“우리 보물! 내가 너 때문에 산다!”

떨리는 손을 천천히 뻗어 아버지 등을 감싸 안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앞으로 제가 더 잘할게요.”

옆에 서 계시던 어머니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엷은 미소를 지으셨다.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며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어제 제가 부탁한 거 사오셨······.”

형이 튀어나오다가 거실에 펼쳐진 뭔가 묘한 분위기에 주춤거렸다.

그런 형한테 어머니께서 한소리 하셨다.

“넌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아빠야! 저건 언제 철들지······.”

고개를 내젓고 있자, 형이 쪼르르 달려와 나와 아버지를 얼싸안았다.

마치 어머니 말씀은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듯.

그러면서 내게 눈을 찡긋거렸다.

형답다, 진짜.

***

다음날, 학교가 끝나고 곧바로 노래방으로 갔다.

“여기쯤이었던 거 같은데······.”

익숙하지 않은 골목길이었지만, 그새 잊었을 리가 있나.

어제(?) 걸었던 길들을 따라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

건물이 있던 자리 앞에서 멍하니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지은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주택 한 채가 서 있었다.

“없······어?”

노래방은커녕 그 허름한 건물조차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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